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7-03
作者:  silver구슬剛剛更新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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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評分. 21 評論
105章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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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고수위/고자극

사이다

소유욕/집착

나쁜남자

악녀

갑을관계

매운맛

"내가 좀 쓰레기인데, 과연 신 비서가 이런 나를 감당했을까?" "…대표님은 내 것이었지만, 이젠 쓸모없으니 버려야겠네요."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나는 가장 잔인한 거짓말을 속삭였다. 차가운 내 손끝이 그의 턱 끝을 느릿하게 훑었다. 버려지겠다는 내 말에, 그의 눈동자가 포식자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내 혀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운 거짓말을 뱉었지만, 심장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진실을 외쳤다. 90%의 진실과 10%의 비밀. 다 가진 포식자로 군림하는 이 나쁜 남자를 길들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세상을 속이는 마녀라도 되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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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정길순
신하늘한테 CH 그룹의 우량주식을 많이 건넨 차준호ㅡ차준호는 분명 신하늘한테 마음이 있는것 같은데 표현을 별로 안하니 서로 답답해 하는것 같아요
2026-06-28 2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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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정길순
차준호는 신하늘의 집을 사 주려는 걸까요~??!! 낡은 집은 위험하다는 말 공감합니다 그것도 여자 혼자서 살고 있으니까요~~♡♡
2026-06-24 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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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정길순
신하늘의 보일러를 고쳐주고 기름도 가득 넣어준 것을 보면 차준호의 인간성은 많이 나쁜 건 아닌 것 같습니다.~어쩌면 좋은 사람일수도~~~♡♡♡
2026-06-24 09: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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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정길순
차준호 결혼하는지 몹시 놀랐어요 결혼하는건 아닌가 봅니다 신하늘과 같이 저도 휴우~~안도하고 있네요~
2026-06-24 09: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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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정길순
어머멋 차준호의 스위트룸에서 쓰러지다니~~많이 놀랍습니다 차준호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자꾸 마음이 가나 봅니다
2026-06-20 1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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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章節
#1.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짓말 같은 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릴 때마다, 등골을 타고 찌릿한 소름이 돋아났다. 이내 커다란 손이 가슴을 소유욕 가득하게 거머쥐었다. 그의 지문이 닿는 곳마다 마치 뜨거운 인장이 새겨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느릿하게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 가장 연약한 여성의 안쪽 살결에 닿는 손길은 지독하게 집요했고, 그가 지긋이 힘을 줄 때마다 나는 속절없이 떨리는 숨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아······!”지극히 완만하면서도 잔인할 만큼 정확한 자극이 예민한 곳을 문지를 때마다, 뇌리를 찌르는 전율에 척추가 미친 듯이 휘어졌다. 나보다 내 몸의 반응을 더 기민하게 읽어내는 남자답게, 차준호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이성을 놓고 무너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이윽고 거칠게 속을 파고드는 그의 단단하고 묵직한 남성의 존재감이 온몸의 신경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의 온도가 가파르게 치솟아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창밖은 서슬 퍼런 겨울이었으나, 서로의 알몸을 빈틈없이 밀착한 채 생생한 온기를 탐닉하는 이 침대 위만큼은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넘실거렸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정막한 방 안을 야릇하게 채워나갔다.“신하늘, 오늘도 예쁘네.”낮게 가라앉은 그의 베이스 음성에 결국 참지 못한 신음이 젖은 숨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 매혹적인 목소리에 취해, 나는 그의 단단한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매달렸다. 그의 어깨 근육이 요동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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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밀의 밤, 잔인한 선물
‘이 나쁜 자식!’지난 3년간 내게 보인 그 모든 다정함은 한낱 유희였을까? 차준호에 대한 배신감에 속이 문드러져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부서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존심을 끌어모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도도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대표님은 그동안 절 어찌 보셨는데요?”나는 유리창 너머로 썰물처럼 번지는 화려한 야경을 사납게 응시하며, 심장에 박힐 날 선 말을 뱉어냈다.“네 주변에 남자가 들끓어 보였거든.”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는 남사친 둘을 두고 한 오해였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동안 나를 그저 몸만 즐기는 파트너로 취급했다는 그의 확신에 가슴이 난도질당했다.“전 아무하고나 침대를 달구지는 않아요.”바에서 생수를 들고 걸어온 차준호는 내게 슬그머니 병을 내밀었다. 마치 ‘냉수 먹고 속 차려라’ 하는 무언의 조롱 같아 속내가 뒤틀리다 못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기에 신경질적으로 병을 뺏어 들어 크게 한 모금 마셨다.“그래서 오늘은 그리 섹시한 옷도 입고 와서 나에게 고백하려고 했어?”숨이 탁 막히는 순간이었다. 일순 목에 사레가 들려 볼썽사납게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완벽하게 고백 성공 시나리오를 쓰고, 오늘부터 진정한 연인 1일이 될 거라 철석같이 기대했던 나였기에 타격이 컸다. 단칼에 차인다는 예상은 전혀 못 했기에 당황스러움에 눈앞이 아찔했다.“놀랐어? 귀엽긴.”진심으로 이 상황이 흥미롭고 즐거운지, 그의 입가에는 호선이 만개했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로브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들고 내게 다가왔다. 온몸 가득 베인 시원하고 고급스러운 머스크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머릿속을 하얗게 마비시켰다.딸깍. 정적을 깨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차준호는 길고 곧은 손끝으로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더듬어 꺼내더니, 얼어붙은 내 목에 차가운 금속성 이물감을 선사했다.“······대표님?”그가 내게 선사한 것은 바로 근사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였다. *** 그의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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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옥의 대리인
[1월 1일, 재벌가 차준호와 톱여배우 강소희! 둘만의 밀월여행이었나· 강원도에서 추락 사고!][CC그룹 후계자 차준호·한류스타 강소희! 과연 현재 상태는?][사고 직후 불거진 비밀 연애 의혹·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을···][과연 차준호와 강소희 사고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새해의 태양이 채 떠오르기도 전, 대한민국은 단 하나의 소식으로 들끓었다. 차준호는 강소희를 자신의 세단에 태운 채 1월 1일 새벽 강원도 산길을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십여 미터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단순한 교통사고인지, 범죄와 연관된 것인지, 혹은 세상을 등지려 했던 극단적인 시도였는지, 무책임한 추측성 보도가 해일처럼 쏟아졌다. 특히 새해 첫날이라는 상징적인 시기와 맞물려, 평소 스캔들 한 번 없이 결벽에 가까운 사생활을 유지하던 유명인의 사고 소식은 국민적인 광기를 불러일으켰다.CC그룹 소유의 대한종합병원은 몰려든 기자들과 그룹 관계자, 가족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정작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사람은 나였다.그가 의식불명이라는 소식도 충격이었지만, 사고 당시 곁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크리스마스에 차인 뒤, 소꿉친구인 도국과 이아준을 불러 밤새 온라인 게임에 매달리며 잊으려 애썼던 노력들이 단숨에 물거품이 되었다. 부족한 잠과 뒤섞인 복잡한 머릿속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게다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신 비서! 미안해, 내가 지금 일본이라. 뒷수습 좀 부탁해.“허기찬 비서 실장님, 설마 제가 지금 병원으로 가서 기자들을 상대하라는 말씀이세요?”원래는 내가 해야 하지만 사정이 이렇게 됐어. 미안해. 홍보실이나 이사진도 신 비서가 적임자라고 임시 비상 회의에서 결론 났나 봐.이게 말이 되나? 회사에 사람이 천 명도 넘는데, 왜 하필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내가 이 스캔들의 전면에 서야 하는지.-예전에도 나랑 대표님 해외 나갔을 때 국내에서 터진 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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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폭풍의 눈이 열리다
이아준은 통화 도중,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신하늘과 도국과의 옛 기억 속에 깊게 잠겼다.화려한 마천루가 즐비한 강남의 이면, 세종동 서쪽 끝자락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빈민가가 있었다. 그곳에 위치한 ‘하늘 보육원’은 세 사람의 유년이 뿌리내린 곳이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세계이자 가족이었다.이아준은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보육원 앞마당에 버려진 신세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하고도 변덕스러웠다. 뒤늦게 그가 국내 최고 재벌가인 L그룹의 잃어버린 혈통임이 드러났고, 하루아침에 밑바닥에서 상류층 세계의 정점으로 편입되었다. 이아준보다 한 살 많은 도국 역시 파란만장했다. 중학생 시절, 대한민국 최대 엔터 기업인 JW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혹독한 시간을 견디더니, 이제는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는 독보적인 톱스타가 되어 있었다.두 남자의 경제력은 이제 하늘을 찌를 듯 대단해졌다. 하지만 신하늘만은 늘 그들의 도움을 완강히 거절하며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켰다. 재단과 보육원에 감당 못 할 빚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부모의 뒤치다꺼리를 중학생 때부터 도맡으면서도 그녀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이아준과 도국이 재단에 거금을 기부해도, 신하늘은 그 돈을 오직 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만 썼다.대신 그녀는 자신을 갈아 넣었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빡빡하게 소화하며 대출 이자를 갚고 악착같이 공부했다. 결국 S대 컴퓨터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두 친구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자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 그녀가 3년 전, 돌연 CH-컴퍼니에 입사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일에만 매달리는 신하늘을 보며 아준과 도국은 마음 한구석에 형용할 수 없는 불안을 느껴왔다.“그나저나, 같이 사고 난 강소희는 너네 소속사 아니야?”이아준이 묻자, 수화기 너머 도국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맞아. 불여우 같은 여자야.“소문보다 더 별로인가 봐?”-인성 더럽기로는 소속사 안에서는 이미 유명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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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뒤틀린 소유욕: 폭풍 전야
종일 정신 없다가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것 같았다.커피에 의지해온 탓일까. 카페인의 날카로운 자극이 현기증을 부추겼다.그가 왜 하필 기억을 잃은 걸까.3년치 기억만 사라지다니. 비극 같으면서도 우습게 느껴졌다.빌어먹게도 나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 아닌가.카메라 군단이 다시 몰려들었다. 간신히 버티던 나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답변했다.그런데 병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고미주와 강진욱의 대화에 일순 어깨가 흠칫거려졌다.[강 박사님, 차 대표는 언제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나요?][네, 최종 검사가 끝나는 대로 오늘 밤 또는 내일 아침에 중환자실을 나오실 수 있을 겁니다.][천벌 받을 강소희! 감히 이X! 어떻게···!] 고미주는 흥분해 소리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야 말을 이었다.[···박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화가 나서 그만···.][강소희 씨도 곧 일어날 것 같습니다. 차 대표님 옆 병실로 배정해 드리겠습니다.][어후! 그 X! 일어나기만 해 봐! 아주 그냥···.]교양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천박함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권위가 무색할 만큼 상스러운 언사였다.혹시 크리스마스이브에 차준호와 극적으로 사귀게 되어 새해를 보내다 내가 누워있었다면?‘고미주에게 저런 모욕을 들었겠지.’ 상상만으로도 절로 부르르 몸이 떨려와 순식간에 모골이 송연해졌다.강진욱은 멋쩍은 듯 주의사항을 알려주고는 병실 문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나갔다.고미주는 병실의 방음이 별로인 것을 모르는지 복도로 힘겹게 걸어 나왔다.그녀는 내게 시선을 보내며 한숨을 흘렸다.“신 비서, 차 대표의 기억 3년 치가 사라졌대. 이게 말이 돼?”내 말이 그 말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안 좋게 끝났지만 함께하는 동안은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인지.“그러게 말입니다.”삭제된 3년의 기록과 함께, 그 세계 속의 나라는 존재 역시 깨끗이 지워졌다.어느새 나의 손은 목에 걸린 펜던트만 만지고 있었다. 늘 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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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천하의 나쁜 남자
기자를 상대하는 동안 나 자신도 성장하고 있었다.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지고, 브리핑하거나 질문에 응답하는 순간에도 능숙 능란해져 있었다.차분한 척, 완벽한 듯, 긴장감이 첫날보다는 옅어졌다. 사람은 역시 학습의 동물이라고 무슨 아나운서가 된 양 나는 그리 기자들을 상대했다. -차준호 대표님이 대화가 가능하다던데. 확실히 강소희와 사귀는 사이가 맞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답변 부탁드립니다!“차준호 대표님께서는 일체 사생활에 대하여 언급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회사 측에서도 이번 사건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언제 CH에서는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까? “현재는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차 대표님의 건강은 어느 상태입니까?“생명에는 지장이 없으십니다. 단,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 중에서 국소적(localized) 기억상실증이라는 의학적 소견이 내려졌습니다.”-강소희 씨는 상태가 어떻습니까?“그분 사안은 JW소속사 관계자분과 인터뷰 하시기 바랍니다.”앵무새처럼 반복된 답변을 쏟아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사위가 변화가 일었다.VIP 환자 민원 탓에 기자들이 철수하자 복도가 비로소 조용해졌다.난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AI에서 탈출하여 인간적인 탄식을 뱉어내었다.병실 앞 복도가 이렇게까지 적막했던가. 이제 몸도 마음도 지쳐 한계였다.차준호라면 이제 지긋지긋했다. 차준호와 강소희가 함께였던 그날 밤,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실의에 잠겨 있었다.1월 1일 차준호가 사고 나던 순간에도 평범한 새해를 맞이했는데, 마치 몇 년이 흐른 것만 같다.‘폭삭 늙어 버린 것 같아.’그리 심란한 마음을 달래며 차준호는 지금 일어나 이 상황을 어찌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하던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고미주가 얼굴을 내밀었다.“이제야 밖이 조용해졌군. 신 비서. 들어와. 차 대표랑 이야기 좀 해 봐.”드디어 올 것이 왔다.날 잊은 그 남자를 이제야 마주하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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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은 뭔가 달랐다. 늘씬하고 굴곡진 실루엣이 가차 없이 드러나는 분홍색 니트 원피스. 가늘고 우아한 목선 위로 흘러내린 갈색 긴 머리와 단아한 화장, 그 아래 숨은 오밀조밀하고 고운 이목구비. 하지만 비주얼보다 차준호를 자극하는 것은 그녀의 반듯하고 오만한 태도였다.신하늘의 표정은 비서임에도 감히 시선을 압도하는 기운이 있었다. 조금 전 통화한 부친 CC그룹 차진철 회장마저 ‘신하늘이라면 이 혼란을 가장 완벽하게 정리할 테니 전적으로 맡겨두라’고 확언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보는 저 눈빛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단순히 상사를 대하는 비서의 그것이 아니었다. 지난 3년 동안, 자신은 신하늘과 도대체 어떤 밀도 높은 관계를 쌓아왔던 걸까. 그녀의 투명하고 맑은 갈색을 머금은 황금빛 눈동자가 마치 영혼 깊숙한 곳에 날카로운 메스를 꽂아 넣는 것처럼 시리게 파고들었다.***내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습관처럼 들르던 병원 로비의 카페는 다행히 늦은 시각이지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곳에서 평소 차준호가 유난히 찾던 달콤한 바닐라 라떼를 한 잔 주문했다.중환자실에서 막 나온 환자에게 카페인은 금지되었을 텐데. 그저 지독하게 예민해져 있을 그의 신경을 달래줄 향이라도 맡게 해주고 싶다는, 오랜 비서로서의—혹은 지워진 연인으로서의—쓸쓸한 배려였다.VIP 병실의 육중한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려다, 짓눌린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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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게 주었다고 말하려다 그건 삼켜버렸다.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이렇게 계속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을 건 아니다 싶었다.“됐습니다. 대표님 여자관계가 꽤 복잡해 보이니 다 의미 없는 과거가 되었을 뿐입니다.”동문서답하듯 내뱉은 말이지만, 차준호의 마음을 후벼 파는 칼날이 되길 바랐다.마음은 몰라도 몸은 가까웠지만 새드 엔딩이 된 관계였다.어찌 보면 지금도 거부당한 상태이기에 기억 잃은 남자와의 대화는 무의미했다.“일단 하나는 확실해. 난 매너 있는 남자였을 테니까 순진한 신 비서는 착각한 걸 거야.”아, 이런. 갑자기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맞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일관성 있게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내 비서라면 옷이라도 제대로 입혀줬을 테고, 부려 먹으려면 시시각각 호텔로 불러 가까이 지내지 않았겠어?” “······.” “어차피 난 백화점과 호텔도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야.”그의 말에 명치가 조여들었다. 진실이 녹아든 칼날이 내 심장을 파고드는 듯했다.차준호의 이런 진심도 모른 채 그를 특별하게 여겼던 내 모습이 안타까워 동정심이 일었다.“뭐 할 말 있어?”크리스마스 밤에도 그는 속으로 얼마나 나를 비웃었을까.그 순간 강소희의 링거 줄이 투투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숨소리마저 내 심장을 할퀴는 것 같았다.“······드릴 말씀 당연히 많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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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난 차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회사에 들른 뒤 자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진창에 처박힌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가던 중에 벨이 울려 확인하니 반가운 도국이었다.-하늘아, 어디야?요즘 부쩍 날 챙겨 주는 도국과 이아준이었다. 회사 일로 바쁜 날 염려해 주는 동시에 고민이 있는 엉망인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러모로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했다.“바쁜데, 뭘 또 전화까지. 난 병원 가는 길.”-어제도 밤새 게임같이 해 놓고 피곤하겠네.“오늘 3시 출근이라 늦잠 잤어. 참, 네가 준 옷 지금 입었어. 고마워.”하도 여기저기 옷 지적을 받아서 오늘은 차준호가 준 것이 아닌 다른 것을 겨우 골라 입었다. 변변찮은 게 없었는데 그나마 연말에 도국이 얻어준 것이 있어 다행이었다.-예쁘겠네. 또 소속사에 굴러다니는 것 있으면 얻어다 줄게.“그럼, 나야 고맙지.”녀석과 통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병원에 이르러 통화를 종료하고는 정류장에 내렸다. 휴대폰 화면에는 오후 2시 40분이 표시되어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짐을 느꼈다.20분 뒤엔 차준호와 또 어떤 일로 실랑이를 벌일까. 벌써 머리가 아파왔다.병원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옷차림부터 점검했다. 비서는 회사의 얼굴이라는 차준호의 말이 망령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소라색 코트와 흰색 투피스 치마 정장, 검은색 스타킹에 검정 플랫슈즈를 신은 모습을 병원 유리창에 비춰보았다.친구가 연예인이니 이리 좋을 수가 없었다. 소속사에 협찬된 옷 중에 입을 사람 없어 처분하는 것을 도국이 챙겨 준 덕분에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옷은 좋은데 얼굴이 문제였다. 수면 부족이라 눈 밑이 계속 짙어져만 갔다. 어제도 너무 심란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이 세상에 게임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었다. 현실을 잊고 온라인상에서 거친 전투를 벌이니 겨우 숨을 쉰 것 같았다. 어제의 차준호는 자신이 그동안 알던 말수 적고 젠틀하면서 쿨한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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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쁜 남자에게 길들여진 인형의 반란
고미주는 팔짱을 낀 채 입매를 비틀며 서늘하게 중얼거렸다.“3년 전에 그렇게 집안 발칵 뒤집어놓고 호텔 인수해서 독립하겠다고 나갔을 때도 저 눈빛이었는데.” “엄마, 근데 말이야. 신 비서 언니 진짜 예쁘잖아. 오빠가 진짜 길들여서 사귀었을까?”병실을 나와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신하늘의 뒷모습을 보며, 고미주는 입안이 씁쓸해졌다. 신하늘을 보며 짐승처럼 반응하던 차준호의 기묘한 눈빛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 너머로 사라지는 신하늘의 실루엣을 향해 고미주가 입술을 삐죽였다.“사모가 돈을 주겠다는데도 자존심 세우고 안 받더니······. 분명 차 대표가 다 맞춰줬겠지. 버릇을 잘못 들여놓은 게 분명해.” “엄마, 내가 신 비서 언니 혼내줄까?”그때 고미주가 차진아의 등판을 불이 나게 쫙! 후려치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너 미쳤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재벌가 갑질 어쩌고 기사 한 줄이라도 떴다간, 너랑 나랑 회장님 손에 당장 길바닥으로 쫓겨나!” “아, 엄마! 아파!!” “어머머, 미안. 내 금쪽같은 딸. 아무튼 넌 조심해. 아무것도 하지 마.”두 모녀가 로비가 떠나가라 언성을 높이던 바로 그때, 유리문 너머로 훤칠한 실루엣의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몸에 맞춘 듯 떨어지는 검은색 슈트 위로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정갈하게 매어 올린 회색 타이까지. 범접할 수 없는 귀티를 풍기는 미남자는 거침없는 걸음으로 VIP 전용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를 향해 직진했다.“······엄마, 저 남자 예전에 오빠 만나러 집에 몇 번 왔던 기범 오빠 아니야?” “어머, 평소 점퍼만 입더니······.”고미주는 남자가 남긴 묵직한 잔상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다가, 이내 강진욱 박사가 언제 나오나 확인하며 초조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 카페에서 갓 내린 콜드 브루를 테이크아웃해 병실로 돌아가자마자 난 곧바로 태블릿 PC를 켜고 브리핑을 시작했다.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넓은 어깨와 다부진 몸은 병자라기보다는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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