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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 주주총회 전야

Author: 유영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6 09:57:52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두 진영의 물밑 싸움은 극에 달했다.

서영애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강민호를 앞세운 여론전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다. 눈물의 인터뷰 영상은 조회수를 거듭 갱신했고, '냉혹한 재벌 회장'이라는 프레임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주가는 매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시에 그녀는, 바다 건너에서 사들인 지분으로 주요 주주들을 은밀히 압박했다.

"…생각보다, 여론의 힘이 무섭네요."

자금팀장의 얼굴에, 근심이 짙었다.

"부동층 주주 몇몇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회사 이미지가 이렇게까지 실추됐는데, 과연 현 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 그런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요."

회장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론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 서서히 서지안의 목을 조여 오고 있었다.

그러나 서지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예정대로, 진행해요."

"회장님?"

"저들이 여론으로 흔든다면, 저는 실체로 맞설 거예요. 화려한 말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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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1화 — 4분

    자판 소리가 몇 번 났다.칸이 하나 더 펼쳐지는 데 2초쯤 걸렸다. 그 2초가 길었다.서지안은 글자를 두 번 읽었다."…과장님. 비서실이라고 떠요.""…""회장실이 아니에요. 비서실 공용 컴퓨터예요.""…맞습니다. 아까 그 두 줄하고 같은 기계입니다.""시각은요.""9시 26분입니다."출입 기록을 조회한 때와 같은 시각이었다.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서 기록을 열어 보고, 내일 아침 8시를 걸어 놓고 일어난 것이었다.서지안은 수화기를 귀에서 조금 떼고 숨을 골랐다.8시 40분은 회장실이었다. 9시 26분은 비서실이었다.그 사이에 서지안은 회장실을 나와 계단으로 지하까지 내려갔다.오늘 저녁에 손이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감사팀장이 저장 장치는 자기가 아니라고 했을 때였다. 그때는 생각만 했고, 이제는 기록이 있었다."형사님. 오늘 밤 손이 둘이에요."형사가 수첩을 새로 폈다."하나는 지하에 있었어요. 전산실 문 열고 들어가서 기록 밀고, 통로로 나갔어요.""나머지 하나는.""위층이에요. 9시 26분에 비서실에 앉아 있었어요."형사가 줄 두 개를 나란히 그었다. 왼쪽에 지하, 오른쪽에 위층이라고 적었다."회장님. 그 시각에 위층에 있던 사람은요.""한무현 씨, 과장님, 한 실장님."서지안은 그 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고 입을 닫았다.오늘 밤 내내 서지안 곁에서 일한 사람들이었다."과장님.""…예.""9시 26분에 비서실에 들어간 사람, 보셨어요?"수화기 너머가 길게 조용했다."…못 봤습니다. 저는 회장실에 있었습니다.""회장실에서 비서실 문이 보여요?""…안 보입니다. 벽이 한 번 꺾입니다."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그래서 그 자리였다."과장님. 한 실장님은 그때 어디 계셨어요.""복도 끝 소파입니다. 거기서는 비서실 문이 보입니다."서지안의 손이 멈췄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계셨어요?"수화기 너머에서 짧게 묻는 소리가 났다. 당직 과장이 한 실장에게 물어본 것이었다."…그쪽을 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60화 — 불 꺼진 방

    "아니요."서지안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숨이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글자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방에서 그것만 보였다.오늘 하루 저쪽은 남의 이름만 빌려 썼다. 이번에는 서지안의 이름이었다.형사가 옆에서 수첩을 폈다. 볼펜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회장님. 이것도 그대로 적겠습니다.""적으세요."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제가 안 했다는 말은 방금 한 번만 할게요. 그 말은 아무 힘이 없어요."형사가 서지안을 봤다."대신 어디서 들어왔는지부터 봐요. 계정은 빌릴 수 있어도 들어온 자리는 못 빌려요."서지안은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과장님. 이 줄에 들어온 자리도 같이 남아요?""남습니다. 어느 기계에서 들어왔는지 옆 칸에 찍힙니다.""그 칸 어떻게 열어요."당직 과장이 순서를 불러 주었다. 서지안은 장갑 낀 손으로 그대로 눌렀다.칸 하나가 더 펼쳐졌다."…과장님. 회장실이라고 떠요."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제 방 컴퓨터예요. 맞아요?""…맞습니다. 그 방 기계 번호입니다."회장실 컴퓨터에는 남이 심어 놓은 프로그램이 붙어 있었다.그래서 그 방 화면은 밖에서도 보였다. 오늘 저녁에야 그걸 찾아냈다.찾아낸 사람은 당직 과장이었다.심어진 날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청소가 들어온 날이었다."과장님. 그러면 밖에서 그 프로그램으로 들어와서 친 거네요.""…그건 따로 남습니다. 밖에서 붙은 기록이요. 지금 같이 보겠습니다."자판 소리가 났다. 아까보다 길게 났다.서지안이 시각을 짚어 줬다.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59화 — 지워진 이름

    꺼진 화면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서지안은 그제야 선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에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손가락을 펴는 데 시간이 걸렸다.저쪽은 마지막에 이름 하나를 던지고 사라졌다.그 이름은 오늘 밤 나온 어떤 이름보다 적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형사가 수첩을 들고 옆에 섰다."회장님. 마지막 줄 말입니다.""…""적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서지안은 꺼진 화면을 한 번 더 봤다."제 옛날 이름이에요."형사의 볼펜이 멈췄다."바꾸신 겁니까.""예.""언제 바꾸셨습니까.""열다섯 살 때요.""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많지 않아요.""…몇입니까."서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말했다."오늘 밤에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나머지는 제가 정리해서 드릴게요."형사가 서지안을 한 번 보고 수첩을 덮었다."알겠습니다. 오늘은 화면에 뜬 것만 그대로 적겠습니다."말하지 않은 쪽이 훨씬 무거웠다.아버지가 딸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 방법까지 말하려면, 오늘 밤으로는 모자랐다.서지안은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과장님. 이제 스위치 올려도 돼요?""예. 밖에서 들어오는 길은 막혔습니다. 불 켜셔도 저쪽은 못 들어옵니다."형사가 경비실 앞 경찰관에게 손짓을 보냈다.스위치가 올라가고, 복도 형광등이 한 줄씩 살아났다. 천장에서 바람 소리가 다시 났다.밤 내내 저쪽이 먼저 보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다만, 화면이 끊겼다는 것이, 저쪽이 건물 밖에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58화 — 3분

    서지안은 유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손끝이 차가워졌다. 뛰어 올라가고 싶은 것이 발끝까지 왔다가 멈췄다.저 물음을 읽고 뛰면, 저쪽이 시킨 대로 움직이는 것이 된다.그리고 서아는 그 방에 없었다.30분쯤 전에 경찰차가 서아를 태우고 큰길로 빠져나갔다. 강도현이 그 옆에 있었다.저쪽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아이가 아직 이 건물에 있다고 믿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물음이었다.서지안은 왼손을 선에서 떼지 않은 채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과장님. 지금 회장실에 누가 있어요.""한무현 씨하고 저입니다.""한 실장님은요.""복도 끝 소파에 계십니다.""세 분 다 서로 보이는 자리에 서 계세요. 아무도 혼자 계시지 마시고요.""…알겠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 의자 밀리는 소리가 났다."그리고 아무한테도 문 열어 주지 마세요. 경찰이라고 해도요.""예."서지안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위층에는 세 사람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저쪽이 물어본 방은 비어 있었다.건물 안을 볼 수 있었으면 묻지 않았을 것이다.김선호의 노트북이 전파가 안 들어가는 봉투에 들어간 것도 그 30분 안이었다.그 뒤로 저쪽이 본 것은 이 방 화면과 저 유리뿐이었을 것이다."형사님. 저쪽이 저를 여기서 내보내려고 해요."형사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그렇게 보입니다."내보내려 한다는 것은, 서지안이 이 방에 서 있는 것이 저쪽에 나쁘다는 뜻일 것이었다."그래도 위층에 사람 하나 올려보내 주세요. 저 세 분 중에 하나가 저쪽 사람이면,셋만 있는 지금이 제일 나빠요.""지원 들어오면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57화 — 지워지는 중

    9시 41분이었다.서지안은 벽에 붙어서 모퉁이까지 갔다. 형사가 먼저 고개만 내밀었다.꺾인 복도는 불이 꺼져 있었다. 끝에 철문 하나가 있었다. 문 옆 카드 칸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형사가 손잡이를 아래로 눌렀다가 손을 뗐다."잠겼습니다. 회장님은 제 뒤에 서 계십시오."형사가 철문에 귀를 댔다. 안에서는 기계 도는 소리만 났다.나갈 문은 이 하나뿐이었다.서지안은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 당직 과장은 아직 끊지 않고 있었다."과장님. 저 방 안에서 지난주 금요일 기록을 없앨 수 있어요?""화면에서 지우는 건 안 됩니다. 그 방에서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입니다. 장치를 뽑아 가거나, 통째로 미는 겁니다.""통째로 미는 데 얼마나 걸려요.""…10분쯤입니다."형사가 손목을 봤다. 문 닫히는 소리를 들은 것이 1분 전이었다."과장님. 이 문 어떻게 열어요.""카드입니다. 그 카드를 가진 사람은 전산팀 넷뿐입니다."하나는 위층 당직 과장 목에 걸려 있었다. 나머지 셋은 집에 있을 것이었다. 와도 30분은 걸린다."다른 방법 말해 주세요."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자판 소리도 멈췄다."…전기입니다. 그 층 전기가 끊기면 문은 잠기지 않게 돼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사람이 안에 갇히면 안 되니까요.""서버는요. 전기 끊으면 같이 꺼져요?""서버는 따로 배터리가 붙어 있습니다. 1시간쯤은 안 꺼집니다."서지안은 철문을 봤다.지금 이 문 뒤에서 지워지고 있는 것은 오늘 밤에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과장님. 지금 회장실에 누가 있어요.""한무현 씨하고 저뿐입니다.""한 실장님은요."한무현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복도 끝 소파에 앉아 계십니다. 제 자리에서 보입니다. 아까부터 그대로 계십니다."서지안은 눈을 한 번 감았다.한무현, 당직 과장, 한 실장. 배창현이 늘려 놓고 간 셋은 지금 다 위층에 있었다. 배창현은 경찰차 안에 있었다.한무현이 본 것이 맞다면, 저 문 안에 들어간 사람은 오늘 밤 이름이 한 번도

  • 버린 아내가 그룹 회장이었다   제156화 — 안쪽 계단

    서지안은 배창현을 붙잡지 않았다.경찰관이 앞장섰고, 배창현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복도 끝 비상계단 문이 천천히 닫혔다.형사가 수첩을 쥔 채 서지안을 봤다."따라가서 더 물어볼까요.""아니요. 지금 물으면 대답은 이 복도에만 남아요. 조서에 남게 해 주세요."서지안은 벽에 등을 댔다. 형광등이 또 한 번 깜빡였다.십오 년 전의 차라면 어머니 차였다. 그 차를 어디에 맡기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오늘 밤 서지안 곁에서 일한 사람은 셋이었다. 한무현, 당직 과장, 한 실장.오전에 배창현은 아는 사람을 하나로 줄이면 그 하나만 잡으면 된다고 했다.밤에는 의심할 사람을 셋으로 늘려 놓고 나갔다.셋을 한꺼번에 의심하면, 서지안 곁에는 아무도 안 남는다."형사님. 부회장님이 한 말 중에 하나만 먼저 확인해요.""어느 말씀입니까.""기록만 보면 바로 맞는지 틀리는지 아는 거요. 안쪽 계단이요."서지안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당직 과장이 첫 신호에 받았다."과장님. 부회장실 층에 계단이 둘인 거 맞아요?""맞습니다. 비상계단 하나, 안쪽 계단 하나입니다. 안쪽 계단은 부회장실 층하고 지하 1층만 잇습니다.""지하 1층 문은 어디 있어요.""경비실 바로 옆입니다. 좁은 철문입니다."서지안이 고개를 돌렸다.경비실 문 옆 벽에 폭 좁은 철문이 붙어 있었다. 문 옆에 카드 대는 칸이 있었다.배창현이 서지안보다 먼저 경비실에 앉아 있을 수 있었던 길이었다.서지안은 철문 앞까지 걸어갔다. 손은 대지 않았다.문틈 아래로 계단 통의 찬 바람이 새어 나왔다. 카드 칸에는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문마다 카드를 대죠?""예. 층마다 문 앞에서 댑니다.""오늘 저녁 8시 10분부터 20분까지, 그 계단 문 기록 봐 주세요."수화기 너머에서 자판 소리가 났다.형사가 서지안 옆에서 수첩을 폈다."…나왔습니다. 부회장실 층 안쪽 계단 문, 8시 12분. 부회장님 카드입니다.""지하 1층은요.""8시 15분. 같은 카드입니다."형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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