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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Author: 임서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놓아줘서 고마웠다.

허아연의 고맙다는 말에 주현우가 씁쓸하게 웃었다.

오래 알고 지냈으니 허아연도 어떻게 하면 주현우에게 칼을 꽂는지 알고 있었다.

포옹을 푼 주현우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는 허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려가자."

허아연이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현우가 앞서 걸었고 허아연이 뒤따랐는데 주현우의 걸음은 평소보다 훨씬 느렸다.

다만 두 사람은 내려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래층에 도착하자 허민수가 두 사람이 내려오는 걸 보고 허아연에게 말했다.

"잠 깼어? 현우가 오후 내내 너 기다렸다."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현우 씨가 온 줄 몰랐어요, 깨워주지도 않아서요."

허민수가 허아연의 말을 듣고는 웃는 얼굴로 주현우를 바라봤다.

"현우야, 저녁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나랑 바둑이나 몇 판 두자."

주현우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시원하게 대답했다.

"좋아요."

비록 허아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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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고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었다. 허아연의 DNA 검사 결과가 나오자 주씨 가문 사람들도 금세 허아연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허아연이 그때 죽은 게 아니라 죽음을 가장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주건영은 곧바로 주현우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허아연을 부르라고 했다.주씨 가문 사람들 눈에는 허아연이 여전히 가족이었다.주현우의 초대에 허아연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기만 했다.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주현우가 부드럽게 말했다."부부는 아니어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정이 있잖아. 집에 와서 밥 한 끼 먹자는 것뿐이야. 다른 얘기는 안 할게, 가족들도 마찬가지야."주현우나 주씨 가문이 허아연에게 빚을 진 셈이었다.다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주현우는 다들 다른 얘기는 하지 않을 거고 재결합도 권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까지 한 것이었다. 주현우가 먼저 약속까지 했지만 허아연은 조목조목 따지거나 옳고 그름을 논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바라보며 건성으로 답했다."요즘 시간이 없어서요, 저 먼저 들어갈게요."주현우와의 관계에서 이미 할 말은 다 했고 속마음도 충분히 다 털어놓았다.허아연이 어떤 마음과 어떤 태도인지 주현우도 잘 알고 있었다.이제 와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2년 전 그 소동을 벌인 것도 다 주현우한테서 벗어나기 위해서였고, 교진시를 떠나 몸조리하기 위해서였다.이제 병이 다 나아서 돌아왔는데 또 다시 주현우와 주씨 가문과 엮인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말을 마친 허아연은 주현우가 다시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주현우는 주건영의 초대까지 단번에 거절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허아연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막막했다.주현우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지금의 허아연에게 도무지 손 쓸 방법이 없었다. 방문이 닫히고 주현우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안서준이 방에서 나왔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안서준이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도발하듯 느긋하게 말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67화

    주현우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주현우가 인사를 건네자 허아연도 살짝 손을 마주 잡으며 답했다."주 대표님."허아연이 "주 대표님"이라고 부르자 주현우도 슬며시 웃음이 났다. 서로 연기하는 게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룸에 들어서자 다들 곧바로 업무 얘기를 시작했다.이번에는 세 회사 모두 협력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하는 첫 만남의 자리였다. 유건희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협력을 먼저 제안한 건 주현우였지만 오늘따라 말수도 적고 특별한 의견도 내지 않은 채 대부분 유건희와 안서준의 논의를 듣기만 했다.애초에 협력을 제안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허아연을 보기 위해서였다.허아연이 이따금 입을 열 때마다 주현우는 유난히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며 귀 기울여 들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그 모습에 안서준은 식탁에서 연신 눈을 흘겼다.그래도 최대한 참으며 대놓고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고 대신 일부러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해 주현우를 자극하려 했다.그런데 주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다 괜찮습니다, 경주 그룹은 이견 없어요."허아연은 자신의 이익까지 양보하는 주현우를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주현우의 시선과 마주치자 허아연은 바로 눈길을 돌렸다.식사가 이어지고 다들 한창 얘기가 무르익었을 때 테이블에 놓인 허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허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강성시 프로젝트 팀에서 허아연이 맡고 있던 프로젝트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주현우가 나왔다. 시선은 계속 허아연에게 머물러 있었다. 시선을 느낀 허아연이 걸음을 천천히 늦췄다.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현우를 보며 허아연이 말했다."주현우 씨, 그럴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면 거절해도 돼요."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아연아, 내가 그런 걸 신경 썼으면 애초에 협력 얘기도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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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65화

    ……다음 날 오전, 주민경이 허아연을 찾아왔다.요즘 허아연은 주민경을 만날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다.오전에 두 사람은 묘원에 들러 허민수와 허아연의 부모를 찾아뵈었다.이제는 묘원에 갈 때도 몰래 다니거나 누군가를 피할 필요 없이 당당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점심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주민경이 문득 고개를 들고 물었다."권 어르신이 찾아왔었다며? 너랑 권승준 씨 일 반대하셨어?"허아연이 찻잔에 차를 따르며 웃었다."정말 비밀이 없네. 너까지 다 알고 있다니."허아연이 딱히 부인하지 않자 주민경은 찻잔을 받아 들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반대하면 반대하는 거지 뭐. 나도 네가 그 집안에 들어가는 거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골치 아픈 일이 이렇게 많으면 나중에 진짜 결혼이라도 하고 나서는 어떻겠어?""권 어르신도 참 유난이야, 젊은 사람들 연애하는데 그 연세에 끼어들어서 호감만 잃고 말이야."예전에는 주민경도 권씨 가문을 꽤 어려워했고, 교진시 전체를 통틀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도 권씨 가문과 권승준뿐이었다.하지만 이번 일로 권유성이 생각보다 속이 좁다고 느꼈다.허아연은 씩씩거리는 주민경을 달랬다."어르신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면 돼."함께할 수 없다면 인연이 닿지 않은 것이니 억지로 매달릴 필요는 없었다.주민경이 말했다."그럼 권승준 씨 이제 그만 만나, 내가 더 좋은 사람 소개해줄게. 아연이 너 이렇게 훌륭한 데다 지금은 안씨 가문 둘째딸이잖아. 어떤 남자를 못 만나겠어?"주민경이 계속 마음에 담아두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사는 데 남자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연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야. 내 일 잘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디저트를 먹던 주민경이 말했다."그래, 그럼 네 인생의 주인공답게 일이나 제대로 해. 남자들이 감히 넘보지도 못하게."주민경의 위로에 허아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현실에 그런 여주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64화

    그럼에도 허아연은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받은 뒤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전화를 건 사람은 서인경이었다. 허아연이 조금 전 난처한 기색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전화기 너머의 서인경은 허아연의 인사를 듣더니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아연아, 승준이한테 들었는데 이번 토요일에 밥 먹으러 못 온다던데 무슨 일이야?"서인경의 목소리는 무척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서인경의 물음에 허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정하게 답했다."어머님, 며칠 전에 어르신이 저를 찾아오셨어요."방금 생각에 잠겼던 건 권유성이 찾아온 일을 서인경에게 말할지 말지 고민했기 때문이었다.잠시 생각한 끝에 허아연은 결국 말하기로 했다.아무렇게나 다른 핑계를 대봐도 서인경이 나중에 다시 연락해 이유를 물을 게 뻔했다.그럴 바에야 차라리 지금 확실히 얘기하는 편이 나았다.허아연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서인경이 진지하게 타일렀다."아연아, 할아버지 나이가 드셔서 판단이 흐려지신 거야. 할아버지 말씀은 신경 쓰지 말고 승준이 말 들어. 그리고 승준이 일은 할아버지가 이래라저래라 하실 일이 아니야."허아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인경이 다시 말했다."너희 둘 일은 너희가 직접 정하면 돼, 다른 사람 말 들을 필요 없어."서인경의 말에 허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어머님."대답을 들은 서인경이 곧바로 다시 물었다."그럼 토요일엔 원래대로 밥 먹으러 오는 거지?"서인경이 여전히 토요일 약속을 마음에 두고 있자 허아연은 핑계를 댔다."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승준 씨한테 얘기하고 나서 방금 오빠와 토요일에 근처 도시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거든요.""밥 먹으러 가는 건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으면 안 될까요?"권유성이 방금 자신을 찾아왔는데 또 권씨 가문에 밥 먹으러 가는 건 스스로를 너무 낮추는 것이고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게다가 권유성은 애초에 허아연과 권승준이 함께하는 걸 원치 않았다.그래서 아예 핑계를 대고 이 일을 미뤄버린 것이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63화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출발했고 권승준이 업무 얘기를 묻자 허아연은 하나하나 차분히 답했다.두 사람은 이번에 다른 레스토랑을 찾았다. 직원이 요리를 다 서빙하고 문을 닫자 권승준은 여전히 예전처럼 다정하게 허아연에게 국을 떠주고 음식을 챙겨주었다.허아연이 다정하게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반쯤 했을 때 허아연이 문득 고개를 들어 권승준을 보며 말했다."승준 씨, 토요일에 본가에서 식사하기로 한 거 조금 미뤄도 될까요?"허아연이 갑자기 약속을 미루자 권승준이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서로 시선이 마주쳤을 때 허아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권승준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할아버지가 찾아갔고 그래서 허아연이 한발 물러서기 시작한 듯했다.허아연을 보는 권승준의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물론 그 화는 허아연이 아니라 권유성을 향한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나 할아버지가 그의 일에 나서거나 간섭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번만큼은 권유성이 직접 허아연을 찾아간 것이다.권승준은 차분하게 허아연을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미루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아직 내가 준비가 덜 된 거니까 잘 정리할게요."허아연이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권승준은 먼저 태도를 밝히며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고, 잘 정리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권승준이 입장을 밝히자 허아연도 더는 그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승준 씨도 많이 드세요."지금 허아연은 다정하게 대하면서도 분명 어딘가 거리를 두고 있었다.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식사를 마치고 함께 강가를 산책한 뒤 허아연을 호텔에 데려다준 권승준은 곧장 차를 몰고 권유성의 집으로 향했다.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서재에서 나오던 권유성과 마주쳤다. "할아버지, 아연 씨 찾아가셨죠."권승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권유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만나서 내 걱정을 얘기했지."권유성의 말을 들은 권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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