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설은 영민이 유연의 팔을 끼고 연회장을 누비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금세 흥미를 잃었다.‘똑같은 그림이지... 늘 저 여자 곁에만 서 있는 사람...’이어서 시선은 장경은 여사를 찾았다. 여사 곁에는 명문가 사모님들이 여럿 모여 있었기에, 지설은 바로 다가가지 않았다.한참이 지나 장 여사 곁이 한산해졌을 때, 그제야 지설이 걸음을 옮겨 선물을 내밀었다.장 여사는 지설을 보자 눈빛이 복잡해졌다.“정식으로 이혼까지는 겨우 5일 남았구나, 아가. 난 정말 네가 아쉽다.”그리고 기억 속엔 여전히 그날들이 남아 있었다. 영민이 두 다리를 쓰지 못하던 시절, 성질은 날카롭고 손찌검도 서슴지 않았다.열 명이 넘는 간병인이 그 앞에서 도망쳤다.어쩔 수 없이 장 여사가 꺼낸 마지막 수가 바로 ‘대리 아내’였고, 운 좋게도 지설 같은 착하고 성실한 아이를 만난 것이었다.지설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시간이 되면, 사모님 뵈러 오겠습니다.”이미 이혼을 앞둔 사이, 더는 ‘어머니’라 부를 수 없었다.장 여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가 붉어졌다.그러고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지설 손에 쥐여주었다.“여기 2억이 들어 있어. 내 나름의 보상이다. 그리고 전원주택 한 채도 정리해 뒀으니, 내일 비서 보내서 명의 이전 같이 해라.”지설은 잠시 카드를 내려다보다, 끝내 거절하지 않고 받아서 들었다.‘합의 결혼일지라도, 3년을 버텼지.’‘아내로서 할 일은 다 했고, 매일 모욕과 폭력을 참아냈지.’‘받아도 부끄러울 건 없어.’그녀의 머릿속엔 지난날이 스쳤다.영민의 폭언과 폭력, 무심한 외도, 끝없는 무시.‘부영민과 함께한 지난 3년...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시간이었어.’그때, 옆에서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지설 언니한테 뭐 준 거예요? 아까 명의 이전이라던데, 그게 뭐예요?”라희였다.장 여사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딸을 째려보았다.“별거 아냐. 괜히 귀 쫑긋 세우지 마.”“엄마, 혹시 새언니한테 돈 준 거예요? 매달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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