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가마는 무척이나 빠르게 달렸지만, 가마 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백진아는 공간에서 영천수를 꺼내 몇 모금 마신 뒤 아이에게 좋은 약까지 먹었다. 연천능의 잘생긴 얼굴이 다급함에 새하얗게 질린 것을 보고, 그녀는 얼른 말했다.“괜찮습니다. 그저 조금 불편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배후에 숨어 있는 사람에게, 자기들 때문에 아이가 위태로워졌으니 더더욱 천무성에 갈 수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딱히 복수할 수는 없지만, 상대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연천능이 피식 웃었다.“정말 유치하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아이 같구나.”백진아가 말했다.“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여움받고 사랑받으면, 아무리 여장부라도 점점 아이 같아지는 법입니다. 반대로 나쁜 남자를 만나면, 아무리 순진하고 어리숙한 사람이라도 호랑이나 매서운 여자로 변한다고요. 괜히 혼인이 여인에게 두 번째 환생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연천능은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다정하게 말했다.“말 하나하나 어쩜 그렇게 그럴듯하냐.”백진아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물었다.“천무성에는 사람을 보내 알아봤습니까? 그들은 어디에 갇혀 있고, 상황은 어떻습니까?”연천능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조옥에 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백경유가 사람을 보내 구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백진아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 조옥이라면 그녀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금양 공주를 죽였다는 누명을 썼을 때 바로 그곳에 갇혀 있었다.조옥은 황제의 명령으로 범인을 체포해 가두는 감옥이었다. 대량의 조옥은 황제의 측근인 금의위가 관리했다.금의위는 황제가 직접 관할하는 특수 조직으로, 삼법사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사람의 생사 역시 황제의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조옥의 돌벽은 한 자가 넘을 정도로 두꺼웠고 철문도 여러 겹이었다. 게다가 금의위는 하나같이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조옥에서 사람을 구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백진아가 이를 악물었다.“연
무진은 연천능과 함께 큰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근 이십 년 동안 서로 의지하며 함께해 온 사이니, 그 정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다.연천능은 그녀가 얼굴을 굳힌 채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 부드럽게 물었다.“왜 그러느냐? 응?”백진아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저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요. 아까 서로 눈빛을 주고받던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분이 한 쌍인 줄 알겠습니다.”“무슨...”연천능의 얼굴이 시커멓게 굳었다.“어이쿠!”밖에 있던 무진은 하마터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 표정이 그야말로 볼만했다.연천능은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을 지었다.“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게냐? 정말 상상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나와 무진이? 세상에, 정말 못 생각해 내는 게 없구나. 임신 중에는 별생각이 다 든다더니, 바로 이런 것인가?”임신 중에는 별생각이 다 든다고?백진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정말 그런 걸까?연천능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달랬다.“됐다, 됐다. 그만 생각하거라. 너무 걱정하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으니.”백진아는 배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뱃속의 꼬맹이가 살짝 움직였다. 마치 몸을 뒤척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연천능의 품 안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아 기대었다.그 순간, 허공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백 황후! 천무성으로 오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백경패와 백경송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입니다!”그 목소리는 전음술을 통해 가마 안으로 전달된 것이었다. 가마 안의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은밀한 전음인 것으로 보아, 상대의 내공이 상당히 높은 것이 분명했다.백진아는 곧바로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천무성? 대량의 수도잖아요!”백경패, 백경송, 백경림, 그리고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와 몇몇 아가씨, 첩은 대량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수만 명의 병사와 함께 신분을 숨기고 흩어져 은거
이유니는 서늘한 기운의 손가락 세 개가 자신의 손목을 누르는 것을 느끼고는 살짝 눈을 떴다. 그러자 걱정과 염려가 가득한 고지행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피곤한 듯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고지행은 그녀의 맥을 짚어 보았다. 정상적인 산후 허약 증상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얼른 쉬거라. 흑설탕을 넣은 달걀을 끓이라고 할 테니, 다 끓으면 깨우마!”이유니가 피식 웃었다.“걱정하면서도 아니라고 잡아떼기는!”고지행은 그녀를 흘겨보았다. 그래도 그를 놀릴 기운이 있는 것을 보니, 아무 문제도 없는 모양이었다.이유니는 몇 번 키득거리다가, 정말이지 너무 지쳐서 힘없이 잠이 들었다.고지행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에 숨결이 느껴지는지 확인하고, 다시 맥을 짚었다. 그녀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이유니는 무사했다!그의 아이들은 그처럼 태어나자마자 친어머니를 잃는 일이 없을 것이다.정말 다행이었다!고지행의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아이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어릴 때 다른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귀여움받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는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어머니가 그를 낳다가 난산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던가?그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문에 부모가 죽는 일도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그의 아이들은 그런 죄를 짊어질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고지행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애써 삼키고, 조심스럽게 이유니의 이불 끝을 여며 주었다. 그는 발치의 이불까지 빈
쌍둥이는 보통 둘 다 같은 성별인 경우가 많았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함께 태어날 확률은 높지 않았다. 신의곡 곡주 역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첫째 아이가 딸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저 둘 다 딸인 줄만 알았다.그런데 증손자와 증손녀라는 말을 듣자, 곡주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좋아! 정말 잘됐구나! 고가에 대를 이을 후손이 생겼어! 상을 내려라! 후하게 상을 내려!”고지행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입을 쩍 벌리고 몇 번이나 “하하하!” 하고 바보처럼 웃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턱을 살짝 치켜들고 연천능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들었습니까? 딸에, 아들까지 있습니다!”연천능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체면도 신경 쓰지 않고 대놓고 눈을 흘겼다.“짐이 귀머거리인 줄 아느냐?”“하하하!”고지행은 시원스럽게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한 번에 아들딸을 다 얻었다니! 난 정말 대단하네! 하하하… 어쩜 이렇게 대단하지? 하하하…”“유치하기는.”연천능은 질린다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가 기뻐하는 것은 신의곡 곡주를 위해서였다. 어르신도 하필이면 고지행처럼 손이 많이 가는 손자를 만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후손이 생겨 가문의 대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어르신의 오랜 걱정거리 하나가 드디어 해결된 셈이었다.백진아는 두 아이를 깨끗이 씻긴 뒤 작은 포대기에 하나씩 감싸 바깥방으로 데리고 나왔다. 고지행과 신의곡 곡주에게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백진아는 신의곡 곡주가 남자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들을 그에게 내밀었다.“어서 보세요. 어르신의 큰증손자예요.”“그래, 그래!”신의곡 곡주는 두 손을 몇 번이나 허공에서 더듬더니, 서툴게 말랑말랑한 갓난아기를 품에 안았다.고지행은 어쩔 수 없이 큰딸을 품에 안았다.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감격, 기쁨, 따스함, 자애로움, 호기심, 그리고 막연한 불안감….두 사람 모두 의원이었지만, 갓 태어난 아기
고지행은 이유니가 국수 그릇을 들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백진아 앞에 차려진 반찬과 국그릇으로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그는 괜히 마음이 쓰여 서둘러 말했다.“조금 있으면 아이를 낳아야 하니 소화가 잘되는 걸 먹어야 한다. 이 국수는 오백 년 된 인삼을 달여 만든 닭고기 육수로 끓인 거라 네게 가장 잘 맞아. 오백 년 인삼은 예전에 황후 마마께서 하사하신 것이다.”이유니와 혼인한 이상, 그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 주고 싶었다. 가장 좋은 것, 가장 알맞은 것을 주고, 조금이라도 서운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특히 이유니가 백진아에게 원망이나 적대감을 품게 해서는 안 됐다.이유니는 좋은 것이라면 많이 먹어 보고 누려 본 사람이었다. 그러니 백 년이 넘은 인삼의 맛도 알아챘다. 그녀는 곧 고지행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서방님.”평소에도 그녀는 자주 그를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백진아 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고지행은 왠지 조금 어색했다.그는 눈빛을 살짝 흔들더니 말했다.“황후 마마가 오시니 더 울지도 않는구나. 혹시 약을 먹은 것이냐?”백진아가 이유니를 대신해 말했다.“진통제는 안 먹었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준 것뿐입니다.”고지행도 주의를 돌리는 것이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바로 문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부르세요.”이유니는 국수를 먹으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예, 가세요!”고지행은 그녀의 호탕한 모습을 보고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배불리 먹고 나자 두 산파도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백진아는 산파에게 이유니를 부축해 침상에서 내려오게 한 뒤 몇 바퀴 걷게 했다.그뿐만 아니라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도 시켜 아이가 최대한 골반 안으로 내려오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니는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아파하기 시작
“그 결과, 난산으로 목숨을 잃은 임산부의 몸이었지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녀를 대신해 아이를 낳아야 했는데... 그것도 앉아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고통이란 정말 말도 못 해요!”“하하!”백진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남의 입장에서 보면, 이유니가 이렇게나 많은 삶을 겪었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하지만 이럴 때 웃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백진아는 얼른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그렇다면 그전 생에서는 남자였느냐?”이유니는 허망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예. 그것도 왕야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자 자리를 놓고 형제끼리 다투다가 형제의 손에 죽었지요.”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멀쩡한 사내가 아이를 낳는 여인이 되었으니... 변화가 너무 극적이구나. 속상했겠어.”이유니는 한숨을 내쉬었다.“말하자면 눈물밖에 안 나오네요! 저도 한때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발버둥 쳐봤고, 계략을 꾸미며 권력을 다투기도 했고,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을 것처럼 사랑해 보기도 했습니다. 부귀영화를 누려 보기도 했고, 가난하게 살아 보기도 했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더군요. 제 시체가 몇 번이고 땅에 묻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기분이란… 인생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만들더군요. 결국 도를 닦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세상만사가 그저 연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백진아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세상만사를 겪은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깊이와, 세속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듯한 담담함과 지혜를 보았다.예로부터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영혼을 씻는 일이라고도 했다. 죽음 앞에 서면 많은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었다.백진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너무 무거운 것 같아 웃으며 말했다.“삼천 년이나 산 늙은이가 어찌 고지행에게 마음이 흔들린 것이야?”이유니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얼굴을 살짝 붉혔다.“그야 고지행이 너무 잘생겼잖습니까? 제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