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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엄이빈
똑똑똑.

“지아야, 다들 돌아왔어.”

배난화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연지아는 별생각 없이 앨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현관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자, 그녀는 환하게 불렀다.

“아빠, 오빠.”

배우진과 연무현이 연지아를 바라봤다.

“지아야, 선물 가져왔어. 와서 보고 마음에 드는지 봐.”

배우진이 손짓했다.

연지아가 들뜬 얼굴로 다가갔다.

“무슨 선물이에요?”

배우진은 한가득 들고 온 봉투들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브랜드 로고가 찍힌 장신구 상자를 하나 꺼내 연지아에게 건넸다.

“열어봐.”

연지아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 열었다. 정교하게 만든 금팔찌였다.

“고마워요, 오빠. 진짜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면 됐어.”

배우진은 손을 뻗어 연지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배우진은 배난화에게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금팔찌를 따로 사 왔고, 두 사람에게 각각 스킨케어 세트도 챙겨왔다. 연무현에게는 차와 술을 준비했고, 현지 특산품까지 잔뜩 들고 돌아왔다.

집안 분위기는 따뜻하고 편안했다. 연지아는 집에 돌아와서야 숨이 놓였다.

“지아야, 예정일이 언제야?”

배우진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녀의 배는 누가 봐도 임신 말기처럼 커 보이긴 했다.

연지아가 답했다.

“예정일까지는 두 달 남았어요.”

배난화가 웃으며 말했다.

“지아 너, 이거 딸이다.”

연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딸이에요.”

“성별 확인했어?”

연무현이 물었다.

배난화도 뭔가 떠올랐는지 표정이 괜히 굳었다.

“응. 그런데 할머니가 이 아이를 많이 챙기세요.”

연무현은 그제야 한숨을 놓았다.

“그럼 됐다. 아이만 있으면 나중에 너랑 유원이는 천천히라도 좋아질 거야.”

연지아는 시선을 떨궜다.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순간 망설였다. 성유원은 이미 이혼 얘기를 꺼냈는데.

그래도 이건 숨길 수 없는 일이고, 그녀는 오션 빌리지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와 살기로 결정했다.

‘일단은 저녁 먹고 나서 말하자.’

배난화는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렸다.

배우진은 지금 친구와 함께 기술 회사를 공동 창업해 운영 중이었다. 2년 전 회사 준비 초기, 연무현은 망설임 없이 배우진에게 시작 자금을 보태줬다.

지금 회사는 성장세가 아주 좋았고, 주로 AI 기술 분야를 다뤘다. 이번 출장은 협업을 논의하러 간 것이었는데 결과도 매우 순조로웠다.

연무현은 회사 정리와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성씨 가문이 준 예물 덕분에 회사가 숨을 돌렸지만,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전환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더 버티기 어려웠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배우진 회사의 전망을 높게 봤고, 배우진 회사는 연말에 투자 유치 단계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팔고, 그 돈을 배우진 회사에 전부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쁜 소식도 있었다.

연무현은 배난화와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난화는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

오랜 시간 함께 버틴 끝에 마침내 결실이 온 것이다. 연지아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지금껏 배난화와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던 건, 마음 한구석에 어머니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연지아는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 같은 좋은 사람이 있는데, 어머니는 왜 그때 이혼을 하고 떠나야 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유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날에, 연지아는 이 분위기를 깨기가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도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성유원이 저랑 이혼하려고 해요.”

말이 떨어지자, 식탁 위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모두가 입을 닫았고 표정이 굳었다. 특히 연무현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 근육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

이 결과는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었다. 다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을 뿐이다.

연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사돈이 되었지만, 두 사람은 결혼식을 하지 않았고 혼인신고만 했다. 그 뒤로 반년 넘는 동안 두 집은 아무 연락도 없었다.

성유원은 연씨 가문 문턱을 한 번도 밟지 않았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때에도 성씨 가문은 선물 하나 보내지 않았다.

연지아가 혼자 집에 올 때마다 연무현과 배난화는 명절 선물을 준비해 연지아의 손에 쥐여 주며 성씨 가문에 전해 달라고 했다.

연지아가 성씨 가문에 갖다주면, 김미현은 겉으로는 예의 있게 받아주긴 했다. 하지만 연지아는 김미현이 그 선물을 본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서연은 연지아 앞에서 도우미에게 그 선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시켰다. 그리고 연지아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자기 집에서 이런 격에 안 맞는 걸 더는 보내지 말라고.

성유원도 연지아에게 이런 의미 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말했었다. 이렇게 기울어진 결혼이 갈라서는 건 결국 시간문제였다.

연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아이 낳을 때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저,,, 강현수 교수님께도 약속했어요. 내년 2월에 스탠더대학교로 연수 갈 거예요.”

배우진이 먼저 말문을 열어 무거운 공기를 끊었다.

“연수 가는 거 잘했어. 지아 너 정도면 결혼에 갇혀 있을 사람이 아니야.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오빠는 무조건 네 편이야.”

연지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오빠.”

연무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는 끝없는 미안함과 무력함이 묻어 있었다.

“이혼, 하면 되지. 다 아빠가 부족해서 그래. 우리 같은 평범한 집이 성씨 가문 같은 큰 집안을 감히 바라본 게 무리였던 거야.”

연지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겪은 고통이 갑자기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에게는 가족이 있었고, 가족은 언제나 그녀 편이었다. 넘지 못할 고비는 없었다.

배난화는 휴지를 가져와 연지아의 붉어진 눈가를 닦아주며 서둘러 달랬다.

가족은 결국 웃으며 저녁을 마무리했다.

그와 동시에.

남교 별장, 이 별장 단지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오래된 부촌이라 시설도 많이 낡아 있었다.

벤틀리 한 대가 12동 별장 앞에 천천히 멈췄다. 그 별장은 연씨 가문이 팔아버린 그 집이었다.

차창이 서서히 내려가며 완벽하게 잘생긴 옆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별장 안쪽을 바라봤다. 집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따뜻한 노란 가로등 불빛이 그의 눈동자에 내려앉았지만 가라앉은 복잡함과 쓸쓸함은 가려지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전화를 받아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연청아.”

안연청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언제 와? 나 배고픈데, 유원 오빠가 나 먼저 먹으면 안 된대.”

곧이어 전화 너머로 낮고 다정한 남자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언제는 나한테 입조심하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나를 팔아?”

안연청이 콧방귀를 뀌듯 흥 하고 소리를 냈다.

그가 말했다.

“배고프면 먼저 먹어. 나 지금 갈게.”

전화를 끊고, 송나겸은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창밖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본 뒤, 창을 올리고 차를 몰아 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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