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반대의 목소리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하지만 우문호는 여전히 침착했다. 반대가 있을 줄 이미 예상하였기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항상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그는 천천히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목여 태감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한 뒤, 위에서 신하들의 격렬한 토론과 흥분된 반응을 차분히 지켜보았다.우문호가 혼인 제도를 개혁하려는 이유는 처가 쪽 세계를 보고 배운 것이 아닌, 그가 어릴 적부터 경험해 온 삶 때문이었다.열셋, 열네 살의 아이들이 세상 물정을 어찌 알겠는가? 게다가 열여섯, 열일곱은 한창 배우고 성장할 나이이며, 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했다. 물론 특별히 총명한 아이도 있겠지만, 혼인 제도는 그저 북당 전체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기준을 따져야 했다.원경릉이 지내던 세상도, 오래전에는 북당처럼 명을 따르고 마음을 따르지 못하는 혼사가 당연시되었기에, 평생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물론 편히 지내려면, 부모님이 정해주는 혼사가 좋을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살아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감정이 있는 존재이다. 비록 명을 따르는 혼사도 사모하는 자와 함께할 수 있었지만, 확률이 매우 낮았다.귀족에게는 문벌이 맞는 혼인이 중시되었고, 백성에게는 일 잘하고 아이를 잘 낳는 사람이 중요했기에, 감정을 논하는 사람은 점점 없어질 정도였다. 더불어 나라도 부유해졌으니, 정신적인 영역도 함께 성장해야 했다.물론 우문호도 이 정책이 단기간에 시행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이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영원히 깨지지 않는 법칙은 없으며, 똑같은 방식으로만 나라를 다스리다 보면 언젠가는 쇠퇴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정책을 내놨을 때, 다들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신호였다.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자, 우문호는 퇴조를 선언했다. 그러자 신하들이 일제히 냉 수보를 둘러싸고 황제를
노신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추 어르신, 그 말은 좀 부적절하신 것 같습니다. '남자는 서른에 장가가고 여자는 스무 살에 시집간다'는 말은, 남자는 서른을 넘기지 말고, 여자는 스무 살을 넘기지 말라는 뜻과 같은데… 어찌 반대로 해석하시는 것입니까?""난 예전부터 그렇게 이해해 왔소. 그리고 그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 않소? 아무튼 난 폐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오."노신들은 한숨을 쉬며 소요공을 바라보았다."소요공, 얘기를 해보시지요. 어찌 생각하십니까?"소요공은 멍하니 말했다."무슨 말이요?""혼인 제도 말입니다. 아까부터 듣고 계셨잖습니까?""혼인 제도가 무슨 문제이오?"소요공은 더욱 어리둥절해했다.신하들은 세 사람이 언제나 한마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후에 조용히 물러났다.신하들이 떠나자, 소요공이 물었다."혼인 제도를 바꾸는 것이 어찌 문제이오?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소. 백성들은 여덟 살, 열 살에 혼담을 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네. 비록 그저 혼담이라지만, 그래도 보기 안 좋지 않나."백성들은 혼인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기기에, 일찍 정해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삼대 거두는 백성들이 혼사를 인생의 중대사라 여긴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중대사이기에 더욱 정신적으로 성숙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게다가 삶의 지혜가 있는 자들로서, 사내가 서른에 혼사를 하고, 여인이 스무 살에 시집간다고 해도 절대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북당의 상황과 의료 수준을 감안할 때, 혼인을 올릴 수 있는 나이를 열여덟이나, 스물하나로 조정하는 것은 오히려 가장 적합했다.민간에서는 갓난아이들이 죽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는 의료 수준이 낮기 때문이고, 어머니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이기도 하다.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열 몇살짜리 아이가, 출산하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다섯째는 여인을 위해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이었다. 욕을 먹더라도
후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만두의 말을 믿어버렸다. 너무 진지하고 성실하게 말한 만두의 모습에서는 거짓말의 흔적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문호는 원경릉 앞에서 그 진위를 추궁했다.그러자 만두가 웃으며 답했다.“아바마마, 어찌 진짜겠습니까? 태백조부께서 어찌 그저 제 혼사만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시겠어요? 조부님께서도 중매쟁이 같은 일을 제일 싫어하시지 않습니까.”“깜짝 놀랐잖느냐!”우문호는 그제서야 웃으며 만두의 어깨를 두드렸다.“이 녀석, 조회에서 거짓을 고하다니, 다시는 하면 안 된다.”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문호의 눈빛에는 기쁨과 기특함이 가득했다. 떼론 융통성이 있어야 똑똑한 사람이다.만두가 답했다.“이 일은 태백조부님을 핑계로 삼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조부님은 늘 신출귀몰하시니, 찾기도 어려울 테고, 설령 물어본다고 해도, 그분이 얼마나 영리하신데요? 분명히 저를 도와 변명해 주실 것입니다.”이렇게 되면 아무 탈 없이 스무 살까지 지낼 수 있었다. 스무 살이 되어, 혼인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황제야 말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태자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도 되는 법이니 말이다. 아무리 거짓말이여도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거짓말이라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늑대는 너와 함께 안 온 것이냐?”원경릉이 물었다.“대체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계속 산으로 올라갑니다.”만두가 웃으며 어머니의 어깨를 감쌌다.“허기가 집니다. 고기를 먹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군에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냐?”원경릉이 다정하게 웃으며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병사들을 절대 홀대하지 않으시니, 군 식사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다만 제가 요즘 너무 많이 먹습니다.”만두는 한창 클 시기였는데, 매일 체력 훈련도 많아 매번 배를 고파했다.“좋아, 목여 태감에게 음식 좀 준비하라고 시키마.”우문호도 그런 시기를 겪어봤었다. 그
군 생활은 만두에게 큰 단련이었다.원경릉은 순간 우문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군에서 신뢰를 쌓아야만, 훗날 나라를 다스릴 때 빠르게 군심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만두는 궁에 하루 머물렀다가, 곧바로 다시 돌아갔다. 군에는 끝없는 업무가 있었고, 젊은 장정은 끝없는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만두의 늑대도 마찬가지였다.만두의 늑대는 이미 며칠째 산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만두는 일을 마치고, 곧바로 산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어느덧 해가 저물어 산속은 고요해졌고, 석양의 마지막 빛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산에 들어가 몇 번이나 늑대를 불렀지만, 답이 없었다. 만두는 이내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제 좀 컸다고 부르면 대답도 안 하나?’그는 늑대가 산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이 녀석, 또 동물들과 놀다가 멧돼지를 쫓아다니는 건 아닐까?’늑대는 군에 따라온 이후로, 다른 건 몰라도 가끔 군인들이 먹을 것을 많이 챙겨줬었다. 게다가 깊은 산림에는 야생동물도 제법 많았다. 그는 산속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는 바로 뛰어올라 산 정상을 향해 날아올랐다.역시 늑대는 산 정상에 있었다. 늑대는 땅에 엎드린 채, 무언가를 품에 안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대보야, 지금 뭐 하는 것이냐?”만두가 뛰어가 옆에 착지하며 물었다. 그러자 대보가 고개를 들어 ‘우우’ 하고 울었다.만두가 의아한 듯 말했다.“그래? 어서 일어나봐, 내가 좀 보게.”만두가 말했다.그러자 늑대는 천천히 몸을 뒤로 누었는데, 가슴의 새하얀 털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몸 아래에는 상처를 입은 조그만 동물이 있었다.온몸이 피에 젖어 있었지만, 희미하게나마 색깔이 흰색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땅에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처럼 보였다.만두는 손을 뻗어 살짝 건드려 보았는데, 부드러운 촉감에 막 죽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세상에, 대보야, 네가 물어 죽인 것이냐?”만두가 물었다.“우우…”대보가 강한 불만의
피투성이긴 했지만, 몸이 너무 작고 다친 상태라, 만두는 감히 목욕을 시키지도 못했다. 그는 자기 옷으로 작은 둥지를 만들어 어린 설랑을 그 안에 눕혀 재웠다.대보는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 그가 구한 늑대는 그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보는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어린 설랑을 지켜주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좀 크면 네 신부를 시켜주마.”대보는 설랑이 아닌 신부는 필요 없다고, 싫다고 으르릉댔다.“설랑이가 아니면 무엇이냐? 딱 봐도 설랑이다!”만두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다음 날, 군영에는 태자가 어린 설랑을 구했다고 소문이 퍼졌다. 점심이 되기 전, 모두가 그 늑대를 보러 몰려왔다.하지만 어린 설랑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는데, 부드럽게 작은 둥지에 누워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설랑이 맞는 것이오? 너무 작소.”“대보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소.”“다르다고? 둘 다 흰색이잖소, 나는 비슷해 보이는 것 같소.”“너무 작소. 게다가 엎드려 자고 있으니, 제대로 보이질 않소.”“근데 이 산에 설랑이라니? 설랑은 눈늑대봉에서만 사는 거 아니오?”만두는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 보고 그도 다가가서 한 번 들여다보았다.“아직 안 깬 것이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살아 있습니다. 숨 쉬고 있어요.”병사가 답했다.“양젖 좀 구해봐야겠소, 딱 보니까 새끼 늑대인 것 같네.”만두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갔다. 군 안에서는 양젖을 구하기 쉽지 않아, 그는 말을 타고 십 리 밖의 목축장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는 양가죽 물통에 가득 채운 양젖을 들고 돌아와, 그릇에 조금 따르고, 나머지는 대보에게 주었다. 양젖은 오래 보관이 안 되기에, 안 먹으면 바로 버려야 한다.어린 설랑은 깨어나자마자 젖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지만, 제대로 마시지는 못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바닥에 앉아 어린 설랑을 품에 안고, 작은 숟가락으로 한입 떠먹여 주었다. 배가
적동을 거둔지 열흘째 되는 날, 상처는 마치 씻은 듯이 깔끔하게 나았다.상처가 완전히 낫자마자, 만두는 적동에게 목욕을 시켜주었다.몸에 묻어 있던 피는 이미 말라 있었고, 물에 담그자 금방 사라졌다.물 밖으로 나오자, 적동은 털을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며 햇볕 아래에서 비틀거리고는, 또 한 바퀴 달렸다가 다시 만두의 발밑으로 돌아와 애교를 부렸다.온몸의 털은 눈처럼 하얬고, 분홍빛 입술과, 먹물처럼 검고 작은 코, 그리고 더욱 뚜렷해진 붉은 눈동자는 마치 두 개의 찬란한 루비 같았다.게다가 살짝 쳐든 꼬리도 큰 부채처럼 예뻤다. 털이 북슬북슬하고, 몸통보다도 더 크게 보였다. 정말 보물 같은 작은 설랑이었다.적동에게 푹 빠진 만두의 모습에, 군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대보에게 총애를 잃었다며 농을 던졌다.하지만 대보는 화를 내지 않고, 여유롭게 옆에 누워 주인과 어린 설랑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늑대의 나이로 치면 대보는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대보는 보통 늑대와는 달리 수명이 더 길어, 주인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다.대보는 긴 수명을 갖고 있는 주인에게 수많은 이들이 스쳐 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처럼 주인이 태어날 때부터 곁을 지킨 존재는 없을 것이다.나중에 생길 태자비든 황후든, 결국은 나중에 다시 나타나는 존재일 뿐,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어린 설랑은 대보를 잘 따랐다. 주인이 바쁠 때는 거의 대보가 아이를 돌보듯 어린 설랑을 돌봤다.휴가가 시작되자, 태자는 두 마리 늑대를 궁으로 데려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이토록 예쁜 설랑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설랑을 들어 안고 살펴보다가 말했다.“이건 설랑이 아닌 것 같구나. 눈여우처럼 생겼어.”원경릉은 눈여우를 본 적이 없기에, 다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하지만 붉은 눈을 가지지 않았소? 여우 눈은 파랑이나 갈색이지, 빨간색은 없잖소? 게다가 이 붉은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군.
만두는 눈여우든, 설랑이든, 불여우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저 적동일 뿐이었으니 말이다.궁 안에서 적동은 무척 신난 듯 이리저리 누비며 뛰놀았다. 사식이의 막내아들이 유난히 적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적동은 다른 남자아이들이 안으려고 하면 귀엽게 화를 내며 싫어했다.그런데 우문호가 안아주면 얌전하게 굴었다.며칠간 궁에서 놀다가 휴가가 끝나자, 셋은 다시 군영으로 돌아갔다.적동은 이제 젖을 떼고, 만두와 함께 고기를 먹었다.하지만 살이 잘 붙지 않아서 여전히 작고 말랑한 모습이었다.털끝은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는데, 눈의 색과 비슷하게 붉었다. 그 반면, 속 털은 여전히 새하얘서 혼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요즘 만두는 훈련이 많아 아침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느라 방생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그렇게 두 달쯤이 지나 적동도 제법 튼튼해졌을 무렵, 만두는 대보와 상의한 후, 적동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대보는 아쉬워하며 끝까지 적동을 보내지 않으려 했다.결국 만두는 적동을 버리거나, 대보를 버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대보가 결국 포기하고 발을 놓았다.만두는 적동을 데리고 깊은 산으로 향했고, 같이 놀아주었다. 적동은 곧 버려질 줄도 모르고 한껏 신이 나 있었다. 적동은 잠깐 놀다가 만두 손에 머리를 비비고는 또 신나게 뛰어다녔다.적동의 붉은 털은 예전보다 더 진해져 마치 불꽃처럼 예뻐 보였다.만두는 적동을 안아 올려 입을 맞추고 말했다.“이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 부모를 찾아야지.”만두는 그렇게 말하고 적동을 내려놓은 뒤, 손을 흔들었다.“가서 놀아! 더 놀거라!”적동은 신나게 다시 뛰어갔다.하지만 이리저리 뛰놀다 지쳐 다시 돌아왔을 땐, 만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적동은 몹시 당황해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풀숲에 웅크려 머리만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주인님이 돌아왔는데 자신을 못 찾을까 봐 걱정된 것이었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심지어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
그가 적동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적동이 이렇게 그를 의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장난꾸러기인 적동을 깊은 산속에 두었지만, 떠나려 하지 않고 그가 떠난 자리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니.“돌아가고 싶으냐?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으냐?”만두는 적동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털 속에 떨어진 풀잎 하나를 떼어냈다.적동은 작은 발톱을 꼭 쥐고 그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적동은 만두에게 떠나지 말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만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가자. 이제 커서, 산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데려다주마.”대보가 앞서가며 힘차게 걸어갔다.군영으로 돌아가자, 적동은 물 한 그릇을 마시고, 고기 한 덩이를 먹고는 만족스럽게 바닥에 누웠다.만두는 적동에게 작은 우리를 가져다주었지만, 적동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만두에게 계속 달라붙을 뿐이었다.만두가 적동이 올라갈 수 없는 침대에 눕자, 적동은 침대 발치에 누워 잠을 잤다.며칠 동안이나, 만두가 어디를 가든 적동은 항상 따라갔다.만두가 아침 훈련을 할 때도 적동은 멀리서 따라 뛰었고, 훈련할 때는 가까운 곳에 누워 만두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연말이 다가오자, 군영도 휴가를 주었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만두는 동생들이 집에 돌아오니, 설날 동안 휴가를 신청했다.칠성과 환타는 8일의 짧은 휴가만 주어져, 섣달그믐 무렵에나 돌아올 수 있었다.그래서 그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은 오직 8일뿐이었다.만두는 8일 동안의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에게 알렸다.우문호는 난감했다. 올해 설에는 이미 그곳에 가기로 황조부와 약속했기 때문이다.조정은 섣달그믐부터 업무를 중단하기에, 그들은 짐을 챙겨 그곳으로 갈 시간이 있었다. 그럼, 환타와 칠성이 바삐 움직일 필요 없으니, 그곳에서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하지만 철저하게 계획을 짜놓은 만두에게 이곳에서 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 서운해할 수도 있었다.그동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