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아는 눈앞에 있는 하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법 신분이 높은 듯했다.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천년홍설련을 찾은 것이냐?”그럴 리는 없었다. 천년홍설련은 귀하디 귀한 보물이었고, 멸종한 것이 아니더라도 1~2년은 계속 찾아야 하는 약초였다.하녀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못 찾았으면, 왕비께서 어찌 깨어나셨겠습니까?”‘어머. 그 말인즉, 그걸 나한테 먹였단 뜻이지?’백진아는 드디어 이득을 봤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녀는 벌써 익숙한 손놀림으로 탁자 위에 붓, 먹, 종이, 벼루를 차려놓았다.“자, 마마.”백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배를 감싸 안았다.“아이고, 배가 아프구나. 화장실을 가야겠다.”하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화장실이요?”백진아는 불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이 급할 때가 있잖냐? 지금 참기가 너무 힘들구나.”하녀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얼굴을 붉히며 분한 듯 말했다.“어서 가시지요!”백진아는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갈비뼈가 아픈듯,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아이고, 안 되겠구나. 온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겠어.”하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꾼 아주머니들을 불러서 명했다.“왕비 마마를 모시고, 큰일 보게 해드려라!”두 명의 아주머니는 험상궂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양쪽에서 백진아를 부축해, 침상 옆 병풍으로 가려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엔 금으로 장식된 조각이 새겨진 고급 변기가 놓여 있었다.‘쳇, 왕부는 변기까지 이렇게 호화롭다니…’부축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을 주면 온몸이 아팠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싸늘하고 분노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깨어났다며? 처방은 썼느냐?!”그는 하녀의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어디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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