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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7 화

Penulis: 닥훈
‘너희들의 아첨하는 상대는 내 눈에 개미만도 못한 존재들이지. 그리고 네가 말한 또 다른 거물급 인사가 바로 나야.’

연승우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닌것 같아. 식사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갈게.”

연승우는 홀가분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승우 씨...”

안혜윤은 한스러운 표정으로 연승우를 쳐다보았다.

‘평생 운전기사 노릇이나 하겠다고? 하찮기는...”

그녀는 연승우에게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

‘승우 씨, 당신이 양태하의 반만 따라가도 난 이혼까지 하려 하지 않았을 거야.’

연승우가 사과도 없이 떠나는 것을 보고, 안성찬은 길길이 날뛰었다.

“연승우, 너 거기 서! 내가 널 가만둘 거 같아?”

양태하는 우선 안성찬을 진정시켰다.

“성찬아, 보내줘. 이따가 세 분 앞에서 일러바치면 그만이야, 아마 성주시에서 못 버틸 거야.”

안성찬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태하 형님의 말이 맞아요. 연승우 너 이 자식, 주 대표님의 운전기사랍시고 잘난체했을지 몰라도, 믿는 구석인 주 대표님도 세 명의 거물 앞에서는 아무것 아니야. 참, 태하 형님, 방금 허원철 어르신과 유한민 청장님 말고도 거물급 인사가 한 분 더 있다고 하셨는데, 그 거물이 누군지 아세요?”

양태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잘 몰라, 이따가 들어가면 알게 될 거야.”

연승우가 킹 호텔에서 가장 호화로운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하고 룸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유한민 외에도 환갑에 가까운 어르신 한 분과 묘령의 소녀가 앉아 있었는데, 두 사람의 얼굴은 할아버지와 손녀인 게 틀림없을 정도로 판박이였다. 이때 유한민이 자진해서 일어나 인사했다.

“승우 씨, 왔군요. 어서 앉으세요.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군부대의 허원철 어르신이세요. 우리 군의 특등 공신이자 저의 오랜 상사입니다. 옆에 계신 아가씨는 허원철 어르신의 손녀, 허은지 씨예요. 흔치 않은 여대령이죠.”

“어르신, 은지 씨, 제가 두 분께 소개하고픈 신의, 연승우 씨입니다.”

허원철은 자상하고 상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젊은 청년일 줄은 몰랐네요. 정말 젊고 유망합니다.”

연승우도 예의를 차렸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신의?’

허은지는 연승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과 질의로 가득 찬 말투로 물었다.

“신의? 하하... 어느 최고의 의학부에서 연수하셨는지요? 센세이션을 일으킨 의학 문헌이나 뛰어난 완치 사례를 발표한 적은 있는 거예요?”

연승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거 없습니다.”

허은지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사람을 신의라고 하신 거예요? 그럼 온 세상에 널린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신의겠네요?”

룸 분위기가 순간 어색해졌고, 보다 못한 허원철이 손녀를 향해 호통쳤다.

“은지야, 입 다물어. 어디서 배워먹은 말버릇이야?”

허은지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할아버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잖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한 의사는 적어도 백 명은 될 겁니다. 그런데 그중에 백발이 성성하지 않은 분이 계셨나요? 이 사람 좀 보세요! 이렇게 젊은데, 전문의라고 하기에도 어린 나이 같아 보이는걸요. 제대로 환자를 본 적은 있는지 의심되네요.”

허원철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가 뭘 알아! 빨리 승우 씨에게 사과해.”

다른 것을 제쳐두고, 연승우가 세 명의 대단한 사람들과 대면하고도 침착을 잃지 않는 모습을 직접 보니 유한민 청장이 그를 추켜세우는 이유를 잘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허은지의 언짢게 하는 말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 모습까지 비치니, 허원철은 상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허원철은 이 상황에 놓인 게 자기라고 해도, 연승우처럼 담담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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