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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같은 막대, 다른 통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8:55:40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닷새가 더 걸렸다.

하르트 성 돌계단은 여전히 서른두 칸이었다. 루엔은 올라가며 셌다. 서른둘. 떠날 때와 같았다. 그게 이상하게 좋았다.

마르타가 계단 위에서 울었다. 베르타는 국자를 든 채 루엔을 위아래로 훑었다. “말랐네.” 루엔이 몸무게를 말하려 하자 베르타가 국자를 들었다. 루엔은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옷깃의 방패 문장을 먼저 보았다. 한 해 동안 실이 한 올도 풀리지 않은 걸 보고 웃었다.

*

그날 저녁 루엔은 아버지 방 벽을 보았다.

거기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여덟 살 여름부터 루엔이 적어 온 표였다. 기사단 아침 집합 때 기사마다 언제 닿았는지. 모래 마당 막대 그림자에 그은 금으로 적은 것. 가로는 날짜, 세로는 기사 이름.

루엔이 떠난 가을에서 멈췄어야 할 표였다.

멈추지 않았다.

떠난 날 다음 칸부터 다른 글씨가 이어져 있었다. 크고 삐뚤삐뚤했다. 칸을 벗어난 숫자도 있었다. 어떤 날은 먹이 번졌다. 어떤 줄은 위로 휘어 올라갔다. 종이가 모자라 옆에 한 장을 덧붙였고, 그 옆에 또 한 장을 붙였다.

“대충 적었다.”

뒤에서 코넬이 말했다. 열일곱 살 형은 문틀을 다 채웠다. 기사 견습 옷을 입고 있었다.

“네가 없으니까 누가 늦는지 아무도 안 적더라. 그래서 대충.”

루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표 앞에 섰다. 첫 칸부터 셌다.

가을. 겨울. 봄. 여름.

눈 온 날은 칸에 작은 별 표시. 기사가 아파서 못 나온 날은 이름 옆에 가위표. 아버지가 국경에 간 이레 동안은 「아버지 없음」이라고 적고, 그래도 다른 기사들 시각은 다 적혀 있었다.

루엔은 끝까지 셌다. 날짜 삼백열한 칸. 기사 여덟.

빠진 칸이 없었다.

한 칸도.

루엔이 돌아보았다. 코넬은 벌써 복도로 나가고 있었다.

“형.”

“왜.”

“한 칸도 안 빠졌습니다.”

코넬의 걸음이 멈췄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 대충 적었다니까.”

“글씨가 대충입니다. 칸은 대충이 아닙니다.”

코넬이 뒤통수를 긁었다. 귀가 빨갰다. 루엔이 여섯 살 때, 칼끝 백 번이 다 한 마디 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그러고는 말없이 가 버렸다.

루엔은 표 맨 아래에 작게 적었다. 이어 적은 사람: 코넬 하르트. 빠진 칸: 없음. 그러고는 그 줄에 적은 날짜를 한 번 더 확인했다.

*

이튿날은 노르벡 여름 장날이었다.

광장 우물 옆 돌기둥에 브란의 쇠 되가 사슬에 묶여 있었다. 루엔이 일곱 살 때 함께 만든 것. 깎기 막대도, 불도장 찍힌 첫 쇠 숟가락도 옆에 걸려 있었다. 사슬이 반들반들했다. 쓴 손이 많았다는 뜻이었다.

장터 한쪽에 수레가 섰다. 로센에서 온 상인이었다. 통이 여러 개 실려 있었다. 기름 통, 맥주 통, 포도주 통.

상인은 통을 팔 때 이상한 막대를 썼다.

긴 쇠막대에 눈금이 새겨져 있었다. 통 배 한가운데 뚫린 꼭지 구멍에 막대를 비스듬히 찔러 넣었다. 막대 끝이 통 안쪽 반대편 바닥 모서리에 닿으면 멈췄다. 구멍 가장자리에 닿은 눈금을 읽었다.

“다섯 뼘 하고 두 마디. 은화 한 닢 하고 동화 넷.”

막대 길이로 값이 정해졌다. 통 모양은 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줄 서서 샀다. 막대가 쇠로 되어 있고 눈금이 반듯하니 속일 게 없어 보였다. 실제로 상인은 속이지 않았다. 막대를 넣을 때마다 손님에게 눈금을 보여 주었다.

루엔은 줄 옆에 서서 통들을 보았다.

통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하나는 길쭉했다. 하나는 뚱뚱하고 짧았다. 상인이 두 통에 막대를 넣었다. 둘 다 다섯 뼘 하고 두 마디.

같은 값이었다.

*

루엔은 상인에게 가서 물었다. 빈 통 두 개를 빌릴 수 있느냐고. 물을 채워 보겠다고.

상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루엔 옷깃의 방패 문장을 보고, 광장의 쇠 되를 보았다.

“영주님 둘째 도련님이시구먼. 되 만든.”

“예.”

“채워 보시오. 물은 도련님이 길어 오고.”

한스가 도왔다. 열일곱이 된 한스는 이제 기사 창을 닦았고, 가끔 말을 탔다. 한스와 루엔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두 통을 채웠다. 그리고 광장의 쇠 되로 한 되씩 퍼냈다. 깎기 막대로 깎아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되를 셀 때마다 누군가 따라 셌다.

길쭉한 통: 서른한 되.

뚱뚱한 통: 마흔한 되.

열 되가 달랐다. 같은 막대, 같은 값에.

광장이 웅성거렸다. 방금 길쭉한 통을 산 사람이 제 통을 내려다보았다.

상인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두 통을 보았다.

“알고 있었소.”

사람들이 상인을 보았다.

“막대는 우리 아버지 때부터 쓰던 거요. 그땐 통장이가 다 같은 모양으로 짰지. 배가 이만큼, 길이가 이만큼. 모양이 같으면 막대가 맞소. 긴 막대 통이 큰 통이고 짧은 막대 통이 작은 통이고.” 상인이 뚱뚱한 통을 발로 툭 찼다. “요즘 통장이들이 제멋대로 짜오. 남쪽 통장이는 길쭉하게, 북쪽 통장이는 뚱뚱하게. 그러면 막대가 안 맞지. 알지만, 달리 잴 게 없었소. 통을 다 쏟아서 되로 잴 순 없잖소.”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막대는 한때 옳았다. 통이 바뀌었을 뿐.

“쏟지 않고 재는 법이 있으면 쓰시겠습니까.”

“팔 때만 쓰라면 안 쓰오.” 상인이 말했다. “살 때도 쓸 수 있어야지. 나도 남쪽에서 통을 사 오니까.”

*

루엔은 통을 얇은 원판으로 보았다.

통을 옆으로 눕혀서 아주 얇게 썬다고 생각하면, 썬 조각 하나하나는 동그란 판이다. 원판 하나의 부피는 그 원의 넓이에 두께를 곱한 것. 원의 넓이는 여섯 살 겨울 밀랍판 열두 개로 잡은 그 수로 셈할 수 있었다.

통은 배가 불룩했다. 가운데 원판은 크고 양 끝으로 갈수록 작았다. 그러니 원판마다 크기가 달랐다. 원판을 얇게 썰수록, 크기가 조금씩 다른 원판들을 하나하나 더하면 통 전체가 되었다.

끝없이 얇게 썰면 딱 맞았다. 지난가을 오이겐 교수와 밤새 쪼갠 것이 여기서도 나왔다.

장터에서 끝없이 썰 수는 없었다. 루엔은 줄자로 통을 쟀다. 양 끝 뚜껑 지름. 배 한가운데 지름. 그리고 통 길이. 그 셋만으로 원판을 쌓은 합을 어림하는 법을 셈했다. 배가 불룩한 모양이 어느 통이나 비슷한 곡선이라, 세 값이면 원판 수십 장을 더한 것과 거의 같았다.

그걸로 표를 만들었다.

가로는 배 지름. 세로는 통 길이. 끝 지름이 배 지름의 몇 할인지에 따라 표를 셋으로 나눴다. 칸마다 되 수.

사흘이 걸렸다. 사흘 밤 동안 원판을 쌓았다. 쌓다가 한 번 멈췄다.

원판을 쌓으면 통이 된다. 그럼 원을 돌리면….

루엔은 펜을 멈추고 그 생각을 조금 따라갔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지금은 통이었다.

*

표를 걸기 전에 검산이 필요했다.

펠릭스의 산수 교실은 여전히 성 창고 옆 빈방에 있었다. 몰튼이 장부를 두던 방.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앉아 석판에 셈하고 있었다. 루엔이 떠날 때보다 아이가 여덟 명 늘어 있었다. 스물아홉 명.

“칸마다 두 사람이 따로 셈하게 해 주십시오.” 루엔이 펠릭스에게 부탁했다. “같으면 동그라미, 다르면 표시.”

펠릭스가 밀랍판을 내려놓았다. 서른여섯이 된 펠릭스의 손가락 옆에는 여전히 잉크 얼룩이 있었다.

“도련님 표를 아이들이 검산하는 겁니까.”

“예.”

“틀린 게 나오면요.”

“그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펠릭스가 웃었다. 크게.

아이들이 칸을 나눠 셈했다. 루엔이 적어 준 방법대로. 석판에 루엔 글자로, 자리를 맞춰서. 한나절이 걸렸다. 동그라미가 하나씩 늘었다.

해 질 무렵 한 여자아이가 석판을 들고 루엔에게 왔다. 열 살쯤. 앞니가 하나 빠져 있었다.

“도련님. 여기 끝자리가 달라요.”

배 지름 네 뼘, 길이 여섯 뼘, 끝 지름 여덟 할짜리 칸. 루엔 표에는 쉰일곱 되. 아이 석판에는 쉰여섯 되.

같은 칸을 셈한 다른 아이 석판도 쉰여섯.

루엔은 제 셈을 다시 했다. 원판 넓이를 옮겨 적다가 한 자리를 잘못 읽었다. 쉰여섯이 맞았다.

“제가 틀렸습니다.”

여자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련님도 틀려요?”

“틀립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따로 셈하는 겁니다.”

루엔은 표의 그 칸을 고쳤다. 그 옆 여백에 작게 적었다. 검산: 이 칸을 찾은 사람. 그리고 아이 이름을 물었다. 아이가 이름을 말했다. 루엔은 끝까지 받아 적었다.

펠릭스가 그걸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셈판 뒷면, 칼로 열한 번 그어 지운 수도원 무늬 자리를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다.

*

표는 광장 쇠 되 옆 기둥에 걸렸다. 비에 젖지 않게 기름 먹인 천을 덮었다.

로센 상인은 표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그러고는 제 통에 줄자를 대 보았다. 배 지름, 끝 지름, 길이. 표를 찾았다. 길쭉한 통, 서른한 되. 뚱뚱한 통, 마흔한 되.

광장에서 물로 쟀던 값과 같았다.

“세 번 재야 하는군.” 상인이 말했다. “막대는 한 번이었는데.”

“한 번 재서 열 되가 틀리는 것보다 세 번 재서 맞는 게 빠릅니다. 틀린 걸 다투는 시간까지 치면.”

상인이 루엔을 보았다. 그러다 웃었다.

“로센에도 한 장 써 주시오. 남쪽 통장이 통을 살 때 쓰게.”

“로센 장터는 로센 되를 쓰십니다.”

“그러니 로센 되로 바꿔 셈하는 줄도 하나 붙여 주시오.” 상인이 쇠 되 쪽으로 턱짓을 했다. “우리 영주님은 저 쇠 되를 안 따르시오. 되를 정하는 건 왕의 일이라나. 그래도 장사꾼은 두 되를 다 알아야 먹고살지.”

루엔은 네 살 가을 세금 날을 떠올렸다. 로센 되 열이 하르트 되 열하나 하고 조금. 그 「조금」은 아직 아무도 재지 않았다.

“바꾸는 줄은 붙이겠습니다. 다만 로센 되를 한 번 빌려 주셔야 합니다. 물로 재 봐야 끝자리가 나옵니다.”

“끝자리.” 상인이 웃었다. “다음 장날에 가져오리다. 로센 장터 한가운데 걸린 놈으로.”

“한 장에 동화 여섯 닢입니다. 종이 값과 먹 값입니다. 영수증을 드리겠습니다.”

상인이 동화 여섯 닢을 세어 주었다. 루엔은 영수증을 써서 건넸다. 상인이 영수증을 한참 보았다. 값 자리에 여섯이 루엔 글자로 적혀 있었다.

“이 글자, 로센 장터에서도 쓰는 애들이 생겼소.” 상인이 말했다. “노르벡 교실에서 배운 애가 로센으로 시집을 갔다나.”

루엔은 수첩을 폈다. 로센에 간 루엔 글자: 한 사람 이상. 그리고 줄을 그었다. 한 사람 이상은 수가 아니었다.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에 로센 장터에 가서 세어 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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