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Author: 바람노래
주인정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번 혼사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고, 그래서 은혁이 방해하는 건 바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은혁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도 없어, 차갑게 굳은 은혁의 얼굴은 못 본 척하며, 배효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여보, 아니면 이번 주말 어때요? 성우가 먼저 선물 챙겨서 레나네 집에 다녀오고, 그다음에 양가가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거죠.”

배효산이 막 고개를 끄덕였을 때, 서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서하는 재빨리 전화를 받더니 일어나 식탁 위 사람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재희 씨, 무슨 일이에요?”

서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고운 눈매는 전화를 받으며 멀어져 갔다.

은혁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서하를 바라봤다. 눈빛에 의문이 스쳤다.

주인정이 중얼거렸다.

“바쁘겠지, 뭐.”

그때 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때 같이 식사해요. 은혁 오빠도 오세요.”

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리고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성큼 걸어 나갔다.

배효산이 불러 세웠다.

“어디 가? 밥 다 안 먹었잖아!”

레나도 뒤이어 소리쳤다.

“오빠!”

그제야 은혁이 돌아봤다.

“괜찮아. 너희끼리 먹어.”

잠시 뒤, 서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을 땐 이미 은혁이 보이지 않았다.

레나는 눈가가 붉어진 채 물었다.

“성우야, 은혁 오빠가 이 혼사 반대해서 화내고 나간 거야?”

‘그럴 만도 했지. 첫사랑이 친동생의 약혼녀가 된다니...’

‘배은혁으로서는 아무렇지 않을 리 없었을 거야.’

서하의 가슴은 더 아프게 조여 왔다. 눈앞의 식탁이 뿌옇게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성우가 입을 열었다.

“설마... 게다가 내 결혼 문제인데 형이 가타부타 말할 일도 아니잖아.”

식탁 위 사람들은 번갈아 레나를 달래며 위로했다.

모두가 말을 마친 뒤, 서하가 조용히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천천히 드세요.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리고, 도련님, 약혼 날짜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미리 선물 준비해 둘게요.”

레나는 온화하게 서하를 바라보며, 눈길에 승자의 미소를 담았다.

“고마워요, 서하 언니.”

서하는 잠시 레나를 바라보다가 돌아서 나갔다. 마침 연구원에서 데이터에 문제가 생겨 마음이 복잡해진 터라, 곧장 연구원으로 향했다.

처리 과정에서 엉킨 데이터가 하나 있어 본능처럼 재희를 떠올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재희는 이미 어제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서하가 일을 마쳤을 땐 밤 열한 시가 가까웠다. 복잡한 수식을 곱씹으며 계단을 내려오다 그만 발을 헛디뎌 크게 휘청였다.

“아...”

서하는 절뚝이며 간신히 버텼다. 발을 디딜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결혼 후, 서하와 은혁은 ‘구름바다’에 살면서 주말에만 본가에 들렀다.

H시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 중 하나, 땅값이 금싸라기인 곳이었다.

두 사람의 집은 ‘구름바다’의 전원주택 구역에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창밖으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그날 밤, 거실의 전면 유리창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은혁은 현관에 들어서는 서하를 곧바로 보았다.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한참을 참고 걸어온 덕분에 서하의 발목 통증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조심스레 발을 디뎌 보니 걸을 만했다.

걸음은 느렸지만, 겉으로는 발목을 다친 게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혁은 서하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다음 순간, 서하는 현관 벽에 그대로 밀쳐졌다.

남자에게서 짙은 술 냄새가 풍겼다.

은혁은 말 한마디 없이 몸을 기울여 서하의 입술을 덮쳤다.

서하는 두 손으로 필사적으로 밀어냈지만, 은혁은 서하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남녀 사이의 힘 차이는 분명했다.

결국 서하는 저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은혁은 그제야 서하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곧은 자세로 서하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거친 입맞춤 탓에 서하의 머리칼은 흐트러졌고,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만큼은 차갑고 또렷했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온 거야?”

은혁의 목소리는 낮고 울림이 있었지만, 따뜻함은 묻어나지 않았다.

서하는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맞아. 배은혁의 첫사랑이 약혼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이 편할 리 없겠지.’

‘그렇다고 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지?’

서하는 힘껏 은혁을 밀쳐내고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디딤돌 같은 고통이 발목을 파고들었다.

“읏...”

날카로운 여자의 신음과 함께 몸이 휘청였고, 은혁이 서하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 버텼다.

“발목, 왜 그래?”

은혁의 목소리에는 잠시 걱정이 스쳤다.

곧 몸이 붕 뜨며 서하는 놀라움에 짧게 비명을 질렀다.

은혁이 단번에 안아 올린 것이다.

“다쳤으면 억지 부리지 마.”

굳은 얼굴로 서하를 안은 채, 은혁은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서하를 눕힌 뒤, 은혁은 곧 전화를 받으러 방을 나갔다.

남겨진 서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얼음을 챙겨 나오고, 욕실에서 수건을 찾았다.

새 수건은 분명 이 안에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통증을 참으며 이곳저곳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서하는 낡은 수건에 얼음을 싸서 다친 발목 위에 올려두었다.

안방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몇 분 뒤, 노크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은혁이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뼈에 이상 없는지 좀 봐주세요.”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다. 단순한 염좌라서 서하에게 냉찜질 하고 파스를 붙이면 내일쯤 많이 나아질 거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를 배웅하고 돌아온 은혁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레나야, 아까는...”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에, 목소리는 곧 희미해져 서하에겐 들리지 않았다.

‘역시. 조금 전 전화도 민레나였던 거구나.’

그러나 서하의 가슴 한구석이 날카롭게 찔린 듯 서늘해졌다.

은혁은 레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시선을 침실 쪽으로 두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

...

다음 날, 서하는 연구에 하루 종일 매달렸다.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발목이 아직 편치 않다는 걸 느꼈다.

잠시 걸음을 옮기며 상태를 살핀 뒤, 견딜 만하다 싶어서 그녀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열한 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샤워를 마친 서하는 곧장 침대에 몸을 누였다. 머릿속은 여전히 어수선했지만, 눈을 감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왜냐하면, 내일은 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니까.

그때 걸음소리가 가까워졌다.

서하가 그대로 누워 있자, 곧 매트리스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뜨거운 체온이 그녀의 등 뒤로 밀려왔다.

남자의 팔이 어깨를 감싸고, 손길은 팔을 따라 흘러내려 가느다란 서하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서하는 급히 그 손을 붙잡았다.

“오늘은... 하고 싶지 않아.”

은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생리야? 아직 말일도 안 됐잖아.”

“아니, 그거 아니야.”

서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냥... 하기 싫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 낮게 떨어진 은혁의 목소리.

“하지만 난 하고 싶은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100화

    은혁이 고개를 살짝 떨구자, 짙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서하는 더는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뒀다.은혁이 낮게 말했다.“그런 뜻은 아니야. 난 그냥, 우리 아직 이혼 전이니까. 당신이 본가에 안 가면, 내가 이렇게 찾아오는 게 당연한 거 아냐?”“할 말 있지? 그럼 지금 해.”서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집엔 들이지도 않을 거야?”“이 시간에 안 돼. 불편해.”“이혼합의서 얘기를 현관 앞에서 하자는 거야? 그게 더 웃기지 않아?”결국 서하는 한숨을 내쉬며 은혁을 들였다.하지만 은혁은 들어오자마자 합의서 얘기는 하지도 않고, 곧장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서하가 황급히 앞을 가로막았다.“당신 뭐 하는 거야?”“씻으려고. 오늘은 여기서 잘 거야. 피곤해.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얘기하지.”“안 돼!”서하는 단호했다.“난 동의 못 해!”은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잠시 서하를 똑바로 응시했다.그러고는 태연하게 손을 움직여 겉옷부터 벗기 시작했다.‘뭐야... 설마 진짜 이 자리에서 옷을 벗는 거야?’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재킷이 바닥에 떨어졌고, 목을 조였던 넥타이도 휙 풀려나가 있었다.차례대로 풀리는 셔츠 단추 사이로 탄탄한 복근이 서서히 드러났다.서하는 눈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배은혁! 당신 진짜 뻔뻔하다!”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벗은 셔츠를 아무렇지 않게 소파 위에 던졌다.곧이어 들려온 건 차가운 쇳소리... 벨트 버클이 풀리는 소리였다.‘더는 못 참아. 이건 선을 넘은 거야.’서하는 은혁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안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세차게 닫으며 쾅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그 뒤에서 은혁의 낮은 웃음이 따라왔다.“후...”은혁은 흥미롭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곤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10분쯤 지난 후, 안방 문을 ‘쿵쿵’ 두드렸다.“수건이 하나도 없네. 나 맨몸으로 당신 집 안을 돌아다녀도 돼?”문밖에서 은혁의 목소리가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9화

    서하는 고개를 떨군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이젠 더 숨길 수도 없어. 언젠가는 말씀드릴 일이야.’식탁 위가 잠시 고요해지자, 서하는 자세를 곧게 하고 두 어른을 바라봤다.“교수님, 사모님... 저... 이혼하려고 합니다.”기중환 교수는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하를 보았다.이청애 여사는 깜짝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뭐, 뭐라고? 이혼?”곧이어 기중환 교수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쳤다.“허튼소리 하지 마라! 결혼이 장난이냐? 이혼이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일인 줄 알아?”서하는 알았다. 기중환 교수 부부 세대에서는 이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드물고, 들으면 충격일 수밖에 없다는걸.서하는 급히 설명했다.“저와 그 사람은... 더 이상 부부의 정이 없습니다. 계속 사는 게 의미가 없어요.”“정도 없는 사람이랑 그때는 왜 그렇게 기어코 결혼하겠다고 우겼어!”기중환 교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서하는 분노하는 기중환 교수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서하를 누구보다 더 아꼈다. 가장 빛나는 시기에, 학문을 접고 결혼을 택한 제자였으니.만약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면 이 말을 끝내 삼켰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서하의 입에서 나온 건 이혼이었다.‘교수님으로선, 내가 친딸이나 다름없는데...’‘자기 자식이 이혼한다고 하면, 어느 부모가 가만있을까...’서하는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교수님, 죄송합니다. 정말로... 그 사람과는 더는 살 수가 없습니다.”기중환 교수는 다시 목소리를 높이려 했으나, 이청애 여사가 팔을 잡아끌며 말렸다.그는 결국 퉁명스레 코웃음을 치며 말을 삼켰다.‘괜히 더 세게 말하면 서하가 상처만 받지... 얘가 내 친자식은 아니잖아.’이청애 여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우린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알 수는 없지. 하지만 기 교수가 방금 한 말은 맞아.”“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요즘 젊은 사람들, 결혼은 너무 쉽게 하고, 갈등이 생기면 홧김에 금방 이혼 얘기부터 꺼내는데.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8화

    서하는 말없이 있으면 도도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타고난 고급스러운 인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본래 성격도 애교 많고 의존적인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다.그런데도, 기중환 교수 부부는 서하를 특히 아꼈다.서하 역시 그 은혜를 잊지 않았고, 부모인 임범철 부부보다도 더 가까운 정을 느끼곤 했다.그래서 이번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솔직하게 말한 건데, 뜻밖에도 이청애 여사가 무척 반가워했다.[아이고, 내가 지금 당장 갈비 사러 간다! 서하야, 어서 와라!]“감사합니다, 사모님.”서하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벌떡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차 키를 챙겨 집을 나섰다.‘교수님과 사모님께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데...’‘나중에 꼭 보답해야 해. 효도라도 제대로 해야지.’서하는 가는 길에 수입 과일 가게에 들러, 평소 자신도 잘 사 먹지 못하는 체리와 큼지막한 오렌지를 사들었다....한량대학교 근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기중환 교수 부부는 이미 장을 보고 돌아온 참이었다.이청애 여사는 갓 사온 갈비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있었다.아직 시간은 넉넉해, 천천히 준비하면 됐다.서하는 속으로 당장 먹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기중환 교수는 곧장 서하를 서재로 데리고 가 학업을 짚어주었다.‘탕수갈비는 잠깐 잊자. 지금은 교수님 말씀에 집중해야 해.’서하는 곧바로 정신을 다잡고, 연구와 과제에 몰입했다.얼마 후, 이청애 여사가 문을 두드렸다.“밥 먹자!”그제야 서하는 자신이 배가 홀쭉해진 걸 깨달았다.‘지금이라면 진짜 소 한 마리도 먹겠다...’식탁 옆에 서서 밥과 반찬을 차리며, 서하는 먼저 기중환 교수 부부의 밥을 푸고 숟가락을 챙겼다.“어서 맛 좀 봐. 내 솜씨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자.”이청애 여사가 장난스레 말했다.서하는 기중환 교수를 먼저 바라봤다.기중환 교수가 젓가락을 들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탕수갈비를 집어 들었다.첫 입을 넣는 순간, 서하는 눈을 가늘게 감으며 온몸으로 만족을 표현했다.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7화

    “난 괜찮은데.”“너 예전엔 신 거 절대 안 먹었잖아. 요즘은 왜 입맛이 바뀐 거야?”“글쎄... 나이 먹어서 그런가 봐.”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며 깔깔 웃다가 결국 소파에 쓰러져 누웠다.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어가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소진은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전화받고 나니 이미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그녀는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열어봤다. 안은 너무 깨끗해 텅 비어 있었다.할 수 없이 밀가루와 달걀을 꺼내 간단하게 달걀부침을 만들었다.소진은 성격이 털털하고 집안도 넉넉하지만, 의외로 요리에 능했다.달걀부침을 다 하고 나서도 서하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이상하다. 얘 원래 늦잠 절대 안 자는데...’소진이 몇 번 불러봤지만, 서하는 웅얼거리며 몸을 돌리고 다시 잠들었다.너무 피곤한가 싶어, 소진은 쪽지 하나 남겨두고 먼저 집을 나섰다....뒤늦게 깨어난 서하는 멍하니 앉아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 눈이 커졌다.“벌써 열 시라니...”‘최근에 이렇게 오래 잔 적이 있었나...’그녀는 메시지를 확인하니 소진이 남긴 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배가 꼬르륵 소리를 냈다.서하는 다른 메시지는 제쳐두고 일단 씻고 주방으로 향했다.테이블 위에는 소진이 남긴 달걀부침과 막 갈아놓은 두유가 있었다.주방은 도구가 다 갖춰져 있었지만, 정작 서하는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다.그래서인지, 집에서 먹는 소진 표 아침은 더 특별했다.달걀부침은 식었는데도 촉촉하고 고소했다. 서하는 순식간에 두 장을 해치우고 두유까지 들이켰다.그제야 속이 꽉 차며 온몸이 편안해졌다....오늘은 어디 나갈 생각이 없어서 서하는 집에 앉아 화공 공장 관련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중간중간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알차게 채웠다.아침을 늦게 먹은 터라 점심은 거를 생각이었는데, 오후 두 시가 되니 서하는 배가 또 고파왔다.그리고 핸드폰을 켜 외식 앱을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6화

    선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하 씨는 우리 사이 모른다.”“이제 알았잖아?”천후가 비웃듯 말했다.“근데 임서하는 형 피하려는 눈치도 없더라. 그거 하나만 봐도, 임서하랑 배은혁은 끝난 거지.”선우는 담배를 비벼 끄며 차갑게 잘라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괜히 내 의뢰인 건드리지 마.”그 말만 남기고 선우는 룸으로 돌아갔다.천후는 한동안 턱을 쓰다듬으며 뭔가 곱씹듯 생각하다가, 이내 태연한 얼굴로 다시 들어왔다.그러고는 별 탈 없이 얌전히 식사를 마쳤다. 심지어 나갈 땐 정중하게 인사까지 하고 홀가분하게 사라졌다.천후가 나가자마자, 서하는 속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휴... 제발 다시는 안 마주쳤으면.’서하는 정말 천후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식사 후, 선우는 서하와 소진을 차에 태워 로펌 앞으로 데려왔다.서하가 곧장 내리려 하자 선우가 붙잡듯 말했다.“진이, 내 사무실은 처음이지? 들어가서 잠깐 쉬었다 가.”서하는 원래 감정 문제에 둔감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내가 괜한 생각하는 걸까?’‘근데... 하 변호사가 소진이를 볼 때 눈빛이 조금 다르지.’‘존중 이상의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게다가, 선우가 천후와 친척이라면 그 집안 배경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런데도 서하나 소진에게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운 태도였다.서하는 미소 지으며 소진을 향해 말했다.“들어가 봐. 좋을 것 같아.”“너도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소진이 물었다.“나 공장 들러야 해서 지금 가야 해.”“그럼 나도 너랑 같이 갈래.”소진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고, 이내 선우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우린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선우는 굳이 붙잡지 않고 미소로 답하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차에 오른 소진은 조수석에 몸을 던지듯 기대며 말했다.“아, 진짜 피곤하다. 나 좀 잘게.”“자, 자. 내가 난방 좀 더 올릴게.”서하는 따뜻한 바람을 세게 틀어주었다.차는 고요하게 달렸다. 공장에 가까워졌을 때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5화

    소진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천후는 이미 짐작한 듯, 날카롭게 시선을 서하에게 고정했다.“서하 씨, 배 대표랑 이혼하는 거야?”서하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젓가락을 소진 쪽으로 건네주었다.“아닙니다.”소진이 황급히 맞장구쳤다.“맞아요, 아니에요! 전 서하 말고 다른 친구 얘기한 거였어요.”선우도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나섰다.“천후야, 말을 뱉기 전에 생각 좀 해.”천후는 슬쩍 서하를 흘겨보더니 느긋하게 웃었다.“알았어.”이상하게도 천후가 이렇게 순순히 물러서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선우는 의아한 눈길로 천후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눈빛에 분명한 경고를 담았다.천후는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에는 장난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위험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하 변호사님이랑 단둘이 밥 먹는 건 아직도 조금 부담스러운데...’‘그래도 이렇게 네 명이 있으니 한결 편하니까.’서하는 마음속으로 숨을 고르며, 눈앞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소진은 원래부터 성격이 밝았다. 말재주도 있어 천후와 금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주제 가리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고, 식탁 분위기는 의외로 활기찼다.음식이 거의 비워질 즈음, 선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천후, 잠깐 나랑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자.”두 남자는 그렇게 룸을 나섰다....소진이 서둘러 말했다.“미안해, 서하야. 나도 지천후가 그런 줄은 몰랐어...”“무슨 말장난 해?”서하가 피식 웃었다.“괜찮아. 지천후야 어차피 언젠간 알게 될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이 알든 모르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렇지.”소진도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나 솔직히 말하면, 지천후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만 들어왔거든. 근데 오늘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괜찮아?”서하의 표정이 차가워졌다.“난 전혀 모르겠는데.”“너 지천후 싫어해?”“싫다기보단, 함부로 선을 넘는 일이 많았어. 나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