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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Author: 유애
시만자는 부군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다.

왕이장이 결혼 전에 시만자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간섭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고 해놓고 결혼한 지 1년 만에 약속을 어기고 시만자와 함께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종문의 규율이 엄중하고 악당 사숙까지 계시니 시만자가 왕이장을 데리고 가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면 큰일 날 것이었다.

그런데 왕이장은 자신이 강호의 사람이니 원한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고 하며, 다른 사람의 원한도 원한이니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몰래 진행하면 만종문에서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병부에 가서 벼슬을 딴 마당에 무슨 원한을 풀겠다는 거냐고? 내가 한 일들을 송석석이 알더라도 눈을 감아주겠지만, 신분 충돌이 있으니 전부 알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시만자가 관문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고,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혼자 책임지기 위함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시만자는 경조부에 많은 단서와 증거들을 제공했었다.

그리고 증거가 없는 건 특별한 수단으로 캐물었다. 그렇기에 만약 범행 과정이 맞는다면 대부분 억울할 건 없었다.

물론 홍현이 시만자를 도와 조사하긴 했다. 시만자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홍현은 그저 옆에서 도와줬을 뿐, 다른 일은 모두 시만자가 한 것이었다.

왕이장과 석석이의 신분으로는 모두 햇빛 아래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만자는 흑과 백 사이에 회색이 허용되는지 몰랐지만 율법은 증거를 남겨 체포된 사람들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머지 사람은 그저 업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만자는 자신이 그들의 업보가 되려고 했다. 왕이장이 자신의 생각을 인정해 주는 건 기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은 별로였다.

그가 제시한 이유는 부창부수였고, 그저 병부에서 무기를 개발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낮에는 병고사지만 밤에는 왕이장이니 왕이장의 신분으로 뭘 하든 병부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너무 오랫동안 대치해서 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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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9화

    시만자는 부군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다. 왕이장이 결혼 전에 시만자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간섭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고 해놓고 결혼한 지 1년 만에 약속을 어기고 시만자와 함께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종문의 규율이 엄중하고 악당 사숙까지 계시니 시만자가 왕이장을 데리고 가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면 큰일 날 것이었다. 그런데 왕이장은 자신이 강호의 사람이니 원한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고 하며, 다른 사람의 원한도 원한이니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몰래 진행하면 만종문에서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병부에 가서 벼슬을 딴 마당에 무슨 원한을 풀겠다는 거냐고? 내가 한 일들을 송석석이 알더라도 눈을 감아주겠지만, 신분 충돌이 있으니 전부 알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시만자가 관문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고,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혼자 책임지기 위함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시만자는 경조부에 많은 단서와 증거들을 제공했었다. 그리고 증거가 없는 건 특별한 수단으로 캐물었다. 그렇기에 만약 범행 과정이 맞는다면 대부분 억울할 건 없었다. 물론 홍현이 시만자를 도와 조사하긴 했다. 시만자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홍현은 그저 옆에서 도와줬을 뿐, 다른 일은 모두 시만자가 한 것이었다. 왕이장과 석석이의 신분으로는 모두 햇빛 아래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만자는 흑과 백 사이에 회색이 허용되는지 몰랐지만 율법은 증거를 남겨 체포된 사람들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머지 사람은 그저 업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만자는 자신이 그들의 업보가 되려고 했다. 왕이장이 자신의 생각을 인정해 주는 건 기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은 별로였다. 그가 제시한 이유는 부창부수였고, 그저 병부에서 무기를 개발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낮에는 병고사지만 밤에는 왕이장이니 왕이장의 신분으로 뭘 하든 병부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너무 오랫동안 대치해서 시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8화

    왕청여는 학생들에게 용감하게 인생을 마주하고 잘못을 과감하게 승인하라고 가르쳤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요 몇 년 동안 왕청여는 거의 그를 본 적이 없었고, 그가 있을 만한 자리도 모두 피했다. 왕청여가 고집을 부렸을 때, 그의 형수는 그가 방시원에게 빚을 진 것이라며 꾸짖은 적이 있었다. 형수의 태도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약간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억울할 게 하나도 없었다. 하늘이 그에게 충분히 잘해주었는데 혼자서 모두 망친 것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종이를 펼쳐 그에게 편지를 써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방시원의 부인과 전북망이 오해할까 봐 감히 그러지도 못했다. 비록 지금 전북망과 진정한 부부는 아니지만, 그는 이 평온함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전북망이 몇 번 돌아왔는데 왕청여가 서재에 버린 종이 뭉치를 보았는지 하인에게 술을 데우고 반찬을 만들라고 하고, 왕청여에게 함께 마시자고 했다. 예전에 그가 돌아왔을 때도 함께 식사를 하긴 했지만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왕청여는 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신에게도 한 잔 따랐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기만을 가만히 기다렸다. 전북망은 술 한 잔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고는, 왕청여를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이번에 돌아왔을 때 서재에서 편지 뭉치를 발견했는데, 누구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던 거요?” 왕청여는 성릉관에 와서 전북망과의 대화는 비교적 적었지만, 일이 있으면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왕청여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다른 뜻은 없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잘못을 한 사람들에게 사과라도 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까 해서요.”그러자 그의 거무스름한 얼굴에 의심스러운 표정이 스쳤다.“그럼 진성에 있을 땐 왜 말하지 않았소?”왕청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땐… 용기가 없었습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7화

    왕청여는 벌써 성릉관에 온 지 한 달이 되어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왕청여는 명의상 전북망의 부인일 뿐, 그와의 교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는 대부분 군영에서 지냈기 때문에, 가끔씩만 왕청여를 찾아왔다. 그래서 왕청여에게는 생업을 꾸릴 만한 여가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성릉관은 왕청여의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변경 지역이라 춥고 물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보석이나 운단 같은 귀중품은 예외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귀한 물건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물건들은 구입 후 보관해 두었다가 서경으로 보내 권세 있는 이들에게 팔아야 했다. 성릉관 백성들은 장신구를 고를 때도 예쁜 것을 선택할 뿐, 값비싼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왕청여는 어떤 사업을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무엇을 하든 우선은 가게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인을 데리고 거리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적합한 가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왕청여가 이번에 성릉관에 갔을 때 형수님께서 은화를 주셨고, 둘째 형수와 시만자도 조금 도와주었다. 게다가 저축한 금액도 어느 정도 있어서 가게 한두 채 정도는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하녀의 이름은 춘상이며, 14세의 현지 소녀이다. 그녀는 일곱 살 때 어느 집안에 며느리로 팔려갔었는데, 그 집 아들, 즉 남편의 병이 심각해져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인이 된 것이었다. 그녀도 팔자가 참 사나운 사람이었다. 왕청여는 하녀를 데리고 거리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정말로 가게를 사서 생계를 꾸려야겠다고 다시 한 번 굳게 결심했다. 그렇게 살구꽃 골목을 지날 때, 그녀의 시선이 버려진 한 집에 꽂혔다. 그 집은 꽤 컸고, 적어도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곳보다는 훨씬 넓었다. 닫혀진 문 앞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문은 썩어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입구에서 보면 풀의 높이가 사람 키만큼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6화

    안 백작은 왕이장에게 거절당하자 결국 소민을 보내 사정하게 해 소 세자를 구해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왕이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누군가가 고의로 조종한 일임을 알면서도 아들이 도덕적 결함으로 약점을 잡혔으니 어쩔 수 없었다. 소민은 어머니가 지아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 참다가 결혼 후 따로 살 것을 제안했다. 그는 가족과 다투지 않았다. 상국 관원들이 품성을 평가할 때 효도를 가장 중시하므로 불효 누명을 쓰면 관직 길이 막힐 것이었기 때문이다. 따로 살자는 이유도 타당했다. 시험이 임박했는데 저택이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된다며, 전도를 위해 조용한 곳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민은 본래 효심 깊은 아들이었고, 소 부인도 이번 잘못과 왕지아의 배경을 알고는 허락했다. 그렇게 일은 조용히 처리되어 다행히 큰 파장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들은 원래 왕지아의 혼수 집에서 살려 했으나, 소 부인이 아들의 체면을 위해 자비로 작은 집을 마련해 주었다. 시만자는 그런 젊은 부부의 행복한 모습에 자신도 덩달아 기뻐했다. 소민은 반드시 성공할 인재였다. 총명하고 진지하며, 게다가 젊은 나이에 급제까지 했으니, 진사 시험에 떨어져도 다른 길로 출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지아의 혼사는 왕청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는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다. 시만자는 왕청여가 최근 몇 년간 많은 비판을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송석석이 “여자는 한번 잘못하면 남자보다 재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왕청여는 크게 변했다. 이제는 자기만 생각하지 않았고, 집안을 돌보며 공방에도 나가 일을 도왔다. 공방 또한 예전의 모습과는 완전 달라져 있었다. 규모가 커졌고, 이혼 여성들을 많이 수용하였다. 왕청여는 최 씨를 따라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다. 학문이 필요 없어도 글과 계산을 배워야 훗날 공방을 떠나도 스스로 장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청여는 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예민함도 줄었지만 늘 걱정이 가득해 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5화

    시만자는 그제야 송석석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 부인이 사람을 데리고 왕 씨 저택으로 가서 추태를 부렸으니, 당연히 사죄도 왕 씨 저택으로 가서 해야한다. 이렇게 소 세자의 일로 약점을 잡고 있으면 지아가 시집을 가더라도 감히 박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아에게는 이제 후원자도 있고 소 씨 가문의 약점도 쥔 셈이 되었다. 하시만 시만자는 오늘 화풀이를 하러 온 것일 뿐, 소 부인을 상대하러 온 것이니 쉽게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필명 등 인이 모두 떠난 후에야 소 부인에게 말했다. “안백작부가 명망가라니, 정말 뻔뻔하군요. 어느 명망 있는 가문의 사람이 양첩을 유괴하고 다른 가문으로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겠어요? 오늘 원래는 당신들의 가면을 모두 뜯어내고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려 했지만, 소민이 진심으로 지아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두 아이가 민망해할까 봐 참았습니다. 하지만 지아가 당한 억울함을 계속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가르쳐 키운 아이가 당신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꼴을 볼 순 없습니다. 당신이 백작부를 믿고 작위가 없는 왕 씨 가문을 괴롭혔으니, 다른 이가 같은 방식으로 갚아도 원망하지 마십시오. 고작 백작부 따위, 내 눈에 차지도 않습니다. 소 세자가 고주의 용서를 빌든 말든 내 알바 아니지만, 지아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한다면 일을 크게 만들 것입니다. 그때까지 당신들의 보귀한 작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소 부인은 시만자의 말에 얼굴이 금새 붉어졌지만,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 시만자는 진성에 오래 머물며 문제가 생기면 이치를 따지는 성향이었으나, 상대가 막무가내라면 그럴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소 세자의 양첩 유괴는 사실이었고, 이미 경위부에 압송된 상태라 시만자가 이를 빌미로 소동을 일으킬 수 있음을 소 부인도 알았다. 그러자 소 부인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고, 안 백작만 계속 사죄하며 두 아이가 원래 천생연분이라고 말하며, 소 부인이 다른 사람의 헛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4화

    소씨 가문의 반응을 보니, 진성의 다른 가문들이 평소에 그들과 친밀하지 않아 이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만자는 소 부인이 놀란 틈을 타 말을 이었다.“우리 부군이 가장 아끼는 조카가 바로 지아인데, 큰 억울함을 당해서 태후마마께 아뢰려던 걸 내가 간신히 말렸소. 지아를 때린 자가 스스로 나서서 벌을 받으면 그만인 것을!”왕이장은 진성에서 여러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시만자의 부군, 만종문의 제자, 병부 효고사, 그리고 진성 내 만종문 산업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와 왕씨 가문의 관계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지만, 이럴 때 활용해도 괜찮을 만큼 중요했다. 태후마마가 만종문의 임 사부를 존경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 관계를 의심하는 이는 없을 터였다.시만자는 말을 마치고 혼자 의자에 앉았는데, 그 표정은 송석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때 소씨 가문은 비로소 섭정왕비가 직접 소 세자를 데려온 것도 왕지아를 위한 조치임을 깨달았다. 소 부인은 왕지아에게 이토록 강력한 배경이 있는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아이고, 제가 소인의 말만 믿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네요…”소 부인이 급히 사죄했다.“반드시 뒤에서 함부로 지껄이던 자들을 찾아내 왕씨 아가씨에게 사과하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그러자 시만자가 차분히 말을 끊었다.“처벌할 마음이 있는데, 왕지아의 눈을 더럽힐 필요까지 있겠소? 백작부에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마침 섭정왕비께서 사람을 데리고 오셨으니 소 세자를 처벌할 때 함께 처리하면 되겠소.”소 백작은 급히 수긍하며 하녀와 종들을 불러내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넘겼다. 송석석이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소 세자가 덕행에 흠이 있는 탓에 작위 수여는 불가능할 것이오. 그리고 오늘 누군가 경위부에 고소한 이상 내가 방관할 수도 없소. 대충 몇 대 맞고 넘어가려 한다면 법이 왜 있겠소?”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화풀이하러 온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 때문에 지아와 소민이를 갈라놓을 순 없는데…’소 부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3화

    시만자는 어이가 없었다. 고작 소씨 가문이라는 작은 백작부가 감히 이렇게 날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막돼먹은 여자를 많이 보았지만, 귀족 가문의 막돼먹은 여자는 처음이었다.왕지아가 끌려 나가 뺨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시만자는 소씨 가문의 대문을 박차고 사람들을 끌어내고는 한바탕 때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화가 나더라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왕지아와 왕청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르니 그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렇게 시만자가 급히 왕씨 가문으로 달려갔을 때, 왕지아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또 왕청여가 하녀들을 모두 내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곧장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왕청여가 목을 매려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 또한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때렸다.최근 몇 년간 자신의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왕청여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자 공방에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왕청여를 때린 후, 시만자는 즉시 소씨 저택으로 향했다. 소씨 저택에 도착하자 석석이 현갑군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의심이 앞섰다.‘석석이는 관직이라 복수 같은 걸 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송석석은 관복을 입고 정좌에 단정히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명이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고, 몇 명의 현갑군이 소민의 형인 소 세자를 붙잡고 있었다.백작부의 모든 어르신과 도련님들이 모여 있었고,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주모인 소 부인도 나와 있었다. 상황을 보니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만자는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리 말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러니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백작과 소 부인이 송석석에게 굽실거리며 사정하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알고 보니 소 세자가 부유한 상인의 양첩과 결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걸렸고, 자신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2화

    왕청여에게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게 한 것은 방시원이 돌아올 때도, 전북망과 이혼했을 때도, 왕씨 가문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후회한 것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였다.왕씨 가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왕청여는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니 자신에게 잘못이 많음을 깨닫고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고, 고생한 자신을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형수님이 자신의 오만한 성격 때문에 고생했음을 알면서도, 과거를 들추며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다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왕지아는 안백작부의 도련님 소민과 정이 들었다. 비록 평서백 작위는 없어졌지만, 형수가 선제의 찬사를 받아 고명을 얻었고 가업 경영에도 능숙했으며, 셋째 동생이 시씨 가문의 딸 시만자와 결혼해 왕씨 가문은 여전히 병부에서 중용되고 있었다. 두 가문의 위상은 비슷했다.그러나 소민이 어머니에게 왕지아와의 혼인을 청하자, 소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고, 심지어 만나는 것조차 금지했다. 비록 소민은 세상에 없는 효자이지만 왕지아에 대한 애정이 깊어 그녀 외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하겠다고까지 하며 반항했다. 이에 소 부인은 그를 감금해버린 것이다.왕청여는 아마 소 부인이 방문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 부인은 하인들을 대동하고 왕씨 저택에 난입해 최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아들을 넘보다니!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니 아랫사람도 바르지 못한 건가? 당신 시누이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게 굴더니, 이제는 딸까지 그 꼴이로군! 어린 나이에 남자를 유혹하고, 우리 아들에게 부모를 협박하는 법까지 가르치다니! 이 가문에는 악랄한 자들밖에 없는 것이냐?!”말을 마치자 하인들에게 저택을 부수게 했고, 왕지아를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며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왕청여와 최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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