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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85화

Penulis: 유애
임소를 찾은 주명양

“그야 그렇지. 늙은 구렁이라니까.” 원경릉이 웃었다.

원경병이 깊이 탄복하며,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

원경릉이 느릿느릿,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 떡이나 먹고 굿이나 보면 돼. 당연히 둘째 부인께 한두마디 일깨워 줘도 되지, 구정민의 명성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원경병의 손가락이 도자기로 만든 잔을 쥐고 담담하게, “불쌍하지 않아요. 걔가 다른 사람의 명성을 상하게 한 게 한둘 이예요? 주명양이 이 일을 날조했지만 다른 남자였으면 구정민이 분명 떠들고 다녔을 거예요. 그런데 냉대인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거잖아요.”

원경릉은 동생이 지금 비록 둘째 부인과 화목하지만 원래 시집 갔을 때 그 모녀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생각했다.

경병이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둘째 부인도 그렇다. 둘 다 집안의 안녕을 위해 태평한 척 가장하고 있지만 정말 심각한 고비를 맞닥뜨리면 넘어진 사람에게 손 내밀 사이는 아니지 안 그래?

맞아, 원한이 있는데 언제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그들을 상대할 수 없는 거다.

주명양이 구후부에서 나간 뒤 바로 임소를 찾아갔다.

임소의 만 냥을 받은 날 당장 우문군 앞에 고비는 넘겼지만, 그 뒤로 우문군이 그녀를 철저하게 원수로 여겨서 집에 가도 좋은 낯으로 맞아줄 리 없으니, 둘째 부인 일이 아니어도 주명양은 임소를 찾아가야 했다.

임소 집 앞에서 한숨을 쉬고 문을 두드렸다. 어찌 됐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 찾아갈 사람이 없다. 임소는 은자 만 냥을 기꺼이 줬으니 분명 그녀를 더 도와주고 싶을 것이다.

주명양은 임소가 자신을 돕고 싶어하는 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고 임소가 직접 나와서 맞았다. 이렇게 중시해주자 주명양의 마음도 으쓱해진 것이 그간 모든 사람에 업신여김을 당하며 이런 존중을 누려본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주명양은 처음에 임소가 자신을 속인 것이 싫었지만 지금 그가 유일하게 자신을 중시해주는 사람이라 억울함을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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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소의 계책주명양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냉정하게 말 하게 생겼어?’ 하지만 임소의 거동이 잔잔한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데다 물 한 잔을 받아 마시고, “구씨 집에서 이모가 구정민 혼수 준비하게 얼른 은자를 돌려 달래요.”“구씨 집안이 어느 집과 혼담이 오갔지?”“냉씨 집안 냉정언!” 주명양이 초조해 죽겠는지, “이 혼사는 이루어져서는 안돼요. 냉정언은 고결한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전히 바보같이 딸을 시집 보낸다는 거죠? 진짜 허영덩어리예요.”“냉정언이 왜?” 임소가 어조의 변화없이 물었다.주명양이 임소를 흘끔 보더니 임소 앞에서 자신의 비열한 마음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임소도 광명정대한 인간은 아니므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추문을 꾸며낸 거예요.”임소가 약간 실망하며 차가운 눈으로, “간단하네.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 추문을 꾸며내면 되지.”“소용없어요. 원래부터 엄청 안 좋게 얘기했는데 한사코 시집을 가겠다고 하잖아요.”임소가 미소를 지으며, “그럼 이번엔 온 경성에 퍼트리는 거지. 구씨 집안 아가씨는 부도덕하고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냉씨 집안은 하늘같은 명문세가로 특히 냉정언은 냉씨 집안의 장자에 국자감 학장으로 절대 품행이 바르지 못한 여자를 아내로 맞지 않을 거야. 혼사가 틀어지면 물론 너에게 급하게 은자를 돌려 달라고 할 리 없고.”주명양이 듣고 놀라며 자기는 이런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깊이 따져보니, 구정민이 예전에 자기와 사이가 좋은 편으로 자기가 나서서 도와준 적도 있는데 지금은 자기 신세가 영락했다고 이번에 몇 번 찾아가니 구정민의 태도가 오만함을 넘어서서 교만한데다 고귀한 티를 어찌나 내는지 자신과 구정민이 다른 차원이라는 듯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했다.“왜? 친척이라 안 내켜? 생각해 봐. 저들은 당신 신경 안 쓸 거 같은데, 사람이 너무 자비롭고 인자하면 안되는 법이야. 전에는 일하는 게 아주 칼 같더니 어쩌다 이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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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정민에 대한 소문따지고 보면 그와 처음도 아닌 게 전에 살을 맞대고 뜨겁게 나누던 사랑이 가슴에 되살아나며 그날의 광란의 몸부림이 다시 느껴졌다.그러자 주명양은 일어나 이용이든 위로든 상관없다. 잃은 것도 없으니까.임소를 바라보며 달아오른 눈빛으로 서서히 옷고름을 푸르는데 임소의 눈이 어두워지며 손을 대지 않고 가만히 주명양을 바라봤다.옷을 다 벗고 살포시 걸어오는 자태가 기가 막힌 게 손짓하나 발걸음 하나까지 전부 유혹 아닌 게 없다. 두 손을 임소의 목에 걸치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요염하게 숨을 토하는데, “하고 싶다고 한 거 아니었어요?”임소가 주명양을 안고 그녀의 입술을 깨물며 비바람처럼 사납게 몰아쳐 가슴아래로 완전히 싸 안아버렸다.주명양은 원래 억지로 였으나 진짜 임소와 몸을 섞자 눈 앞이 아득해 지고 모든 걸 손에 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모든 건 임소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지만.모든 것이 원경릉의 예상대로 이틀이 못되어 경성 구석구석에 구정민이 2년전 회주에 갔을 때 한 남자와 몸을 섞고 평생을 약속했는데 그 남자는 기혼자였다는 것이다.이 말이 전해지자 경성이 들썩거리며 호사가들은 구씨 집안 하인들에게 물어보니 분명 2년전에 구정민이 유민 현주와 같이 회주에 갔었고 당시 유민 현주는 태자를 쫓아간 건데 구정민이 왜 따라갔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구씨 집안의 계집 종이나 시동도 바깥 소문에 부화뇌동 하니 믿지 않는 사람이 없다.둘째 부인과 구정민이 이 일을 듣고 기가 막혀서 뒷골 잡고 쓰러질 지경인데 구정민 성격이 예민하고 혼자 고고한 척은 다하는데 이렇게 명성이 짓밟히고 어떻게 참겠어? 울고불고 목을 맨다고 난리를 피우니 둘째 부인은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치밀어 구사에게 경조부에 신고해 명예를 더럽히고 모독한 근원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제왕이 사건을 수리하고 사람을 보내 조사 시켰다.어느 전기수가 구정민 대본을 읽었는지 조사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주명양은 구씨 집안이 이 일을 조용히 넘어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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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지는 음모임소가 돕겠다는 말을 듣고 주명양은 비로소 의심을 눌렀다. 방금 임소의 눈빛은 상당히 무정해서 주명양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임소는 주명양의 목덜미를 놓더니 눈을 바라보며, “요부인 말이야, 당신이랑 왕래가 있어?”주명양이 순간 화들짝 정신이 들며 임소를 밀치더니, “왜요? 나만으로는 부족해요? 그 아줌마한테도 가고 싶어요?”임소가 주명양의 귓바퀴에 키스하며, “당신,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난 그 사람 인맥을 쓰려는 건데.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을 위해 돈 놀이 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 예전에 요부인과 기왕의 처첩으로 같이 지냈으니 틀림없이 요부인이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거야. 그리고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지. 우리가 그 관원들의 약점을 쥐면 만약 그 관원들의 부인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을 경우 그걸 가지고 자칫하면 당신들 재산도 몰수당하고 관직에서도 쫓겨난다고 협박할 수 있어.”주명양이 눈을 감고, “손전무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방법을 써야 하죠?”“”손전무가 돈을 가져갔으니 헤프게 절반이상 썼을 지도 몰라. 찾아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은자를 토해내지 않으면 헛일이라고 결국 당신이 채워 넣어야 해. 그런데 빚쟁이 중에 당신에게 약점이 잡힌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주명양이 화도 나고 급하기도 해서, “손전무가 감히 돈을 헤프게 써요? 보기만 하면 아주 죽여버리겠어.”“손전무가 돈을 토해낸 다음 내가 당신을 위해 그를 죽여버리겠지만 지금은 당장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해. 요부인 옆집에 훼천이라는 자가 사는데 홍매문 사람으로 명을 받고 요부인을 감시하고 있어. 당신에게 단약을 하나 줄 테니, 들어가기 전에 당신이 먹으면 온통 기이한 향을 풍기게 될 거야. 훼천을 미혹해 정신을 잃게 만들어. 와서 막지 못하게 만들기만 하면 돼. 내가 요부인을 협박해서 관원들의 약점을 내놓도록 만들지.”주명양은 훼천을 아는데 끔찍하고 무서웠으나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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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톡홀름 증후군임소와 주명양 쪽은 계속 누군가 따라 붙어서 매일 원경릉과 우문호에게 보고했다.그 황당한 일은 세세하진 않지만 대략 요점만 추려서 얘기하면 이날 마침 소홍천이 그 자리에 있어 이 일을 보고하자 원경릉이, “이런 천박한 인간은 그리워할 가치가 없네요.”소홍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 보면 토할 거 같아요. 어떻게 그때는 그 사람에게 이끌려서 허송세월 한 건지.”서일이 순간, “그래요, 그자가 전에 정후 나리와 뭐가 다릅니까?”말은 이미 뱉아버렸는데 사식이 때리며, “닥쳐, 똥 오줌 못 가리면 말을 하지 마.”서일이 정신이 번쩍 들어서, “태자비 마마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원경릉이 평소처럼, “괜찮아, 사실이 그러니까.”“오늘 임소가 아마도 약간 눈치를 챈 거 같은 게 미행하는 자들을 바꿔야 할 듯 싶습니다.” 귀영위 나장군이 말했다.“내일 임소가 요부인을 찾아간다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렇습니다.”우문호가 서일에게, “회왕비를 찾아가서 설명 해 드려,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훼천을 잘 지켜보고 방심하지 마시라고.”“예!” 서일이 나갔다.우문호가 소홍천과 귀영위 나장군에게, “둘 다 일단 미행하지 말고 늑대파에 넘겨주도록. 임소는 무림맹 사람으로 무공이 뛰어나고 내공이 심후한 데다 역용술에 능한 자로 늑대파에서 미행하는 게 그나마 나을 거야. 특히 홍매문은 임소에게 굉장히 친숙해. 홍매문은 미행하면 안돼.”“예!” 소홍천과 나장군이 동시에 명을 받들었다.사식이는 나장군을 보내 드리고 부부가 마주보고 방금 보고한 내용을 떠올리며 역겹다고 생각했다.“주명양이 임소를 아주 증오한다더니, 전에 임소가 그런 짓을 했는데 어떻게 임소와 놀아날 수가 있어? 은자 때문이면 보수를 주면 그만 이지, 왜 하루가 멀다 하고 임소를 찾아가는데?” 우문호는 정말 이해가 안 갔다.원경릉이, “주명양이 요 몇년간 계속되는 좌절을 겪고 우문군은 아마도 주명양에게 잘 안 해줄 거야. 임소는 사람을 어르는데 일가견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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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부인을 찾은 임소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람을 다시 보내 훼천에게 임소와 주명양을 다치지 않게 하라고 요부인만 아무일 없으면 된다고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지금은 아직 그물을 거둘 때가 아니야. 임소는 우리에게 유일한 단서로 오직 그를 통해서만 배후의 인간을 찾아낼 수 있어. 따라서 임소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돼. 우린 임소의 최종 목적을 봐야만 해.”포석을 이렇게 오래 배치했는데 이렇게 잘라내 버릴 수는 없다. 만약 배후의 인물을 잡아내지 못하면 두 다리 뻗고 잠들기는 글렀다고 원경릉은 이해했다.다음날 정오, 임소와 주명양은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주명양이 옆집으로 들어가고 임소는 곧 요부인의 마당 밖에 다다랐다. 요부인이 안에서 아이들 옷에 수를 놓다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낯선 사람이 왔다는 걸 알았다.자수를 내려놓고 나가서 개를 안고 마당을 향해, “누구시죠?”임소가 밖에서, “요부인이십니까? 저는 귀영위로 태자전하의 분부로 왔습니다.”요부인은 낌새가 이상한 게 ‘우문호가 귀영위를 왜 보냈지?’요부인은 속이기 쉽지 않아, “귀영위면 귀영위의 영패를 던져 보이게.”“그럼 부인 잠시 피하십시오!”요부인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자 영패 하나가 호를 그리며 담장 안 마침 요부인의 발 아래 떨어져서 허리를 굽혀 집는데 영패 위에 귀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뒤에는 호수가 쓰여 있다. 요부인은 귀영위 영패를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진짜다.요부인이 문을 열자 임소가 요부인에게 예를 취하고, “부인!”요부인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눈빛이 온화한 것이 귀영위 같지 않은 게 귀영위는 대부분 얼음장 같기 때문이다. 요부인이 강아지를 안고 경계심을 품고, “태자 전하께서 왜 자네를 보냈지? 무슨 일인가?”임소가 성큼성큼 들어와 문을 닫더니 요부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태자 전하께서 부인이 여기 홀로 지내시니 저더러 가보라고 하셨습니다.”요부인이 의혹의 눈길로 임소를 노려보는데, 이 말이 굉장히 위화감이 드는 게 다섯째는 절대 남자 혼자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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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탈임소는 이렇게 일이 쉽게 될 줄 알았으면 이런 강력한 약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신으로 이렇게 오래 살았다는 걸 고려하는 건데.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입술을 덮치러던 찰나 요부인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무릎을 차 올렸다.임소가 고통으로 팔짝팔짝 뛰며 따귀를 날리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잡년이, 봐주니까 뻔뻔하게 굴어!”요부인이 비녀를 뽑아 들고 다짜고짜 찔러 대는데 힘껏 임소를 찔러도 명중하지 않자 비녀를 자기 목에 댔다. 두려웠지만 만약 자신을 보호할 수 없으면 자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자는 절대 색마가 아니라 요부인의 정절을 더럽혀 다섯째를 다치게 만들라고 협박할 것이다.요부인이 명예를 지키고 딸에게 오명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이수밖에 없다.임소는 이렇게 일이 꼬일 줄 몰랐고 우문군의 여자는 전부 주명양 같아서 적당히 유혹하고 약을 쓰면 넘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절을 중시하는 열녀일 줄 몰랐다.임소는 눈앞이 캄캄해 지며 소매에서 환약 한 알을 꺼내 요부인의 손을 벌려 비녀를 빼앗고, 요부인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약을 부숴 그녀 입안에 털어 넣었다.요부인은 야릇한 냄새가 입안에서 진동하고 뭔 지 알 수 없어 토하고 싶은데 턱을 잡혀 쳐 들려 있는 관계로 토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녹아 내리자 놀라서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힘껏 몸부림을 치려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장의자에 철퍼덕 무너져 내렸다.임소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무림에서 대단하다는 여자도 이 약에는 못 당했는데 내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일개 여염집 부인이 무슨 수로 버티겠어?막 몸을 덮치려는 순간 목에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며 전신의 피가 굳어지더니 아차 싶었다. 주명양이 뜻밖에도 훼천의 정신을 잃게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그자는 분명 훼천으로 기이한 향이 그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제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알려줘서 주의하고 있던 참에 주명양이 들어왔다. 주명양은 훼천의 음침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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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부인과 훼천요부인은 전의 냉정했던 모습과 달리 아름다운 눈빛에 새빨간 입술은 핏빛 꽃잎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하지만 지금 훼천이 다가가면 요부인이 정신이 든 후 분명 죽으려 들 것임을 알았다.단지 요부인의 팔이 물뱀처럼 감겨 드는데 훼천이 어떻게 참아낼 수 있겠어? 훼천은 눈앞에 캄캄해 지고 ‘에라 모르겠다. 요부인이 후회하면 자신이 자진해서 대가를 치르면 되지.’훼천은 원래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생에서 겪어보지 않은 게 없다. 삶과 죽음, 칼에 피를 묻히며 살았지만 여자를 안아본 경험만큼은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란꽃 아래서 죽을 수만 있다면 이 생에 별반 미련은 없다.훼천은 한 손으로 요부인을 안고 나무 침대로 가는데 이미 뒤돌아보지 않는 눈빛이다.광란이 물러가고 요부인이 정신을 잃은 지 한참 뒤 천천히 일어나 앉았는데 훼천이 검 하나를 건넸다.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니 아직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드러난 채 결연한 눈빛으로, “제가 부인의 정절을 더럽혔습니다. 절 죽이세요.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영원히 아무도 모르니 부인의 명성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요부인이 칼을 받아 바닥에 던지고 천천히 일어나 훼천을 마주하고 옷을 전부 갖춰 입은 후, 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는데 훼천도 눈을 내리깔고 요부인을 돌아봤다.요부인이 평온한 목소리로, “이 일은 자네가 말하지 않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는 자가 아무도 없네. 자네를 죽일 필요 없어.”훼천이 놀라서, “절 원망하지 않으십니까?”요부인이 고개를 흔들고, “자네는 나를 구했지. 난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약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벌써 그 악당에게 모욕을 당하고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훼천이 요부인을 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부인께서 깨어나면 절 죽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내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도망가지 않았나? 어쩌자고 날 신경 써? 도망갔으면 자네도 여자 걱정은 틀림없이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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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색의 방문미색이 훼천의 얘기를 듣고 쌀쌀맞게, “임소가 그렇게 사악하니 나중에 반드시 죽여야겠어. 소홍천이 직접 죽이는 게 제일 이고.”훼천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흠, 가세요. 전 바쁩니다.”“뭐가 바쁜데?” 미색이 훼천을 보니 목덜미에 얼핏 붉은 자국이 보여서, “목에 그 자국 뭐야?”“여기 모기가 많아서요!” 엉겁결에 아무 변명이나 하며 미색을 밀치고, “나가요!”미색이 오히려 의심이 드는게 이 엄동설한에 웬 모기?하지만 훼천은 늘 이상했던 지라 신경쓰기도 귀찮아서 옆집 요부인에게 갔다.요부인이 미색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더니 억지로 웃으며, “왔어?”“네, 형님 보러요, 오늘 일 얘기도 좀 하고.”요부인이 흠칫 놀라, “오늘 일?”미색이 요부인 손을 잡고 들어가며, “네, 오늘 온 그 놈이요. 태자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훼천에게 대비하라고 분부하셨는데 훼천 쪽에도 왔다고 해요. 그쪽 먼저 해결하느라 늦었는데 다행히 형님이 무탈하셨네요.”“그랬구나!” 요부인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더니 영패를 꺼내서, “이건 오늘 그 사라이 떨어뜨린 건데 본인 말로 자기는 귀영위라고.”미색이 콧방귀를 뀌며, “심지어 귀영위래요?”미색이 영패를 보더니, “이것도 틀림없이 가짜예요.”요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아니, 이 영패는 진짜야. 가져가서 다섯째한테 보여줘, 어쩌면 귀영위 안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르니.”미색이 놀라서, “그럴 리가요? 그럼 진짜 태자전하께 보여드려야 겠네요.”“그래, 가봐. 내가 좀 피곤해서.” 미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니 요부인도 목에 붉은 자국이 있다. “여기 진짜 모기가 많은가 봐요. 모기향 좀 많이 피우든가 아니면 다른 집을 찾아드릴 게요. 다들 가까이 살면 좋으니까.”“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요부인이 얼른 옷깃을 끌어올리며, “여기서 지내는 거 좋아. 모기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봐.”요부인이 많이 놀랐을 거라 생각하고 미색이, “그래요, 전 돌아갈 테니 푹 쉬세요. 무슨 일 있으면 훼천을 부르시고요. 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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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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