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렇게 따지는 게 많아.]은혁은 짜증이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별일도 아니고, 나 회의 들어가야 해.”민석이 피식 웃었다.[야, 배은혁 네가 이런 소릴 하는 날이 오네? 여자 달래는 것도 다 방식이 있어. 누군데? 나도 알아야 방법을 알려주지.][설마 서하 씨? 에이, 아니겠지? 뭐야, 한 침대 쓰다 보니까 정이라도 들었냐?]은혁은 순간 멈칫했다.“당연히 임서하 아니야.”민석은 호탕하게 웃어댔다.[하하, 알았어, 알았어. 안 놀릴게. 그럼, 레나? 그거야 쉽지. 어린 애들은 다 똑같아. 쇼핑이면 돼. 옷, 가방, 보석. 비싼 거 하나 골라주면 싹 풀린다니까?]은혁은 인내심의 끝에 다다른 듯 짧게 내뱉었다.“됐어. 끊는다.”[야! 배은혁! 배은혁 이 자식은 또 이렇게 사람 그냥 버리네? 필요할 땐 써먹더니...]민석 쪽에서 고함이 이어졌지만, 은혁은 전화를 단호하게 끊어버렸다.그때, 비서 나재도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평소처럼 업무 보고가 이어졌고, 은혁은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뒤 마지막에 덧붙였다.“주 회장님 쪽 자선 경매 있지? 거기서 보석 하나 낙찰받아 와.”재도가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돌아서려던 그를 은혁이 다시 불러세웠다.“잠깐. 보석... 두 개로 해.”...오후가 되어 재도가 보석을 가져왔다.은혁은 외부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고, 모든 자리를 끝내고 돌아오자 이미 저녁 여덟 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본가에 들른 은혁의 예상대로 서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한 10분쯤 머무른 뒤, 그는 다시 집을 나서 차를 몰았다....서하는 애초에 연구원에서 시간을 질질 끌며 일부러 늦게 움직였다. 본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아침부터 시아버지 배효산이 전화를 걸어왔다.어젯밤에 어디서 잤는지, 은혁과 다퉜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오늘은 제발 일찍 들어오라는 부탁까지 있었다.‘굳이 가고 싶진 않지만...’‘구름바다’에 있는 집이라면, 몇 시에 들어가든 상관없었다.은혁과도 방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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