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송나겸은 연지아의 맞은편에 앉았다.“앞으로 이틀 안에 성씨 가문에서도 사람이 올 거야.”연지아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언가 물으려던 순간.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을 확인하니 집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연지아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색팀에서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잇달아 인양했고,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연지아의 심장이 세게 조여들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자 얼굴빛도 따라 새하얗게 질렸다.송나겸도 방금 집사의 말을 들었다.“지아야, 일단 강현수랑 같이 다녀와.”연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하명진이 노크한 뒤 들어왔다.조정혁 측에서 협상을 위해 사람이 찾아온 것이었다.송나겸이 연지아에게 말했다.“지아야, 너는 먼저 가. 여기는 내가 상대할게.”그러고는 강현수를 바라보았다.“지아 좀 부탁할게요.”강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뒤.연지아와 강현수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가는 내내 연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수는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바라봤지만,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수색 구조 센터에 도착했다.현장 전체에는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 방으로 안내됐다.안에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건들 가운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씩 놓여 있었다.연지아는 물건들을 하나씩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주변의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았다.그러다 익숙한 넥타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연지아의 걸음이 그대로 멈췄다.강현수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그 넥타이를 발견했다.눈에 띄게 창백해지는 연지아의 얼굴을 보며 낮게 불렀다.“지아야.”하지만 연지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확인하셨습니까?”연지아는 손을 뻗어 그 넥타이를 만지려 했다.하지만 손끝이 통제할 수 없이 떨렸고, 팔을 들어 올릴 힘조
하명진이 떠난 뒤.연지아는 손재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선배님.”손재인은 강현수와 먼저 연락한 뒤에야 연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목소리를 들어보니 지금은 감정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인 듯했다.손재인은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지아 씨가 괜찮다니 다행이에요.”손재인은 연지아를 생각하면 그저 마음이 아팠다.하늘은 대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게 해야 이 사람을 놓아줄 생각일까.성유원은 연지아에게 상처와 고통을 더 많이 안겨준 사람이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시하의 아빠였다.아이도 아직 너무 어렸다.성유원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연지아가 성시하를 다시 만나기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선배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지금 괜찮아요.”“네.”손재인은 오래 이야기하지 않았다.아무리 위로해도 지금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그저 연지아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 뒤 사흘 동안.연지아는 아파트에서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하루 대부분을 성유원의 서재에서 보냈다.요 며칠 동안은 주로 강현수가 연지아에게 연락했다.강현수도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었다.그에게는 고은의 업무에 직접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그래서 송나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면서 외부의 복잡한 움직임을 일단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서로의 인맥을 이용해 다른 회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리 대응책을 세웠다.하지만 성유원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해난 사고에서 실종자를 한 달 넘게 찾지 못하면 사망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그러니 이 한 달 안에 모든 경우를 대비해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성유원도 아무런 준비 없이 움직였던 것은 아니었다.송나겸은 그의 컴퓨터에서 핵심 정보를 찾아냈다.그 자료는 송나겸 정도가 아니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성유원은 송나겸이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올 것이라고 확신했던 듯했다.그렇다면 한 가지는 분명했다.성유원은 이번 일이 자신에게 매우 위험하다
강현수는 숟가락을 들어 죽을 한입 뜨려다가 막 입을 열려고 했다.연지아가 서둘러 말했다.“교수님, 일단 다 드시고 이야기하세요.”강현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다 가볍게 끄덕였다.“그래.”조용한 식당 안에는 식기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강현수는 아침 식사를 마쳤다.집사가 식기를 정리하고 휴지를 건넸다.강현수는 고맙다고 말하며 받아 입가를 닦았다.그러고는 정신이 조금 멍해 보이는 연지아를 바라보았다.연지아는 강현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은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강현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아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건 정신을 잘 붙잡는 거야. 내가 아는 성유원이라면 절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야. 지금은 아직 실종으로만 확인된 상태니까,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거고. 성유원이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였든, 송나겸 씨만큼은 분명 성유원을 도울 거야.”연지아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젯밤 일도 들었어. 지아야, 지금은 여기 있는 게 가장 안전해. 다 괜찮아질 거야. 너 혼자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마.”연지아는 강현수의 말을 들으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단단하고 힘이 느껴지는 눈빛을 보고 있자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신경도 조금씩 풀렸다.“네.”연지아가 조금 진정한 것을 확인한 강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너는 우선 몸부터 잘 챙겨. 나는 송나겸 만나러 갈게. 무슨 일 있으면 계속 연락하고. 마침 나도 여기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연지아도 따라 일어나 그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교수님, 조심해서 가세요.”“응.”연지아는 그 자리에 서서 강현수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강현수는 엘리베이터에 타려다 문 앞에 서 있는 연지아를 돌아보았다.“들어가.”연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현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지아는 위층에 있는 성유원의 서재로 갔
가정의가 도착해 연지아의 상태를 확인했다.주된 문제는 심한 신경쇠약과 영양 부족, 그리고 그로 인한 면역력 저하였다.지금 연지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용히 쉬면서 몸을 회복하는 것이었다.의사는 영양 수액을 놓고 수면 주사도 한 대 놔주었다.연지아는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집사는 이후 송나겸에게 연락해 연지아의 상태를 설명했다.“알겠습니다. 잘 돌봐주세요.”전화를 끊은 뒤.송나겸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수면 주사의 영향 때문인지.연지아는 새벽 다섯 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멀리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며 희뿌연 빛이 번지고 있었다.연지아는 눈을 뜬 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아직 머리가 완전히 맑아지지는 않았다.도우미가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왔다가 연지아가 깨어난 것을 보고 빠르게 다가왔다.“사모님, 일어나셨네요. 괜찮으세요?”연지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도우미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킨 뒤 화장실로 데려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알렸다.집사는 아침 식사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왔다.연지아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은 반드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네.”연지아는 의자에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어젯밤 충분히 잔 덕분에 지금은 확실히 정신도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연지아가 그제야 물었다.“어제 기사님이랑 경호원들은요?”어제 경호원 두 명이 총에 맞았다.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송나겸이 미리 경호원들을 붙여두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연지아의 표정이 무겁게 굳었다.집사가 휴대폰을 가져다주었다.연지아는 곧바로 송나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됐다.“지아야, 지금은 좀 괜찮아?”목소리에 다급한 걱정이 묻어 있었다.연지아가 대답했다.“응. 지금은 괜찮아. 그런데 어제 총격은...”연지아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게다가 성유원이 아무런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면 현
송나겸은 전화를 끊고 연지아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듯 말했다.“성주헌은 지금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야. 앞으로 무슨 움직임을 보일지는 기다려봐야 하고. 그래도 성씨 가문에는 아직 할머니가 계시잖아.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성한민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연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송나겸은 다시 컴퓨터 속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연지아는 음식도 절반을 채 먹지 못하고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송나겸은 그녀가 식사 용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거의 먹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안쓰러운 마음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연지아가 가장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은 아마 성시하가 아빠를 잃는 일이겠지.송나겸은 성유원에게 정말 이대로 무슨 일이 생길 리 없다고 믿었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겠는가.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송나겸은 생각을 거두고 다시 컴퓨터 속 파일을 하나씩 확인했다.그렇게 저녁 여섯 시가 되었다.“지아야, 너는 먼저 돌아가서 푹 쉬어. 집에 중요한 자료를 따로 두고 갔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한번 확인해 보고. 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하자.”지금 연지아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이대로 계속 버티다가는 정신적으로 무너질까 봐 정말 걱정됐다.연지아도 반박하지 않았다.지금은 송나겸이 이곳에 있으니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적어도 송나겸이 진심으로 성유원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연지아는 먼저 회사를 나섰다.송나겸은 사람을 시켜 경호 차량까지 붙여 보냈다.지금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연지아의 안전을 반드시 완벽하게 지켜야 했다.차에 오른 연지아는 좌석에 몸을 기대었다.너무 지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그때 갑자기.차가 급정거했다.연지아의 몸이 관성에 밀려 앞으로 크게 쏠렸다.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에요?”“사모님, 엎드리세요!”기사가 빠르게 반응했다.몸을 뒤로 돌려 연지아를 아래쪽으로 끌어내
정오가 되어 회의가 끝날 때까지.연지아는 컴퓨터 안에 있는 파일을 전부 확인하지 못했다.너무 오랫동안 쉬지 않고 화면을 들여다본 탓에 눈이 뻐근하고 시큰거렸다.그와 동시에 은행 측에서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로 사람이 찾아왔고, 다른 대기업 관계자들도 잇따라 방문했다.오늘 하루 동안.회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 왔다.어제까지만 해도 성유원의 실종 사실을 모르던 사람들까지 이제는 거의 모두 알고 있었다.회사 전체에는 무겁고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송나겸과 하명진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그래도 송나겸이 나서자 대부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주었다.겉으로는 정중하게 말했다.“성 대표님께 별일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며칠 뒤에 다시 연락드리죠.”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잇따라 찾아온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낼 수 있었다.그제야 송나겸은 잠시 시간이 생겼다.준비해 둔 식사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연지아는 막 전화 한 통을 끊은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 미간을 문지르고 있었다.“지아야.”연지아는 송나겸을 바라보았다.“사람들 다 갔어?”연지아도 회사에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성유원의 메인 연락처로도 거액의 자산을 맡긴 주요 고객 몇 명에게서 잇따라 전화가 걸려 왔다.이들이 성유원에게 맡긴 자금만 100억 달러가 넘었다.그러니 성유원의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다급하게 알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그들이 신뢰한 것은 회사가 아니라 성유원이라는 사람이었다.게다가 하나같이 보통 영리한 사람들이 아니었다.연지아는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넘어가게 만들었을 뿐이었다.살면서 이렇게까지 기진맥진해 본 적이 없었다.이렇게 막대한 자금과 사업을 성유원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다뤄왔다.이제야 연지아는 그가 사업에서 발휘하는 능력이 얼마나 무서울 정도인지 직접 체감했다.평범한 사람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응.”송나겸은 들고 있던 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 사람들한테 전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