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후에도 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사실 그녀 마음속에는 늘 자식이 대학에 가서 지식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집념이 있었다. 지식은 끝이 없으니,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더 열심히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아이들이 대학 생활을 경험하기를 바랬다. 대학 생활은 반드시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다채로운 시간이 될 것이고, 이런 인생 경험은 그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환타가 받은 상은 국제적인 대회의 상장으로, 그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 된다.그는 벌써 자신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었다.좋은 소식에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원경릉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올 수 있는 일요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과 함께 식사하며 축하해주기로 했다.그렇게 며칠 후, 식당에 앉아 그녀는 두 아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들은 이란성 쌍둥이었기에 비슷한 외모를 가졌지만, 떡들처럼 쏙 빼닮진 않았다.환타는 교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깨끗하게 세탁된 하얀 옷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해 보였다.그리고 점잖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눈빛도 맑고 순수했다. 그의 외모를 보면, 그가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형제의 성격 또한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차이점이 있었다.칠성은 차가운 외모를 가졌지만, 마음은 따뜻한 아이다. 친해지기 전에는 쌀쌀맞게 구는 듯 보일지 몰라도, 친해지면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환타는 차분한 성격이라, 일을 급하게 하지 않는다. 그는 아직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어 가족 외의 다른 사람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하지만 가족과,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는 그는 항상 따듯했다. 활발하고 장난도 치며, 농담도 하고, 가끔은 애교도 부렸다.가족과 외부의 구분이 매우 철저한 편이었다.그녀는 그런 두 아들을 바라보자, 순간 앞으로 그들이 그들만의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식사를 마친 후 잠깐 함께 쇼핑하며 학교로 돌
원경릉은 추 어르신이 영상도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추 어르신이 이곳에서 1, 2년 더 지내면, 얼마나 많은 기적을 창조할지 모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추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가이드가 영상 편집을 가르쳐주고 대신 편집해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가이드와 대화를 나눠보니, 어르신들이 곧 편집을 익힐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그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그리고 가이드는 추 어르신이 영상을 많이 찍는 이유는, 영상을 남겨 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을 덧붙였다.원경릉은 그 말에 매우 감동했다. 비록 희 상궁이 그들의 여행에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추 어르신이 희 상궁을 대신하여 여행에서 본 풍경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영상을 다운로드한 후, 북당으로 돌아가자마자 희 상궁에게 보여주었다.기쁨에 겨운 희 상궁은 나이가 많은 소요공이 아직도 정정하다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눈가에는 이내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추 어르신이 이 영상을 찍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추 어르신이 그녀에게 그가 본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희 상궁이 원경릉에게 말했다."밖으로 나가보면, 더 많은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네. 그의 몸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나는 그가 이번 여행으로 즐겁게 지내며, 그 덕에 건강해지길 바랄 뿐이네."그러자 원경릉은 그녀에게 분명히 그럴 것이라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가 풍경을 보고 돌아온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함께 늙어가며 오붓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원경릉은 환타가 상을 받은 이야기부터 꺼냈다.그 소식에 우문호는 흥분을 금치 못했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그리고 원경릉은 그에게 소요공의 영상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부러웠던 그는 퇴위한 후, 그들처럼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잠시 후에 원경릉은 란오의 약을 개량한 3세대 약을 가져왔다.다섯째는 약을 주사한 후, 살짝
이번에는 공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공부는 호국사가 다른 지역의 승려들을 수용하고, 불법을 교류할 수 있도록, 호국사의 재수리와 확장을 맡았다. 조정은 불법을 널리 알려, 번화한 성시에서 점차 불안정하고 공리주의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다.여러 공사를 외주로 맡겨야 하고, 호국사 수리도 큰 공사가 아니기에 외주로 진행하였다.민간에서 공사를 맡은 일꾼들은 대부분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호국사 일로 공부시랑과 연락한 자는 모두 과거에 도적 출신이었다.공부가 공사를 외주로 진행하려 하자, 공부시랑은 몰래 뒷돈을 받아, 그 공사를 그런 그들에게 맡긴 것이었다. 호국사 수리 공사는 시작된 지 3개월이 넘었고, 주 사원 수리 외에도 옆에 새로운 사원이 건축되었는데, 그러다 며칠 전, 큰비가 내리면서 새로 지어진 사원이 결국 무너져버렸고, 몇 명의 일꾼이 깔려 죽기까지 했다.일꾼들은 공사 담당한 자가 외부에서 고용한 일용직이었기에, 그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일에 공사 담당자는 보상하지 않으려 했고, 사망자들의 가족이 난동을 피우다 호국사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우게 되었다.공사 담당자는 조정의 일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난동을 피우자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며 세 명의 가족을 때려죽이까지 했다.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임신한 여인이었기에,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그 일로 인해 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졌다.죽은 일꾼의 부인에게는 경조부에서 일하는 관리인 오라버니가 있었다. 그녀는 산에서 도망쳐 내려오자마자 바로 오라버니를 찾아갔고, 그녀의 오라버니는 즉시 경조부윤인 제왕을 찾았다.그 사건은 이렇게 드러나게 된 것이고, 경조부는 사원이 무너져 사람들을 압사시킨 일과 공사 담당자가 사람들을 죽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리 나리는 이 일에 비리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조사했다.하지만 공부 쪽에서 미리 소식을 건넨 탓에, 공사 담당자는 이미 도망쳐 숨어버린 뒤였다.공사 담당자는 몇 년 전 녹림에서 활
한편, 낭당산에서 공사를 담당했던 오 씨는 도적 무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있었다.오 씨는 난폭하고 독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도적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산적들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바로 도망쳐 살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얌전히 지내겠다고 맹세하며 관아의 눈을 피해 살아남았지만 그의 잔인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용케도 파장이 크지 않아, 관아의 눈에 띄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남들처럼 일로 돈을 벌고 싶지 않았고, 큰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공주를 납치하였다."형님, 돈을 받고 정말 공주를 놓아줄 셈입니까?"술을 한참 마시다가 그의 부하가 물었다.오 씨는 묶여 있는 공주를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먼저 데리고 다녀야지. 방서를 붙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경성을 떠나자마자 죽여버릴 것이다!"공주는 몸도 묶여 있고 입도 막혔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부림치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리 나리가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올 것임을 믿고 있었다.그녀는 이 일을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공주는 애써 가냘파 보이려 노력했다. 연약한 척해야 도적들이 그녀를 해치려는 순간 반격할 수 있었다. 무예를 배웠으니, 도망칠 기회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있어야 했다.오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오늘 술 한 잔 마시고, 내일부터 보초를 서야 하네. 이리율이라는 자는 아주 소식을 얻는 것에 능한 자이네. 아마 이틀이 지나면 이곳에 찾아올 것이니, 미리 함정을 설치하고, 그자의 부하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네. 그래야 순순히 돈을 내놓을 것 아닌가? 우린 곧 떼돈 버는 거네."녹림의 도적들은 모두 일어나서 환호했다."오 대감 덕분에 우리가 돈도 벌고 좋소! 자, 마십시다!"술이 끊임없
공주는 결국 비틀거리며 땅에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눈앞의 광경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비단 망토 하나가 날아와 그녀의 얼굴과 머리를 덮은 덕분에 그녀는 이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했다.이내 그녀는 익숙한 품속에 안겼고, 그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공주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비단옷이 떨어지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고, 얼굴에 묻었던 피는 이미 닦여 있었다.그녀가 상황을 제대로 보기도 전, 그는 비단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미색아!"이리 나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러자 미색이 곧바로 공중에서 날아와, 이리 나리의 손에서 공주의 손을 뺐다."가시지요!"혈전과 살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색은 공주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덕분에 공주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광경을 보지 못했다.물론 서방인 이리율의 싸늘하고 무서운 표정마저도 말이다. 오 씨는 곧바로 붙잡혔고, 그와 함께 있던 녹림의 도적들은 반항을 한 죄로 모두 살해되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숨을 잃었고, 대부분 검으로 한 번에 숨을 거두었다.오직 오 씨만, 이리율의 손에 넘겨졌다.한 손이 잘린 오 씨는 염라대왕과도 같은 이리율의 모습을 보고,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하지만 이리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훼천, 멸지, 오늘 너희의 검을 써야겠구나."그러자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이리 나리에게 던져졌고, 이리 나리는 검을 받아 들자마자 바로 휘둘렀다. 검이 내뿜는 싸늘한 빛에 오 씨는 겁을 먹고 뒤로 기어갔다.검이 번쩍이자, 오 씨의 또 다른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질렀고, 이리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검을 동시에 휘둘러, 오 씨의 두 발을 깔끔하게 잘라냈다.오 씨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할 뻔했다.이리 나리는 여전히 두 검을 휘두르며, 오 씨의 가슴과 배를 찔렀다. 검은 그의 몸을 관통했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이리 나리는 훼천과 멸
제3365화공주가 웃으며 말했다."그 도적이 내 손을 만지긴 했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부마께서 그의 손을 잘라버렸으니!”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싸늘한 눈빛을 내뿜는 이리 나리를 올려다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이리 나리의 성격으로는 공주를 잡아간 자의 손만 자른 것이 아니라 고깃덩이로 만들어도 모자랄 텐데…'"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어머님께서 아시면 걱정하실 테니, 이 일은 밖에 알리지 말아 주시오."공주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시어머니가 예전에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정말 너무 놀랐소."원경릉은 공주의 혈압과 심박수를 확인했고,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부마께서 분명 나를 구하러 오실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하나도 무섭지 않았소."공주는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과 존경이 가득했다.평소 두 사람의 관계는 늘 이랬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고, 그는 그녀를 아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리 나리의 눈빛에 평소와 같은 다정함 대신 어둡고 진지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아!"공주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안색이 곧바로 어두워진 이리 나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검을 뽑아 들었다. 원경릉은 그의 모습을 보며, 공부보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이리 나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이 말했다."그저 손톱이 부러졌을 뿐입니다."그제서야 이리 나리는 천천히 검을 내리고 착잡한 눈빛을 지었다."아, 그런 것이었소."원경릉은 다시 공주를 자리에 앉히고 몇 마디 나눈 뒤, 이리 나리를 향해 말했다."잠깐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공주의 곁을 떠나기 싫은 이리 나리가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이곳에서 하거라.""그저 몇 마디면 되니, 밖으로 가시지요."원경릉이 재차 권했다.이리 나리는 공주를 힐끔 보고는 말을 덧붙였다."그럼 여기서 기다리시오. 어디 가지 말고."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의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