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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8화

Author: 유애
소빈은 얼굴이 굳고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덕비마마를 바라보았다.

“능지처참이요?”

덕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온화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본궁도 여자다.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궁은 너를 데리고 황상을 만나야겠다. 황상을 뵙고 사실을 고하거라 황상에게 용서를 구하고 죄를 달게 받거라.”

이 말을 들은 소빈은 바닥에 엎으린 채 심장을 부여잡았다.

“소빈을 일으켜 어서방으로 데리고 가거라!” 덕비가 명령했다.

어서방에는 명원제가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가 난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게 사실이냐?” 명원제는 목소리는 음침하고 차가웠다.

“소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지금 황상께 이렇게 죄를 고합니다. 소인이 황상의 명예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줄곧 고민했습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오숙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목여태감이 너무 놀라 벌벌떨며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네가 본 사람이 초왕이 확실한가?” 명원제가 물었다.

“소인이 직접 보았습니다. 초왕이 태감을 참수할 때 소인이 바로 통천각(通天阁)을 순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명화전의 상황은 초왕이 소태감을 죽이고 팔황제도 공격했습니다. 팔황자가 정면에서 들어오는 칼을 손으로 막았습니다. 그러자 초왕이 담벼락을 넘어 도망쳤고, 소빈마마의 소매가 벽에 걸려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구사가 사건 현장에 왔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도망가려고 할 때 금군들이 달려왔습니다. 곧바로 초왕이 다시 돌아와 팔황자를 안아들었고 금군은 이 상황을 보고 범인이 구사라고 오해한 겁니다. 구사는 초왕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쓴 겁니다.”

같은 시각 어서방 문 앞.

오숙화가 명원제를 만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문호는 밖에서 부황의 부름을 기다렸다.

우문호는 덕비가 자신이 당부한 대로 소빈을 자결시켰을 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오매불망 소빈의 사망 소식을 기다렸다.

“왕야, 황상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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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406화

    정화는 그녀가 내리는 결정이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어머니가 된 이후로 억울함과 자신의 감정은 많이 잊혀졌고, 모든 마음을 아이들을 위해 썼다. 아이들을 데려온 이유는 단순히 그들에게 먹고 살 것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한 집을 주고자 함이었다.특히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아이들이 이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아버지처럼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갖는 것도 말이다.그녀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그녀는 오랜 세월을 흘려보냈지만, 아이들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려움과 혼란을 겪을 것이다. 아이의 고난을 그녀가 도울 수 있을지 몰라도, 그녀는 그들이 곧바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도와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까지 그들 곁에 있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그녀는 나이가 많고, 몸도 건강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 먼저 떠난다면, 고아로 지내며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만 남겨질 것이었다.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위왕도 잘 알고 있었다.변경으로 가다 잠시 쉬어갈 때, 미색이 원경릉에게 물었다."정화 군주와 셋째 형님은 화해하신 것입니까?"원경릉이 답했다."그렇게 봐야 할 것 같구나.""잘 되었습니다."미색이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음식을 건네며 말했다."셋째 형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소?""그저 몇 마디만 했네."원경릉이 음식을 받고 웃으며 말하자, 우문호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실, 혼자 지낸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오. 곁에 사람이 있으면, 그게 바로 집 아닌가?영혼도 최소한 쉴 수 있는 항구를 얻은 셈이오."원경릉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그가 직접 겪은 인생의 깨달음이라기보다는, 현대의 책에서 따온 문장일 것이다.서일은 놀라며 말했다."폐하, 요즘 따라 점점 더 철학적인 것 같습니다.""노력하거라. 그럼 너도 인생에 대해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우문호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

  • 명의 왕비   제3405화

    반 시진이 채 되지 않아, 저택 모든 이들이 위왕이 대군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정화가 마음을 바꿀까 두려웠던 위왕이 안왕에게 밖으로 나가 이 사실을 알리게 한 것이었다. 안왕이 위왕에게 정화가 정신을 차리고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그래서 위왕이 다급히 일행을 따라 경성으로 돌아가 집에서 지낼 예정이라고 말하게 했다.그래도 머리를 굴려 조금 돌려서 말하기는 했다. 다섯째가 변경으로 떠날 때, 위왕도 드디어 일어설 수 있었다. 비록 걸음이 자연스럽지 않고 절룩거려 일정 기간의 재활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정화를 데리고 강북부의 풍경을 구경하고 싶었다.강북부는 지금 풀잎이 무성하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날씨로, 한 해 중에서 가장 날씨가 적당한 때였다.그들은 먼저 강북부에서 가장 유명한 객래루에서 식사를 했다. 경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강북부에서는 꽤 비싼 음식이였다.두 사람은 넉넉하게 네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이곳에는 해산물이 적은 반면, 산의 진귀한 식자재는 많았다. 특히 지금, 버섯류가 가장 맛있었다. 그래서 요리들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것이었다.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정화도 아주 기쁘게 식사를 즐겼다. 경성에서는 이렇게 신선한 버섯을 먹는 일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모든 일은 위왕이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위왕은 돈을 내가 위해 주머니를 한참 뒤졌는데, 그제야 스스로 오랫동안 주머니를 챙기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는 늘 병부나 군영에서 넷째에게 얻어 먹으면서 지냈고, 옷과 신발은 안왕비가 챙겨주었던 터라, 혼자 외출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외출할 때 물건을 사는 일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 상황이 당황하고, 부끄러워 자신을 질책했다. 밖으로 나올 때 이 부분을 미리 생각하지 못한 것도 화가 났고, 밥을 먹고 물 돈이 없다는 것도 난감했다.혼자 느끼는 감정은 상관 없지만, 정화 앞에서 난감해지니, 그는 참을 수 없었다.

  • 명의 왕비   제3404화

    저녁은 풍성했다. 강북부는 이제 생활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기에,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면,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특히 두 친왕이 오면서 경성 일대의 음식 문화도 함께 전해졌다.안왕비는 가장 좋은 음식들을 차려 올려놓으며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그렇게 연회 중 술을 마시다가, 다섯째는 위왕의 몸 상태가 조금 좋아지면, 아이들을 만나러 마지막 여정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홍엽과 냉수보도 냉명여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진 않은지 기대가 컸다.미색이 정화에게 함께 가지 않겠는지 물었는데, 정화는 고개를 저으며 강북부에 며칠 더 머물고, 그들이 돌아올 때 함께 경성으로 돌아가겠다고 답했다.미색은 다정히 말했다."오느라 힘들었으니, 저희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지 마시고 강북부에서 며칠 쉬시지요. 저희가 돌아오면, 다시 함께 가시지요."정화는 다정하게 답했다."좋아요."안왕비가 기뻐하며 말했다."마침 나와 함께 있으니, 좋구나."저녁을 마친 후, 정화는 자발적으로 위왕에게 죽을 먹이러 갔다.위왕은 그녀가 올 줄 몰랐기에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혼자 먹을 수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예!"정화가 그에게 죽을 건넸다.하지만 위왕은 어깨 부상을 입어 움직임이 불편한 탓에 한 숟갈이나 쏟았다.정화가 죽을 닦아내고 말했다."차라리 제가 먹여드리지요."위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소. 밥도 먹여줘야 한다니, 나이가 들면 어떡하나 모르겠소.""그 땐 아이들이 도와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인들도 있잖습니까."위왕은 그녀를 보다, 그녀가 먹여준 죽을 먹으며 물었다."아이들이 정말 나를 아버지로 인정하오?""베푼 만큼 돌아오는 법입니다. 아이들도 착하고 똑똑하니, 분명히 고마움을 느낄 것입니다."정화가 대답했다."하지만 나는 그들 곁에 없었소."위왕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불쌍한 척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런 척이 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화는 대답하지 않고, 죽을 먹인 후

  • 명의 왕비   제3403화

    원경릉과 일행은 밖에서 기다리며, 큰일을 겪은 위왕과 정화가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정화는 몇 마디 말만 나눈 뒤 곧바로 나왔고, 표정도 꽤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우문호 일행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한 후, 그제야 원경릉에게 물었다."이제 상처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요?"원경릉이 답했다."안심하셔도 됩니다. 곧 다시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정화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입니다."그녀들은 밖으로 나가 담소를 나누었고, 남자들은 모두 위왕의 방으로 들어가, 불쌍한 척도 못 하는 그를 놀렸다. 하지만 위왕은 미소를 지었다. 가장으로서, 그는 정화와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기에, 불쌍한 척을 해서는 안 되었다.한편, 원경릉과 안왕비는 정화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경릉은 그녀의 도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정말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안왕비는 정화에게 차를 권했다. 먼 길을 온 정화의 모습에 안왕비는 못내 기뻐했다. 안왕비는 위왕과 정화가 함께 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이었다.정화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그가 정말로 위험에 처했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날 밤, 갑자기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이룰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마지막으로 그를 한 번이라도 보고자 한 것 뿐입니다."그러자 미색이 다가와 물었다."그를 아직도 미워하십니까?""미색아!"원경릉과 안왕비가 동시에 그녀를 나무랐고. 미색이 어깨를 움츠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궁금해서 그렇지.’원경릉이 미색을 흘겨보고, 정화를 바라보며 다가갔다."그래요? 아직도 그를 미워하십니까?"미색은 원경릉을 흘겨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똑같이 물어볼 거면서.’정화는 궁금증에 휩싸인 그녀들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다들 진심으로 관심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화는 잠시 침묵한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예전에 제가 강북의 무당들에게 납치되어 절벽 동굴에 갇혔습

  • 명의 왕비   제3402화

    위왕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열심히 죽을 마셨다. 비록 다쳤지만, 먹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였다.해 질 무렵, 다섯째 일행이 도착했다.저택에 돌아오자마자 위왕이 진짜로 상처를 입었고,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에 다들 공포에 사로잡혔다. 원 선생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다면, 셋째를 잃었을 것이었다.안왕이 내공을 많이 소모한 탓에 허약한 어르신처럼 걷고 있는 모습에, 우문호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그를 향해 농담을 던졌다.“이번 일로 빚진 거 조금 갚았다고 생각하십시오. 평생 빚을 갚으면, 다음 생엔 더는 빚지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안왕은 오히려 다섯째의 손을 꼭 붙잡고, 눈가를 붉히며 말했다.“네가 그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황후가 오지 않았더라면… 셋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난 다음 생, 다 다음 생을 다 바쳐도 그의 은혜를 갚을 수 없을 것이야.”갑작스러운 안왕의 감격스러운 말에 다섯째는 깜짝 놀라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를 잘 대접해 줘야 합니다.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전부 형님께서 책임지시지요.”“책임지마! 당연히 책임지지!”안왕은 즉시 뒤돌아 하인들에게 술과 안주를 준비해, 손님들을 대접해주라는 명을 내렸다.그렇게 다섯째가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정화와 호위가 강북부에 도착하였다. 그들이 성에 들어서자, 곧바로 한 사람이 달려나와 정화군주가 왔다고 고했다.병상에 누워 쉬고 있던 위왕은 이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왔다고? 정말 왔다고? 이렇게나 빨리 소식을 받고 달려온 것이냐? 그래도 열흘은 걸릴 텐데.”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군주가 와서, 상처가 나은 것을 보면, 거짓 소식으로 속였다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화도… 내실 텐데.”위왕은 놀라움에서 벗어나기도 전,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급히 다시 누웠다.“안 나았다. 내상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안색이 저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아픈

  • 명의 왕비   제3401화

    그러자 정화는 강북부의 위왕을 떠올렸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나라가 평화로우니,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나라가 평화롭다고 해서 변경까지 평화롭다는 보장은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그녀의 저택에는 부하가 많지 않았다.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에, 믿을 수 있는 시녀들과 마마들은 모두 남겨두어야 해서, 그녀는 그저 호위 한 명만 데리고 말을 타고 성을 나섰다.날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다. 그녀가 위왕부의 호패를 보여주자, 성을 지키는 장병들이 바로 성문을 열어주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 뿐이었다. 바로 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마지막으로 꼭 한 번은 봐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성에서 십 리를 벗어나자, 해가 천천히 떠올랐다. 새벽 햇살 속에서 그녀는 말을 몰아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몹시 말랐고, 옷도 헐렁해서,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끈질긴 생명력과 강한 인내심이 있었다. 그녀는 고삐를 꽉 쥐고, 흔들리는 말 위에서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눈동자 속에는 온갖 풍파를 겪은 담담함까지 담겨 있었다.식량을 챙기지 않아, 정화는 직예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사서 다시 길에 올랐다. 오랫동안 그녀 곁을 지켜온 호위는 그녀가 비록 군주의 신분을 갖고 있어도 고생을 잘 견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쉬자고 권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떡을 먹으며 다시 달렸다.수술 이틀째가 되자마자 위왕은 깨어났다.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완쾌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특히 다리 상처로 인해 신경까지 다쳐서, 완치 후에도 재활을 거쳐야만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안왕은 줄곧 그의 곁을 지켰다. 물도 챙겨주고, 몸도 닦아주고, 배뇨까지 모두 직접 처리해주었다.그렇게 사흘째가 되는 날, 위왕은 다행히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안왕을 바라보다, 다시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우리 형제는 그저 남들과 달리 멀쩡한 팔이 두 개일 뿐이네."안

  • 명의 왕비   제3400화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 명의 왕비   제3399화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 명의 왕비   제3398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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