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94화

Author: 김하이
차정원과 심성빈이 아무리 조심하고 신중했어도 결국 빅토르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차정원은 빅토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선 저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한편 빅토르는 마침내 어선 갑판 위로 발을 올렸다. 그는 송하나를 향해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는 무기를 든 부하들이 그림자처럼 빽빽하게 따라붙었다.

문득 그가 걸음을 멈추더니 송하나에게 손을 뻗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기묘한 유혹이 배어 있었는데 지나치게 부드러워 소름 끼칠 정도였다.

“하나야, 이제 그만 반항하고 나랑 같이 가자. 네가 순순히 내 곁에 머물러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거로만 갖다 바칠 수도 있어. 리히터 가문의 유일한 안주인이 되어 최고의 권위를 누릴 수 있단 말이야.”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다시는 널 해치지 않을게. 그저 내 곁에만 있어 주면 돼.”

애초에 그녀를 납치한 이유는 오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장기 이식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사망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02화

    살짝 놀란 가문 의사가 한마디 물었다.“심 대표님, 정말 결정하신 겁니까?”“치료가 시작되면 부작용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차정원 씨에 대한 송하나 씨의 기억은 점점 흐릿해질 겁니다.”“결정했어요.”심성빈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굳은 의지가 담겼다.“고통스러운 기억을 잊는 것이 하나가 편안하게 살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하는 길이라면 잊어도 상관없어요.”송하나가 언젠가 모든 기억을 되찾고 차정원을 떠올렸을 때 심성빈이 그녀 대신 이런 결정을 내린 걸 알게 돼 원망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송하나만 잘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알겠습니다. 심 대표님,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치료는 다음 날 오후로 잡혔다.부드럽게 송하나의 손을 잡은 심성빈은 속죄하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하나야, 가문 의사 말이 네 우울증이 재발해서 간단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대. 금방 끝나니까 한숨만 자고 일어나면 될 거야.”송하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와서 그녀를 치료실로 밀고 들어갔다.문 앞에 서서 문이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심성빈은 한참 뒤에야 천천히 몸을 돌렸다.가문 의사가 동의서를 건네자 펜을 들었지만 손이 통제 불능으로 떨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자기 이름을 적었다.‘하나야, 미안해. 이번만큼은 이럴 수밖에 없어. 내가 너 대신 결정할 수밖에 없어...’치료는 무려 세 시간 동안 이어졌다.세 시간 내내 심성빈은 복도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치료실 문 앞에 똑바로 선 심성빈은 온몸에 피로와 초조함이 배어 나왔다.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치료가 잘 돼 송하나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드디어 치료실 문이 열리더니 송하나가 간호사에게 밀려 나왔다.눈을 감고 있는 송하나는 깊은 잠에 빠진 듯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대표님, 치료는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송하나 씨는 두 시간 뒤쯤 깨어날 겁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01화

    “기억을 지운다고요?”심성빈의 목소리가 떨렸다.“네, 심 대표님.”의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침착하게 설명했다.“송하나 씨가 현재 겪는 고통의 근원은 차정원 씨가 총에 맞고 바다로 떨어지던 기억입니다. 만약 그 일을 잊게 해준다면 송하나 씨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차정원 씨와 관련된 일부 기억도 잃을 수 있어요.”“차정원을 잊는다고요?”“완전히 잊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흐릿해지고 많은 세부 사항이 사라질 것입니다. 또한 부작용으로 전반적인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건망증이나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 말이죠. 이 치료를 진행할지 여부는 가족분들께서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심성빈은 복도에 앉아 오랜 시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머릿속에는 날로 야위어가는 송하나의 얼굴, 퀭한 눈동자, 그리고...창가에 앉아 허공에 대고 차정원의 이름을 부르던 모습까지 반복해서 떠올랐다.그녀가 이대로 절망에 잠식되어 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심성빈은 천천히 눈을 뜨고 병실로 돌아갔다.송하나는 침대에 기대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석양의 붉은 빛이 얼굴에 드리우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유독 투명해 보였다.“하나야.”심성빈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너의 고통을 덜어줄 치료법이 하나 있대.”송하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두 눈은 여전히 충혈됐지만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무슨 방법인데요?”잔뜩 잠긴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이 치료를 받으면 일부 기억을 잃게 될 거야.”심성빈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목울대를 굴리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차정원 씨가 바다로 떨어지던 일, 그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잊게 될 거야. 하지만... 그밖에도 네가 차정원 씨랑 함께했던 다른 기억들까지 잊혀질 수 있어.”송하나는 침묵했다.병실에 기나긴 정적이 흘렀다.너무 길어서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거라 여길 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00화

    “저 목 안 말라요.”“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심성빈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 있었다.“자극적이지 않은 걸로 준비해 오라고 했으니까 몇 숟가락이라도 떠봐. 그러다 너 진짜 쓰러져.”송하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초점 없는 눈동자는 영혼을 잃어버린 듯 텅 비어 있었고, 주변의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지금은 아무것도 먹기 싫어요.”그 모습을 지켜보는 심성빈은 가슴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이미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수색 범위를 넓혔는데도 차정원의 소식은커녕 작은 단서 하나조차 찾지 못했다.그 후로 며칠 동안, 송하나는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았다.식음 전폐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간호사가 들고 온 식사는 매번 손도 대지 않은 채 치우기 일쑤였다.심성빈이 종류별로 죽이며 국물, 예전에 그녀가 좋아하던 음식들까지 공수해 와 어떻게든 먹여 보려 애썼지만 송하나는 늘 미동조차 없었다.그녀의 앞에서 차정원의 이름은커녕, 바다와 관련된 그 어떤 단어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송하나가 안쓰러워 직접 음식을 떠먹여 주기까지 했다.그의 지극정성을 차마 모질게 거절할 수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건지, 마지못해 한 입 받아먹기도 했다.하지만 삼키기 무섭게 몸에서 극심한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송하나는 허리를 숙이더니 구토를 시작했고, 방금 받아먹은 음식물을 모조리 게워 냈다.급기야는 신물까지 쏟아낼 기세였다.슬픔에 잠긴 그녀의 육체는 이미 본능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짐이라도 되는 것처럼.연신 구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송하나를 지켜보던 심성빈은 가슴이 문드러지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손쓸 방도가 없었다.그저 의료진을 독촉해 영양제를 맞히는 게 전부였다.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점점 말라갔다.눈동자에 서린 공허함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초췌한 모습은 시들어가는 화초를 연상케 했다.심성빈의 초조함과 자책감을 감추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99화

    송하나는 울부짖으며 차정원의 이름을 불렀다.목소리는 이미 거칠게 갈라져 있었고, 눈물이 둑이 터진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완전히 이성을 잃은 그녀는 차정원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선박 난간을 향해 몸을 던졌다.그 찰나, 심성빈이 움직였다.재빨리 뒤쫓은 그는 두 팔로 여자의 허리를 꽉 껴안으며 난간 끝자락에서 아슬아슬하게 끌어당겼다.“하나야, 진정해! 제발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송하나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눈동자엔 절망이 가득했고, 눈물로 시야가 흐려진 채 애원했다.“정원 씨 피 흘리는 거 못 봤어요?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죽는단 말이야...!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나한테 맡겨.”심성빈의 목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악을 쓰며 평정심을 붙잡았다.“나 믿어. 내가 있는 한, 그 사람 절대 안 죽어.”그는 송하나를 품에 꼭 끌어안고 부하들을 돌아보며 외쳤다.“서둘러! 전부 구조 장비 챙겨서 당장 바다로 뛰어들어 사람부터 찾아.”그사이 어선 위에서 벌어지던 난전은 어느 정도 진압되어 있었다.빅토르의 부하 중 일부는 심성빈의 사람들에게 제압당해 갑판 구석에 포박된 채 꿇어앉았다.또 다른 무리는 빅토르가 총에 맞고 도망치는 것을 보자 저항을 포기하고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더는 승세를 몰아 추격할 여력도, 정신도 없었다. 심성빈의 모든 신경은 오직 차정원을 찾아내는 것에만 쏠려 있었다.송하나는 갑판 위에 서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바다 한가운데에 향한 그녀의 시선은 떠날 줄 몰랐다. 그저 차정원이 제발 무사하기만을 속으로 몇 번이고 기도했다.심성빈은 그녀의 곁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송하나를 달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고 전문 구조 팀에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렸다.최대한 빨리 차정원을 찾아내야만 했다.수색 작업이 얼마나 지속되었을까.바다로 뛰어들었던 부하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올랐다.얼굴에는 하나같이 피로와 죄책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98화

    이 한마디는 마치 갑판 위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폭탄 같았다.빅토르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맹렬히 고개를 돌려 상황을 살폈다. 어느새 검은색 복장을 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어선 뒤쪽에서 소리 없이 올라타고 있었다. 날렵하고 거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가장 가까이 있던 부하 둘을 제압한 터, 그들은 바로 심성빈의 수하였다.빅토르는 동공이 끔찍하게 수축했다. 그의 눈빛에 담겨 있던 온화함은 순식간에 분노로 뒤덮였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에는 배신감으로 인한 분노가 소용돌이쳤다.송하나에게 철저히 속았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 순간이었다.고민? 작별? 맹세? 죄다 시간을 끌기 위한 수작인 것을!그녀는 처음부터 빅토르와 함께 떠날 생각이 없었다.“젠장!”빅토르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심성빈의 수하들은 이미 공격을 개시했고 양측은 격렬한 혼전 속으로 빠져들었다.이들은 철저한 준비를 마쳤고 선제공격을 날렸다.반면 빅토르의 부하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무방비 상태였고 무기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불과 짧은 순간, 몇몇 부하가 총에 맞아 쓰러졌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며 저항할 의지를 잃었다.두 명의 부하가 총탄이 빗발치는 위험을 무릅쓰고 빅토르에게 달려왔다.“보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심성빈 쪽 병력이 너무 많아요. 저희가 엄호할 테니 어서 후퇴하세요!”지금 움직이면 살 수 있지만, 더 늦으면 정말 끝장이다.하지만 빅토르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었다.그는 송하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두 눈에는 광기 어린 집착만이 번뜩였다.그렇게 애를 쓰고 함정을 파서 겨우 찾아낸 여자를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설 수는 없었다.‘송하나는 무조건 데려가야 해. 후퇴하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고!’빅토르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자 부하들은 초조하고 당황해서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보스, 어서 가셔야 합니다! 안 가면 늦어요.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버리실 수는 없어요!”하지만 빅토르는 아무런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97화

    어선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이제 겨우 몇 해리만 남았다.심성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부하들에게 배를 두 갈래로 나누어 기동하라고 명령했다.첫 번째 배는 해상 순찰대로 위장하여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그들의 주의를 분산시켰다.나머지 배들은 어선의 시야 사각지대에 정박한 채 엔진을 끄고 부하들이 수중 추진기를 휴대하여 어선 뒤편으로 조용히 접근했다.어선 위에서는 송하나와 차정원이 애틋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눈빛에는 경계심을 감췄다. 멀리서 다가오는 움직임을 주시하며 빅토르의 표정을 은밀히 살폈다. 혹여나 들키면 안 되니까.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빅토르는 손목시계를 연신 들여다보았다.10분이 거의 다 되어가니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촉하려 했다.그때 송하나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적당히 연약함도 담고 있었다.“빅토르 씨, 제가 당신과 함께 가면 정원 씨 진짜 풀어주실 거죠?”빅토르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곧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물론이지. 난 내뱉은 말은 꼭 지켜. 네가 얌전히 따라오면 차정원 안전하게 보내주고 앞으로도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차정원은 그를 두 번이나 암살하려 했다. 그의 대역을 죽인 것은 물론 그에게 총상까지 입혔다.빅토르의 성격대로라면 차정원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고 해도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쩐지 송하나를 위해 그는 모든 분노를 억누르고 눈엣가시 같은 이 남자를 살려주기로 했다.이는 빅토르의 인생에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과 잔혹함을 내려놓은 첫 번째 순간이었다.송하나는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치는 듯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그럼... 앞으로 나도 더는 해치지 않을 거죠? 사실 애초에 날 납치했던 것도 다 장기를 얻기 위해서였잖아요.”이 말을 들은 빅토르는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녀가 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