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끝난 뒤 나와 윤지은은 서로 끌어안았다.“어때요?”나는 웃으며 물었다.윤지은은 웃으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그러는 넌?”윤지은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우리는 속궁합이 참 잘 맞았다. 나 역시 아주 만족했다.어쨌든 지금은 많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그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었다.“애교 씨는 어때?”윤지은이 갑자기 애교 누나를 언급했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암세포가 퍼지는 걸 막고 있기는 한데,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몰라요. 정 사장님 때처럼 됐으면 좋겠어요.”만약 정 사장님이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정상인처럼 사모님과 함께 살 수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나와 사모님 사이도 이렇게 껄끄러워지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 세상에 만약이라는 건 없었다.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 없기에 우리는 앞을 내다보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가요. 너무 오래 나와 있어 이제 돌아가야 해요.”우리는 한참 누워 있다가 손을 잡고 돌아갔다....윤해철과 곤솽민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영희와 이영미는 함께 웃고 떠들고 있었다. 다만 손연주는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이영희의 눈빛을 무시한 채 윤지은의 손을 계속 꼭 잡고 있었다.이영희는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나도 그걸 봤지만 못 본척했다.이영희가 억지로 나와 윤지은을 갈라놓지만 않는다면, 난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면 그만이다.어쩼든 나와 윤지은만 원하면 남들은 우리를 막을 수 없다.“다른 사람은 왜 아직 안 와? 곧 식사 시간인 거 몰라서 그런대?”이영희의 말투는 쌀쌀맞았다.그러자 이영미가 말했다.“내가 우리 그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이영미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윤해철에게 전화했다.“곧 돌아온대. 그런데 제부랑 함께 안 있나 봐. 네가 전화해서 얼른 돌아오라고 해.”“싫어.”이영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말했다.“이것 좀 봐.
혼자 있으면 남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내가 한창 돌아다니고 있을 때, 갑자기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나는 이곳에서 강민주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강민주도 나를 이곳에서 만난 게 놀라웠는지 잠깐 멍해 있다가 이내 웃으며 다가왔다.“수호 씨, 혼자 왔어요?”“아니, 약혼녀 가족과 함께 왔어.”나는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저번에 놀러 갔을 때 강민주가 나에게 아첨한 이후로, 항상 저런 태도로 나오는 게 몹시 이상했다.마치 나한테 일부러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 같았다.나는 이 여자가 연소희와의 모든 악감정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다.강민주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래요? 약혼녀 가족은 어디 갔어요?”“일이 있어서 잠깐 혼자 둘러보는 중이야. 뭐 더 물어볼 거 있어? 없으면 이만 갈게.”나는 이 여자와 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돌아섰다.강민주는 ‘네’라고 짧게 대답할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민주를 한번 살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사실 강민주는 연소희 가족을 몰래 미행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를 만날 줄은 몰랐다.강민주는 연소희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나를 꼬신 뒤 연소희 심기를 건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윤지은과 약혼한 후로 그런 생각을 버렸다.하지만 오늘 다시 나를 만나니,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서 싹텄다....나를 이용해 연소희 심기를 긁을 수 없으니 연소희한테 직접 손을 쓸 생각이었다.하지만 연소희 가족은 연소희를 너무 잘 보호해 손쓸 틈이 없었다. ‘정수호가 만약 연소희와 무슨 일이 생기면, 연소희 가족도 소희를 지키지 못하겠지?’‘정수호는 지금 윤씨 가문 사위니까.’‘윤씨 가문 사위도 빼앗으려 한다면, 연씨 가문이 윤씨 가문에 뭐라고 할 건데?’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강민주는 갑자기 나를 싸늘하게 노려봤다.그도 그럴 게, 이미 나와 연소희를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이 떠올랐으니까..
이영희는 늘 차가운 표정이라 나는 방금 그녀의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영희의 눈빛에는 확실히 분노가 서려 있었다.다만 그 분노가 나 때문인지 손광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지금의 이영희는 마치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나 다름없어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온천욕을 끝낸 뒤 이영미는 미용원에 가자고 제안했고, 여성 멤버 네 명은 함께 웃으며 미용원으로 향했다.모두 떠나간 뒤 윤해철은 손광민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뭐 별것도 아닌 거로 싸우고 그래? 예전에 사이가 얼마나 좋았어? 단 한 번도 싸운 적 없었던 거로 아는데.”손광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현재 그는 너무 마음이 쓰라리고 무기력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제삼자가 보는 건 그저 겉면일 뿐이고, 제삼자가 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부부의 진정한 생활이다.다만 손광민과 윤해철은 동서지간이라 뭐든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 손광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저 혼자 산책 좀 하고 올게요.”“그래. 가 봐. 기분 전환 좀 해.”손광민은 얼른 뒤돌아 떠나갔다.그가 떠나가자마자 윤해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만 가지. 우리 남자끼리 돌아다니자고.”“네.”나는 윤해철과 함께 있는 게 좋다. 윤해철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나를 아득한 후배로 생각하지도 않고, 아랫사람 보듯 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사람과 지내면 마음마저 편해진다.나는 윤해철과 건강이나 자기관리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그 덕에 분위기는 아주 가벼웠다.“수호 오빠...”그때 등 뒤에서 갑자기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보니 다름 아닌 연소희였다.나는 깜짝 놀랐다.“소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소희 뒤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연상철과, 아버지 그리고 계모 심계화가 서 있었다.심계화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내왔다, 이에 흠칫 놀란 나는 얼른 시선을 피했다.소희는 기분 좋은 듯 달려와 내 팔짱을
‘욕할 테면 나를 욕하지 왜 남자들을 모두 욕하는 거지?’“이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나는 얼른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영희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그래 말해 봐. 대체 어떤 말을 하나 보자고.”사실 나는 머리가 복잡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 아니에요. 아까는 제가 잘못했어요.”나는 설명할수록 이상해질까 봐 설명을 포기했다.이영희는 차가운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더니 쌀쌀맞게 쏘아붙였다.“네가 어떤 놈인지 딱 보면 감이 와. 경고하는데, 지은이한테서 떨어져!”“두 사람이 아무리 약혼했어도, 난 자네가 마음에 안 들어. 지은이와 결혼하는 건 더더욱 반대고.”나는 미간을 팍 구겼다.고작 이모면서 뭘 이렇게까지 참견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모님, 전 이모님 존경해요. 하지만 무슨 자격으로 저랑 지은 씨 일에 참견이세요?”“아버님과 어머님도 이렇게 말한 적 없는데, 이모님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말해요?”이영희가 나에게 무례하게 굴며 존중해주지 않으니, 나 역시 그녀를 존경해 줄 필요가 없다.“정말 이해가 안 돼요. 왜 이렇게까지 참견이세요?”이영희는 화를 내기는커녕 피식 냉소했다.“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 결혼 못할 수도 있는 거 아나?”이 점에서 나는 확실히 자신이 없었다.이영희의 눈빛과 자신만만한 태도에 그 불안감은 더해졌다.나는 얼른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이모님...”이영희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내 말을 잘랐다.“됐어. 아무 말도 할 것 없어. 자네가 뭐라고 하든 들을 생각 없으니까.”“자네는 우리 지은이한테 안 어울려. 눈치 있으면 알아서 물러나. 만약 내가 나서면 아주 난처해질 테니까.”이영희는 말을 마친 뒤 나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섰다.‘이 여자 뭐야?’‘누굴 겁주는 거야?’‘난 이런 거에 겁 안 먹거든?’나도 더 이상 이영희를 상대하기 싫어 마음을 추스르고 온천으로 향했다.이영희는 내가 따라오는 걸 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내 행
하지만 윤지은은 부모님보다 이영희와 더 가까운 듯했다.이영희가 와인 한 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그녀의 축축한 머리는 그대로 바닥에 드리웠지만, 오히려 외모를 더 돋보이게 했다.이영희의 아름다움은 완벽한 황금비율로 된 얼굴형에 있었다.그때 와인 한 방울이 이영희의 뽀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는데, 그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다급히 몸을 돌려 온천 밖을 바라봤다.‘젠장!’‘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다른 사람이 알면 난 죽었어!’“정수호, 지금 뭐 하는 거지?”역시 걱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한창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영희가 또 내 이름을 불렀다.나는 얼른 찔려서 대답했다.“아, 등이 불편해서 엎드려있었어요.”“그래? 내가 주물러줄까?”이영희는 말하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거절했다.“아니에요. 이모님, 저, 잠시만 엎드려 있으면 돼요.”이영희는 기어코 다가왔다.“나도 한의학 전공했어. 비록 나중에 한의사가 된 건 아니지만.”“잘 엎드려 있어. 내가 봐줄게. 나 이래 봬도 실력 있어.”이영희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다가오더니 내 등을 주무르기 시작했다.우리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 무의식적으로 몸이 닿았다.나는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았다.도무지 이영희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설마 나를 시험하는 건가?’‘그렇다면 무조건 참아야 해. 절대 들켜서는 안 돼.’오늘 이렇게 모인 건 나와 이영희의 사이를 풀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하지만, 등 뒤에 미녀가 서 있는 데다, 자꾸만 몸이 닿아 나는 참기 어려웠다.“이모님, 저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나는 목욕 타월을 걸친 채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그도 그럴 게, 도무지 참을 수 없었으니까.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돌아갈 수 없다.‘하, 우선 이것부터 해결하자. 이따가 들키면
심지어 우리는 연애할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나는 윤지은을 바라보며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했다.그때 윤지은이 나 대신 말했다.“이모, 그게 사실은...”이영희는 윤지은의 말을 잘랐다.“지은아,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정수호한테 물어봤어.”윤지은은 할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결국 도망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뭐라도 대답하는 편이 나았다. 때문에 나는 우리의 만남과 연애를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했다.이영희는 계속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빤히 바라봤다.“첫눈에 반했다는 게 진짜야? 지은이는 네 어떤 모습에 반했지?”“네 말대로라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네가 대학교를 갓 졸업했을 때라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그에 반해 지은은 집안 배경도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도 있고, 심지어는 병원에서 손에 꼽히는 인재라 너한테... 반했을 리는 없을 텐데?”이영희는 최대한 자신의 발언을 조심했다.하지만 그래도 듣기에는 조금 거북했고,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그래도 오기 전에 이미 각오했기에 괜찮았다.나는 이영희가 뭘 물어보든 대답했다.“이모님, 사람 마음은 계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모님도 애초에 이모부님이랑 만났을 때 집안, 능력, 그리고 기타 조건을 봤던 건 아니잖아요?”“두 사람이 마음만 맞으면 다른 이유는 필요 없어요.”“저랑 지은 씨도 그래요. 처음에는 서로가 특별해 더 많이 눈길이 갔고, 지난 1년 동안 서로에 대해 알게 된 후로 만난 거예요.”“우리는 이미 시련도 고난도 겪었지만, 결국에는 사귀게 된 거예요. 저는 이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맞아요. 이모.”윤지은도 나를 도와 해명했다.이영희는 더 이상 나를 난처하게 하지 않고 말을 바꾸었다.“그래. 진정한 사랑이라는 건 믿을게.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지은이의 물질적인 생활은 어떻게 보장해 줄 수 있어?”“계속 윤씨 집안에 의지할 순 없지 않아? 난 여자한테 기대는 남자를 매우 경멸해.”“이모님, 저를 그렇게 비꼴 필요 없어요. 저는 처음부터 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