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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46화

Author: 유애
신난 원경릉

두 사람이 기겁한 사이에 나르는 봉황을 수놓은 황색 비단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 들어오고 진근영이 그녀를 태후 마마하고 불렀다. 원경릉이 태후를 보고 머리속에 시경의 한 구절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손가락은 새순처럼 연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흰 피부에 늘씬한 목덜미, 이빨은 가지런히 희기도 하구나.’ 이정도의 절색이라 미색은 발끝에도 못 미치겠다.

그리고 미색은 지금 한창 물이 오른 나이지만 용태후는 아무리 봐도 4,50살은 되 보이는데? 하지만 나이 들고 퇴색한 느낌이 하나도 없잖아? 보기엔 23,4세 정도로 만약 눈가와 얼굴에 위엄이 서려 있지 않고 진근영이 태후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원경릉은 절대로 그녀가 전설속의 용태후란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용태후가 성큼성큼 들어와 치마가 땅에 끌리는데 먼지 바람 하나 일지 않고 원경릉과 우문호가 용태후가 앉기 전에 예를 올렸다. 태후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쭉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군요. 어서 앉아요!”

진정정이 예를 취하고, “태후 마마, 여러분들 대화 나누시도록 소신 태자 전하를 데리고 황제 폐하를 뵙고 오겠습니다.”

“가게!” 태후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문호는 칼자국 밧줄과 정국후 부인에 대한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게 역력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나갔다.

아직 비봉전을 나가기 전에 우문호가 진정정에게 경악할 질문을 하는 게 들렸다. “그거 뱀이야? 아무리 봐도 밧줄로 보이던데?”

“응 뱀, 밧줄로 묶여져 있는 그거 뱀이야.” 진정정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원경릉이 앉은 뒤 불안 초조한 마음으로 옆에 묶여 있는 정국후 부인을 보는데 방금 상당히 성깔이 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맥없이 고개를 푹 떨구고 쫄아 있다.

“태자비는 이상하게 보지 마요, 쟤는 일년에 300일은 묶여 있어야 편안하니까.” 태후가 아무렇지도 않게 정국후 부인을 쓱 훑어보더니 원경릉에게 말했다.

이 한 수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탄복하고 말았다.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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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의 신비본론을 얘기하자 원경릉은 천천히 감동을 접고 정색하며, “맞아요, 태후 마마께 간청드릴 일이 있습니다. 제 가까운 친구가 남강의 신내림을 당했습니다. 태후 마마 푸실 수 있으실 까요?”용태후가, “그럼!”원경릉은 태후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 것이 이렇게 깔끔하게 2글자로 끝내버리다니, 자신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한 문제를 정말 풀 수 있을까? 자세히 물어볼 필요는 없으신 건가?“신내림은 하찮은 잔재주예요!” 한 쪽에 묶여 있는 정국후 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우리 태후 마마께서 뭐가 어려우시겠어요? 더 어려운 일도 눈도 깜짝 안 하시는데.”아첨하는 눈빛으로 태후를 흘끔 보더니, “안 그렇습니까?”방금 태후를 늙은 인간이라고 악담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지금은 기세에 꽉 눌렸다.태후는 못 들은 사람처럼 계속 차를 마시며 원경릉이 다른 일을 얘기하기를 기다렸다.진근영이 원경릉에게, “태후 마마께서 그렇다고 하신 일은 분명 그런 거예요. 이 일은 안심하고 물어볼 다른 일 또 있어요?”“있어요!” 원경릉 눈빛이 정국후 부인의 몸에서 떨어져 진근영의 말에 얼른 대답부터 했다. 그리고 태후에게, “경호, 그리고 경호요, 태후 마마 북당의 경호에 대해서 아시나요? 거긴 시공 터널인데 시공을 넘나들 수 있어요.”원경릉은 열정적으로 태후를 보니 태후와 진근영, 심지어 정국후 부인까지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고 당황해서, “못 믿으세요? 정말이예요, 제가 헛소리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시공의 터널이 있어요.”용태후가 웃으며, “태자비를 못 믿는 거 아니야, 시공 터널은 분명 있네.”“아시죠 그렇죠?”근영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팔을 잡아 누르더니 웃으며,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시공간을 오가는 걸 태후 마마는 알고 계셔, 천천히.”원경릉이 그제서야 모두가 이상하게 여긴 게 단지 자신의 흥분한 태도였다는 걸 알고 쑥스러워서, “사실 제가 북당에 있을 때는 얘기할 사람을 찾지 못한 게 말을 해도 아무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얘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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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951화

    우문호의 변명우문호는 술기운이 오른 얼굴을 감싸 쥐고 나지막하게, “보고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번에 가서 뵙는 건 기뻐, 그런데 돌아올 때는 어떡하려고? 돌아온 뒤에는 또 어떻게 하고? 어쩌면 육친의 정에 이끌려 아이들을 데리고 그쪽에 남겠다고 하면, 나는 따라간다고 치자 그럼 북당은 어떻게 이대로 방치해? 난 원선생을 잘 알아, 요 몇년간 꿈이라도 돌아가고 싶어 했지. 솔직히 말할 테니 어디 한 번 들어봐. 일년에 7,8번은 꿈속에서 미친듯이 통곡하며 엄마 아빠를 불러, 가위 눌린 것처럼 불러도 깨지 않으니 내 마음은 너무 아파. 그래서 아내가 가족과 만나기를 바래. 하지만 난 그들을 여기로 데려올 수 없어, 특히 그 장모님은 원선생때문에 완전 실성하신 적이 있는데 딸을 만난 뒤에 그래 가라 하고 놔 주실 거 같아? 못 그러셔, 원 선생은 그 상황에 돌아올 수 있을까?”진정정은 우문호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우문호의 걱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이번에 보고나서 아마 앞으로 다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텐데 헤어질 때 떨치고 올 수 있을까? 게다가 우문호는 북당의 태자로 그쪽에 원경릉과 남아 있을 수는 없다.우문호는 눈이 빨개져서 고통스럽게, “이러면 이기적이고 나쁜 놈인 거 알아, 하지만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어?”진정정의 치밀한 머리를 제아무리 굴려봐도 그저 한숨만 나올 뿐, “바깥 세상에서 온 아내를 얻으면 처가에 가고 싶다고 해도 싸워야 하는구나. 나랑 근영인 그런 고민은 없는데.”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원선생이랑 많은 일을 겪고 지금도 평온한 날까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괜히 평지풍파 일으킬 까봐 두려워.”“하지만 못 가게 하면 못 참을 텐데. 뭔가 임시방편이라도 생각해 봤어?”우문호가 술단지를 끌어 안았다. 우문호 부부는 오랫동안 싸운 적이 없고 기껏해야 말다툼 정도인데 갑자기 단숨에 선을 넘는 바람에 너무 괴롭다, “이 일이 임시방편이 있을 수가 있나? 돌아가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지.”“자네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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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기로 결정두 사람은 각자 고민을 안고 밤새 잠이 들지 못한 채 날이 밝을 무렵 원경릉이, “날 돌려보내 줘, 한 번 보는 걸로 족해. 헤어질 때의 고통이야 짊어질 수 있어, 만약 안 가면 앞으로 매일 괴롭고 애가 탈 거야. 그리고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 핑계가 아니라 어젯밤 내내 생각했는데 태후 마마 말이 맞아, 내가 연구한 모든 건 이 세계에 심각하게 위협적이야. 전에는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게 마음 속에 연구에 대한 생각만 있었지 나라와 천하에 대한 생각은 없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북당의 태자비고 자기가 북당의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치르는 걸 눈 앞에 목도하고 있어. 자기야, 더이상 모른 척 하지 않을 게.”우문호는 조용히 원경릉이 말을 끝까지 듣고 고개를 돌려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정말 가고 싶으면 돌아 가, 나도 생각해 봤어. 당신이 가족들 보러 가는 걸 막는 건 너무 잔인해.”“정말?” 원경릉이 숨 죽이자 눈물이 터졌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매만지며 목 메인 채, “응, 당신이 즐거우면 돼.”원경릉은 우문호 가슴에 안겨 있는데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려 왔다. “걱정하지 마, 반드시 돌아올 거야.”“당신이 오지 않아도 내가 당신을 끌어 올 거야.” 우문호가 웃으며 원경릉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나도 당신이랑 같이 갈래, 우리 가족이 전부 처가에 가는 거야.”원경릉이 울며, “좋아, 좋아!”돌아가기로 결정하니 우선 만아 일을 정리해야 해서 원경릉이 입궁해 용태후에게 신내림에 쓴다는 피로 쓴 卍자 부적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이 부적은 알약 한 알로 알약 위에 卍자 기호가 새겨져 있을 뿐 약은 비타민E처럼 전체가 붉은색이고 연한 유광이다.“이 약을 먹이면 몸에 있는 무고술이 전부 없어짐과 동시에 종생술도 없어질 거라 모든 걸 기억하게 될 거야.” 용태후가 원경릉에게 얘기했다.원경릉이 받아 들었을 때 손가락 끝이 약간 떨렸다. 모든 일이 기억난다는 건 만아가 아버지가 살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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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명의 왕비   제3388화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 명의 왕비   제3387화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 명의 왕비   제3385화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 명의 왕비   제3384화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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