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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Author: 닥훈
그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에너지를 축적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목적, 복수를 위해서였다.

매일 밤 집안이 파멸을 맞던 그날의 참극이 악몽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번 상연되었다...

연승우는 정신을 차리고 휑한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코웃음을 지었다.

“당신들이 곳곳에 숨어놓은 첩자들이 수시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마음 놓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해외에서 힘을 키우고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겠지.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다들 피를 볼 준비나 해!”

분노가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치솟자, 연승우는 괴력을 발휘하여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냈다.

한편, 질주하던 안혜윤은 핸드폰 알림창에 뜬 역대급 빅이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빅뉴스! 서방 비즈니스계의 미다스, 진북왕이 대성으로 돌아오다! 그와 더불어 국고에 버금가는 막대한 자산이 국내로 이전될 것을...”

이 순간 안혜윤은 설렌다고 하기보다는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극도로 흥분된 상태가 되었다. 진북왕은 안혜윤의 우상이었고 신앙이었기에 진북왕을 만나는 것은 안혜윤이 평생을 거쳐서라도 이루고 싶은 목표였다. 그러나 진북왕이 갑자기 대성으로 돌아올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안혜윤은 벅차오르는 감동에 운전 중인 것도 망각하게 되었다.

빵!

빵빵!

우측에서 끼어들던 대형 화물차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리고 나서야 안혜윤은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다...

쾅... 콰콰쾅!

굉음이 울린 후, 사고 현장은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안혜윤은 인사불성이 되었다.

연승우는 안혜윤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 소식을 들은 순간, 이혼 신청을 제출했다는 사실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고 연승우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반드시 안혜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장모 이춘화가 로비에서 울부짖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여러분, 제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출혈이 심하다고 합니다. 수혈이 필요한 이 시점에 병원 측은 마침 B형 혈액이 부족하다고 하네요! 제발 현장에 혈액형이 B형인 분들이 계신다면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제 딸을 살려주세요...”

그 장면을 보고 연승우는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해 갔다.

“제가 헌혈하겠습니다! B형이니, 빨리 피를 뽑으세요.”

이춘화는 연승우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잠깐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연승우를 잡아끌고 헌혈실로 뛰어갔다.

“간호사 선생님, 빨리 피를 뽑아서 사람을 구하세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 초가 긴박한 순간이었기에 새내기 간호사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헌혈하시겠습니까?”

간호사의 질문에 이춘화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 나서며 말했다.

“필요한 만큼 뽑으세요.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좀 하세요!”

새내기 간호사는 이춘화의 무례한 언행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한 만큼 뽑으라고요? 보호자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환자분을 살리려고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겁니까?”

이때 연승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보호자분이 시키는 대로 해주세요. 전 괜찮아요.”

간호사는 다급하게 연승우를 말렸다.

“그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어요...”

이춘화는 원래 성격을 드러내며 다짜고짜 욕을 쏟아부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피 좀 뽑으라고요! 요 몇 년 동안 우리 가문에서 거둬주지 않았다면 이미 굶어 죽었을 녀석인데, 그깟 피 좀 뽑는 게 무슨 대수라고!”

지금까지 이춘화는 단 한 번도 연승우에게 사람 대접을 해준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조금 전 이춘화의 발언은 연승우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안혜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춘화와 실랑이를 할 새가 없었다.

“괜찮으니 헌혈하게 해주세요!”

200ml... 400ml... 800ml...

“멈추지 마세요! 이 정도로 되겠어요? 부족해요! 계속...”

새내기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

“최대로 400ml까지 헌혈할 수 있습니다. 이미 두 배가 넘었으니 그만두셔야 합니다.”

“뭐라는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주제에 간호사라고! 꺼져, 내가 할게!”

막무가내인 이춘화 때문에 헌혈량이 1,000ml를 넘어갈 무렵, 연승우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모자란 놈!”

이춘화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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