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 - Chapter 10

40 Chapters

제1화

대량국, 수도 천무성.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천지는 온통 어둠에 잠겨 있었다.“악… 아…!”여인의 처절한 비명이 어두운 감옥 안에 울려 퍼져, 듣는 이로 하여금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가시가 박힌 채찍이 잔뜩 야윈 여인의 몸 위를 내리쳤고, 그때마다 그녀의 살점을 긁으며 피가 튀어나왔다. 상처투성이인 여인의 몸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해독제는 어디 있느냐?!”남자는 손을 들어 형벌을 행하던 검은 옷의 하인을 막고는,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는 뼛속 깊이 사무치는 증오와 혐오가 가득했다.“독을 쓴 적 없는데, 어찌 해독제가 있겠습니까!”백진아는 이를 악물고 온몸을 불태우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자를 올려다보았을 때, 그녀의 슬픔을 머금은 눈물이 얼굴에 흐르는 피와 뒤섞여 입속으로 흘러들었다.그 남자는 그녀의 부군이자, 황제가 가장 아끼는 육황자이며, 올해 스무 살이 된 능왕이었다.1년 전, 백진아는 장군 신분의 아버지 백근당에게 간청해, 아버지의 군공으로 황제에게 혼사를 하사받았고, 마침내 그와 혼인할 수 있었다.하지만 능왕은 그녀를 줄곧 쓰레기처럼 대하며, 단 한 번도 그녀를 신경 쓴 적도, 부부로서의 정조차 나누지 않았다. 게다가 백근당이 변경으로 출정한 지 겨우 열흘 만에 능왕은 백진아가 그의 소꿉친구이자 사촌 여동생인 유여매에게 독을 썼다고 누명을 씌우기까지 했다. 연천능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가느다란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고, 이내 힘주어 백진아를 낡은 인형처럼 들어 올려, 이를 갈며 말했다.“말하지 않으면, 사죄의 뜻으로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백진아는 점점 조여오는 손아귀에 숨이 막혀왔다. 연천능의 눈빛에서 드러난 혐오와 살기를 느끼자, 그녀는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백진아는 더는 변명하고 싶지 않아져, 자신을 비웃듯 애처로운 미소를 지으며 힘겹게 말했다.“그렇다면… 죽음으로 제 결백을 증명하겠습니다!”“죽음이 닥쳐와도
Read more

제2화

“해독제는 없습니다!”백진아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독을 없앨 수는 있긴 하지만, 약재 하나가 부족합니다.”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연천능의 눈의 살기는 점점 가득 찼고, 그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할 만큼 싸늘했다.“처방을 말하거라!”백진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순간 속으로 그의 조상한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얌전히 굴어야 했다.“말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약재 중 남은 하나는 얻기가 너무 힘듭니다.”연천능은 오히려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말하거라! 이 세상에 내가 얻지 못할 것이 어디 있겠느냐?”그는 황제가 가장 아끼는 황자다. 황제의 창고에 없는 보물이 있겠는가?백진아는 힘겹게 몇 글자를 토해냈다.“천년홍설련입니다.”연천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지금 나를 농락하는 것이냐?”홍설련도 귀하니, 천 년 된 홍설련은 얼마나 귀할까? 게다가 천년홍설련은 전설 속에서나 들어본 약재다.백진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믿든 말든 왕야의 뜻에 달렸습니다. 약재만 구해오면, 바로 해독제를 만들겠습니다!”연천능은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그녀를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다시금 물었다.“네가 직접 해독제를 만들겠다고?”백진아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그럼요? 며칠이라도 더 살고 싶으니까요…”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일단 아직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애써 붙들고 있던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쓰러지고 말았다.연천능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의 어깨를 발로 툭 찼다.“어허!”곁에 있던 하인이 말했다.“전하, 이미 기절한 것 같습니다.”연천능은 매우 다급해졌지만,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서 지혈하고 약을 먹이거라. 절대 죽어선 안 된다!”진짜든 거짓이든 간에, 여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기에, 그는 하루라도 빨리 천년홍설련을 찾아
Read more

제3화

열세 살에서 열네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하녀 차림을 하고 있었으며, 제법 예쁜 얼굴이었다.바로 그때, 원래 몸 주인의 기억에서 이 소녀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몰려왔다. 그녀는 유여매의 곁을 지키는 하녀인 옥취였다.옥취는 상자를 한쪽에 내려놓고, 단검을 꽉 움켜쥔 채 백진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백진아는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을 죽였다. 자신의 몸은 이미 한 번 죽은 상태라, 멀쩡한 사지와 체력을 가진 옥취와 싸울 힘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녀는 옥취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결정타를 날릴 계획이었다.옥취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는 백진아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그녀의 숨결을 확인했다.“죽은 건가?”바로 그때, 백진아는 남아 있던 모든 힘을 애써 끌어모아, 몸을 일으켜 옥취를 바닥에 넘어뜨리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옥취의 손을 꽉 누르고,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백진아는 갈비뼈의 통증 때문에 이를 악물었고, 옥취는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악! 살려주십시오!”옥취는 후회가 몰려왔다. 호위를 따돌리고 와서,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없었다.사람은 죽기 직전, 엄청난 힘을 뿜어내는 법. 백진아도 겨우 남은 힘으로 반격할 수 있는데, 멀쩡한 옥취는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옥취는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치더니, 단번에 백진아를 걷어차서 내던졌다.백진아는 신음을 냈고, 이내 정신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바로 혀를 깨물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옥취는 다시 백진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입과 코를 손으로 막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 얼굴에 흠집을 내고, 다시 숨통을 끊을 것이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지금 당장 보내주마!”질식의 공포가 백진아의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그녀는 손가락 두 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옥취의 눈을 향해 찔렀다. 옥취는 그만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비명 소리는 마치 귀신 울음처럼 옥 안에 울려 퍼졌
Read more

제4화

옥취는 마치 간수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두 눈을 감싸 쥔 채 괴성을 질렀다.두 명의 간수는 서로 시선을 마주쳤는데, 상대의 눈빛에서 똑같이 의심을 했다.유여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다들 재빨리 의원을 모셔 왔다. 소식을 들은 연천능도 함께 왔다.옥취는 연천능이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안은 채 벌벌 떨었다.의원은 열일곱, 여덟쯤 되어 보이는 젊고 잘생긴 사내였고,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그는 다친 사람이 둘인 걸 보고 물었다.“누구부터 살릴까요?”연천능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백진아부터 치료하거라.”의원은 약상자를 들고 백진아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폈다.“상태가 좋지 않습니다!”“백진아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연천능은 싸늘하게 말하고 난 후, 두 주먹을 꽉 쥐었다.의원은 눈썹을 약간 치켜올리며 농담조로 말했다.“누가 보면, 백진아 아가씨한테 정말 마음이 깊은 줄 알겠습니다.”그 말에 연천능은 얼굴을 굳혔고, 의원은 서둘러 말을 돌렸다.“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옥 환경이 이러니...”“옥난각으로 옮기거라!”하지만 의원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 연천능이 곧바로 명을 내렸다.“잠깐만요!”백진아는 혀끝을 세게 깨물어 정신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옥취를 절대로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러자 연천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또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백진아는 숨을 한번 고른 뒤 겨우 입을 열었다.“옥취는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유여매의 목숨을 노리는 것 아닙니까?”그녀는 연천능이 자기 일로 나설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여매의 목숨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분명 달라질 것이었다.역시 연천능은 옥취 앞으로 다가가 싸늘하게 말했다.“말해보거라!”옥취는 겁에 질려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왕야, 살려주십시오! 착한 아가씨께서 왕비에게 음식을 가져다드리라 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왕비께서는 저를 보자마자, 갑작스레
Read more

제5화

옥취는 형을 쓴다는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왕야,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죽는 건 괜찮지만, 아가씨께선 지금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혹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게 된다면...”옥취는 영리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연천능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역시나 유여매 얘기를 꺼내자마자 연천능은 이성을 잃었다.“그럼, 너희 아가씨에게 너를 어떻게 할지 맡기겠다. 만약 백진아가 죽으면, 너희 아가씨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 사죄의 뜻으로 너도 죽여버릴 것이다!”옥취는 벌벌 떨며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안…돼!”백진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피를 토했다.‘이게 무슨 개소리지? 젠장! 다 죽게 생겼잖아!’한편, 의원은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있다가, 마치 재미난 구경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이고, 피를 토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마지막 기운까지 다했는데, 이렇게 많이 말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습니다!”연천능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백진아는 허약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연천능, 이 멍청한 놈아!”어차피 연천능은 그녀가 죽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시원하게 마음껏 욕해서 화를 풀어주고 싶었다.연천능이 순간 굳은 표정으로 분노가 솟구친 눈빛을 내뿜자, 백진아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더 욕하려던 찰나, 누군가 그녀를 들어 옮기려 했고, 그녀는 뼈를 찢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갈비뼈가 부러졌는데 함부로 옮기다니?‘이런 젠장, 의학 지식도 없는 건가?’백진아는 욕 한마디를 간신히 내뱉고는 통증을 못 이기고 기절해 버렸다.간수들은 모두 목을 움츠리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들 그저 왕야의 눈에 띄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왕야가 아직 욕을 내뱉지 않자, 다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연천능의 싸늘한 시선이 그들을 스쳐 지났다.
Read more

제6화

백진아는 기쁜 마음으로 다급히 새빨간 선물 상자를 눌러서 열었다.그리고 그 안에는 연명단 한 알이 있었다!비록 많은 기능이 잠겨 있어서 약을 꺼내 쓸 수는 없지만, 연명단 하나를 얻었으니 그래도 좋은 선물이었다.백진아는 주저 없이 그 약을 삼키고, 판람근이 자라기를 기다렸다. 판람근이 성숙하면, 그녀는 바로 수확하고 새로 심을 생각이었다.돈! 지금 그녀에게는 의료 공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가상 금화가 절실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그대로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이미 망가진 몸뚱이는 그저 시체보다 겨우 숨이 조금 더 붙어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백진아는 자단목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큰 침상에 누워 있었다.온몸이 여전히 아팠지만, 상처는 이미 치료된 듯했고, 부러진 갈비뼈도 제대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재빨리 눈을 감고 죽은 척했다.연천능은 침상 앞으로 걸어와 백진아의 생기 없는 얼굴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잘생긴 젊은 의원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고지행, 대체 백진아는 언제쯤 깨어날 수 있는 것이냐?""깨어나다니요?"고지행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상황이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 숨이 붙어 있으니... 아이고,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그러자 연천능의 눈에 살기가 가득 번졌다.“일부러 죽은 척하는 것은 아니더냐? 시간을 끌어서 여매의 독을 없애지 않으려는 것이자!”고지행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제 의술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제가 정말 쓰러진 것인지, 연기인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무능해 보입니까?”그는 눈빛을 바꾸고 물었다.“왕비가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천년홍설련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시간을 끌기 위한 수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연천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럼, 네가 여매의 독을 없앨 수 있느냐?”고지행은 코를 만지며 슬쩍 입을 닫았다.연천
Read more

제7화

고지행은 왠지 함정이 있을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궁금합니다.”백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물부터 한 잔 대령하거라.”그리고 역시나! 고지행은 바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비록 한 번도 자신의 의술을 이렇게까지 의심한 적 없었지만, 곧 죽을 것 같던 사람이 이렇게 멀쩡해졌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했다. 고지행은 결국 별수 없이 울적한 표정으로 물 한 잔 따라 백진아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린 채, 이를 악물고 외쳤다.“자!”백진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왕야에게 따르라 전하거라.”“예?”고지행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지금 감히 능왕 전하에게 물을 따르라고 시키신 것입니까?”옆에 있던 연천능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는 칼이라도 내뿜을 것 같은 매서운 눈빛으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백진아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시지요!”백진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고지행은 깜짝 놀라 그녀의 맥을 짚었다.“미치지 않은 이상, 죽기 직전 마지막 발악일 수도 있습니다!”연천능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비록 당장이라도 백진아를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죽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연천능의 모습을 보며, 못내 속이 시원해졌다.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계속 핏덩이를 토해냈다.비록 안색은 창백했지만, 두 눈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백진아는 힘없이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어리석네요. 제가 죽는다고 해도 유여매는 죽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여매가 버티지 못할 때가 되면, 알아서 해독제를 찾거나, 신의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독을 쓴 자가 누구든, 그자의 목적은 유여매를 죽이는 게 아니었다. 즉사하는 독도 많으니, 상대의 목적이 유여매를 죽이는 것이라면
Read more

제8화

백진아는 눈앞에 있는 하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법 신분이 높은 듯했다.백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천년홍설련을 찾은 것이냐?”그럴 리는 없었다. 천년홍설련은 귀하디 귀한 보물이었고, 멸종한 것이 아니더라도 1~2년은 계속 찾아야 하는 약초였다.하녀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못 찾았으면, 왕비께서 어찌 깨어나셨겠습니까?”‘어머. 그 말인즉, 그걸 나한테 먹였단 뜻이지?’백진아는 드디어 이득을 봤다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녀는 벌써 익숙한 손놀림으로 탁자 위에 붓, 먹, 종이, 벼루를 차려놓았다.“자, 마마.”백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배를 감싸 안았다.“아이고, 배가 아프구나. 화장실을 가야겠다.”하녀는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화장실이요?”백진아는 불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이 급할 때가 있잖냐? 지금 참기가 너무 힘들구나.”하녀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얼굴을 붉히며 분한 듯 말했다.“어서 가시지요!”백진아는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갈비뼈가 아픈듯,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아이고, 안 되겠구나. 온몸이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겠어.”하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꾼 아주머니들을 불러서 명했다.“왕비 마마를 모시고, 큰일 보게 해드려라!”두 명의 아주머니는 험상궂고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양쪽에서 백진아를 부축해, 침상 옆 병풍으로 가려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엔 금으로 장식된 조각이 새겨진 고급 변기가 놓여 있었다.‘쳇, 왕부는 변기까지 이렇게 호화롭다니…’부축하는 과정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다. 갈비뼈와 가슴의 상처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을 주면 온몸이 아팠기 때문이다.바로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와 함께 싸늘하고 분노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깨어났다며? 처방은 썼느냐?!”그는 하녀의 설명을 들을 틈도 없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어디 있는 것이냐?
Read more

제9화

백진아가 얌전히 처방을 써줄 리 없었다. 물을 마시고 싶다고 시간을 끌다가, 뭘 좀 먹고 싶다고 말하더니, 또 맥을 짚어보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다며 시간을 끌었다.하녀는 초조해 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연천능에게 전하러 갔다.그리고 곧 두 명의 건장한 노파가 긴 걸상을 들고, 밖에서 들어왔다.백진아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 두 노파는 그녀를 번쩍 들어 걸상에 눕히고는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백진아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걸상 위엔 이불도, 깔개도 없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속옷 차림에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능왕부를 질질 끌려 지나가야 했다.가는 길에 마주친 하인들은 누구 하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눈빛에는 경멸과 조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매원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참담한 몰골의 백진아를 보고, 눈빛을 피하긴커녕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기까지 했다.‘이런 젠장,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잖아!’왕비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다고 해도 속옷 차림을 사내들에게 보여주면, 명예를 잃는 일이었다.이 시대에서 여인의 명예는 목숨보다 중요하다.연천능은 그녀가 죽길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좋아, 이 개자식. 두고 봐!’매원은 유여매의 정원이었다. 그곳엔 매화나무가 가득했고, 마침 봄철이라 매화 향기로 가득했다.백진아는 곧장 유여매의 침실로 들려졌는데, 방 안에는 하녀와 노파만 해도 열댓 명, 거기에 연천능, 고지행, 그리고 어의 복장을 한 사람들도 여러 명이 있었다.연천능은 백진아를 재빨리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맥이나 짚거라.”백진아는 걸상에 엎드려 앓는 소리를 냈다.“이 노파들이 저를 너무 거칠게 다뤄서 상처에 다시 피가 나고 있습니다. 아파서 맥을 짚을 정신이 없습니다.”옥취는 침상 옆에서 울먹이며 말했다.“마마는 분명 아가씨를 살릴 생각이 없습니다. 어찌 아가씨를 위해 맥을 짚겠습니까? 왕비가 의술을 알긴 아나요?”백진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아직 살아 있었구나?
Read more

제10화

백진아는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담담한 눈빛으로 옥취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옥취는 바르르 떨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리고 “털썩”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왕비마마, 살려주십시오! 우리 아가씨께서 이미 저를 벌하셨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시고, 어서 해독제를 주십시오!”유여매도 나긋하게 애원했다.“언니,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하인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 그러니, 원망하시려면 저부터 꾸짖으십시오.”백진아는 냉랭하게 말했다.“언니요, 동생이니 하지 말거라. 너는 이름도, 신분도 없이 능왕부에서 지내며, 왕야와 혼인도 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있다. 헌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날 언니라 부르는 것이냐?”“왕비 마마… 저는… 흑…”유여매는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방 안의 사람들은 다들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애써 모른 척했다.연천능이 매섭게 말했다.“백진아, 도를 넘지 말거라! 나와 여매는 아무 사이도 아니다!”백진아는 그를 경멸스럽게 흘겨보며 말했다.“두 사람이 무슨 사이인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유여매의 하녀가 날 찔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유여매의 맥을 짚으라니요? 대체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옥취는 억울한 듯 외쳤다.“마마께서 독을 썼으니, 독을 없애는 것도 모두 마마의 몫이지요.”백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누가 독을 썼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아는 것 아니냐?”옥취가 옥에 찾아와 그녀를 죽이려 했으니, 분명 수상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풋!”고지행이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마마께서는 정말 솔직하시군요.”연천능은 머리가 지끈거린듯, 이내 호통쳤다.“백진아! 어찌 이리도 천박해진 것이냐?”백진아는 멋지게 면사포를 불고 태연하게 말했다.“한 번 죽어본 사람이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하루라도 자유로이 살고 싶습니다.”“콜록.
Read more
PREV
12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