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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Author: 은광수
“그만해요. 계속 말하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애교 누나는 정말로 기분이 언짢았는지 정색했다.

나도 안다. 애교 누나가 남편을 얼마나 믿는지. 그래서 내가 지금 뭘 말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것도.

‘됐어. 나도 그만하자.’

“애교 누나, 우선 가서 샤워부터 해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면 제가 다시 마사지 해줄게요.”

애교 누나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수호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수호 씨 누나밖에 되어줄 수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마요. 나한테 솔로인 동생들이 많거든요. 나중에 소개해 줄게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누나 말고 다른 사람은 싫어요.”

“왜 그렇게 고집이 세요?”

애교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뻤다.

세상에 온전히 저만 바라봐 주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인 것처럼, 여자도 죽을 때까지 소녀다.

“난 이만 가서 샤워하고 올게요.”

애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수호의 그곳을 슬쩍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조금 전 혼자 한 데다 수호의 그곳을 보니 저도 모르게 몸이 달아올랐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욕구가 이렇게 심해졌지? 그동안 너무 참아서 그런가?”

애교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다급히 머리를 저으며 부정했다.

이윽고 수호에게서 일부러 눈길을 뗀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은 애교는 곧바로 샤워하는 대신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바라보며 불안감을 잠재웠다.

“정민 씨, 정말 나한테 미안한 짓 하지 않았죠?”

“아니. 난 정민 씨 믿어요. 그런데 지난 반년 동안 왜 안 돌아왔어요?

“아까 호텔에서 전화했던 상대 여자였죠? 나 그 사람 목소리 똑똑히 들었어요.”

애교는 사실 불안하긴 했지만 끝까지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니야, 됐어.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지.”

애교는 속옷과 팬티를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뜨거운 물이 비밀스러운 곳을 지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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