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ager

제493화

Auteur: 임서아
차 안의 은은한 무드등 덕분에 분위기가 유난히 따뜻해졌다.

주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허아연은 문득 두 사람이 어렸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던 주현우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종종 허아연을 허씨 본가까지 먼저 데려다준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학년이 달라도 늘 허아연을 기다려줬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은 무척 가깝게 지냈었다.

교진시로 돌아오기 전까지 과거 일들을 거의 다 잊고 지낸 탓에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만 같았다.

기억도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돌아와서 주현우와 자꾸 마주치다 보니 잊혀졌던 기억이 다시 선명해졌다.

허아연이 꼼짝 않고 쳐다보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나 보고 있으면 배가 불러?"

느긋한 주현우의 말에 정신이 든 허아연이 딱 잘라 말했다.

"주현우 씨, 이럴 필요 없어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허아연은 어느새 다시 주현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 말에도 주현우는 여전히 여유롭게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hapitre verrouillé

Dernier chapitre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93화

    차 안의 은은한 무드등 덕분에 분위기가 유난히 따뜻해졌다. 주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허아연은 문득 두 사람이 어렸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던 주현우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종종 허아연을 허씨 본가까지 먼저 데려다준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학년이 달라도 늘 허아연을 기다려줬다.그때만 해도 두 사람은 무척 가깝게 지냈었다. 교진시로 돌아오기 전까지 과거 일들을 거의 다 잊고 지낸 탓에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만 같았다. 기억도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그런데 돌아와서 주현우와 자꾸 마주치다 보니 잊혀졌던 기억이 다시 선명해졌다.허아연이 꼼짝 않고 쳐다보자 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나 보고 있으면 배가 불러?"느긋한 주현우의 말에 정신이 든 허아연이 딱 잘라 말했다."주현우 씨, 이럴 필요 없어요."몇 번의 실랑이 끝에 허아연은 어느새 다시 주현우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그 말에도 주현우는 여전히 여유롭게 웃었다."안 선생님, 긴장 풀어요.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건데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잖아요. 내가 뭘 한 것도 아니고요."아무것도 안 하긴 무슨.주현우는 지금껏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려본 적도, 잠든 모습을 지켜본 적도 없었고 몰래 입을 맞춘 적은 더더욱 없었다.사실 주현우는 오래전부터 허아연을 좋아했지만 누구나 혈기왕성하고 오만함이 넘치던 시절이 있는 법이었다.능청스럽게 몰아가는 말에 허아연은 순간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십 대였다면 분명 주현우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25살인데다 진짜 바보도 아니고 누가 그 말을 믿을까. 허아연의 못마땅한 눈빛에도 주현우는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말했다."배 안 고파? 아니면 내가 먹여줘야 하나?"그 말에 허아연은 더 질색하며 주현우가 건넨 그릇과 젓가락을 낚아채듯 받아 들었다."내가 먹을게요."허아연이 그릇을 받자 주현우는 그제야 웃음이 환하게 번진 얼굴로 다른 그릇과 젓가락을 집어 들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92화

    계속 티격태격하고 허아연이 귀찮아하며 만나고 싶지 않은 기색을 내비쳐도……이렇게 만날 수 있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만 해도 주현우는 만족스러웠다. 주현우는 핸들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떼어 허아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허아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손길을 피했다.허아연이 손도 못 대게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 주현우는 다시 핸들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30분 뒤 차가 식당 밖 주차장에 멈췄다.주현우가 내리라고 말하려 옆을 돌아보니 허아연은 팔짱을 낀 채 세상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여전히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옆에서 잠든 허아연을 본 순간 주현우는 가슴이 뭉클해졌다.이런 편안함과 소속감은 두 사람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몸을 돌려 뒷좌석에 있던 재킷을 가져와 허아연에게 살며시 덮어주는 주현우의 손길은 혹시라도 깰까 봐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어둑한 차 안에서도 허아연의 피부는 여전히 희었고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예뻤다.손등으로 허아연의 뺨을 살며시 쓸어내리던 주현우가 중얼거렸다."아연아, 네가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허아연의 정체를 안 뒤로 주현우가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뇐 말이었다.조수석에 앉은 허아연은 여전히 경계하듯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곤히 잠들어 있었지만 주현우의 손길에도 깨지 않았다.원래 주현우의 차에서 잘 생각은 없었는데 요즘 너무 피곤했던 데다 차가 기분 좋게 흔들리는 바람에 차에 타서 눈을 감자마자 잠들어 버린 것이다. 허아연이 깨지 않자 주현우도 깨우지 않았고 그저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옆으로 돌아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한참 바라보던 주현우는 불쑥 몸을 기울여 허아연의 하얀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은은한 향기가 났다.허아연에게서는 여전히 특유의 향기가 났다.주현우는 몰래 입을 맞춘 것으로도 모자라 허아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욕심껏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그리웠던 향기였다.허아연은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잠들어 있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91화

    허아연은 대꾸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도 주현우는 웃으며 말했다."협력 계약을 두 건이나 체결했잖아요. 게다가 오늘 오전 프로젝트는 안 선생님이 주요 기술 책임자였으니 당연히 나눌 얘기가 있겠죠."사실 용건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허아연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허아연은 가볍게 팔짱을 낀 채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주현우를 올려다보았다.가끔 보면 주현우는 정말 뻔뻔했다.허아연이 똑바로 쳐다보는데도 주현우는 태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더니 허아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안 선생님, 타요."허아연은 차에 오르지 않고 주현우를 보며 물었다."주현우 씨, 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이번에는 주 대표님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허아연이 이름을 부르자 주현우는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열린 차 문 위에 자연스럽게 팔을 걸치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안 선생님, 아직 저녁 안 먹었죠?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어서요."허아연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주현우는 오른손을 들어 허아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됐어, 뭘 그렇게 경계해? 그냥 친구로 지내면서 일 얘기나 하자는 거야. 누가 너한테 연애하자고 했어?""게다가 너도 지금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잖아."속을 훤히 꿰뚫어 본 듯한 말에 허아연이 물었다."주현우 씨,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믿든 말든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일단 밥부터 먹자.""그리고 네가 잘해볼 생각이 없다는데 나 혼자 뭘 해봐야 소용없잖아. 그러니까 아연아,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허아연은 주현우에게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바탕 쏘아붙이고 싶었다.하지만 오전에는 발표회에 참석하고 오후부터 지금까지 연구소에서 일한 탓에 정말 몸도 피곤하고 배도 고팠다. 오버하는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주현우는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허아연의 뺨을 살짝 쓸어내리며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됐어. 피곤해서 눈에 초점도 없는 지경인데 뭘 그렇게 버텨? 밥만 먹고 바로 데려다줄게.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90화

    한편 동승 그룹 지사 건물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어 다음 달이면 준공식을 하고 오픈할 수 있을 듯했다.……허아연은 점심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주현우도 잠깐 얼굴만 비춘 뒤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유건희와 안서준 역시 오래 머물지 않고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각자 회사로 돌아갔다.이들에게 시간은 곧 금이었다. 계약서에 사인까지 마친 이상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자리에 오래 머물려 하지 않았다.주현우가 기술팀에서 올린 보고서를 살피는데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오원빈이 들어왔다.주현우는 책상 앞에 선 오원빈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보고서를 읽었다.오원빈이 다가와 보고했다."대표님, 권 어르신이 점심에 허 대표님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아무래도 또 무슨 얘기를 나누신 것 같습니다."허아연과 관련된 일이라는 말에 주현우는 그제야 서류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오원빈을 보았다.오원빈이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권 어르신이 시내로 데려다주신 뒤 허 대표님은 연구소로 가셨습니다."주현우가 코웃음을 쳤다."어르신도 의지가 꽤 약하시네. 아연이 찾아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마음을 바꾸셨어?"허아연과 권유성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직접 듣지 않았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틀림없이 허아연과 권승준의 관계를 허락한다며 한발 물러섰을 것이다.다만 권유성이 물러선다 해도 허아연의 마음에는 여전히 걸리는 게 있을 것이다.허아연은 원래 그런 성격이었다.권유성의 의지가 약하다는 주현우의 말에 오원빈이 말했다."허 대표님이 워낙 뛰어나셔서 그렇죠. 이 업계에서 버티는 여성분도 많지 않은데 심지어 남자 기술자들보다도 훨씬 대단하시잖아요."오원빈이 눈까지 반짝이며 허아연을 칭찬하자 주현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됐어. 허 대표가 뛰어난 건 나도 잘 아니까 오 비서까지 나서서 알려줄 필요 없어."빈정거렸지만 주현우는 속으로 골치가 아팠다.권유성이 이렇게 나오면 권승준과 또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9화

    권유성의 시선이 계속 자신에게 머물자 허아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했다."권 어르신."반갑게 인사하는 허아연을 보며 권유성이 감탄하듯 말했다."아연 씨는 역시 실망시키는 법이 없군.""과찬이세요, 어르신."허아연이 겸손하게 답하자 권유성이 물었다."오늘 오후에 시간 있나? 이야기 좀 나누고 싶은데."허아연은 손에 든 일정표를 확인하고 말했다."점심시간은 괜찮으세요? 오후에는 실험실에 가봐야 해서요.""괜찮아. 좋아."약속을 정한 두 사람은 점심 연회에 가지 않고 찻집으로 향했다.지난번에 갔던 그 찻집이었다.이번에는 다도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허아연이 직접 차를 우려 권유성에게 따랐다.허아연의 차를 다루는 솜씨는 전문 다도사 못지않았다."어르신, 한번 드셔 보세요."차를 다 우린 허아연이 공손하게 두 손으로 찻잔을 건넸다.허아연이 건넨 차를 받아 든 권유성은 참 대범하고 침착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지난번에 찾아가 그런 말까지 했는데도 서운한 기색 하나 없이 여전히 존중과 예의를 다해 대하고 있었다.허아연이 우린 차를 느긋하게 한 모금 맛본 권유성은 에두르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지난번에 아연 씨를 만나고 돌아가서 승준이가 나한테 화를 꽤 냈어. 아연 씨를 찾아간 것도,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도 다 내 잘못이라고 탓하더군."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정을 해명하는 건 처음이었다.그것도 한참 어린 아가씨에게 말이다.권유성이 본론을 꺼내자 허아연도 차분하게 답했다."사실 어르신 걱정이 틀린 건 아니었어요. 저와 권 비서실장님이 아직 어려서 충분히 멀리 내다보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어디까지나 예의상 하는 말이라는 걸 권유성도 모를 리 없었다."아연 씨, 오늘 만나자고 한 건 지난번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야. 아연 씨와 승준이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할 일이고 내가 끼어들 게 아니었어. 확실히 내가 지나치게 간섭했어.""그리고 두 사람을 믿었어야 했어. 무슨 일이든 잘 헤쳐 나갈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8화

    "물론 우리 오빠 편드는 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오빠가 널 좋아한다고 해서 너도 좋아할 필요는 없잖아. 꼭 다시 만날 필요도 없고."주민경을 내려다보며 그 말을 듣고 있자니 허아연은 문득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주민경이 정말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뒤 허아연도 샤워를 마치고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적어도 허아연과 주민경 사이만큼은 그랬다.……주말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자 경주 그룹과 스타라이트 테크, 동승 그룹의 협력은 마침내 세부 조율까지 끝나 계약서도 완성됐다.두 지역이 함께하는 대규모 기술 협력이다 보니 취재진이 구름처럼 몰렸고 국내외 언론은 물론 각계 주요 인사들까지 자리했다.단상에 오른 권승준은 교진시 정부를 대표해 동승 그룹의 교진시 진출을 환영하고 세 회사의 협력 성사를 축하했다.이어 각계 주요 인사와 협력사 관계자들의 발언이 끝나자 주현우와 안서준, 유건희가 사람들 앞에서 협약서에 사인했다.조명이 단상을 환하게 비추는 가운데 맨 앞줄에 앉은 허아연은 오늘의 협력을 축하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오성 그룹 오지은도 입장권을 구해 참석했지만 자리가 한참 뒤였다.멀리서 허아연을 바라보던 오지은은 동승 그룹의 고급 기술자이자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신분까지 얻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속이 뒤틀렸다. 가진 것 하나 없고 부모조차 없던 허아연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걸까?스포트라이트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주현우를 다시 본 순간, 오지은은 문득 두 사람 사이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조금이라도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행사에는 여러 첨단 기술 기업뿐 아니라 교진시의 원로 전문가들도 참석했다.권유성도 자리하고 있었다. 10시가 넘어 세 회사의 서명이 끝나자 허아연과 지일우가 기술 대표로 무대에 올라 기술 부문 발표를 했다.관객석의 주현우는 무대 위에서 당당하고 여유롭게 프로젝트 기술을 설명

Plus de chapitres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