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2685화

Author: 유애
제왕은 취월을 제왕부로 데려와 원용의에게 질문 하도록 했다.

취월은 제흉유군(치마를 가슴까지 끌어올려 길게 늘어뜨려 입는 옷)을 차려입었다. 허리에는 거의 잿빛이 된 녹색 띠를 둘렀는데, 이 색은 기방 여자 특유의 색으로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어 양가집 규수들과 구분이 가도록 해야 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원용의 눈 앞의 취월은 세상에 다시 없을 듯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같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아름답고, 흰 피부에 윤기가 돌며 눈과 눈썹은 그려놓은 듯, 입술엔 약간의 오만함이 느껴졌으며, 봉황의 눈매에 흰자가 많은 편이라 고고하지만 차가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름답지만 포악하고 고집이 세 보이는 여자였다.

취월은 일부러 예를 취하지 않고 원용의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

“취월이더냐?” 원용의가 물었다.

“왕비 마마께서는 벌써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제게 굳이 물으십니까?” 완곡하나 차가운 말투였다. 거드름을 피우며 떼를 쓰는 모습이 전혀 아님에도 원용의는 듣기 불편했다.

원용의는 취월과 따지려는 태도를 버리고, “왜 신체 검사를 받지 않느냐?”

“병이 없으니, 받을 필요 없습니다!” 취월이 턱을 약간 치켜들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려는 듯 말했다.

“손님을 맞은 적이 없느냐?”

그러자 취월이 냉소를 지었다. “태자 전하 외에 그런 적이 없습니다.”

원용의도 지지 않고 날카로운 말투로 답했다. ”허튼 소리 마. 태자 전하께서 어찌 너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겠느냐?”

원용의의 질문에 취월의 낯빛이 순식간에어두워졌다. “왕비마마의 말씀이 듣기 거북합니다. 그렇고 그렇다니요? 전하께서는 절 마음에 들어하셨고 전 신분이 미천하기에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용의가 냉소를 지었다. “누군가와 이미 말을 맞췄느냐 아니면 협박을 당했느냐?”

“기방의 여인이 협박을 당할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다른 손님은 없었던 것이지?”

취월이 비웃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손님이 이 몸뚱이를 마음에 들어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2686화

    이 말에 원용의는 취월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태자는 태자비와 같이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차를 타지 않고 늘 자신이 직접 말을 몰기 때문이었다.마차에서 기방의 여자와 몸을 섞다니 이건 태자가 술이 떡이 되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여자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감히 태자를 모함하다니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극도의 피해망상증이 틀림없었다.원용의는 거짓말을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모르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거라.”취월은 원용의가 자신을 이렇게 쉽게 놔 줄거라고 생각 못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원용의를 바라보았다. “왕비 마마, 절 믿으시나요? 그럼 절 가두지 않으시는 겁니까?”“필요없으니까 이만 가 봐!”취월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약간 붕 뜬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있지도 않은 일을 취월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다른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원용의는 초왕부로 가서 이 일을 바로 원경릉에게 알렸다.원용의는 원경릉이 오해할까 봐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히 취월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해요. 태자 전하께서는 그 여자랑 무도한 일을 저지르지 않으셨어요.”원경릉이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이가 그럴 리 없다는 건 내가 잘 안다. 믿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거라.”“정말 믿으시는 건가요?” 원용의가 원경릉을 쳐다보자 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내 남자 품성이 어떤지 내가 모르겠어? 그이는 그런 마음도 없고 그만큼 간도 크지 못해. 돈은 더 없고.”사식이가 옆에서 듣고 물었다. “어쩌면 사촌 소형이 대줬을 수도 있잖아요?”“사촌 소형은 지금 손왕 전하 밑에 있어. 소씨 집안도 몰락했는데 매달 가진 은자가 얼마나 되겠어? 태자를 청해서 그런 일을 하고 술자리도 갖다니 정말 대단한데..?”“사촌 소형도 그래요. 술을 마실 거면 그냥 마시면 되지, 왜 굳이 기방의 여자를 불러서 흥을 돋워요? 여자들을 다 데리고 나갔다면서요?”“사촌 소형은 아직 미혼이니 그렇게 이상한 일도

  • 명의 왕비   제 2687화

    쪽지 뒤에 몇 자가 더 적혀 있었는데 제왕에게 상대천 안건을 철저하게 다시 조사하라고 써져 있었다. 우문호는 다른 사람을 통해 원경릉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알고보니 전서구에 묶어 보낸 게 아니었다. 전서구의 다리에는 ‘걔 뭐야’라는 종이 한 장만 묶여 있었고, 다른 편지를 써서 파발을 시켜 아내에게 보냈다.그렇게 그날 밤 원경릉이 우문호의 편지를 받았는데 사촌 소형과 같이 술을 마셨고 교방의 여자들을 불렀으나 그 여자들은 한쪽에서 술을 나르기만 했다는 것이다. 노래도 듣고 싶지 않았는데 곁에서 시중드는 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취월이 우문호에게 접근하고 접촉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으나 우문호가 물러나라고 꾸짖었다고 했다. 못 믿겠으면 전진 장군이나 사촌 소형에게 물어보라고 했다.제왕이 사촌 소형에게 가서 물어보니 확실히 우문호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날 밤 우문호는 술을 조금 마시고 기분이 상해서 취월이를 한바탕 꾸짖었는데, 이유는 바로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 필요 없다는데도 취월이가 몇 차례나 들러붙었기 때문이라 했다. 한 번은 술을 가슴에 뿌리고 우문호 몸에 비비려는 걸 우문호가 바닥으로 밀쳐서 그날 술자리는 기분이 별로 좋은 않은 채 마무리 되었다고 했다.원경릉이 이 사실을 알고 탕양을 홍주부로 보내 상대천에 대해 알아보게 하고 백성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홍주부 관할에 있는 현의 다른 관리들에게도 상대천의 재임 기간의 공적을 물어봐서 이부와 맞춰보도록 했다. 전에 이부에서는 매년 관리들의 인사고과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분부를 마치고 원경릉은 취월을 초왕부로 불렀고, 취월은 단장을 마치고 초왕부에 가 원경릉을 만났다.원경릉을 본 순간 취월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아이를 몇이나 낳고, 또 임신을 했다고 들어서 분명 원경릉의 얼굴이 초췌하고 늙어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자비는 화장도 하지 않고 소박한 의상에 간단하게 머리를 빗어 올리고 깨끗한 운두벽옥 비녀를 했는데도 아름다워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할

  • 명의 왕비   제 2688화

    원경릉이 취월에게 답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이 태자 전하와 정말 뭔가가 있었다면 나도 당신을 만나지 않았을 테니까.”취월이 냉소를 지었다. “태자비 마마는 안 믿으시나요? 지나치게 자신이 넘치시네요. 한 여자에게만 전심을 다하는 남자는 없어요. 특히 태자 나리 같으신 분은 더욱 그렇죠. 하지만 태자 나리는 저와 우연히 만나 즐기셨을 뿐으로, 분명 이슬처럼 투명하고 영롱한 여자가 나타나 태자 나리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죠, 단지 시간이 빠르냐 늦냐 차이일 뿐.”원경릉이 답했다. “호접 아가씨 말도 일 리가 있네. 허나 나와 태자 전하 사이에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우리들 문제지, 아가씨와는 상관 없으니 쓸데없는 데 참견할 필요 없어. 아가씨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아가씨 아버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니깐.”취월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제.. 제 아버지요?”“응,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지?” 원경릉이 온화하게 물었다. 자식의 눈에 보이는 아버지는 때론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참고할 가치가 있었다. 아버지가 자식을 어떻게 훈육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취월의 눈에 격분한 기색이 완연해졌다. “우리 아버지는 죄를 지으실 분이 아니세요. 청렴결백하신 관리로 근면하게 정사를 돌보시고 백성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교묘하게 사리사욕을 취하신 적은 한 번도 없으셨고, 첫째 황자의 일에 가담하신 일도 당연히 없으셨어요.”“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원경릉이 반문했다.“당연히 알죠!” 취월은 격분해서 벌떡 일어나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지방관이 되는 건 최대의 행복이라고요. 경성의 서열다툼에 끼어들이 않을 수 있을테니 말이죠. 첫째 황자는 평범하고 잔학하신 성품이라 태자에는 적합하지 않으시다고 했는데 그런 아버지께서 어떻게 서열다툼에 끼어드셨겠어요?”“네 아버지는 우문군이 발탁한 인물인데 뒤에서 이렇게 우문군을 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원경릉이 물었다.취월이 흥분하고 놀란 나머지

  • 명의 왕비   제 2689화

    원경릉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원용의가 와서 얘기했을 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우문호는 믿었지만 취월이라는 기생이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태자를 모함하는 게 수상했다. 그래서 누군가 태자의 명성을 해치려고 지시한 것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원경릉이 계속 그녀를 궁지로 몰아간 것은 취월의 뒤에 누가 있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취월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원경릉은 요즘 몇년간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 되었다.그동안 태자 부부를 노리는 일이 쉬지 않고 일어났고, 이제 겨우 평온한 일상을 되찾나 싶었다. 그런데 또 다시 그런 일이 나타나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취월은 개인적인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었다.취월은 지부의 딸로 금지옥엽 귀한 출신의 아가씨니 당연히 기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운명이 관기라 죽을 수도 없으니 그까짓 우아 좀 떨고 거만하면 좀 어때?원경릉이 기라를 시켜 상호접을 일으키게 한 뒤 말했다. “우선 기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잠시 머물 곳을 찾아 줄 테니, 아버지 사건을 다시 조사한 뒤에 네 아버지가 누명을 쓴 것이 밝혀지면 다시 처리하도록 하자.”취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고요? 우리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거야.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사실에 따라 달렸지. 상대천이 만약 정말 무고하신 거면, 태자 전하께서 가만히 좌시하고 계시지만은 않을 거야.”취월이 당황해서 원경릉을 바라보고 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하지만 태자 전하께서는 절 아주 미워하셔서 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실 리가 없습니다. 그날 복덕헌에 갔는데 태자 전하의 신분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어요. 일부러 꼬시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 태자 전하 덕에 아버지께서 감옥에 계실 동안 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던건데, 태자 전하께서는 그런 행위를 아주 질색하셔서 절

  • 명의 왕비   제 2690화

    우문호는 오주부에서 한 달도 채우지 않고, 보름 만에 먼저 경성으로 돌아왔다. 반면 왕강은 오주부에 남아 현지 실질 조사와 부지 선정을 하며 호부에서 은자가 내려오는 대로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철저히 준비했다.우문호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처음 한 일은 상대천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었다. 상대천 외에 사건에 관련된 다른 관리도 다시 한 번 일제 조사를 거쳐 재능이 있고 헛된 야심에 동조하지 않았던 자의 누명을 모두 벗겨주었다.취월은 태자를 모함한 죄로 인해 경조부에 압송해 하옥했으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해 일벌백계로 삼았으나, 그 일로 태자는 오주부에서 원 선생이 화낼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취월에게 3개월의 형량을 추가했다.화류계 병이 돈 사건은 관리들이 도무지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고발하는 자에게 현상금을 걸었는데, 병에 걸린 기생과 관계를 맺은 자가 누구인지 아는 자는 무조건 상금을 주고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으며, 고발자의 신분은 절대로 외부에 공포되지 않는다. 이렇게 삼엄하고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병에 걸린 관리는 전부 파면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태자의 작은 조정에 있던 관리도 있었으나 냉정하게 파면시켰다.태자는 어사대를 다시 가동해 신하들과 조정을 감찰해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든 친왕과 군왕이든 규정을 어기면 전부 탄핵하도록 했다.이렇게 대대적인 소탕 후 탐관오리가 싹 다 조사해서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큰 소리치자 관아에서는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명원제는 냉정언에게 태자의 이번 대대적인 조치가 지도자의 풍모로는 충분하지만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했다. 탐관오리라는 직책은 경성의 관리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지방 관리도 해당되기 때문이었다.냉정언이 명원제의 말을 듣고 살짝 웃으며 답했다. “폐하, 탐관오리를 정리해서 척결하는 일은 지지부진해서는 안 됩니다. 지지부진한 건 엄밀한 의미로 장려하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탐관오리들은 처벌은 그다

  • 명의 왕비   제 2691화

    사실 원씨 집안에서 일찌감치 산파를 구해 며칠을 초왕부에 가서 살게 했다. 그런데 산파가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잔소리를 해대니 사식이는 귀찮아져 산파더러 일단 돌아가라고 하고 출산이 임박하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태자비가 있으니 사소한 문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바로 낳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원씨 집안에 알리자마자 산파가 달려왔고 원씨 집안 사람과 원용의도 앞다투어 도착했다. 원노부인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조금 있다가 온다고 했다.산파는 태자비가 회임했다는 말을 듣고 산실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했는데, 검사했을 때 사식이의 태아는 안정적이였고 위치도 문제 없었고, 사식이는 무공을 했던 사람이기에 아이도 문제없이 나을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원씨 집안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서일은 관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가 열이가 와서 사식이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다리가 부러져라 미친듯이 달려 초왕부 문 앞에 도착해서야 퍼뜩 자기가 왜 말을 타고 오지 않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모두가 정신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바로 대문 앞까지 바로 달려갔으나 문 앞에서 막으며 사식이를 아예 보지도 못하게 했다. 속이 타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직 안 낳았으니 들어가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마구 소리쳤다.서일이 사식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로 원 부인이 나서서 진정시켰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게. 조금만 있으면 곧 나올 거야. 사식이는 몸이 좋잖냐.”“장모님, 들어가서 한 번만 보면 안 될까요? 딱 한 번만이요!” 서일이 애처롭게 애원했다.원경릉도 따라서 애원했다. “저도 한 번만 보게 해 주세요. 사식이도 서일이 있어야지 안심 할 수있을 거예요.”원 부인은 태자비까지 나서서 애원하고, 자신의 사위 이마가 땀으로 흥건한 것을 보자 생각이 바뀐 듯 말했다. “좋아, 들어가봐,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 아니 이 사람들 어디 갔어

  • 명의 왕비   제 2692화

    사식이가 안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못 참고 소리를 마구 지르자, 서일은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찢어질 듯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신 입으로 중얼거렸다. 원경릉이 자세히 들어보니 제발 도와달라고 신께 빌고 있었다.원경릉은 서일의 모습이 웃겼지만 비웃지 않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요, 엄마는 강한 법이니까. 잘 버텨낼 거예요.”그러자 서일의 눈가가 붉어졌다. “앞으로 애 다시는 안 낳게 할겁니다. 다시는 안 낳을 거예요. 태자 전하는 진짜 악당이에요. 태자비 마마께서 이렇게 많은 아이를 낳게 하시다니, 정말 너무 비참해요.”뭔가 이 말은 좀 아닌 것 같지만 서일스러웠다.서일은 바닥에 털썩 앉아 두 손으로 떨리는 두 다리를 지탱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앞으로 사식이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절 때리든 욕하든 가만히 맞고 있을 거고,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어서 기쁘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아무 일도 없어야 합니다! 전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사식이한테는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 사식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사식이는 강한 여자예요. 다쳐서 제가 상처를 치료할 때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아프면 지금 이런 비명을 지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렇게라도 빕니다.. 사식이는 무사해야 합니다......” 바로 그때 사식이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자 서일이 펄쩍 뛰어오르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가 소리쳤다. “법도가 어쩌고 난 몰라. 같이 있을 거야!”서일의 위세는 잠시를 못가고 곧 바로 원 부인과 원씨 집안 다른 여자들에게 떠밀려 비틀대다가 바깥에 고꾸라졌고 그렇게 문은 다시 닫혔다.원경릉은 서일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영 아닌 것 같아 물었다. “상황이 어때요?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원용의가 안에서 답했다. “들어올 필요 없어요, 원 언니. 사람은 충분하고 곧 나을 것 같아요.”원경릉이 말했다. “그래, 난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안에

  • 명의 왕비   제 2693화

    뜨거운 물을 가져다 깨끗하게 닦은 후 산실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야 서일이 마침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일은 마치 안개 속을 거닐 듯 허우적대며 애는 볼 생각도 못 하고 사식이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서일이 사식이를 끌어안더니 사식이의 피로한 얼굴을 보자 안쓰러워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목이 메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저 서글픈 목소리로 ‘사식아’ 라고 부르기만 했다. 사식이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있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그제야 기운이 조금 되살아난 듯 했다. 방 안 사람들도 정신이 없어 아무도 아이를 안고 와서 사식이에게 보여주지 않아 사식이는 자기가 돼지 새끼를 낳았는지 원숭이 새끼를 낳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서일이 들어와 자신을 끌어안고 우니, 사식이는 그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원경릉도 들어와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사식아, 어때?”사식이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쉰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뭘 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일이 제 아들이 된 것 같네요.”서일이 얼른 일어나 눈물을 닦고 사식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책임질 수 있어. 내가 당신 모......”서일은 그제서야 자신의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뒤를 돌아보니 원용의가 벌써 아이를 안고 와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부, 사식이가 제부를 위해 금지옥엽을 낳아줬네!”서일은 사식이가 고생해서 낳은 아이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비록 지금 서일 마음에는 사식이에 대한 안타까움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아이를 보긴 봐야 했다. 주름이 쪼글쪼글한 얼굴에 콧잔등에는 누르스름한 얼룩같은 게 있는 못생긴 딸을 말이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태자가 딸을 좋아해서 서일도 막연하게 딸을 나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소원대로 딸을 얻었고 그래서 기쁘긴 기쁘지만 솔직히 가슴 아픈 게 더 컸다. 애는 한 번 쓱 보고 다시 사식이 곁으로 가고 싶었다. 원경릉이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예뻐, 크면 사식이처럼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 명의 왕비   제3385화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 명의 왕비   제3384화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 명의 왕비   제3383화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 명의 왕비   제3382화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 명의 왕비   제3381화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

  • 명의 왕비   제3380화

    역병이 거의 통제되자, 일행은 오계부를 떠나려 했다.그치만 오계부 일대의 풍경이 워낙 아름답고 바쁜 일도 마무리 지었기에, 그들은 천천히 길에 올라 풍경을 감상하며, 백성들의 모습과 풍습을 구경하기로 했다. 드디어 모두의 바람대로 이번 순행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었다.한편, 현대에서 지내는 삼대 거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소요공의 영상이 인기를 끈 이후, 그들은 가는 곳마다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아직은 국내에서만 여행 중이기에, 가이드는 그들을 위해 캠핑카를 준비해 주었다.그 덕분에 그들은 도착하는 곳에서도 편히 잘 수 있었다.곳곳을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여러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게다가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쫓아다닐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특히 소요공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가는 곳마다 영상을 찍으며 무예를 자랑했다.만약 추 어르신과 무상황이 단호하게 막지 않았다면, 그는 경공까지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가 정말 경공을 보여주었다면, 다들 여행은 커녕 숨어다녀야 할 것이었다.경공은 원래 있는 것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무예를 익히지 않았기에, 소용공은 사람들이 무예를 배우도록 격려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그렇게 소요공이 원하는 대로, 그는 무예를 배우는 열풍을 일으켰다.경공을 공연하지는 않았지만, 무술을 할 때의 무술과 권법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매우 놀라게 하며, 존경하게 했다. 게다가 무술을 배우고 있는 몇몇 블로거들이 소요공과 무예를 겨루겠다며, 그들을 따라다녔다.어떤 사람은 그저 조회수를 위한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진지하게 실력을 겨루고 싶었지만, 소요공은 웬만한 자들은 모두 무시할 뿐이었다.그런데, 그 중 유아독존이라는 자가 계속해서 소요공의 영상에 늙은이가 CG를 사용한 것이라며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겼다. 게다가 발차기할 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타를 썼다고 단언까지 했다.처음에는 욕만 했지만, 나중에는 직접 겨뤄보겠다며 전쟁을 선포했는데, 소요공은 결국 화가 치밀어

  • 명의 왕비   제3379화

    사흘 후, 황제와 황후는 조정 신하들, 그리고 오계부의 각 관리와 함께 각 곳의 의관을 찾아, 고마움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들이 역병이 돌고 있던 시기에 헌신한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마다, 백성들은 모두 크게 환호를 해주었다. 모두들 모여들어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다들 황제와 황후를 보고, 젊고 아름다우시며, 다정하고 친근하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다들 그들을 따라다니며 ‘황제 만세, 황후 만세’를 외쳤다. 위로를 받은 의원들은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 게다가 특히 황제는 그들과 악수까지 했다. 비록 의원들은 악수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황제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그들은 황제와 마주한 손을 바라보며, 역병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바삐 돌아다닌 탓에, 경성에서 온 신하들이 지치기도 전에 오계부 관리들이 먼저 지치고 말았다. 아무래도 관직에 오른 이후로, 그들은 마차가 아닌 두 발로 오랫동안 걸은 적도 없었기에 힘든게 당연했다. 이때 사식이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 "원 언니, 백성들이 이렇게 폐하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저도 감동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 "백성들은 배불리 잘 살게 해주는 황제를 좋아하니깐." "네, 폐하께서 더 대단해 보이십니다." 사식이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뒤에서 걷고 있던 미색이 그들의 대화를 어렴풋이 듣고는 다가가 물었다. "누가 대단히 취했단 말이냐?" "하하하. 머리에 술만 있는 것이오?" 사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힐긋 노려보았다. "당연한 소리. 밖으로 나왔으니, 술도 한잔하고 풍경도 보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반 달도 넘게 아무것도 즐기지 못했으니." 미색이 답했다. "힘든 것이냐?" 원경릉이 물었다. "힘들진 않지만, 오계부 일을 마지막으로 이번 순행에 다시는 문제가 생기지 않기만

  • 명의 왕비   제3378화

    일행은 주 지부를 따라가며, 먼저 마스크를 착용했다. 사식이는 말을 타고 바르르 떨고 있는 주 지부를 보고는, 몰래 미색에게 말했다. "지부 대인 참 불쌍하오. 이렇게 아프면 하인을 보내 맞이하면 되지, 굳이 직접 나오다니." 사식이는 궁에 오래 지내며, 우문호와 원경릉과 가족처럼 지냈는데, 우문호와 원경릉은 늘 그녀에게 매우 잘해주었고, 아껴주었다. 그래서 사식에게 있어, 우문호는 여전히 초왕 오라버니였고, 원경릉은 여전히 그녀의 원 언니였다. 미색이 웃으며 말했다. "사식아, 주 지부에게 황제는 하늘과도 같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신데, 맞이하지 않을 셈이냐?" 사식이 웃으며 답했다. "그럼, 맞이해야 하겠네." 관아에 도착한 후, 우문호는 먼저 원 할머니를 뵈러 갔다. 그러고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아, 관아 관리들의 예를 받았다. 관아의 모든 사람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우문호는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고, 그저 역병 퇴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라는 명만 내렸다. 전 오계부가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친 결과, 5일 만에 병에 걸린 환자 수가 집계되었기에, 의서는 특별히 중증 환자를 전담하고 치료하는 곳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원경릉과 원 할머니가 직접 나서서 치료를 도맡게 했다. 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한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오계부의 의원을 동원해야 했기에, 우문호는 주 지부에게 외부에 공지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서 상황을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이 퍼지자, 각지의 의원들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다들 낮은 진료비를 받고 백성들을 치료했다. 치료에 쓰이는 약재는 모두 나라에서 각 의원에 배분해, 의관에 약값 부담을 주지 않게 했다. 다들 한마음이 되어 사심을 버리고, 오직 하나의 목표, 즉 역병을 치료하고 퇴치하여 황제에게 성과를 보이려 했다. 다들 오계부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황제가 알아주기만을 바랐다. 그들은 황제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황제 덕분에 그들은 평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