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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7화

Author: 유애
화전은 생후 두 달의 수컷으로, 열 근이 넘는 몸무게에 푸른 눈을 가진 설랑이다. 하지만 하얀 네 다리 중 한쪽 다리가 이전에 구덩이에 끼어 억지로 꺼내려다가 다친 탓에 잘 달리지 못한다.

이리 나리는 그를 위해 돌잔치를 열었다. 두 달도 한 달라며 우긴 그는, 특별히 벗들도 초대해 잔치를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죽 배급소에서도 백성들이 다들 와서 먹을 수 있게, 3일 동안 잔칫상을 차렸다. 물론 죽만 먹는 것이 아니라, 상마다 원만하다는 뜻으로 10가지 요리를 올렸다.

비록 설랑을 한 마리만 얻어,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만사는 시작이 중요한 법이었다. 이렇게 첫 번째가 있으면 두 번째, 스무 번째도 있을 것이다.

우문호는 이리 나리가 마침내 설랑을 얻었다는 소식과 이를 위해 잔칫상을 백 상이나 차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이리 나리의 행위를 낭비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돈을 기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죽 배급소에서 백성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도 일종의 기부라네. 잘사는 집안은 설랑의 돌잔치 잔칫상을 먹으러 가지 않을 것이오. 굶고 지내는 백성들만 찾아갈 것이오."

"일리 있소. 그럼 우리도 가지 않는 것이 좋겠소."

우문호가 고집스레 말했다.

"우리도 잘사는 집안 아니오? 그러니 나도 안 가겠소."

"당신이 안 가는 건..."

원경릉이 초대장을 보며 말했다.

"저택에서 여는 데다가, 문무백관들도 많이 초대한 것 같소. 그러니 아마 다들 갈 것이오."

"정녕 설랑의 돌잔치 연회에 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오? 그럼, 선물로 뼈라도 들고 가야 하나?"

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행동이 너무 과하다고 느꼈다.

‘겨우 설랑 한 마리 가지고. 우리 집에도 설랑이 얼마나 많은데.’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우문호는 서일을 시켜 친왕들과 냉대인, 고사에게 갈 건지 물어보게 했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며, 설랑의 돌잔치는 못 갈 것 같다고 전할 뿐이었다.

"다들 일이 있다니? 무슨 일이더냐?"

우문호가 멈칫하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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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427화

    화전은 생후 두 달의 수컷으로, 열 근이 넘는 몸무게에 푸른 눈을 가진 설랑이다. 하지만 하얀 네 다리 중 한쪽 다리가 이전에 구덩이에 끼어 억지로 꺼내려다가 다친 탓에 잘 달리지 못한다. 이리 나리는 그를 위해 돌잔치를 열었다. 두 달도 한 달라며 우긴 그는, 특별히 벗들도 초대해 잔치를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죽 배급소에서도 백성들이 다들 와서 먹을 수 있게, 3일 동안 잔칫상을 차렸다. 물론 죽만 먹는 것이 아니라, 상마다 원만하다는 뜻으로 10가지 요리를 올렸다.비록 설랑을 한 마리만 얻어,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만사는 시작이 중요한 법이었다. 이렇게 첫 번째가 있으면 두 번째, 스무 번째도 있을 것이다.우문호는 이리 나리가 마침내 설랑을 얻었다는 소식과 이를 위해 잔칫상을 백 상이나 차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이리 나리의 행위를 낭비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돈을 기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죽 배급소에서 백성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도 일종의 기부라네. 잘사는 집안은 설랑의 돌잔치 잔칫상을 먹으러 가지 않을 것이오. 굶고 지내는 백성들만 찾아갈 것이오.""일리 있소. 그럼 우리도 가지 않는 것이 좋겠소."우문호가 고집스레 말했다."우리도 잘사는 집안 아니오? 그러니 나도 안 가겠소.""당신이 안 가는 건..."원경릉이 초대장을 보며 말했다."저택에서 여는 데다가, 문무백관들도 많이 초대한 것 같소. 그러니 아마 다들 갈 것이오.""정녕 설랑의 돌잔치 연회에 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오? 그럼, 선물로 뼈라도 들고 가야 하나?"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행동이 너무 과하다고 느꼈다.‘겨우 설랑 한 마리 가지고. 우리 집에도 설랑이 얼마나 많은데.’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우문호는 서일을 시켜 친왕들과 냉대인, 고사에게 갈 건지 물어보게 했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며, 설랑의 돌잔치는 못 갈 것 같다고 전할 뿐이었다."다들 일이 있다니? 무슨 일이더냐?"우문호가 멈칫하며 물

  • 명의 왕비   제3426화

    다음 날, 왕비는 먼저 산에서 내려가 공주에게 사람을 보내 이리율이 산에서 하루 이틀 머물다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공주는 이리 나리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흘째에도 여전히 소식이 없었고, 나흘째에도 돌아오지 않았다.결국 공주는 기다리다가 참지 못해, 다시 왕부에 사람을 보냈지만, 왕비는 그저 “내일이면 돌아온다”는 말만 전할 뿐이었다.그렇게 엿새째 되는 날, 드디어 이리 나리가 돌아왔는데, 그의 옷은 찢겨져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었으며, 우월하던 준수한 얼굴에도 몇 군데 흉터가 생겼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기쁘게 웃고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되었을 때보다 더 기뻐 보였다.그의 품에 하얀 아기 설랑이 있었는데, 푸른 눈을 가지고 있어서 매우 아름다웠지만, 바닥에 내려놓으면 혼자 걸을 수도 없이 매우 허약했다.게다가 이리 나리는 아기 설랑을 3초만 내려놓아도, 곧바로 다시 끌어안았고 손에서 놓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허스키는 여전히 그의 발밑에 엎드려 있었다.공주는 몹시 화가 나 있었지만, 그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순식간에 화가 풀리고 말았다.그리고 원경릉이 사내는 다 애 같다고 말하던 것이 순간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부군이 행복하니,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공주는 곧바로 하인들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하게 하고, 직접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이리 나리의 곁에 둘러선 늑대파 사람들은 이리 나리가 설랑을 얻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들 사실인 것을 확인하려 설랑을 만지려 하자, 이리 나리가 화를 내며 그들을 쫓아냈다.이때 훼천이 그의 상처를 보고 물었다.“사과하러 간다더니, 설랑 무리의 폭행이라도 당한 것입니까?”하지만 이리 나리는 가시 돋친 그의 말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사과하러 간 것이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산 위의 설랑들 중, 내가 한 마리라도 따라잡으면 내 것이 된다고 하셨다.”훼천이 놀라서 물었다.“이 작은 설랑 한 마리

  • 명의 왕비   제3425화

    다음날, 이리 나리는 왕비를 따라 눈늑대봉에 도착했다. 그는 비록 눈늑대봉을 여러 번이나 왔었지만,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집이 있어도 돌아갈 수 없는 듯, 고개를 들어보아도 익숙한 늑대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그를 맞이한 것은 그저 눈 덮인 산과 살을 에는 듯한 한기뿐이었지만, 오늘은 기대감이 남달리 커서, 그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땀이 날 정도로 들떠 있었다.바로 그때 스승님이 휘파람을 불자, 눈늑대봉 위로 천천히 설랑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리 나리가 그토록 꿈꾸던 설랑 무리였다. 그는 늘 이렇게 큰 규모의 설랑 무리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설랑들은 다가오지 않고, 그저 산 위에 멈춰 서 있을 뿐이었다.“스승님, 좀 더 가까이 오게 해주십시오.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입니다.”이리 나리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어찌 그리도 조급한 것이냐?”그러자 왕비가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이리 나리는 최근 본 늑대 무리 중 설랑 세 마리만 보았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수십 마리도 넘어 보였다. 순백색과 회백색 설랑은 눈 덮인 산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았고, 회백색 늑대들은 눈산의 드러난 바위처럼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이리 나리는 이내 생긴 일로 울먹이고 말았다.늑대 무리가 천천히 걸어 나와 한 줄, 두 줄로 둘러섰고, 어느새 독랑요의 작은 산에는 반 시진도 되지 않아 설랑들로 가득 찼다. 분명 여유롭게 걸어왔었지만, 마치 자리를 미리 정한 듯 자연스럽게 위치를 잡았다.이리 나리는 산 위에 가득한 설랑을 바라보며 넋을 잃을 정도로 감탄했다. 몇 마리나 데려가야 할까? 다 데려가도 잘 키울 수 있을까?이리 나리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스승님, 전부 데려가겠습니다.”“뭘 데려간다는 말이냐?”왕비는 너무 느긋한 설랑들의 움직임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말을 잘 못알아들었다.“설랑이요. 전부 데려가겠습니다.”이리 나리가 진지하게 말하자, 왕비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너는 설랑을 고르러 온 게 아니라, 사과하러 온

  • 명의 왕비   제3424화

    원경릉은 자리에 남아, 왕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불편하십니까? 무슨 약을 물으시려는 것입니까?"왕비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계속 LR의 연구자를 찾고 있지 않느냐?"원경릉은 멈칫하다, 이내 흥분을 금치 못했다."그분을 아십니까? 지금 어디 계십니까?"그동안 여러 번 양여혜에게 물었었지만, 그녀도 그저 연구자의 대략적인 행방만 알고 있을 뿐,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었다. 연구자를 찾는 것은 원경릉의 마음속에 늘 걸려 있던 걱정거리였다. 하루라도 연구자를 찾지 못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을 정도였다.왕비가 웃으며 말했다."공교롭게도 우리가 그 사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너와 만나게 해 줄 수는 없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만날 수 있게 해주마."원경릉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너무 다행입니다. 연구자의 일이 해결되면, 저희가 현대로 뵈러 가겠습니다. 꼭 자세히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왕비의 표정이 다소 미묘했다."그래. 어디서 만날지는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마. 그 약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다섯째는 지금 괜찮으니."워낙 큰일이었으니, 왕비가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쨌든 LR의 연구자 행방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녀만 찾으면,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릴 것이었다.왕비는 행동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다음 날 바로 설랑봉으로 가서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이틀간 이어졌고, 설랑봉에서는 늑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군중의 항의와 말다툼이 있었지만, 점점 반발은 잠잠해졌고, 왕비의 말을 받아들이는 듯했다.결국 이리율의 태도를 보고, 태도가 괜찮으면 용서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하지만 다들 용서한다고 해도, 그를 따라 산을 떠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미리 단언했다. 이리 나리가 정말 설랑을 원한다면, 이제 태어난 새끼 설랑에게 그가 저지른 나쁜 짓을 전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그럼, 나중에 한두 마리쯤은 달래서 데려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 명의 왕비   제3423화

    공주는 이 말을 듣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정말 그녀가 예상했던 이유와는 너무나도 다른 진실이었기 때문이다.공주는 이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설랑은 만두와 경단과도 잘 지내잖습니까? 심지어 부군을 배척하지도 않았습니다.""배척하지 않았다고?"왕비가 웃으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공주는 순간 이리 나리가 설랑들과 놀던 장면을 떠올렸다. 설랑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를 쫓아다녔다."확신합니다!"공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왕비가 말했다."집에 가서 설랑들이랑 놀 때, 설랑이 몇 번이나 덮쳤는지 물어보거라. 이리율은 설랑이 복수하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공주는 생각에 잠겼다. 이리 나리가 설랑들과 놀고 나면 항상 옷차림이 더러워져 있었고, 평소처럼 우아한 모습을 잃었었다."하지만 설랑이 그를 다치게 한 적은 없습니다."공주가 나지막이 말했다."설랑에게 이리율도 같은 설랑이니, 해칠 정도는 아니다. 설랑의 젖을 먹고 자랐으니, 냄새를 풍기는 것이지. 하지만 우리가 성격이 모진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마음이다. 가끔 함께 노는 것 정도는 괜찮다."공주는 고민에 빠졌다. 이리 나리가 워낙 설랑을 좋아하니, 이 이유를 직접 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설랑 무리에게 배척당하고 있다니.이때 원경릉이 허를 찌르는 말을 했다."혹시 설랑들에게 설명하거나 사과로 그 오해를 풀 수는 없을지요?"왕비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생각은 안 해봤구나. 이제 천천히 생각해 보마. 아무래도 오해가 아니라, 진짜 있었던 일이니. 설랑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이리율의 행동은 이미 설랑 무리 전체에 퍼져 있을 것이다."공주는 의아했다."퍼진다고요? 말도 못 하는데 대체 어떻게 퍼집니까?"원경릉과 왕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주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못내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어리석다고 하기에는 그녀의 말은 틀린 점이 없었다. 원경릉은 넋을 잃은 공주의 표정을

  • 명의 왕비   제3422화

    마침 이때, 안풍 친왕 부부가 경성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비록 화려한 행색은 아니었지만, 돌아오자마자 흑영 어르신들에게 한 사람당 다섯 냥의 돈을 나눠주었다.공주는 이 소식을 듣고 바로 궁으로 달려가 원경릉에게 알리고는, 설랑에 관해 물어봐 달라고 부탁했다. 원경릉도 그들이 돌아와 돈을 나눠줬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마침 안풍 친왕 부부를 뵈러 궁을 나설 계획이었다. 원경릉은 때맞게 찾아온 공주에게 물었다."그렇다면, 같이 가지 않겠느냐?"공주는 흔쾌히 따라가고 싶었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듯 물었다."제가 있으면, 말 꺼내기 힘들지 않을까요?""괜찮다. 안풍 왕비는 네가 있다고 해도 하고 싶은 말은 할 분이시다. 답을 하고 싶지 않으면 모를까.""그것도 그렇네요."공주는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은 마음에, 기쁘게 원경릉을 따라 궁을 나섰다.숙왕부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다들 활기찼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심지어 원경릉에게 예를 올리기까지 했다. 예전엔 주사를 자주 놓는 황후의 얼굴만 봐도 피해 다니던 사람들이었다.역시 돈이 생기니, 무서울 게 없어지는 법이다.원경릉과 공주는 먼저 안풍 친왕을 찾아뵈었다. 안풍 친왕은 늘 엄숙했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는 원경릉과 공주에게 물었다."오늘 밤 저택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올 것이냐?"안풍 친왕이 직접 초대했기에, 두 사람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물론입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흑영 어르신이 덧붙였다."가족도 데리고 오십시오. 돈도 저희가 내고 술도 저희가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돈을 벌었으니, 역시나 씀씀이가 컸다.원경릉은 그들의 우정이 부러웠다. 돈이 생기면 다 같이 모여 한 끼 먹고, 명절보다 더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음식도, 재부도, 명예도, 부유함도, 심지어 가난까지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었다.원경릉은 웃으며 고마움을 전했고, 흑영 어르신에게 말했다."예.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 다음에 피 뽑을 땐

  • 명의 왕비   제3421화

    그러자 공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언니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안풍 왕비께 몇 마디 해주시면… 설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왕비가 주지 않는 건 분명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리 나리가 어찌 그에게만 주지 않는지 물은 적 있느냐?"원경릉이 물었다."아마도 물었을 것입니다. 미색의 말로는, 왕비님께 무릎까지 꿇고 부탁했다고 합니다."공주는 마음이 안타까웠다. 부군이 무릎까지 꿇었으니 말이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공주, 왕비께 무릎 꿇은 건 큰일이 아니다. 그는 왕비의 제자고, 심지어 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설랑을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무릎 꿇을 일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그 말도 맞네요."공주는 그제야 부군과 안풍 왕비의 사이가 떠올랐다. 부마가 왕비께 무릎 꿇었다는 말에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그만 생각하거라. 왕비가 드리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왕비의 뜻을 알아보마."공주는 정말 원경릉에게 고마웠다."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요즘 너가 이리 나리의 일에만 정성을 쏟는 것 같구나."공주는 장난치듯 혀를 내밀며 웃었다."오라버니의 일이라면, 언니도 신경 쓰겠지요? 오라버니가 혹시라도 아쉬움이 있다면, 아마 언니는 저보다 더 마음이 쓰일걸요?"원경릉은 잠시 멍해졌다. 사실, 그녀는 지금껏 다섯째에게 후회되는 일이 있는지, 아쉬운 것이 있는지 물은 적 없었다. 그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다섯째도 늘 좋다고 말했었다. 원경릉의 가족도, 그는 자기 가족이라 했었고, 그녀의 일과 꿈도 끝까지 응원해 주겠다고 했었다. 심지어 그와 함께할 시간이 없어도 괜찮다고만 했었다.그렇게 생각하니, 원경릉은 괜히 우문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공주가 떠난 후, 원경릉은 점심 무렵 어서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어서방에서 우문호와 함께 식사하려 했다. 의논하러 온 대신들도 있기에, 궁에서 식사를 준비했다. 평소라면

  • 명의 왕비   제3420화

    이리 나리는 술이 깼을 때, 하늘은 아직 밝지 않았다. 온 세상이 고요한 밤, 부인은 그의 옆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그는 살금살금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 문 앞에 엎드려 자던 강아지가 그가 나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강아지는 이제 많이 늙어 움직이기를 싫어했지만, 그래도 그에게 꼭 붙어 있으려고 했다.이리 나리는 강아지를 안고 함께 계단에 앉아, 마당의 불빛을 빌어 어두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제법 세서, 초여름 특유의 서늘함이 느껴졌다.그는 턱을 강아지 머리에 기대고 있었다. 강아지도, 그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그는 생각에 잠겼다.그는 한때 설랑봉에 돌아가 설랑을 찾으려 했는데, 설랑은 모두 숨은 것처럼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스승은 떡들에게 줄지언정, 끝내 그에게 설랑를 보내주지 않았다.그의 삶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장사도 잘됐고, 좋은 부인도 만났고, 아이들도 잘 자랐으며, 어머니도 다시 찾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바로 설랑이 곁에 없다는 것이다.그동안 무릎도 꿇고, 애원하며 무슨 방법을 써도, 스승은 끝내 그에게 설랑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만두와 경단이 기르는 설랑를 대신 바라보며 만족해야 했다.사실 이리 나리는 스승이 설랑을 주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정말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심지어 소요공에게도 있는데, 어찌 그에게만 없는 것일까 고민 되었다. 그가 그렇게 미움받는 걸까? 스승이 그렇게 자기를 싫어하시는 걸까?이제 그는 더 이상 스승께 묻지 않기로 해서 마음속 욕망을 억누르려 노력했지만, 설랑 생각이 떠오르면 걷잡을 수 없었기에, 그는 스승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그에게 설랑만 있으면, 완벽한 삶이 될 것이었다."왜 그러십니까?"이때 공주가 맨발로 나와, 뒤에서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술에서 깨서, 잠이 오지 않는 것입니까? 머리가 아프신가요?""정신이 맑으니, 잠이

  • 명의 왕비   제3419화

    비록 잠시 다른 화제가 생기긴 했지만, 다들 이내 신경 쓰지 않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술이 들어간 남자들은 말이 많아지는 법이다. 다들 길에서 보았던 풍경들을 흥겹게 풀어내기 시작했다.그러자 여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들 풍경을 볼 때, 신경 쓰지 않는 듯했고, 심지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치기까지 했다. 시장에서 닭싸움 장면을 보고도, 그저 잠깐 서서 바라봤을 뿐, 돌아설 땐 재미없었다고 시큰둥하게 말했었다.하지만 술을 마시니, 술기운에 닭싸움 장면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자세히 묘사했다. 심지어 현장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의 흥분되고 긴장된 기분까지 전했다.물론, 현장에서 보고 있던 관중은 사실 그들이었다. 사실 당시엔 겉으로만 무심한 척했을 뿐, 속으로는 몹시 긴장되었다.너무 웃기지 않은가?여인들은 그런 남자들을 향해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술잔이 계속 오가다 보니, 모두가 흠뻑 취했다. 이리 나리는 그동안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어느 정도 달래고 나서야, 사람들을 돌아가게 했다.공주는 이리 나리가 취한 모습을 보고, 해장국과 따뜻한 수건을 준비해 직접 곁을 지켰다. 비록 부군의 미모가 준수하다는 것은 늘 알고 있었지만, 항상 함께 지내왔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었다. 하지만 오늘 여섯째 형수님의 말을 듣고, 그녀는 다시 진지하게 부군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러다 보니, 이리 나리가 정말로 젊어 보이는 것 같았다.물론 소년 같은 젊음은 아니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거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부마, 당신은 왜 늙지 않는 것입니까?"공주가 부드럽게 물었다.이리 나리가 완전히 취해 잠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낮은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난 설랑의 젖을 먹고 자랐소."그는 취기가 짙게 서려 있는 눈을 천천히 떴는데, 눈빛은 몽롱했고, 흐릿하게 눈앞에 공주가 두 명, 세 명으로 보였다. 이리 나리는 어지러움을 느껴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설랑의 젖을 마시면 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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