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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Author: 은광수
“놀긴 누가? 난 너랑 논 거 아니야. 솔직히 말해, 방금 기분 좋았지?”

소여정은 다시 한번 물었다.

순간 나는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성욕이 끓어올랐는데, 제대로 발산하지도 못하고 희롱당하니 짜증 날 수밖에.

하지만 이 상황에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나는 얼렁뚱땅 대답했다.

“네, 기분 좋았어요. 이제 됐죠?”

“너만 기분 좋으면 끝이야? 난 아직 안 됐어. 나도 기분 좋게 해줘 봐.”

소여정은 여전히 나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순간 울컥했다.

“어떻게 기분 좋게 해줄까요? 머리채 더 잡아당길래요? 그러다가 머리털 다 뽑힐까 봐 겁나네요.”

이 여자가 방금 전 미친 듯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무서웠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왜 이런 취미가 있는지.

‘너무 이상하잖아.’

“머리채 안 잡아당길 테니 계속 마사지해 줘.”

“정말 그것뿐이에요?”

“아니면? 나랑 자기라도 할 거야?”

소여정이 되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소여정도 선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나랑 이렇게 대화나 하며 시간 낭비할 리 없으니까.

소여정이 나한테 뭔가를 강요하거나 선 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실 나는 아무렴 상관없었다.

마사지는 원래 스킨십이 필요한 거니까.

결국 나는 다시 소여정 쪽으로 걸어갔다.

소여정은 더 이상 나를 유혹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다리마저 침대 위에 올려놓고 내가 마사지할 수 있도록 반듯하게 누웠다.

나는 소여정이 힘센 걸 좋아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손에 힘을 더해 다른 사람을 해줄 때보다 더 세게 마사지했다.

소여정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더니 갑자기 다리를 내 팔 위에 걸었다.

나는 순간 어이없었다.

‘이 여자가 또 무슨 꿍꿍이지?’

“혀로 마사지할 줄 알아?”

‘뭐라고? 혀로... 허벅지를 마사지하라고?”

정말 그렇게 한다면 내가 미친 게 아니면 이 여자가 미친 거지.

나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차라리 몸 전체를 핥아달라고 하지 그래요?”

“그렇게 할래?”

소여정이 진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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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예쁜 여자와는 손만 잡아도 기분 좋을 텐데, 그런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나는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었다.이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나 같은 게 10명이 있어도 상대할 수 없는 여자다.일시적인 즐거움을 얻는 게 스릴 넘치겠지만 생명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나는 아직 젊고 아직 결혼도 못 한 데다 아이도 없기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진심이야. 나를 도와주면 나도 도와줄게.”소여정은 포기하지 않고 나를 향해 애교 부렸다.‘안 들린다, 안 들린다. 저건 헛소리하는 거야.’나는 끊임없이 세뇌하며 소여정한테 넘어가지 않았다.소여정은 내가 한사코 타협하지 않자 또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심지어 갑자기 침대에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흔들어댔다.“오빠, 이래도 안 돼?”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여정은 계속해서 자세를 바꾸었다.그러다가 내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선글라스를 벗겼다. 나는 그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가 그대로 들통나 버렸다.“눈 떠!”소여정은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내가 아무리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지만, 내 몸 하나 정도는 통제할 수 있거든.’소여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나도 이런 방법으로 시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여정이 강제로 내 눈을 벌렸지만 나는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그러자 소여정은 갑자기 애교 부리기 시작했다.“오빠, 눈 뜨고 나 한 번만 봐줘. 눈도 안 뜨면서 욕구가 없는 척하는 거야?”소여정은 요즘 인터넷에서 핫한 숏츠를 따라 하며 내 몸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눈은 계속 감은 채로 말이다.소여정은 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속해서 나를 꼬셔댔다.하지만 내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갑자기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명령이야. 눈 떠!”“싫어요!”나는 계속해서 고집부렸다.“그래, 안 뜬다 이거지?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아.”소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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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다고 생각되는 건 다 받아줬지만 힘이 많이 들어간 건 나도 슬쩍슬쩍 피했다.그러다 보니 분위기는 마치 애인끼리 싸우는 것처럼 되어버렸다.소여정도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좋은 마음에 소여정을 위로했다.“여정 누나, 이러지 마요. 그 어떤 남자도 애인이 자기를 두고 바람피우는 걸 좋아할 사람이 없어요. 임천호가 알면 끝장이라고요.”소여정은 그제야 얌전해져 더 이상 나를 때리거나 꼬시려 하지 않았다.그 대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끝장나면 났지 뭐. 산송장처럼 지내는 것보다는 좋거든.”‘뭐가 산손장이라는 건데? 매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멋지게 사는 거 아닌가?’“그 눈빛 뭐야? 나 못 믿어?”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믿죠.”“흥, 안 믿으면서. 눈빛이 이미 너를 배신했거든. 역시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이미 임천호의 여자가 돼서 아무 걱정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지 알아?”“설마요. 그 사람이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그럴 리가요.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면 모를까.”소여정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누나는 젊고 예쁜 데다 임천호 같은 거물의 애인이잖아요. 강북 전체 여자들은 아마 누나처럼 되고 싶어 할 걸요.”“예쁜 여자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게 익숙할 거잖아요. 누나는 예쁜데 젊기까지 하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 가도 벌 수 없는 재부와 권력을 가졌으니 당연히 부러워하고 질투하겠죠.”“너 몸매도 좋은데 말도 예쁘게 잘하네. 듣기 좋네, 앞으로 그런 말 많이 해.”내 칭찬에 소여정은 기분이 점점 좋아져 긴장을 풀었다.그 틈에 나는 얼른 말했다.“여정 누나, 앞으로 기분 안 좋으면 찾아와요. 같이 말동무 해줄게요. 하지만 더 이상 나 놀리지 마요, 못 참겠으니까. 우리가 누나와 동생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쳇, 내가 잡아먹을까 봐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거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417화

    ‘나도 참 어렵게 사네.’하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소여정을 겨우 설득했으니.”“수호.”소여정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이에 나는 다급히 대답했다.“네, 여정 누나. 무슨 일이에요?”“난 아직도 너 잡아먹고 싶은데 어떡하지?”겨우 가라앉았던 심장이 순간 다시 벌렁대 나는 다급히 말했다.“여정 누나, 그 생각은 버려요. 지금은 나를 그냥 남동생으로 생각해요. 누나가 남동생한테 그런 마음 품는 게 어디 있어요?”“피가 섞인 건 아니잖아. 그저 우리끼리 정한 거지. 누나와 동생이 더 스릴 있지 않아?”소여정이 또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다급히 말했다.“스릴은 있지만 스릴도 지나치면 안 좋아요. 여기 내가 일하는 가게라는 거 잊지 마요. 지난번에 마사지 받으러 왔을 때도 소리를 너무 크게 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었다고요.”“그럼 사람 없는 곳에서는 괜찮다는 뜻이야?”소여정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돌고 돌아 다시 이렇게 됐지?’‘젠장. 내 매력이 이렇게 큰가?’‘아니면 이 여자가 너무 굶주렸나?’“그래도 싫어요. 누나 안전을 생각해야죠.”나는 소여정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사실상 이 여자한테 너무 강요당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다.나는 이러다 성불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고?”“당연하죠. 누나잖아요.”“하하하, 쫄긴. 됐어, 안 놀릴게. 내 코트나 가져와.”소여정의 말에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얼른 소여정의 코트를 가져왔다.소여정은 코트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사실 장난이었어.”소여정은 내 턱을 주무르며 말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멍해졌다.‘뭐야? 그러면 나랑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장난친 거였어?’얼마 지나지 않아 소여정은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했다.“너 진짜 재밌다. 마음에 들어. 나중에 또 놀러 올게.”소여정은 말을 마친 뒤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났다.내가 룸에서 나오자 가게 동료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며 입을 막은 채 웃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418화

    나는 김진호가 두려운 게 아니다. 그가 나와 소여정의 일을 문제 삼을까 봐 두려운 거지.내가 두려워하는 건 소여정의 뒤에 있는 남자, 임천호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니다.김진호가 워낙 나쁜 놈인지라 뒤에서 어떻게 나를 엿 먹일지 아무도 모르니까.그런데 임천호가 누구인가? 거물 중의 거물 아닌가? 그 사람은 김진호 같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때문에 나는 김진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오후, 나는 여자 고객 세 명을 받았다. 그것도 예쁘장하고 몸매 좋은 여자로.한편으로 돈을 벌면서 미녀도 감상할 수 있다니, 이보다 꿀 빠는 일이 어디 있을까?퇴근 후 나는 동료들과 인사하고 곧장 가게를 떠났다. 그러고는 차 안에서 남주 누나에게 전화했다. 잘하면 오늘 남주 누나와 한바탕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낮고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액정을 확인했다.‘남주 누나 맞는데?’‘왜 남자가 받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인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은 먼 지방에 내려가 돌아오지 않았겠는데?’게다가 어젯밤 남주 누나가 남편과 영상 통화할 때 옆에서 들었는데, 남주 누나 남편의 목소리는 이렇게 허스키하지 않다. 조금 나지막하고 잔잔하긴 하지만.그렇다는 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주 누나의 남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남주 누나 애인인가?’‘아니면 남주 누나를 쫓아다니는 사람?’나는 너무 괴롭고 마음이 뒤숭숭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는 듯 말했다.“남주 누나는 어디 있어요? 볼 일 있어서요.”[샤워하는데, 누구죠?]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지어 말투에는 경계가 가득했다.하지만 남주 누나가 샤워한다는 말에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다.이 남자와 남주 누나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건 이로써 확실해졌다.‘나도 남주 누나의 파트너 중 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419화

    나는 남주 누나가 그동안 나를 장난감 취급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마음 한구석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지금 진짜 모습을 아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이건 미리 손실을 방지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한테 가지 않으면 어디 가지?’나는 형수한테 문자를 보내 집에 돌아갔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사실 나도 돌아가기 싫었다.‘그럼 애교 누나한테 갈까?’하지만 애교 누나 집은 형 집과 너무 가까워 형이 발견할까 봐 걱정이었다.형은 지금 왕정민과 가까이 지내는데, 왕정민이 만약 나와 애교 누나 사이를 알게 되면 분명 애교 누나를 괴롭힐 거다.게다가 선영이 아직도 애교 누나 집에 있어, 애교 누나가 나와 선영을 모두 신경 쓰려면 분명 힘들 거다.결국 고민 끝에 나는 애교 누나 집에 가려던 생각을 포기했다.정 안 되면 호텔에서 자면 되니까.나는 핸드폰을 부근에 있는 호텔을 검색했다.그러다가 몇 시간만 투숙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을 찾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하루에 고작 2만 원이 조금 넘었다.나는 결국 프랜차이즈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그 외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하고 말이다.십몇 분 뒤, 나는 프랜차이즈 호텔에 도착해 스탠더드 룸 하나를 요구했다.그러고는 아래층에서 음식을 사 들고 룸으로 향했다.내가 한창 방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너무 크고 야했으며 심지어는 내 침대까지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이 호텔 방음 너무 안 되는 거 아니야?’‘뭐 생방송이 따로 없네?’가장 큰 문제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 방까지 지진이 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이봐요, 소리 좀 낮춰요.”나는 화가 나서 침대를 발로 쾅 찼다.하지만 옆방의 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졌다.심지어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다가 점점 비명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420화

    “이 사람 약 했어요. 저 잡혀가면 죽을 수 있어요.”여자는 겁에 질려 커튼 뒤에 숨더니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나도 여자를 돕고 싶었지만 남자가 약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이 남자는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사람 같은데, 약까지 해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면 나까지 죽을 수도 있으니까.이건 내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능력도 안 되면서 미녀를 구하겠다고 달려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우선 여자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남자와 얽혀 있다는 것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설명한다.그리고 나는 아직 젊고 운동을 한 적이 없는데, 대머리남은 한눈에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기에 싸운다 한들 내가 상대가 아닐 거다.이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정말 나와 상관도 없는 사람을 구하려고 내 목숨을 내걸 필요가 없었다.내 목숨도 소중한 거고, 나도 부모가 있는 사람이니까.내가 만약 사고가 나면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슬퍼할까?결국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안전 조심해요. 전 구원요청 하러 갈게요.”“이봐요, 돌아와요. 어디 가요?”여자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너무 놀라 소리쳤다.하지만 나는 여자를 무시한 채 뒤돌아 도망쳤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크게 소리쳤다.“사람 있어요? 여기 위험한 상황이에요.”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많은 투숙객들이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문 뒤에 숨어 그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사람들도 요즘 능력도 안 되면서 도와주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때, 대머리남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나와 자기 방으로 끌고 갔다.순간 구경꾼들은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듯 하나둘 방에서 뛰쳐나왔고, 심지어 한 뚱보는 아예 의자를 들고나와 대머리남의 머리를 내리쳤다.‘무슨 상황이지?’‘내가 소리칠 때는 한 명도 안 나오더니, 왜 갑자기 다들 도와주지?’결국 몇몇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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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방 청소를 부탁해서 화나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때문에 모순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예 방을 나와 밖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다.이러면 두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까.사실 나는 호텔에 묵은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윤지은과 방을 잡았던 걸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이 두 번은 가격도 천지 차이인 데다,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덕분에 앞으로 맞아 죽어도 싼 호텔에 묵을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나는 야식거리를 찾아 바비큐와 술을 주문했다.겉보기에는 아주 행복해 보이지만 나는 혼자 먹는 게 왠지 너무 쓸쓸했다.만약 형수거나 애교 누나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고 보니 형수랑 형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애교 누나는 아마 이 시간이면 집에 있을 거다.애교 누나의 생활 패턴은 아주 간단하다, 매일 특별할 게 크게 없다.때문에 결혼하기 아주 적합한 여자다.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지금 뭐 해요?]애교 누나는 곧바로 답장했다.[티브이 보고 있어요.][너무 행복하겠어요. 티브이도 볼 수 있고. 전 지금 프랜차이즈 호텔에 묵고 있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곧장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수호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 형수가 요즘 집에 없기도 하고, 형과 싸우기도 해서 요즘 집에 돌아갈 수 없거든요. 그래서 호텔에 묵고 있어요.”[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지. 우리 집에 방도 많은데.]“저도 그러고 싶죠. 그런데 제가 가면 누나랑 자꾸만 하고 싶어져요. 집에 누나 사촌 동생도 있어서 불편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욕실 쪽을 흘긋거렸다. 그 눈빛만 봐도 선영이 샤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애교 누나는 얼른 자기 방으로 가 문을 잠그고 말했다.[선영도 다친 발이 거의 다 나았어요. 이틀 정도 지내다가 돌아갈 거예요. 그때면 우리 집에 와요.]“정말요? 너무 좋아요.”나는 그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지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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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오늘 내 기분이 안 좋은 게 가장 큰 원인일 거다. 남주 누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혼자 이 지경이 되었으니 따뜻한 품이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형수는 당연히 안 된다. 형수와 나 사이에는 아직 형이 있으니까.때문에 아무 조건 없이 나한테 모든 걸 줄 수 있는 사람은 애교 누나뿐이다.나는 애교 누나가 나랑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댈 곳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힘들면 언제든 와요. 우리 집 문은 수호 씨한테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역시 애교 누나는 나를 항상 먼저 생각한다.때문에 누나가 있다는 게 너무 다행으로 느껴져 나는 웃으며 물었다.“동생한테 우리 사이 들킬까 봐 두렵지 않아요?”[두렵죠. 하지만 언젠가 공개해야 하잖아요. 게다가 내 동생은 워낙 단순하고 아직 어려 몇 마디만 하면 바로 속아 넘어갈 거예요.]“애교 누나, 그렇게 말하는 건 나더러 집에 오라고 유혹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애교 누나의 암시가 너무 선명해 나는 그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와요. 수호 씨가 온다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저...”내가 대답하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확인해 보니 엄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나는 애교 누나에게 웃으며 말했다.“누나, 누나의 미래 시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어요. 우선 전화 먼저 받고 다시 연락할게요.”[미래 시어머니는 무슨, 누가 결혼하겠대요?]여자는 뭐든 반대로 말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애교 누나의 생각도 당연히 꿰뚫고 있다.나는 애교 누나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영상 통화를 끊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엄마, 이렇게 늦게까지 안 쉬고 뭐 해요?”시골 사람들은 보통 일찍 자기에 이렇게 물었던 거다.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엄마의 말은 나한테 찬물을 확 끼얹었다.[수호야, 네 동성 형한테서 오늘 전화 왔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속으로 아뿔사를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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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4화

    “서 사장님, 괜찮습니까?”“서 사장님...”룸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서윤기를 부축했다.서윤기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코에서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젠장. 누군데 서 사장님을 때려?”사람들은 나를 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서윤기가 손을 뻗자 사람들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서윤기는 휴지로 피를 닦더니 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정수호,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큰 Y시에서 다 만나고.”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 사장님이 여기로 인도해 주셨어. 네놈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 처리하라고 여기로 이끌어 주셨어.”서윤기는 그 말에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호섭 말이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정호섭이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신통하다면 왜 자기 죽음도 못 막았겠어?”정 사장님이 불상사를 당한 뒤 모든 사람이 비통했는데, 서윤기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그때 이동민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걸어왔다.“젠장. 감히 내 앞에서 서 사장님께 폭력을 써?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동민은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 했다. 듣기로 이동민은 예전에 백정이라서 아주 포악했었다는 말도 있다.나 역시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도살업자는 설령 그 일을 그만두더라도 피부와 핏속까지 스며든 피비린내를 지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동민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커다란 주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두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나와 이동민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동민은 내 주먹이 그렇게 단단할 걸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자기 주먹을 받아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다.나 역시 꽤 센 이동민의 주먹에 흠칫 놀랐다.싸움을 배운 뒤로 나는 이 정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주먹끼리 부딪힌 뒤 한동안 팔이 저리더니 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3화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2화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1화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0화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9화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8화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7화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6화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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