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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전남편이 백억 대 투자자
백수 전남편이 백억 대 투자자
Author: 닥훈

0001 화

“승우 씨,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도 돼.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만족시켜 줄 테니까.”

“그럴 거 없어.”

“그래. 어쨌든 가는 길이니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구청 입구에서 이혼 수속을 마친 안혜윤은 BMW 730i에 올라타 시동을 걸며 말했다. 올블랙 힐과 엉덩이에 달라붙은 짧은 치마는 안혜윤의 매혹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보게 했다.

“괜찮아, 나도 차 있잖아.”

연승우는 자신의 낡은 전기차를 가리켰다. 그의 전기차는 럭셔리한 BMW 앞에서 더없이 초라해 보였다.

연승우는 안혜윤이 타고 있는 BMW와 자신의 낡은 ‘똥차’를 번갈아 쳐다보며 문득 물었다.

“그래서 나랑 이혼한 이유가 고작 이거란 거야?”

안혜윤은 단번에 연승우의 뜻을 이해했다.

“맞아. 우리가 이혼하는 이유는 맞지만, 전부는 아니야.”

“전부는 아니라고? 그럼 내가 맞춰볼게, 나머지 이유는 양태하 씨 때문인가?”

안혜윤의 예쁜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침묵을 인정으로 받아들인 연승우도 따라서 쓴웃음을 지었다.

“너에겐 우리의 지난 5년이라는 세월이, 매일 같이 삼시세끼를 챙겼던 내 정성이 양태하의 투자 한 번에도 못 미친다는 거야?”

안혜윤도 울분을 토하며 언성을 높였다.

“연승우,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몰라!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아? 회사가 곧 망하게 생겼는데, 승우 씨는 나를 조금도 도울 수 없잖아. 승우 씨는 그 정도로 무능하잖아! 나는 단지 내 스트레스와 고민을 함께 나눌 남자를 원할 뿐이야. 알겠어?”

연승우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이 들이마셨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한 명은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커리어우먼이고, 다른 한 명은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남자 가정부였다. 그들은 원래부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설사 연승우가 자기를 팔아넘긴다고 해도 안혜윤이 원하는 것, 안혜윤의 욕심을 만족시켜 줄 수 없을 것이다.

‘혜윤아, 설마 그때 내가 부도를 맞으면서까지 네 사업을 지지해 줬다는 걸 잊은 거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었을 거야.’

안혜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만 가볼게. 이 카드는 받아 둬. 안에 10억 원 들어있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해도 돼.”

연승우는 사양하지 않고 카드를 받았다.

“이렇게 카드라도 던져주는 걸로 네가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받을게.”

‘허, 말하는 것 좀 봐!’

안혜윤은 복잡한 심경으로 한숨을 내쉬며 액셀을 밟았다. 그러나 몇 미터 채 나가지 못하고 갑자기 멈춰 섰다. 안혜윤은 예쁜 얼굴에 차갑고 도도한 미소를 머금으며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앞으로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담배는 조금 줄여.”

“알았어.”

연승우는 대뜸 대답했지만, 담뱃불을 끄지 않았고 다시 한 모금 빨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불편한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았다.

BMW는 점점 멀어져 갔고 연승우의 눈에는 반짝이는 차의 데이라이트가 아른거렸다.

“퉤!”

혼자 남겨진 연승우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뱉어 버렸다.

“X발, 담배 맛이 왜 이래! 어찌나 독한지 눈물이 다 나오네.”

몇 년 동안 술을 끊었던 그는 갑자기 술이 당겼고 만취할때까지 마셔서라도 이 고통에서 헤어 나오고 싶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현실은 마주 앉아 한잔할 친구 한 명조차 없었다. 요 몇 년 동안 그는 이 여자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변 정리도 깨끗하게 되어있었다.

“가난한 남자는 자존심도 뭣도 없는 거야?”

연승우는 의미심장하게 혼잣말을 하더니, 국제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최근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했는지 알아봐요.”

이명훈은 흠칫하더니 대답했다.

“도련님, 도련님의 해외 자산을 정확한 액수로 계산해 드리려면... 한 마디로 국고 부럽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아저씨, 일주일 안에 내 자산을 모두 국내로 이전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결혼하고부터 5년 동안, 연승우는 집에서 빈둥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허송세월을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그는 안혜윤이 준 생활비 2억 원을 모두 주식 시장에 쏟아부었고 ‘진북왕’ 이라는 타이틀로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9년 주식 시장 폭락 시, 연승우는 자신만의 펀드 운용 로직을 만들어 수익을 최대로 올리며 주가를 뒤흔들었다.

2020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판다’는 워런 버핏의 말에 버금가는 주식투자법을 만들어 글로벌 경제시장을 활성화시켰다.

2021년 세계 인플레이션...

2022년...

불과 몇 년 만에 ‘진북왕’ 이라는 그의 이름이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그뿐만 아니라 딥 웹의 일인자인 블랙 킹을 포섭하여 딥 웹이 가지고 있는 약 천만 명의 디지털 용병과 킬러들을 부렸다. 여가 시간에 그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백귀천방'을 독학하고, 터득한 지식으로 세계 제일의 의약 제국을 창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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