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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Author: 유애
아랫사람들도 일을 신속하게 처리했는데, 그가 깨어났을 때 이미 형구를 모두 들여놓았다.

화로가 세워지고, 집게는 붉게 타올랐으며, 피로 얼룩진 채찍이 공중에서 돌아가며 탁탁 소리를 냈다.

류승은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들 이건 범죄야. 당신들의 눈에는 왕법도 없어?”

류승 같은 사람들은 율법을 믿지만 자신에게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율법을 무시하고 죄를 범해놓고 율법으로 자기를 보호하려 하다니.

논쟁은 시만자로 하여금 더 많은 쓸데없는 말을 하게 할 뿐이기 때문에, 시만자는 그런 사람과 논쟁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시만자는 이내 붉게 달아오른 집게를 류승의 팔 위로 갖다댔다. 그러자 옷에 구멍이 나면서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류승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긴 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들이 있는 지하실은 충분히 은밀해서 목이 터지도록 외쳐도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뼈도 형구 앞에서는 당해낼 수 없었기에, 시만자가 손톱을 뽑으려고 하기도 전에 류승이 서둘러 자수했다.

두 집안은 확실한 친분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과 자녀들은 항상 화목했고, 류승과 수 씨 집안의 아들과도 매우 친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공부를 하고, 한 명은 사업을 하면서 평소에도 서로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류승은 급제에서 떨어진 후 큰 충격을 받아, 겉으로는 아직 젊으니 기회가 있다며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해서 점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그날 두 집에서 모여 식사를 했는데, 수 씨 가문의 아들이 농담으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과거에도 급제하지 못하고, 이정도면 헛수고 아니냐?!”

바로 그 한마디가 류승으로 하여금 급제에서 떨어진 모든 감정을 수 씨 가문의 아들에게 발산하게 만들었다.

그는 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결국 살의를 일으켰다.

살심이 일어나니 아무리 애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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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7화

    시만자는 검사 결과를 보았는데 류승이 묘사한 것과 기본적으로 일치했다. 사건의 다른 세부 사항들도 하나하나 심문해서 모두 일치한지 확인하고 나서야 결조부로 인계하고 공 대인에게 사람을 보내 흉기를 찾으라고 했다. 그렇게 이번 사건이 해결되고 그동안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경조부로 끌려간 류승이 말을 바꾼 것이었다. 그는 시만자가 전한 진술은 모두 위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은 죄가 없다고 우기고는, 경조부에게 시만자를 잡으라고 했다. 그렇게 곧이어 나쁜 소식이 전해왔는데, 경조부에서 류승이 말한 위치로 수십 명의 사람을 동원했지만 그 흉기와 옷은 찾지 못했다. 경조부는 며칠 동안 열심히 조사했다. 한편, 류승은 부상을 입은 탓에 형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며 목이 쉬도록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었는데, 증거가 없기도 하고 시만자가 형을 써서 자백한 것이기에 그를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시만자는 어떤 사람은 율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렸다. 사건이 복잡하지 않긴 했지만, 하필이면 류승이 완벽하게 빠져나갔으니 말이다. 류승은 풀려난 후에 계속 집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시만자는 홍현에게 그를 당장 잡아서 왕경루의 지하실에 버리라고 했다. 류승이 눈을 떠 시만자를 본 순간, 그의 눈 밑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시만자가 형벌을 가하기도 전에 그는 결국 피가 묻은 옷과 흉기를 강물에 던진 것이 아니라 강둑가에 숨겼다고 자백했다. 얼마 전 물이 차서 그곳이 모래로 가득 찬 탓에, 류승이 모래를 옮겨서 다시 덮은 것이었다.그래서 시만자가 홍현에게 사람을 데리고 찾아가 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사실이었다. 시만자는 류승을 경조부에 넘기지 않고 그에게 술을 토할 때까지 먹였다. 그리고 사람을 찾아 그를 부축해서 강가의 화방에 도착하기 전에 그를 강으로 밀어 넣고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6화

    아랫사람들도 일을 신속하게 처리했는데, 그가 깨어났을 때 이미 형구를 모두 들여놓았다. 화로가 세워지고, 집게는 붉게 타올랐으며, 피로 얼룩진 채찍이 공중에서 돌아가며 탁탁 소리를 냈다. 류승은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당신들 이건 범죄야. 당신들의 눈에는 왕법도 없어?” 류승 같은 사람들은 율법을 믿지만 자신에게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율법을 무시하고 죄를 범해놓고 율법으로 자기를 보호하려 하다니. 논쟁은 시만자로 하여금 더 많은 쓸데없는 말을 하게 할 뿐이기 때문에, 시만자는 그런 사람과 논쟁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시만자는 이내 붉게 달아오른 집게를 류승의 팔 위로 갖다댔다. 그러자 옷에 구멍이 나면서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류승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긴 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들이 있는 지하실은 충분히 은밀해서 목이 터지도록 외쳐도 밖으로 소리가 흘러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뼈도 형구 앞에서는 당해낼 수 없었기에, 시만자가 손톱을 뽑으려고 하기도 전에 류승이 서둘러 자수했다. 두 집안은 확실한 친분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과 자녀들은 항상 화목했고, 류승과 수 씨 집안의 아들과도 매우 친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공부를 하고, 한 명은 사업을 하면서 평소에도 서로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류승은 급제에서 떨어진 후 큰 충격을 받아, 겉으로는 아직 젊으니 기회가 있다며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해서 점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그날 두 집에서 모여 식사를 했는데, 수 씨 가문의 아들이 농담으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과거에도 급제하지 못하고, 이정도면 헛수고 아니냐?!”바로 그 한마디가 류승으로 하여금 급제에서 떨어진 모든 감정을 수 씨 가문의 아들에게 발산하게 만들었다. 그는 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결국 살의를 일으켰다. 살심이 일어나니 아무리 애쓰려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5화

    시만자는 류승이 계속해서 수 아가씨를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마치 수 아가씨가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자극하는 것 같았고, 자신이 손을 쓸 의도는 없어 보였다. “너희 가족 모두 죽었는데 넌 정신이나 나가고, 참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희 가족은 모두 쓸모없는 인간들이야. 감히 내가 급제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비웃다니? 빌어먹을 것들. 장작실에 있는 밧줄 봤지? 그거로 목을 매달아, 그렇게 하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네가 죽지 않으면 그들은 지옥불에 떨어져서 날마다 불길에 시달리고 혀를 뽑힐 거야. 누가 너희 가족보고 시비를 걸고 문제를 일으키라고 했어? 그건 모두 너희 가족의 업보야. 악한 사람은 살아갈 자격이 없거든.” 시만자는 그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잘못을 한 사람은 분명 자기인데 저런 식으로 개념을 바꾸다니. 수 아가씨는 이미 미쳤는데 그에게 이런 식으로 자극을 받으면 나중에 정말 죽음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었다. 시만자는 바로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두 방은 서로 붙어 있었는데 시만자가 수 아가씨의 방에 도착했을 때 류성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수 아가씨의 입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시만자를 보자마자 그는 당황해서 갑자기 손을 놓았다. 수 아가씨는 놀라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심지어 울지도 않았다. 시만자는 류승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수 씨 가문을 살해한 사람이군.” 류승은 당황했지만 바로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 누구예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나는 단지 어머니가 수 동생이 걱정되어서 가보라고 해서 온 거예요.” 시만자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내가 옆 방에서 다 들었어. 당신 심지어 수 아가씨에게 자살을 유도했지.”“그럴 리가요? 우리 집에서 줄곧 수 동생을 돌보았는데 어떻게 그가 죽도록 내버려 두겠습니까? 당신 대체 누구예요? 증거로 말해야지, 함부로 날 모함하면 안 되지요. 내가 언제 그의 가족을 죽였다고 했습니까? 들은 사람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4화

    결국 시만자는 몰래 숨어 그저 수 아가씨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시만자는 범인이 수 씨 가문을 모해한 것도 동기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 때문이 아니면 원한이 있거나 돈 때문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잔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수 아가씨가 살아있는 한 범인은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이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와서 수 아가씨를 죽일 수 있을까? 역시나 시만자의 추측은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에게 다른 방향은 없다는 것이었다. 서 집사는 원래 사람을 찾아 수 아가씨를 돌보려 했지만 수 아가씨가 낯선 사람만 보면 두려워해서 주변 이웃들에게 가끔씩 와서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류승의 어머니는 하루 건너 수 아가씨를 깨끗이 씻기고 청결을 유지해 주었다. 시만자는 류 씨 가문에서 수 아가씨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했다. 다만 류승은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서원으로 돌아가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 아가씨의 지목으로 인해 자신이 감옥에 머물렀으니 속으로 불만이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선비는 약간 도도하기에 그런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다시 온다면, 수 아가씨가 그를 가리키며 범인이라고 욕할 수도 있으니 유언비어가 생길까 봐 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시만자는 홍현과 교대로 지켰는데 낮에는 홍현이 쪼그려 앉아서 지켜보았고, 밤에는 시만자가 쪼그려 앉아 지켜보았다. 수 씨 가문에는 별실이 몇 채가 있었는데 수 아가씨는 다른 사람이 묵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 씨 가문에서 지켜보는 건 아주 쉬웠다. 시만자가 선택한 방은 바로 수 아가씨의 옆 방이었는데 원래 수 아가씨의 여동생이 살던 방이었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밤이었고, 그 소녀는 잠결에 죽었다고 했다. 시만자는 한 서류를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 침대가 피로 물들었다고 했다. 시만자는 왠지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물론 그 침대에서 자지 않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3화

    남강으로 가기 전에 시만자는 인생에 대한 계획도 목표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남강을 수복하고 진성으로 돌아오니 백성들의 환호성이 시만자로 하여금 일생을 흐리멍덩하게 보내는 것이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시만자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만자는 송석석의 발걸음을 따라 공방에서 여학까지 많은 일을 했다. 시만자는 처지가 불쌍한 여인들은 많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바로 살아가는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중 하나라는 건 두 번째 세 번째 의미도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시만자는 불평스러운 일을 그냥 볼 수 없는 성질이었다. 그래서 많은 살인범이 증거가 부족해서 죄를 정하지 못하고 자유로이 다니는 걸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사람을 죽였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만자도 처음에는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경조부의 생각에 따라 계속 조사했고, 얻은 증거도 경조부윤으로 넘겼다. 그러다 특별한 사건을 마주한 것이었다. 멸문 참사였는데 한 피해자가 죽지 않자, 놀라 미쳐버린 것이었다. 그는 범인을 지목했지만 이미 실성했기도 했고, 법정에 있을 때 심지어 경조부윤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했다. 그렇게 원래 지목되었던 사람은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었다. 증거가 불충분한 데다 피해자의 증언만 있을 뿐 흉기는 찾지 못했고, 다른 증인도 없어 피해자가 마구 지목하자 하나뿐인 피해자도 혐의를 벗었다. 사실 시만자가 그 사건을 알았을 땐 그 용의자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점잖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인 데다, 주변 이웃들도 그가 타인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고 칭찬했다. 경조부에서 사람을 보내 그를 한동안 관찰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시만자는 우연히 송석석이 사적으로 그 사건을 조사하는 것을 발견했다. 멸문 참사라는 네 글자는 마치 칼과 같이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얼마나 참혹하게 살해되었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2화

    매산의 매화가 피었다가 또 졌다. 시만자는 속으로 송석석이 조금 원망스러웠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가면 우리도 다 버리는 거야? 오랜 세월의 정을 버릴 수 있는 거냐고?’ 신신도 송석석이 양심이 없다며, 어떻게 편지 한 통 안 보낼 수 있냐며 욕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더 이상 송석석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복수라고 여겼다. 그들은 송석석이 아무리 매산으로 돌아와도 아무도 보러 가지 않을 것이고 그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송석석이 편지를 보내와도 답장을 하지 않고, 심지어 읽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이 지나 그들의 무공도 향상되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죽기 살기로 무공을 갈고닦았다. 비록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의 생각은 같았다. 왕이장은 송석석이 산에서 내려간 후로 임사부는 한 번도 웃지 않았으며 매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그들은 송석석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랐지만 무공을 갈고닦아서 필요할 때 함께 도와주겠다고 결심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송석석에게서 편지가 왔다. 송석석의 편지는 만종문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만자와 신신, 그리고 만두에게 보낸 것이었다. 송석석은 편지에서 그들에게 남강으로 가서 자기를 찾으라고 할 뿐,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그들은 송석석의 편지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지만, 그의 편지를 보자마자 두말없이 짐을 싸들고 사부님에게 알리지도 않고 말을 타고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시만자가 남강에서 송석석을 보았을 때, 그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생동감은 사라지고 마치 낡고 썩은 항아리에 몸을 담근 것 같았다. 생기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고요한 기운이 느껴졌다. 송석석의 눈 밑에는 투지가 있었고, 침착하지만 조금의 기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만자 등 인을 만났을 때도 기뻐했지만, 그 기쁨은 빠르게 사라졌다. 송석석은 나중에 차분한 어조로 산을 내려온 후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고, 시만자는 그제야 왕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1화

    시만자는 송석석과 거의 매일 만났고 송석석이 적염문에 시만자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면 시만자가 만종문으로 송석석을 찾아갔기 때문에 여전히 왕이장을 만날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매번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시만자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시만자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았다.한 번은 시만자가 화가 나서 그에게 왜 자꾸 자신을 노려보냐고 물었더니 그는 내가 외부에 그가 기루 같은 곳에서 아가씨를 찾고 다닌다는 헛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했다.시만자도 화가 났다. 그는 왕이장이 덕행에 문제가 있으면 반성해야지 무고한 사람을 탓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시만자는 자신이 소문을 퍼뜨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시만자는 단지 그 일들을 친한 친구들에게 알렸을 뿐인데 왜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시만자는 화가 나서 왕이장을 한 대 때리고 그와 절교했다.나중에 송석석이 산을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다. 시만자는 송석석이 예전처럼 집에 가서 한 달 정도 있다가 돌아올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매산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시만자가 만종문으로 가서 물었지만 만중문에선 모두 입을 다물고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급한 마음에 시만자는 신신과 만두를 데리고 송석석을 찾으러 진성으로 갔다. 가기 전에 왕이장이 그들을 찾아가 막았다.시만자는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무거운 표정을 보았다. 그는 우리에게 송석석의 집에 일이 생겼는데 부친과 오라버니들이 모두 희생되었고 어머니의 건강도 좋지 않아 집에 남아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왕이장은 그들에게 모두 이제 겨우 열 살이 넘은 아이들이라 큰 일을 처리할 줄 모르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집안일이 잘 처리되면 송석석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그들은 왕이장의 말을 듣고 매우 슬펐다. 시만자는 송석석의 부친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위풍당당한 장군이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경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송석석의 둘째 오라버니도 본 적이 있었는데 심 사형 같이 아름다웠고, 심 사형보다 더 위엄이 있었다.석석은 예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600화

    시만자는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매산에서도 소년들이 부끄러운 얼굴로 그에게 편지를 수도 없이 건넸다. 하지만 시만자는 하나도 보지 않고 그들 앞에서 편지를 찢었다. 그땐 시만자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시만자는 그들 앞에서 편지를 찢는 건 잔혹한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는 이번 생에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결심 했으니 반드시 그들에게 조금의 환상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을 바에는 지금 우는 게 좋았다. 설령 그들이 울상을 지으며 송석석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해도 시만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늘 남자들이 자신과 밀당을 한다고 생각했다. 매산에서 시만자와 함께 노는 친구는 송석석, 만두, 신신 그리고 몽동이었다. 그리고 한때는 신신의 대사형도 그들과 함께 놀았다가, 나중에 산에서 내려가 의협심을 펼치러 떠났다. 하지만 신신은 그가 상처를 치료하러 갔다고 했다. 그 당시엔 복잡한 일 없이, 산과 들의 환희와 무술 연습할 때의 고통 뿐이었다. 시만자는 처음에 왕이장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송석석의 다섯째 사형이었기에 시만자와 송석석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그와의 왕래가 많아진 것이었다. 시만자는 왕이장이 가식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모여서 무공, 권법, 검법, 칼법 등을 이야기했지만 왕이장은 부채를 들고는 입만 열면 시를 읊었다. 매산에서는 오직 한 사람만 부채를 흔들며 시를 읊을 수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심청화 대사형이었다. 그는 마치 책에서 걸어 나온 옥면 선비처럼 온화하고 우아해 보였다. 시만자는 왕이장이 대사형을 따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왕이장은 자주 산을 내려가서 그들에게 물건을 가져다주며 가끔은 연극을 듣고 돌아와서 그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일들과 이상한 일들이 많아 그들은 정말 즐겨 들었다. 한동안 시만자는 귀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마침 그가 가져온 것이 귀신 내용들이었던 것이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9화

    시만자는 부군에 대해 불평하고 싶었다. 왕이장이 결혼 전에 시만자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간섭하거나 말리지 않는다고 해놓고 결혼한 지 1년 만에 약속을 어기고 시만자와 함께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종문의 규율이 엄중하고 악당 사숙까지 계시니 시만자가 왕이장을 데리고 가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면 큰일 날 것이었다. 그런데 왕이장은 자신이 강호의 사람이니 원한이 있으면 풀어야 한다고 하며, 다른 사람의 원한도 원한이니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몰래 진행하면 만종문에서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병부에 가서 벼슬을 딴 마당에 무슨 원한을 풀겠다는 거냐고? 내가 한 일들을 송석석이 알더라도 눈을 감아주겠지만, 신분 충돌이 있으니 전부 알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시만자가 관문에 들지 않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고,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혼자 책임지기 위함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시만자는 경조부에 많은 단서와 증거들을 제공했었다. 그리고 증거가 없는 건 특별한 수단으로 캐물었다. 그렇기에 만약 범행 과정이 맞는다면 대부분 억울할 건 없었다. 물론 홍현이 시만자를 도와 조사하긴 했다. 시만자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홍현은 그저 옆에서 도와줬을 뿐, 다른 일은 모두 시만자가 한 것이었다. 왕이장과 석석이의 신분으로는 모두 햇빛 아래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두운 곳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만자는 흑과 백 사이에 회색이 허용되는지 몰랐지만 율법은 증거를 남겨 체포된 사람들만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머지 사람은 그저 업보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만자는 자신이 그들의 업보가 되려고 했다. 왕이장이 자신의 생각을 인정해 주는 건 기쁘지만 함께 일하는 것은 별로였다. 그가 제시한 이유는 부창부수였고, 그저 병부에서 무기를 개발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낮에는 병고사지만 밤에는 왕이장이니 왕이장의 신분으로 뭘 하든 병부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너무 오랫동안 대치해서 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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