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주 미묘한 닮음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영민의 마음은 충분히 흔들렸다.원래라면 영민은 아무 망설임 없이 이 전화를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어째서인지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터치해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화면이 켜지자, 예상대로 한 여자애가 모습을 드러냈다.지설과 꽤 닮아 있었다.특히 눈이 그랬다. 맑고 밝은 눈동자, 봄날 햇살 아래 잔잔히 빛나는 호수처럼 투명한 눈.[부 대표님, 오늘 밤에도 오실 거예요?]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애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달콤했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그 한마디에 영민의 가슴속에서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지설이 자신을 대하던 냉담한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 지금 지설과 닮은 이 여자가 이렇게 숨김없이 그대로 다가오고 있었다.설명하기 힘든 충동이 밀려왔다.영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받아쳤다.“왜, 벌써 날 보고 싶어졌느냐?”영민은 숱한 접대를 겪어 왔고, 이런 분위기의 유희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다만, 예전의 그는 이런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처음엔 주유연 때문이었고,그다음엔 지설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아무리 애써도 지설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수없이 거절당하며, 영민의 애정은 조금씩 닳아갔다.시간이 흐를수록 인내는 바닥을 드러냈고, 마음속 불만과 짜증은 잡초처럼 자라났다.최근의 영민은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예민해져 있었다.‘어차피 지설은 가질 수 없잖아.’그렇다면, 잠시라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래는 방법쯤으로.[부 대표님?]화면 속 여자애가 다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왜 말이 없으세요?]이 여자애는 조용하고 단아한 지설과는 전혀 달랐다.사람을 상대하는 데 익숙한 만큼, 남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눈빛이 움직일 때마다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영민은 잠시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부 대표님, 제 이름 아직 모르시죠? 리사예
영민은 예연숙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장모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입원까지 하신 거예요?”영민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혹시라도 예연숙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이었다.그 모습을 본 예연숙의 가슴에는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예연숙은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영민을 안심시켰다.“부 서방,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게. 나 정말 괜찮아. 봐, 지금 이렇게 멀쩡하잖아. 그냥 조금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며칠 있는 것뿐이야.”하지만 영민은 고개를 저으며 한층 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장모님, 입원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다 제 탓입니다. 제가 평소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장모님을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했고요. 이번에는 제가 시간을 더 내서 꼭 곁에서 잘 챙겨드려야겠어요.”그러면서 영민은 조심스럽게 이불을 끌어 올려 예연숙의 어깨를 덮어주었다.그 모습은 친아들보다도 더 살뜰해 보일 정도였다.예연숙은 그 광경을 보며 눈가가 살짝 젖어들었다.그녀는 깊은 감회를 담아 말했다.“부 서방이 이렇게 효심이 깊으니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그래도 자네 몸도 챙겨야지. 원래도 일이 많은데, 괜히 오가느라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해.”말을 마친 예연숙은 곧장 지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부 서방 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는 왜 맨날 부 서방이 뭐가 못마땅해서 싸우려고 하려는 거야. 부부가 살다 보면 서로 오해해서 다투기도 하고, 안 싸우는 부부가 어디 있어. 너희 이혼? 나는 인정 못 한다. 얼른 기회 잡아서 부 서방이랑 다시 합쳐.”이 말은 누가 들어도 병실에 함께 있던 도진을 의식한 말이었다.도진의 얼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눈빛은 순간 깊어졌다.예연숙이 노골적으로 자신을 두둔하자, 영민의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그동안 장모님 비위 맞춘 보람이 있었어.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 편이야.’지설은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노골적
도진은 그 모습을 보자 곧바로 침대 옆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목소리를 한껏 낮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조금만이라도 드세요. 그래야 어머님을 돌볼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말을 하며 도진은 도시락 뚜껑을 하나씩 열었다.따뜻한 김과 함께 음식 냄새가 모락모락 병실 안에 퍼졌지만, 지설은 여전히 시선을 주지 않았다.도진은 조급해하지 않고 한참을 더 설득했다.그제야 지설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못해 젓가락을 들어 몇 입을 먹었다.지설은 한 입 한 입을 유난히 천천히 씹었다.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저 도진을 덜 걱정시키기 위해서였다.결국 더는 삼키기 힘들어지자, 지설은 애써 화제를 돌렸다.“변호사님은... 오늘 왜 병원에 계신 거예요?”도진은 잠시 망설였다가, 숨기지 않기로 했다.“예린이가 저 때문에 다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상황입니다.”말을 마친 도진은 지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혹시라도 상처를 받거나 오해하지는 않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예상대로, 그 말을 듣자 지설은 곧장 말이 없어졌다.병실 안 공기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도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급히 덧붙였다.“오해하지 마세요. 저와 예린이는 지설 씨가 생각하시는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저는 예린이와 함께할 생각도 없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도진의 목소리는 진지했고, 시선은 지설에게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았다.그는 지설의 신뢰를 꼭 붙잡고 싶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작게 웃었다.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님, 저는 변호사님을 믿어요.”지설의 눈동자는 맑고 고요했다.그 안에는 의심도, 불만도 담겨 있지 않았다.지설도 알고 있었다.도진이 정말 예린을 좋아했다면,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낼 동안 이미 함께했을 것이다.괜히 혼자서 상상하며 마음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지설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동안 도진은 말없이 곁에서 지설을
지설은 허둥지둥 장식장 앞으로 달려가 평소 어머니가 복용하던 혈압약을 찾아냈다.손이 떨려 제대로 집히지도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알약 몇 개를 꺼내 어머니의 입가로 가져가며 다급하게 말했다.“엄마, 얼른 약부터 먹어!”예연숙은 힘겹게 입을 벌려 약을 삼켰다.그러나 약효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증상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졌고, 예연숙의 몸은 힘없이 뒤로 축 기울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엄마!”지설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몇 초가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린 지설은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주소를 불러댔다.잠시 후, 구급차가 집 앞에 도착했다.구급대원들은 예연숙을 들것에 옮겨 싣고 즉시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지설도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동안, 지설의 심장 박동수는 계속해서 목구멍까지 치솟았다.두 손을 꼭 움켜쥔 채, 지설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우리 엄마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구급차는 가장 가까운 병원에 도착했다.문이 열리자마자 지설은 거의 뛰다시피 내려 들것을 따라갔다.어머니가 응급실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응급실 문이 굳게 닫히는 순간, 지설의 감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참고 있던 눈물이 둑이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내리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렇게 어찌할 바를 몰라 서 있던 지설의 시야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도진이었다.‘기 변호사님이... 왜 여기에?’도진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울고 있는 지설을 보자마자 물었다.“무슨 일이신가요?”지설은 죄책감과 후회에 휩싸인 채, 흐느끼며 말했다.“제가... 제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엄마가 기절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원래도 몸이 안 좋으신데, 그런 말을 해서...”도진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지설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제가 여기
“네, 어젯밤 예린이에게 사고가 있었고, 그때 제가 예린이랑 같이 있었습니다. 예린이가 저 때문에 다쳤습니다.”구동성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나는 예린이 엄마랑 해외에 있어서 바로 귀국할 수가 없어. 예린이를 직접 돌봐줄 수도 없고. 도진아, 어른으로서 부탁 하나만 하자. 네가 예린 좀 잘 챙겨줘.]도진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구동성은 도진이 예린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도진뿐이었다.“예전에 내가 네 조카 우준이 구해준 거 있잖아. 그 일을 한 번 생각해서라도, 예린이를 잠시만 네가 돌봐줬으면 한다.”도환의 아들이 어릴 적 물에 빠졌을 때, 망설임 없이 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 사람이 바로 구동성이었다.그 일은 기씨 가문 사람들 모두가 잊지 않고 있는 큰 은혜였다.도진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며칠 동안은 시간을 내서 예린을 보러 가겠습니다.”[그래, 그럼 부탁할게.]구동성의 목소리에는 안도의 기색이 묻어났다....지설은 병원에서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았다.집으로 돌아온 뒤, 지설은 병원에 다시 다녀온 이야기를 예연숙에게 꺼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예연숙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예연숙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고, 분노와 결연함이 섞여 있었다.“네가 정말로 나를 데리고 가겠다면, 그럼 이제부터 넌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마.”사실 예연숙은 최근 며칠 사이,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집안이 완전히 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딸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괜히 딸의 마음에 짐을 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예연숙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자신의 병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고, 치료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병원에서 받아든 병원비에 적힌 긴 숫자들을 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은 죄어 오는 듯 아팠다.이미 딸은 감당하기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예연숙은 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도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내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늘 밤은 여기 같이 남아 있어줄 수 없어. 대신 미리 간병인 아주머니 한 분을 연결해 놨어.”“네 상태도 자세히 말씀드렸고. 간병인 아주머니가 잘 돌봐주실 거야. 병원비랑 간병비는 전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말을 마치자마자 도진은 등을 돌려 병실을 나설 준비를 했다.하지만 예린이 도진을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예린은 갑자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리에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소리쳤다.“도진 오빠! 내가 오빠 대신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오빠는 이렇게 매정하게 나를 두고 가버리는 거야?”“난 간병인 같은 거 필요 없어. 간병인 아주머니가 어떻게 오빠만 하겠어? 난 그냥 오빠가 내 옆에 있어 주면 돼...”말을 이어갈수록 예린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또르르 떨어질 것처럼 반짝였다.예린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도진은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도진의 시선은 담담했다. 잔잔한 호수처럼, 그 안에서는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읽히지 않았다.그는 아무 말 없이 예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때, 예린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서둘러 입을 열었다.“맞다, 오빠. 나 오늘 진짜 목숨 걸고 오빠 살린 거잖아. 그 정성을 봐서라도,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도 오빠가 나한테 보답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예린은 말이 끝나자마자 기대에 찬 눈빛으로 도진을 올려다보았다.도진은 원래 은혜를 가볍게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그 은혜가 크든 작든, 누군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면 반드시 기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성격이었다.도진은 예린을 바라보며 물었다.“보답을 원한다면 말해. 돈이든, 다른 보상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뭐든 들어줄게.”그 말을 들은 예린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떠올랐다.어딘가 계산이 깔린, 교묘한 미소였다.이내 예린이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