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가을, 세금 날이 왔다.아침부터 성 마당이 시끄러웠다. 수레바퀴 소리, 소 울음, 자루 끄는 소리. 노르벡 마을 사람들이 거둔 곡식을 지고 성문으로 들어왔다. 밀, 보리, 귀리. 영주 몫을 내는 날이었다.마당 한가운데 긴 탁자가 놓였다.탁자 앞에는 집사 몰튼이 앉았다. 머리가 벗어진 마른 남자였다. 펜 끝을 잉크에 적시는 손이 빨랐다. 옆에는 셈판이 있었다.탁자 앞에는 나무 되가 하나 놓였다.루엔은 그 되를 오래 보았다.참나무로 짠 둥근 통이었다. 아이 몸통이 들어갈 만큼 컸다. 쇠띠 두 줄이 둘렸다. 오래 써서 나무가 까맣게 윤이 났다. 테두리 한쪽이 닳아 조금 낮았다.하르트 되였다. 이 영지에서 곡식을 재는 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썼다고 했다.농부가 자루를 기울여 되에 곡식을 부었다. 곡식이 되 위로 봉긋 솟으면 몰튼이 장부에 막대 하나를 그었다. 되를 비우고, 다시 붓고, 다시 긋고.“마흔일곱 되, 보리. 겔트네 집.”몰튼이 셈판 돌을 옮기며 불렀다. 겔트라는 농부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루엔은 탁자 모서리를 붙잡고 발끝으로 서 있었다. 네 살이 되니 키가 탁자 높이에 겨우 닿았다.“도련님, 거기 계시면 곡식 먼지 드세요.”마르타가 뒤에서 말렸다. 루엔은 움직이지 않았다.몰튼이 펜을 멈추고 흘끗 보았다.“도련님은 셈 구경이 그렇게 재밌으십니까.”“예.”“허, 참. 형님 되시는 도련님은 이 날만 되면 마구간으로 도망가시는데.”실제로 코넬은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 목검 소리가 마구간 쪽에서 들렸다.몰튼은 웃으며 다시 막대를 그었다. 루엔은 그 막대의 수를 따라 셌다. 몰튼의 셈과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점심 무렵, 로센령에서 곡물상이 왔다.로센령은 하르트령 남쪽 이웃 영지였다. 하르트령보다 크고 장이 컸다. 해마다 가을이면 로센 상인들이 올라와 영지의 남는 곡식을 사 갔다. 북부의 작은 영지는 곡식을 돈으로 바꿀 데가 마땅치 않았다.곡물상은 도르크라는 남자였다. 배가 나오고 목소리가 좋았다.
Last Updated : 2026-10-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