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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바람노래
주인정은 은혁 앞에서 단 한 번도 말로 이겨 본 적이 없었다.

은혁에게 대놓고 맞설 용기는 없었고, 늘 뒤에서 은근히 훼방을 놓는 식이었다.

심지어 방금 은혁이 자신을 겨냥한 것도, 자신이 서하에 대해 흘린 말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주인정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은혁과 서하의 사이가 특별히 돈독해서는 아니었다.

다만 은혁의 권위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은혁이 당시 배진국의 강요로 서하와 결혼했을 때도, 두 사람 사이는 그저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은혁 마음속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떠돌았고, 주인정은 그 결말을 지켜보며 비웃게 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정은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나 서하랑 그냥 농담한 거지. 서하는 과학자잖아. 나라에 이름을 알리고, 배씨 집안의 자랑이 될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주방에 세울 수 있겠니?”

말투는 웃고 있었지만 속에는 날카로운 비아냥이 가득했다.

‘나라를 빛낸 과학자라니,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재도 아니잖아!’

은혁은 무심히 정장 외투를 벗어 옆에 던졌다.

“참 궁금하네요. 어머니께서는 우리나라에 뭘 얼마나 보탠 게 있고, 또 이 집안에는 무슨 자랑이 되셨는지...”

주인정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거의 무너져 내렸다.

그때 마침 레나가 들어와 은혁 뒤에서 부드럽게 불렀다.

“은혁 오빠, 무슨 일이에요?”

은혁 얼굴에 드리웠던 불쾌감와 날카로움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는 레나를 돌아보며 짧게 답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 말과 함께 셔츠 소매 단추를 풀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하 옆을 지나며 한마디 던졌다.

“뭐 하고 있어? 올라가.”

그리고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서하는 시선을 돌려 레나를 바라봤다.

레나는 서하를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배은혁이 나를 감쌌던 건, 주 여사를 못마땅해하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이 사람의 성질이 폭발하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데...’

‘민레나의 한마디 ‘은혁 오빠’에 그 모든 기세가 사라지는구나.’

서하는 스스로를 괴롭히듯 레나와 눈을 마주하다가, 곧 시선을 거두고 뒤돌아 올라갔다.

주인정은 다시 표정을 추스르며 적당히 따뜻한 미소를 띠고 레나를 맞았다.

“어서 들어와, 문가라서 춥잖니.”

레나는 얌전히 대답했다.

“감사해요, 이모.”

“이제 이모라고 부를 날도 얼마 안 남았지.”

주인정은 레나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

“조만간 호칭 바꿔 불러야지.”

서하는 계단을 돌아 올라가면서 더 이상 아래 대화가 들리지 않는 지점에 다다르자,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어서 곧장 자신과 은혁의 방으로 향했다.

...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은혁이 샤워 중이었다.

서하는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창밖의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고, 서하는 곧바로 받았다.

“재희 씨.”

짧은 응답 후, 이재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후에 그 데이터, 정리 다 됐어요?]

서하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네, 끝냈어요.”

[다른 데이터는 제가 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내일은 조금 수월하실 거예요.]

“재희 씨가 벌써 처리했어요?”

서하는 놀란 듯 물었다.

“그쪽도 바쁘지 않아요?”

[괜찮아요. 이 부분은 서하 씨가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아 오래 걸리잖아요. 저는 익숙해서 금방 끝냈습니다.]

데이터 하나가 돌아가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다.

새 파트너가 데이터 처리에 서툰 탓에 고생하던 걸 떠올리자, 서하는 마음속 깊이 고마움이 차올랐다.

“정말 고마워요. 재희 씨도 필요할 때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리며 은혁이 나왔다.

서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

은혁은 한 손으로 수건을 들고 젖은 머리칼을 닦아 내리고 있었다. 욕실에서 흘러나오는 수증기의 온기로도 얼굴선을 부드럽게 만들진 못했고, 젖은 속눈썹마저 차갑고 날카롭게 보였다.

허리에 걸친 수건은 느슨했고, 남자의 선명한 복근과 매끈한 근육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 했다. 은혁과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손목을 단단히 붙잡혔다.

“뭐 하는 거야?”

서하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밥 먹으러 내려가야지.”

레나를 본 순간부터 서하의 마음과 표정은 계속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서하는 말을 끝내자마자 손을 빼내려 했지만, 은혁은 오히려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추려 했다.

‘민레나 앞에서 지었던 그 웃음, 선물까지 건네던 모습...’

서하의 속이 뒤틀리며 치밀어 올랐고, 양손을 은혁의 가슴팍에 대고 단번에 그를 밀어냈다.

은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얼굴에는 불편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잠시 침묵 끝에 은혁이 물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서하는 알고 있었다. 은혁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은혁이라는 것을.

은혁이 부부관계를 원한다면 서하는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배은혁에게 욕망을 풀기 위한 도구일 뿐이겠지.’

서하는 더 깊은 통증을 느끼며 은혁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절대 건드리지 마.”

말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온몸이 떨렸지만, 끝까지 눈을 맞추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엔 배효산이 서 있었다.

그는 참으로 운 좋은 재벌 2세였다.

젊을 적엔 아버지 배진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배진국이 세상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배은혁이 후계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

배효산은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고, 또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

그에게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재능이 없었지만, 그런데도 셀 수 없이 많은 부를 누릴 수 있었다.

덕분에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사십 대 초반처럼 보였고, 온화한 눈빛에 점잖은 기품까지 갖추고 있었다.

배효산은 서하를 보자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서하야, 어서 와서 밥 먹자. 은혁이는?”

이 결혼은 배진국이 직접 정해 둔 혼사였다.

배효산은 누구보다 효심이 깊었기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서하에게 딱히 불만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곧 내려올 거예요.”

서하가 담담히 대답했다.

그때 레나가 다정하게 다가와 서하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서하 언니, 이리로 앉아요.”

서하는 고개를 저으며 팔을 빼냈다.

“이 집에선 내가 레나 씨보다 더 오래 있었지.”

말이 끝나자 레나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당황스레 말을 잇는다.

“저, 저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요...”

주인정이 곧바로 얼굴을 찡그리며 끼어들었다.

“레나가 그냥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건데, 왜 그렇게 별것도 아닌 걸로 억지를 부려? 정말 네가 이 집안 안주인인 줄 아는 거야? 그럼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니? 어른 모시는 마음이 있기는 해?”

그녀는 곧장 배효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보,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 레나가 앞으로 이 집에서 어떻게 버티겠어요. 괜히 기죽어서 어디 살겠어요?”

레나는 적당히 눈물을 훔치며, 억울하다는 듯 훌쩍였다.

배효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뭘 그렇게 괴롭혔다고 해. 다들 앉아, 앉아. 레나야, 울지 마라... 아이구, 서하야, 얼른 레나한테 사과해. 괜히 은혁이나 성우가 오해하면 안 되잖아.”

서하는 천천히 레나를 바라봤다.

레나는 몸을 살짝 틀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게 했지만, 서하만은 그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승리감에 젖은 오만한 눈빛.

레나는 배씨 가문 본가에 들어온 첫날부터 서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든 상황이 흡족했다.

아쉬운 건 단 하나, 은혁이 이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 것뿐이었다.

‘내가 어떻게 사과를 해? 사과할 이유 따위는 없어.’

주인정이 놓치지 않고 몰아붙였다.

“서하야, 네 시아버지가 사과하라고 하시잖아. 못 들었니?”

그때 계단 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위쪽으로 향했다.

은혁이 소매를 걷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진한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인데도 여전히 기품과 차가운 기세가 풍겨 나왔다.

시선은 곧장 서하에게 꽂혔다. 냉정하고 위압적인 눈빛 속엔 분명한 불만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래, 오늘이 첫날인데 내가 배은혁의 첫사랑을 울게 했네.’

‘아까 날 안으려던 순간, 이 사람이 마음속에 떠올린 게 과연 나였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서하는 마치 타인의 손이 심장을 움켜쥐기라도 한 듯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동시에 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이 휘몰아쳤다.

은혁의 눈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밤 같았다. 그 안에는 서하를 위한 한마디 변명도 없었다.

배효산은 늘 우유부단했으나, 큰아들 은혁 앞에서는 늘 고개를 숙였다.

방금 중재하려던 말마저, 은혁의 표정을 확인한 순간 속으로 삼키고 말았다.

주인정은 은혁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건 서하였다.

‘똑같은 여자인데 나는 배효산의 아내 자리를 얻으려고 죽을 고생을 했고...’

‘결국 이 집안에 들어와서도 배은혁 눈치를 봐야 하는데.’

‘그런데 임서하는 뭐야? 변변찮은 집안 출신 주제에...’

‘배은혁과 결혼해 들어와서는 작은 안주인 행세를 다 하고 있잖아.’

은혁과 서하의 사이가 멀어질수록, 주인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하는 모든 차가운 시선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차갑게 내리꽂히는 은혁의 의심하는 눈길만은 서하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부터 알고 있잖아.’

‘배은혁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이제는 익숙해져야지.’

그런데도 서하의 마음은 여전히 아팠고, 또 서글펐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가슴 어딘가에서, 실처럼 가늘고 아릿한 고통이 잔뜩 얽혀 있었다.

그녀는 배효산을 흘끗 바라봤다. 시아버지의 얼굴에는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곧 배효산이 상황을 수습하듯 말했다.

“그만해라. 다 한가족인데, 어서 앉아서 밥이나 먹자.”

서하는 등을 곧게 세우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식사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과라니...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하지?’

레나는 얌전하게 모두의 그릇에 반찬을 덜어주었다. 서하의 그릇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은혁 앞에 젓가락이 다가가자, 은혁이 낮게 말했다.

“네 거나 먹어.”

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오빠, 지금 먹을게요. 걱정 마세요. 나 많이 먹을 거예요.”

서하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배성우는 도대체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자기 약혼녀랑 형이 저렇게 다정하게 앉아 있는데...’

‘설마 저 둘 사이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못 챈 거야?’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배성우가 느지막이 들어왔다.

그는 요즘 지도교수와 프로젝트를 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성우의 인상은 아버지 배진국을 빼닮았지만, 은혁만큼 키가 크지는 않았다. 겉멋만 잔뜩 든 분위기와 눈빛 속에는 얄팍한 계산이 가득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인정은 아들의 귀에 대고 은혁을 경쟁자로 여기라고 다그쳤다.

언젠가 배씨 가문의 가업을 자기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우의 능력으로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은혁 앞에서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며 형이라고 불렀다.

자리에 앉자마자 성우는 레나가 앉은 의자에 팔을 걸치고는, 프로젝트의 수익과 전망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주인정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우리 아들 참 대단하지. 아직 대학 졸업도 안 했는데 벌써 돈을 벌다니.”

서하는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이게 대단한 거라고?’

‘같은 나이인 나는 이미 석사를 마치고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배성우는 아직 학부생 아닌가?’

‘그 프로젝트라는 것도 집안에서 돈을 밀어준 결과물인데...’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가져다 붙이려면, 그건 배은혁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서하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마침 은혁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

오늘 이 자리는 본래 성우가 레나를 데리고 와서 약혼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자리였다.

배효산이 양가 어른끼리 자리를 마련하자는 말을 막 꺼낸 순간이었다.

딱!

은혁이 젓가락을 내려놓은 것이다.

서하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은혁은 겉으론 잔잔한 물 같았지만, 눈빛은 이미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먹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처럼 언제든 폭풍이 터져 나올 듯했다.

‘첫사랑이 동생의 약혼녀가 되려 하는데... 배은혁도 결국 못 참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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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중국소설 하나같이 첫사랑 타령이야. 첫사랑이 뭐가 그리 중한데. 여우같은 여자를 첫사랑이라고 평생 돌봐줘야 하나 유뷰남이? 중국에 그런 법이 있는 모양이지. 돈깨나 있다는 놈들이 하나같이 바람 피우는 구실로 첫사랑이래. 내용들이 다 똑같아. 본처 구박하고 모질게 학대하고. ㅉㅉ. 망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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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정이 말했다.“저도 당연히 알아요! 지난번에 유 대표님이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고 했잖아요. 유 대표님이 좋다고, 기꺼이 괜찮다고요. 왜요, 이제 와서 딴말하시는 거예요?”“딴말하는 게 아니라...”민석은 난처한 듯 말했다.“네가 마음대로 만져도 되는 건 맞아...”“분명히 싫은 거잖아요!”“내 말 아직 안 끝났어.”민석이 말했다.“하지만 너도 내 입장은 좀 생각해 줘야 하지 않아? 나는 나무토막 아니야. 너는 여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네가 그렇게 만지면 나, 나도 힘들어져.”“알아요.”아정이 말했다.“결국 그런 쪽 얘기잖아요.”민석은 더 곤란해졌다.“아정아, 우리 이 얘기는 안 하면 안 돼?”아정이 원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아정이 원한다고 해도 민석은 아정과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었다.아정이 민석을 사랑하게 되기도 전에 두 사람 사이에 실질적인 관계가 생긴다면, 민준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게다가 민석 자신도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길 바라지 않았다.그래서 아정의 이런 행동은 민석에게 너무 버거웠다.“전 얘기할 건데요!”아정은 제멋대로 굴었다.“유 대표님은 아직도 저를 어린애로 보는 거죠?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거잖아요.”“네가 어린애였으면 내가 널 좋아할 수가 없지.”민석이 말했다.“그러면 난 완전 쓰레기 되는 거잖아.”민석의 주변에 여자가 많았지만, 나름의 선은 분명히 지켰다.막 성인이 된 어린 모델 같은 부류는 건드리지 않았다.민석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성숙한 여자들이었다.아정도 궁금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다.“그럼 지금 유 대표님 태도는 뭔데요?”“널 존중하는 거야.”민석이 말했다.“남자는 자극에 약해. 네가 몇 마디만 해도, 내가... 너를 존중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까 봐 겁나.”두 사람은 온천수 안에 서 있었다.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니, 괜히 나른해졌다.아정은 민석과 말다툼하느라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즐기러 온 거지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66화

    민석은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물론 아정과 가까이 있고 싶었다.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자기 몸이 너무 솔직해서... 민석의 허락도 없이 아정에게 무례한 반응을 보일까 봐 두려웠다.하필 아정은 겁도 없었다. 가끔은 맥락을 알 수 없는 말을 툭 던져, 민석의 심장을 정신없이 뛰게 만들곤 했다.“이리 와 보세요!”아정이 서운한 듯 말했다.“저 좋아한다면서요. 그런데 왜 그렇게 멀리 있어요?”민석이 말했다.“좋아하니까 더... 널 존중해야지.”“정말 저를 존중하고 싶으시면, 애초에 저랑 같이 온천을 하시면 안 됐죠. 이미 같은 탕에 들어와 놓고 이제 와서 뭘 그렇게 조심하세요.”틀린 말은 아니었다.민석은 몇 초쯤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정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일어나자 가슴은 목욕 타월에 가려져 있었지만, 복근은 그대로 드러났다.수영복 바지가 하이웨이스트도 아니어서 가릴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아정은 부끄러움이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평소에도 영상이나 잡지를 볼 때 남자 모델의 복근을 빤히 보곤 했다.지난번에 직접 만져 보고 감촉이 꽤 좋다고 느꼈던 터라, 이번에도 사양하지 않고 민석의 배를 바라보았다.민석은 얼른 적당히 떨어진 곳에 앉았다.아정이 이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민석은 버티기 힘들었다.민석도 예전에는 욕구가 강한 남자였다.그런데 여자를 멀리한 지 얼마나 됐는가?민석은 진짜 스님도 아니고, 모든 감정과 욕망을 버린 사람도 아니었다.오히려 그동안 쌓였던 욕구가 아정 한 사람에게만 향해 더 크게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아직도 그렇게 멀리 앉으시네요.”민석이 앉아 버리자 복근이 보이지 않았다.아정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뭐가 그렇게 무서워요? 제가 유 대표님을 잡아먹기라도 해요?”민석은 속으로 생각했다.‘네가 날 잡아먹어? 내가 너를 잡아먹을까 봐 무서운 거지.’아정은 갑자기 손을 들어 민석에게 물을 끼얹었다.민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머리부터 얼굴까지 그대로 물을 맞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965화

    아정은 탕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해비를 달래며 놀아 주고 있었다.민석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정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허니는 어때? 힘들어 보이면 사람 불러서 먼저 보내게 할게.”아정은 예전에도 몇 번 허니를 데리고 외출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허니는 꽤 얌전하게 잘 따라와 줬다.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달랐다.아마 호텔에 처음 들어올 때 들렸던 이상한 새 울음소리 때문일지도 몰랐다.그때부터 허니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겁을 먹은 게 분명했다.“그래요.”아정도 걱정이 됐다. 허니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까 봐 마음이 쓰였다.“누구한테 맡기실 건데요?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해요.”“걱정 마.”민석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를 걸어 그 일을 바로 지시했다.전화를 끊은 뒤 민석이 말했다.“내 비서야. 너도 본 적 있어. 일 처리 깔끔하게 하는 사람이야.”민석의 비서 이야기가 나오자 아정은 떠올렸다.안경을 쓴, 차분하고 반듯해 보이는 남자였다.아정이 말했다.“전 예전부터 유 대표님 옆에 있는 비서나 보좌진은 다 여자일 줄 알았어요.”“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유 대표님 성격이면 여자 비서 한 명쯤 곁에 두는 게 더 자연스럽잖아요.”민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했다.“내 비서랑 보좌진은 늘 남자였어.”아정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회사 사람은 안 건드린다는 거네요!”민석은 씁쓸하게 웃었다.“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그래도 나한테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야.”민석은 여자 문제로 자신의 업무가 흔들리는 일만큼은 절대 만들지 않았다.“좋아요.”아정은 해비의 턱 밑을 살살 만져 주며 달랬다. 해비가 얌전히 있도록 진정시켰다.“일단은 믿어 드릴게요.”민석은 아정이 귀여우면서도 어쩔 줄 몰랐다.“왜 일단인데? 내가 너한테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잖아.”아정이 말했다.“거짓말 안 한다면서요. 저는 유 대표님이 정말 여기서 며칠 묵었다는 말도 안 믿어요.”민석은 증명해 줄 사람까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343화

    “알겠어요!”서하는 기중환 교수를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따랐다.기중환 교수에게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부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왔기 때문에, 말투에도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9시가 조금 넘은 시각, 기중환 교수와 서하는 함께 실험동 앞으로 내려갔다.약속 시간은 아홉 시 반이었고, 아홉 시 이십 분을 조금 넘긴 즈음, 검은색 고급 승용차 몇 대가 차례로 건물 앞에 멈춰 섰다.이번 후원 논의는 화학과 중심의 협업이었기 때문에, 기중환 교수와 서하 외에도 화학과 소속의 주요 보직 교수들이 함께 자리하고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345화

    서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민성균 교수가 먼저 서하의 팔을 잡아끌었다.“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임 교수님 얼른 가시죠.”기중환 교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막 한마디 하려는 순간, 민성균 교수가 재빨리 기중환 교수의 팔을 붙잡았다.“기 교수님!”민성균 교수는 기중환 교수를 옆으로 끌고 가서 한참 동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기중환 교수는 차마 배은혁이 서하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결국 속으로만 분을 삭이며 말했다.“임 교수랑 잠깐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95화

    그래서 성우가 레나에게 파혼을 통보했을 때, 레나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어차피 성우는 레나의 눈에 차지 않았고, 은혁만 잡을 수 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레나는 곧 깨달았다.은혁의 태도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성우와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은혁은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었다.레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그럼에도 레나는 늘 믿고 있었다.‘나는 아직 기회가 있다. 반드시...’그리고 오늘 3년 만에 마주한 서하는 레나의 머릿속을 통째로 뒤집어놨다.레나는 생각했다.서

  •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제249화

    “네 와이프는 어떻게... 자기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배은혁이라는 큰 나무를 버릴 생각을 하지? 설마... 밀당하는 거 아냐?”민석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여자들 그 조그만 술수, 너 같은 놈이나 속지.”은혁은 애초에 민석에게 조언을 기대하지 않았다.하지만 설마 이렇게 한 톨도 도움 안 되는 수준일 줄은 몰랐다.왜냐하면 민석이 하는 말은 맨날 똑같았다.‘마음 비워라’‘여자들 소개해 줄게’, 이 둘 중 하나였다.“내가 소개할 그 예쁜 애들, 다 진짜 어려. 손만 대도 과즙미 팡팡이야.”민석이 말했다.“걱정 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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