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하지만 심성빈은 모든 이유를 알고 있었다.송하나가 느끼는 이질감과 공허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과거, 죽도록 괴로워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그는 제 손으로 차정원에 관한 기억을 지워 버렸다. 송하나를 괴롭히던 고통스러운 과거를 통째로 삭제한 것이다.하지만 송하나의 영혼 깊은 곳에는 여전히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어 영원히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송하나를 구한 것도 그였지만, 그녀의 마음에 공백을 남긴 사람 역시 그였다.가슴을 촘촘히 찌르는 쓰라림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심성빈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그럼에도 그의 눈빛은 처음과 다름없이 다정했고, 조금도 실망한 기색이 없었다.심성빈은 손을 들어 송하나의 머리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낮고도 따뜻한 목소리에는 송하나의 망설임과 당혹스러움까지 모두 품어 주려는 포용이 담겨 있었다.“괜찮아, 하나야.”“지금 당장 대답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고, 억지로 나를 받아들이게 할 생각도 없어. 천천히 기다릴게. 네가 진심으로 나와 함께하고 싶어질 때까지.”심성빈은 얼마든지 그녀를 기다릴 수 있었다.설령 평생 그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한다 해도, 그는 기꺼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명색이거나 약속도 없이 그녀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지금처럼 그녀 곁에 머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의 그에게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적어도 그는 노력했고, 자기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니 후회는 남지 않을 터였다.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캠핑장이 있었다. 일출과 일몰을 보러 정상에 오르는 손님들을 위해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밤이 너무 깊어 지금 내려가는 것은 위험했다.심성빈은 송하나와 함께 캠핑장으로 가서 텐트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두 사람이 짐을 모두 정리하고 산에서 내려가려던 순간, 심성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심성빈이 전화를 받은 지 불과 몇 초 만에 부드럽고 느긋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산속에서의 생활은 여유롭고 편안했다.아침이면 두 사람은 함께 숲길을 거닐었다.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청아한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풀과 나무의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한가할 때면 심성빈은 강하나를 골프장으로 데려가 공을 쳤고, 곁에 서서 골프채를 잡는 법부터 힘을 싣는 요령까지 하나하나 직접 가르쳐 주었다.보트 타기, 낚시, 과일 따기, 자전거 타기...심성빈은 송하나와 함께 DIY 플라워 공방에도 가서 선생님의 지도 아래 차분히 꽃꽂이를 배우기도 했다.이토록 한가롭고 느긋한 생활은 그야말로 더없이 즐거웠다.그녀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갈수록 편안하고 환해지는 모습을 보며 심성빈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심성빈은 송하나와 아침저녁으로 붙어 지내는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정식으로 고백할 적당한 기회도 줄곧 찾고 있었다.친구라는 선을 넘어, 당당하게 그녀를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그날 저녁이었다.해가 서서히 기울고,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왔다.심성빈은 보여 줄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송하나에게 함께 나가자고 했다.송하나는 의아한 마음을 품은 채로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심성빈은 굽이진 산길을 따라 그녀와 천천히 정상으로 향했다.밤이 내려앉은 숲은 낮의 환한 빛을 벗어던지고, 고요하고 깊은 분위기를 더했다.길을 따라 놓인 조명들이 별빛처럼 드문드문 반짝이며 산세를 타고 길게 이어져, 부드럽고도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다.정상에 도착했을 때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산 정상은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도시의 네온사인에서 멀리 떨어진 밤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빼곡히 박혀 잘게 부서진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뿜고 있었다.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하늘 곳곳에 흩어진 별자리를 찾아보다가 나직이 감탄했다.“여긴 별이 정말 많네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송하나가 눈앞의 은하수에 넋을 잃고 있던 순간, 한 줄기 빛이 짙은 밤의 장막을 가르고 부서진 꼬리 빛을
“두 분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산 아래 유기농 농장이 한창 수확기라 딸기나 귤 같은 과일들이 알맞게 익었거든요. 시간 되시면 한 번 체험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심성빈이 곁에 선 송하나를 돌아보며 의사를 물었다.“산 아래로 구경 한 번 갈래?”송하나 역시 이런 여유롭고 자유로운 전원 풍경을 좋아했기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재밌을 것 같아요.”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관리인을 따라 유기농 농장으로 내려갔다.이곳의 기후가 따뜻했고 일 년 사계절 내내 기온 차가 크지 않았다. 겨울에도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없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따뜻했다.농장 안이 과일 향으로 가득했다.달콤한 과일 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농장 전체가 깔끔하고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다.관리인이 걸음을 옮기며 설명을 이어갔다.“농장의 모든 작물이 무농약, 무촉진제로 재배한 100% 천연 유기농입니다. 금방 땄을 때 식감이 가장 좋거든요. 안심하고 드셔도 돼요.”송하나는 딸기밭에 마음을 빼앗겼다. 새빨간 딸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송하나의 행동을 빠짐없이 눈에 담던 심성빈이 관리인이 건넨 라탄 바구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며 다정하게 말했다.“딸기 좋아해? 그럼 딸기부터 딸까?”“네.”대답을 마친 송하나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딸기밭 안으로 들어갔다.푸른 잎사귀 사이로 탐스럽고 새빨간 딸기들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색감과 짙은 과일 향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송하나는 허리를 굽혀 진지하게 딸기를 골랐다. 푹 익어 알이 굵고 동그란 것들만 살짝 따서 바구니에 조심스레 담았다.심성빈이 송하나의 뒤를 따르며 묵묵히 바구니를 들어주었다. 그의 다정한 시선이 송하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멀지 않은 곳에 과일을 씻는 개수대가 있었다. 송하나가 딸기 하나를 골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한 입 베어 물었다.새콤달콤한 과즙이 순식간에 혀끝에 퍼졌다. 과일 본연의 깔끔한 단
이날이 오기를 참으로 오래 기다렸다.모든 이성과 절제, 망설임을 남김없이 던져버리고 떳떳하게 송하나의 곁에 서서 오직 그녀만을 사랑하고 그녀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싶었다.그런데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진 지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심성빈이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았다.서둘러 몸을 숙여 송하나의 얼굴을 살피고서야 조금 전까지 소파에 기대어 반쯤 깨어있던 그녀가 따뜻한 바람과 드라이어의 백색소음을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음을 깨달았다.새근거리는 숨소리가 고르고 길었다. 눈매가 평온하게 풀어져 있었고 긴 속눈썹이 내려앉은 모습이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곤히 잠든 송하나의 모습을 보던 심성빈은 긴장감이 봄눈 녹듯 사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결국 그의 입가에 애정이 뒤섞인 쓴웃음만 번졌다.송하나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인내심을 가지고 남은 머리카락까지 꼼꼼히 말리고 부드럽게 빗은 뒤 헤어드라이어 전원을 껐다. 방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심성빈이 몸을 숙여 깊이 잠든 송하나를 안정감 있게 안아 올렸다.송하나의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를 무척이나 신뢰하는 듯 아무런 방비 없이 그의 품에 얌전히 기대어 있었다.심성빈이 발소리를 죽인 채 조심조심 침실로 걸음을 옮겨 푹신한 침대 위에 송하나를 눕힌 다음 꼼꼼하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침대 머리맡에 켜진 따스한 조명 아래서 송하나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두 눈에 다정함이 가득 고여 있었다.한참 뒤 심성빈이 송하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잘 자, 하나야.”그러고는 조용히 침실을 나가 문을 닫았다.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다.따스한 햇살이 통유리창을 넘어 침실로 스며들어 산속의 서늘한 아침 공기를 몰아내고 침대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송하나가 지저귀는 새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더니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푹 자고 일어난 덕분에 온몸이 가뿐하고 개운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침실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젯밤의 기억이 거실 소파에
송하나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던 데다 심성빈이 온몸으로 감싸준 덕분에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송하나가 고개를 들어 곁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성빈 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아까 그 위급한 순간 심성빈의 모든 신경이 오로지 송하나에게 쏠려 있어서 정작 본인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심성빈이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송하나의 머리카락에 묻은 풀 부스러기를 털어주었다. 그러고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그녀의 놀란 마음을 위로했다.“난 멀쩡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어릴 때부터 승마를 배워서 이런 돌발 상황이 익숙하거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오후가 되어서야 승마장에서 나왔다.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와 프라이빗 온천에 몸을 담갔다.뽀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에 몸을 담그니 굳어 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승마장에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았는지 온몸이 뻐근하고 노곤했다.긴장이 완전히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송하나의 눈매에 졸음이 묻어났다.온천욕을 마치고 샤워까지 끝냈다. 반쯤 말린 머리가 어깨 위로 부드럽게 늘어져 있었다.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밀려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데 방으로 향하려던 그때 누군가 부드럽고 따뜻한 손으로 송하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심성빈의 손바닥이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힘이 한없이 부드러웠다.“머리 덜 말랐어. 이대로 자면 안 돼. 감기 걸리고 머리 아플 수 있어.”그가 송하나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혔다. 등받이에 기대게 하자 젖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등 뒤로 흘러내렸다.“내가 말려줄게.”귓가에 내려앉은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데웠다.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정도로 졸렸던 송하나는 얌전히 소파에 기댄 채 그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겼다.심성빈이 헤어드라이어를 집어 들고 가장 부드러운 바람과 온도로
굽이진 산길로 접어들자 창밖으로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산자락을 감싼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고요하고 힐링이 되는 풍경을 자아냈다.심성빈이 전방을 주시하면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졸리면 의자에 기대서 좀 자.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안 졸려요.”송하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뒤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의 풍경을 내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산속 풍경이 너무 좋네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져요.”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리조트에 도착하자 미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인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정중한 태도로 두 사람의 짐을 넘겨받고는 안으로 안내했다.이곳은 평범한 민박이 아니었다. 깊은 숲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독채형 최고급 리조트였다.인테리어가 정교하고 정원 곳곳에 예쁜 식물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창문을 열면 온 산을 뒤덮은 운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더없이 고요하고도 럭셔리한 공간이었다.간단히 짐을 푼 뒤 관리인이 리조트 구역 내의 다양한 부대시설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저희 리조트는 부대시설이 아주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뒷산에 전문 승마장과 골프장이 마련되어 있고 객실 내에 프라이빗 온천이 딸려 있어요. 산 아래쪽에는 유기농 농장도 있고 레저 활동도 전부 편안하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심성빈이 송하나를 돌아보며 의향을 물었다.“특별히 관심 가는 거 있어? 우선 승마부터 한 번 해볼까?”송하나는 살면서 말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푸른 산과 구름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창밖 승마장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호기심과 신선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한번 해보고 싶어요.”잠시 후 두 사람이 관리인을 따라 승마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깨끗하고 몸에 꼭 맞는 승마복으로 갈아입은 후 심성빈은 송하나에게 모든 보호 장구를 꼼꼼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