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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녀를 만나야겠다

“어르신이 나가신지 얼마 안 되어서 도련님의 상황이 악화되었어요. 혼수상태에 빠져서 열도 나고…… 아주 심각했었습니다. 어르신께는 전화도 안 받으시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마침 어르신을 찾아뵈러 온 고다정 씨가 도와주었어요. 다정 씨 덕분에 도련님이 이렇게 빨리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정 씨 의술이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글쎄, 침을 몇 곳 놓으니까, 도련님이 이렇게 일어나셨지 뭐예요…….”

신수 노인이 나타나니, 소영은 마음속에 걸려 있던 큰 돌이 내려간 듯 안심되었다. 방금 있었던 일을 신이 나서 설명하였다.

“어르신, 사실이에요.”

구남준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다정이가?”

신수 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네. 맞아요”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 노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더해졌다.

“다정이가 의술을 할 줄 안다고?”

“네, 알고말고요. 게다가 의술도 아주 대단하던 데요. 저도 오늘에야 알았어요……. 어르신이 다정 씨랑 친하니까…… 진작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소영의 말을 듣고 신수 노인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다정과는 그래도 교류가 많은 편이었다. 한데 지금까지 그녀가 약재를 재배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만 알 뿐, 의술을 할 줄 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다정이 그 녀석,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구먼.’

‘그런데 생명이 위독한 준재를 다정이가 구하다니…….’

“녀석아, 손 좀 내놔, 내가 맥을 짚어 보마.”

여준재의 맥박에 손을 얹고 한참이나 진맥하던 신수 노인이 갑자기 혀를 내둘렀다.

준재를 치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맥이 이렇게 평온한 것은 처음이었다.

외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심각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원기 왕성해질 수 있지?

“소영아, 다정이가 침을 놓을 때…… 무슨 혈을 찔렀더냐?”

신수 노인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다정이가 정말 이 녀석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큰 경사일 것이다.

소영은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이상했어요. 다정 씨가 시침한 혈자리는 제가 처음 보는 자리들이었어요. 여러 곳에 침을 놓았는데…… 한 침은 발끝에 있고, 한 침은 어깨에…… 또 한 침은 허벅지 쪽이었던 거 같아요…….”

‘이건 고대의학인데……!’

‘다정이가 설마 고대의학의 전수자인가?’

신수 노인의 마음은 신대륙을 발견한 듯 흥분했다. 신씨 집안은 의약 가문이다. 그는 이전 세대로부터 마법 같은 고대의학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고의약 관련 서책을 구하고자 백방으로 애썼지만, 지금까지 구한 게 겨우 온전치 않은 낙장본 한 권이 전부였다.

그는 그 책에서 소영이 말한 혈자리를 본 적이 있었다.

전수자가 몇 안 되는 고대의학은, 몇 명의 은둔 고수 외에는 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앞에 이런 ‘귀인’이 나타나다니……!

“잘됐네! 소영아, 빨리 다정에게 약방을 다녀가라고 전화 좀 넣어라, 당장 만나야겠어! 거래 얘기도 해야지.”

신이 난 신수 노인이 소영에게 지시했다.

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하러 갔다.

구남준과 여준재는 처음으로 점잖은 신수 어른이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다정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욱 궁금증이 생겼다.

구남준은 안경테를 짚고는 되물었다.

“어르신, 그 여자가 정말 이렇게 대단한가요? 의사 같지는 않던데요.”

신수 어른은 눈썹을 미간에 모으고 한참 궁리하고서야 말했다.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만약 그녀의 정체가 확인된다면, 아마도 준재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겠구나!”

구남준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었다.

“정말인가요? 엄청 젊던데…… 하지만 정말 도련님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야 뭐…….”

네 사람은 약방에서 다정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전화를 받은 다정은 약재를 들고 한걸음에 신의약방으로 달려왔다.

약방 입구에 도착해서 이마에 묻은 땀을 닦고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신수 어른이 입구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신수 노인은 성큼 다가가 다정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반겼다.

“다정아, 드디어 왔군. 눈 빠지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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