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06화

Author: 유애
송석석이 떠난 뒤, 사여묵도 자리를 떴다.

내원에서 나눴던 대화는 정원에 전해졌고 현장에 함께 있던 황실 종친과 문무백관들은 북명왕이 송석석 장군과 혼인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의 생각은 여인들과 달랐다.

출신과 권세, 여인의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시하는 게 이득이었다.

송석석이 누군가?

진국공의 딸이자 만종문의 제자이며 심청화를 사형으로 둔 여인이었다.

만종문은 심청화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현인들을 문하에 두고 있으며 무림의 대 문파이자, 왕년에 표기 대장군(骠骑大将军)이자 남안왕의 증손자인 임양운(任陽雲)이 문주로 있는 곳이었다.

임양운이 만종문을 창설한 뒤로 매화산에 있는 문파들은 전부가 그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애초에 매화산이 이미 조부이신 남안왕의 영지였기에 지금은 임양운의 소유였다.

남안왕의 신분을 상속받지는 못했지만 영지는 여전히 가족들의 소유였고 그동안 그들은 엄청난 부를 저축했다.

재산보다 더 중요한 건 무림 강호 상의 광활한 인맥이었다. 임양운의 무공은 소문에 강호의 2순위이고 그의 사제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이건 강호에 떠도는 소문일 뿐, 입증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문파이고 매산 전체를 호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으니 혼인으로 그쪽 인맥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보다 이득은 없었다.

송석석 본인도 남강을 수복한 공신이기도 하고 이방 장군을 밀어내고 상조 제일 여장군이라는 호칭을 받은 인물이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송석석의 과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같은 여인들끼리 서로 헐뜯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공주부 저택 입구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사여묵은 여전히 위풍당당한 그녀를 보고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어차피 둘 사이도 공개했기에 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취현거에 부남의 주방장이 새로 왔다던데 한번 맛 보러 가지 않겠느냐?”

“좋지요!”

송석석도 배가 고팠기에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그렇게 그녀는 보주와 명주를 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07화

    주문을 마친 뒤, 사여묵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네. 이대로 주문하면 되겠어. 장대성, 가서 주문 마무리하고 와.”장대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가 잠깐 후에 돌아왔다.“내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 소란스러웠지? 그쪽에서 네가 준 선물을 가품이라고 한 거야? 괴롭힘은 안 당했어?”사여묵은 그녀의 입을 통해 더 자세한 진실을 듣고 싶었다.송석석은 차로 타는 목을 축이고 대답했다.“제가 괴롭힘 당하고 가만히 있을 사람인가요. 시비를 걸어온 사람은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아요.”옆 상에 있던 보주가 끼어들었다.“아가씨가 했던 마지막 발언은 소인도 너무 놀랐어요. 장공주께서 보복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런 말을 하셨어요?”“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그쪽에서 날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내가 왜 참아?”송석석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너도 나랑 함께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내 성격 몰라? 내가 누굴 두려워하는 걸 봤어?”“그렇긴 하지만 상대가 너무….”보주는 장군 저택을 나온 뒤로 완전히 달라진 송석석의 성격이 이상했지만 그건 북명왕의 앞에서 할 얘기가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어차피 이미 원한은 샀고 두려워서 떤다고 해결되지 않아.”사여묵이 무척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나오기 전에 무슨 말을 했길래 보주가 저러는 거냐?”송석석은 내원에서 있었던 일과 가의 군주가 했던 말을 그대로 사여묵에게 들려주었다.얘기를 다 들은 사여묵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아는 송석석은 원래 이런 여인이었다.게다가 만종문의 마녀를 누가 감히 괴롭힐 수 있을까? 전 장군 저택 사람들이나 송석석을 만만하게 보고 시비를 걸어오지 일반인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위치였다. 송석석이 예전에 장군 저택 사람들을 극진히 보살핀 이유도 알고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의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지 그녀가 만만한 사람이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사여묵은 아직도 산에서 사저인 평무종을 바닥에 깔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08화

    마침 주문한 요리가 올라와서 대화는 중단되었다. 송석석은 가장 좋아하는 매운 생선찜을 보자 순식간에 식욕이 솟구쳤다.그 외에도 곱창전골, 오리백숙, 당면 게장찜에 찹쌀 갈비찜, 매운 고기볶음까지 진수성찬이 따로없었다.배가 고팠던 송석석은 서둘러 수저를 들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집에서 나오기 전에 진 집사에게 들었어요. 부마가 그동안 많은 첩을 들였는데 아이를 출산한 뒤로 대부분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신분이 비천한 첩이니 난산으로 죽었다고 둘러댔을 것 같아요. 한둘이면 몰라도 공주부에 들어오는 첩마다 죽었다면 충분히 의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요.”말을 마친 그녀는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바르고 양념을 듬뿍 묻혀서 사여묵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이거 한번 드셔봐요. 정말 맛있거든요. 당면도 같이 들면 더 식감이 좋아요.”그러고는 고기볶음과 국물까지 챙겨주었다.“그래, 들자!”사여묵은 눈앞에 쌓인 요리를 힐끗 바라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괜한 의심이 아니야. 부마가 들인 첩들은 전부 고모가 죽인 게 맞아.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살해했지.”“오늘 첩을 한 명도 못 봤는데 설마 다 죽인 건 아니죠? 그리고 첩들이 낳은 아이들도 안 보이던데요.”“그 정도는 아니야. 눈치가 있고 말을 잘 듣는 첩들은 살아 있어. 출산한 뒤에 아이를 장공주 밑으로 보냈지. 그 아이들은 자라서 장공주의 발을 닦아주는 노비가 되었어. 물론 그걸 거부해서 죽은 아이들도 있지만….”그는 당면을 한입 물었다가 짜릿한 매운 맛에 눈시울을 붉히며 급기야 차를 찾았다.“아, 사레가 걸려버렸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았다. 손석석은 눈에 익은 손수건을 보고 수치스러워 시선을 돌렸다.‘대체 저게 뭐야? 새도 아니고 꿀벌도 아니고! 그런데 누가 준 건지는 기억할까?’송석석은 그가 기억하든 말든, 저건 무조건 없애버려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그런 생각을 하며 당면을 입에 넣자 자극적인 매운 맛이 입안에 퍼졌다. 정말 맛이 있었지만 그녀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09화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기침만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송석석도 이상함을 눈치챘다.그녀는 책자를 다시 그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오늘은 목안이 불편해 보이니 일단은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로 새로 주문하는 게 좋겠어요.”“그러네. 오늘따라 목안이 따갑네.”사여묵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양유를 가져오라고 할게요.”송석석은 벌떡 일어서서 별실을 나가 주인장에게 양유를 주문했다.“양유로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어요.”송석석은 아이를 달래듯 양유가 든 사발을 그에게 내밀었다.“어서 마셔요.”사여묵은 사발을 받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부드럽고 차가운 양유가 목안에 들어가자 따갑고 불편하던 느낌이 조금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이런 배려가 고마웠다.분명 그의 거짓말을 눈치챘을 텐데도 그 자리에서 까발리지 않고 일부러 아부하지도 않으며 서로에게 편안한 방식으로 제안했다. 매산에서 봤던 그녀와는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해맑은 얼굴로 전북망의 어머니를 모셨을 것을 생각하니 속이 쓰리기도 했다. 그때 당시 그녀는 정말 진심을 다해 장군부 사람들을 대했을 것이고 아마 그 일이 없었으면 전북망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었을 것이다.‘양심도 없는 개 자식들이 어찌 이런 마음을 알아본다고!’사여묵의 주변으로 싸늘한 기운이 풍기기 시작했다. 이방을 향한 수란키의 보복은 너무 안일했다. 모욕감을 주면 아마 서경의 태자처럼 자결을 택할 줄 알았는데 이방은 여전히 멀쩡하게 살아 있지 않은가.“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송석석은 싸늘하게 식은 그의 표정을 보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사여묵은 이내 표정을 바꾸고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얘기하지.”눈치 빠른 장대성은 보주와 명주를 밖으로 안내했다.“우린 옆 방으로 가서 먹죠.”보주는 두 사람이 중요한 대화를 나누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주인장을 불러 요리를 모두 옆방으로 옮겼다.그렇게 별실에는 둘만 남게 되자 송석석이 물었다.“왕야, 뭐 언짢은 일이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0화

    사여묵은 묵묵히 반찬만 챙겨주며 답을 피했다.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에 송석석도 더 캐묻지 않았다.그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가 끝난 이후로 한동안 경성이 시끄러워지겠군.”송석석은 얄밉게 그를 흘기며 말했다.“그렇지요. 수많은 귀족 여식들이 눈물을 흘리겠지요. 태비께서 저희의 관계를 공개하신 순간부터 얼마나 많은 여식들의 눈총을 받았는데요.”“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남자들도 많을 거야.”사여묵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적어도 전북망은 땅 치고 후회 중이며, 폐하도 그녀에게 흔들리지 않았는가.“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시댁에서 쫓겨난 과부를 누가 아쉬워하겠어요?”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튕기며 말했다.“곧 북명왕비가 될 몸인데 아직도 자신을 깎아내리면 안 되지.”“세속의 시선은 항상 그랬으니까요.”그녀는 재빨리 얼굴을 피하며 생긋 웃었다.”하지만 제가 못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엄청 잘난 사람이거든요.”의기양양한 미소를 바라보며 사여묵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속으로는 신경 쓰겠지만 그래도 저렇게 씩씩한 마음을 보니 시름이 놓였다.처음 남강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송석석은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그를 바라보며 그가 아직도 연모하던 여인을 내려놓지 못해 아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갑자기 그 여인이 궁금해졌다. 만약 이렇게 좋은 신랑감이 곧 혼인한다는 걸 알면 후회하지는 않을까?식사가 끝나고 그들은 작별인사를 나눈 뒤에 각자 저택으로 돌아갔다.송석석은 전보다 그와 더 가까워진 것에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혼인하더라도 적어도 서로 존중하며 의지하는 동료가 되어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다음 날, 사여묵은 예부의 관원과 안 태부와 함께 혼담을 제안하러 국공부를 찾았다.송태공과 송세안도 국공부에 초대되어 절차를 도왔다.안 태부가 직접 나서준 것에 송 태공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송석석이 공훈을 세우고 가문의 이름을 빛낸 것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1화

    장공주의 생일 연회에 다녀온 후, 전 노부인은 끙끙 앓기 시작해 한밤중에 고열이 나서 계속 헛소리를 했다. 민 씨는 얼른 의사를 불렀고, 전북경도 객잔에 머물고 있는 전북망을 찾아왔다. 전북망은 처음에 가족들이 자신을 속이는 줄 알고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돌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어머니가 정말로 위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방도 모처럼 와서 노부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전북망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자존심이 있어 그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기가 그의 집이니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전북망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황급히 물었다. “어머니께서 왜 갑자기 이렇게 심각하게 아픈 거야?” 그러자 전소환이 울면서 말했다. “왜 아프겠어? 당연히 송석석 때문이지. 그녀도 장공주의 생일 연회에 참석했는데 자신이 북명왕과 결혼한다고 장공주와 가의 군주를 한바탕 꾸짖었지 뭐야.” 이 말이 나오자 전북망과 이방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전소환을 보았다. 전북망은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 그녀가 북명왕과 결혼을 한다고?” 이때 민 씨가 말했다. “아가씨, 그런 허튼소리를 하면 어떡해요? 분명 장공주께서 어머니가 며느리를 박대한다는 말을 해서 어머니가 화에 못 이겨 앓게 된 거잖아요.” 전북망은 순간 마음이 씁쓸했다. 이제 그에겐 후회만 남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려 하였으나 목이 메어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북망아, 틀렸어, 틀렸어.” 침대 위에 누워있던 전 노부인은 이 말만 반복했다. “틀렸어, 정말 틀렸어.” 그러자 이방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뭐가 틀렸다는 거예요? 나를 들인 게 틀렸다는 거예요? 아님 송석석을 버린 게 틀렸다는 거예요?” 전소환은 침대 앞에 앉아 눈물을 훔치며 화가 나서 말했다. “송석석이 뭔데? 한번 시집갔던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황실로 시집을 가? 북명왕이 송석석과 결혼을 하다니, 제정신인 거야? 그 신분에 결혼하고 싶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2화

    한밤중에 결국 폭발한 민 씨는 마음이 지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뒤에선 남녀가 포효하는 소리에 전소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민 씨는 천천히 내원 정청으로 걸어갔다. (예전엔 항상 송석석이 저 의자에 앉아 집안일을 관리했는데. 가사가 아무리 복잡해도 그녀는 인상 한번 찡그린 적 없이 부드러운 얼굴로 모든 사람을 대했지. 시어머니가 밤에 아플 때도 밤새 간호하며 이튿날에도 휴식하지 않고 할 일을 다 했지. 마치 힘든 걸 모르는 사람처럼. 하지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그냥 버티는 거지.) 예전엔 민 씨가 미처 몰랐는데 지금은 모두 알게 되었다. 그녀는 피곤해서 의자에 앉아 텅 빈 정청을 보았다. 등 기름을 아끼느라 복도에도 풍등을 하나밖에 켜지 않았다. 처참한 불빛이 들어와 외로운 책걸상을 비추어 장군부가 마치 무덤 같았다. 민 씨는 진심으로 송석석을 위해 기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장군부에 있을 때 자신에게 해준 것 때문이었다. 물질뿐만이 아니었다. 민 씨는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보니 송석석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고 무엇을 막아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민 씨는 너무 기진맥진해서 차라리 평범한 백성의 집에 시집갔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성실하게 살 수 있고 비현실적인 추구 때문에 사람들의 정력을 빼앗기진 않겠지.) 그녀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하인이 들어와서 둘째 도련님께서 부인의 뺨을 때려 소란을 일으킨 후 문을 박차고 나가 노부인께서 화가 치밀어 기절했다고 보고했다. 민 씨는 대답만 하고 말했다. “다들 가서 일 봐.” 그녀는 이것이 시작일 뿐 이제부터 가정이 조용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여묵이 매산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 이부의 임명이 내려졌고, 그는 경위지휘사에 들어가 경위지휘지사 사진무사라는 5품 직책을 맡게 되었다.그 자리로 임명된 사람이 두 명이었는데 다른 한 명은 현갑군의 필명이라는 사람이었다. 경위는 현갑군 출신이고 북명왕은 현갑군의 지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3화

    전북망이 임명을 받자 이방도 자신에게 경위나 현갑군에 입대하여 소대목이라도 맡기를 원했다.이방도 자신이 잘못을 했으니 너무 높은 관직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성릉관 전쟁에서 공로를 세웠으니 남강전쟁을 제외하고도 직책을 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임명을 맡으면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이 짧았던 것이었다. 송석석도 이름뿐인 직함을 받았을 뿐 경위 관아에 갈 필요도 현갑군의 합숙훈련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특별한 필요가 있다면 갈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가지 않는 것이었다.그래서 이방은 며칠을 기다렸지만 성릉관 대첩의 공을 모두 멸살하는 제명 서류가 왔다.그녀는 더 이상 장군이 아니며 심지어 군인도 아니게 되었다. 성릉관의 공도 모두 몰살되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간 적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그리고 병부에서 보낸 장군 갑옷과 영패, 무기까지 모두 돌려보내야 했다. 게다가 예전의 병복도 남길 수 없었다.이 일이 이방 마음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그녀는 자신이 전쟁터에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명이고 백부장이며 장군이었다. 그리고 힘들게 장군부까지 시집갔는데.그녀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고 앞으로도 청운의 길을 열어 여자 관리의 모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장군부에 시집온 게 모든 끝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미친 듯이 마당에서 물건을 부쉈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박살이 났고 하인들도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해 민 씨를 찾으러 갔다. 민 씨는 이방이 자신의 마당에서 미친 짓을 하는 것이니 상관할 수 없다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전 노부인께서 아직 병상에 누워 계셔 아무도 감히 알릴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알고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소환은 결국 이방을 찾아갔다. 그녀는 독한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저 천한 년이 아니었다면 송석석은 여전히 내 형수고 북명왕에게도 시집가지 않을 텐데. 이 여자가 화근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14화

    사여묵은 만종문에 갔고, 혜 태비는 사람을 보내 송석석을 궁중에 들였다. 장공주 생일 연회를 통해 혜 태비는 송석석에게 대한 태도를 바꾸었지만 아직 며느리로 받아들이기엔 부족했다. 혜 태비는 아직 송석석에게 사용할 수단이 없었다. 송석석이 장공주에게까지 건방지게 대하니 강제적인 수단은 통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그녀는 송석석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포기하게 할 작정이었다. 송석석은 장춘궁에 도착하자 찻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딤섬과 찻물까지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오만한 혜 태비도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웃음이 뻣뻣해서 억지로 지어낸 웃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송석석이 배알 하자 혜 태비는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잡담하듯 말했다. “난 정말 너를 위해서 말하는 건데 넌 묵이에게 속은 거야. 묵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는 예전에 그녀 말고는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한 사람이야. 그러니 그가 너에게 마음을 줄 수가 없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결혼을 해봐서 알잖아. 왜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 혜 태비가 물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안타까운 표정을 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 일은 왕야님께서 나에게 말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혜 태비는 놀라서 물었다. “알면서 왜 그에게 시집가려는 거야? 그는 널 사랑하지도 않고 마음속에 네가 전혀 없는데 왜 굳이 그에게 시집가려는 거냐고? 왕비의 자리를 위해서? 국공부의 지위가 높으니 자신의 행복으로 바꿀 필요가 없지 않느냐?” 그러자 송석석은 웃으며 물었다. “태비께서는 왕야님께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와 결혼하려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혜 태비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에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면 누구든 상관없는 거겠지.” “그래요? 아무나 하고 할 수 있는 결혼을 왜 꼭 나와 하려는 걸까요?”그러자 혜 태비는 말문이 막혔다. 혜 태비는 사실 아들이 꼭 송석석과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4화

    소씨 가문의 반응을 보니, 진성의 다른 가문들이 평소에 그들과 친밀하지 않아 이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만자는 소 부인이 놀란 틈을 타 말을 이었다.“우리 부군이 가장 아끼는 조카가 바로 지아인데, 큰 억울함을 당해서 태후마마께 아뢰려던 걸 내가 간신히 말렸소. 지아를 때린 자가 스스로 나서서 벌을 받으면 그만인 것을!”왕이장은 진성에서 여러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시만자의 부군, 만종문의 제자, 병부 효고사, 그리고 진성 내 만종문 산업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와 왕씨 가문의 관계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지만, 이럴 때 활용해도 괜찮을 만큼 중요했다. 태후마마가 만종문의 임 사부를 존경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 관계를 의심하는 이는 없을 터였다.시만자는 말을 마치고 혼자 의자에 앉았는데, 그 표정은 송석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때 소씨 가문은 비로소 섭정왕비가 직접 소 세자를 데려온 것도 왕지아를 위한 조치임을 깨달았다. 소 부인은 왕지아에게 이토록 강력한 배경이 있는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아이고, 제가 소인의 말만 믿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네요…”소 부인이 급히 사죄했다.“반드시 뒤에서 함부로 지껄이던 자들을 찾아내 왕씨 아가씨에게 사과하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그러자 시만자가 차분히 말을 끊었다.“처벌할 마음이 있는데, 왕지아의 눈을 더럽힐 필요까지 있겠소? 백작부에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마침 섭정왕비께서 사람을 데리고 오셨으니 소 세자를 처벌할 때 함께 처리하면 되겠소.”소 백작은 급히 수긍하며 하녀와 종들을 불러내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넘겼다. 송석석이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소 세자가 덕행에 흠이 있는 탓에 작위 수여는 불가능할 것이오. 그리고 오늘 누군가 경위부에 고소한 이상 내가 방관할 수도 없소. 대충 몇 대 맞고 넘어가려 한다면 법이 왜 있겠소?”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화풀이하러 온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 때문에 지아와 소민이를 갈라놓을 순 없는데…’소 부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3화

    시만자는 어이가 없었다. 고작 소씨 가문이라는 작은 백작부가 감히 이렇게 날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막돼먹은 여자를 많이 보았지만, 귀족 가문의 막돼먹은 여자는 처음이었다.왕지아가 끌려 나가 뺨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시만자는 소씨 가문의 대문을 박차고 사람들을 끌어내고는 한바탕 때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화가 나더라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왕지아와 왕청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르니 그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렇게 시만자가 급히 왕씨 가문으로 달려갔을 때, 왕지아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또 왕청여가 하녀들을 모두 내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곧장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왕청여가 목을 매려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 또한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때렸다.최근 몇 년간 자신의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왕청여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자 공방에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왕청여를 때린 후, 시만자는 즉시 소씨 저택으로 향했다. 소씨 저택에 도착하자 석석이 현갑군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의심이 앞섰다.‘석석이는 관직이라 복수 같은 걸 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송석석은 관복을 입고 정좌에 단정히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명이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고, 몇 명의 현갑군이 소민의 형인 소 세자를 붙잡고 있었다.백작부의 모든 어르신과 도련님들이 모여 있었고,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주모인 소 부인도 나와 있었다. 상황을 보니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만자는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리 말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러니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백작과 소 부인이 송석석에게 굽실거리며 사정하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알고 보니 소 세자가 부유한 상인의 양첩과 결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걸렸고, 자신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2화

    왕청여에게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게 한 것은 방시원이 돌아올 때도, 전북망과 이혼했을 때도, 왕씨 가문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후회한 것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였다.왕씨 가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왕청여는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니 자신에게 잘못이 많음을 깨닫고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고, 고생한 자신을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형수님이 자신의 오만한 성격 때문에 고생했음을 알면서도, 과거를 들추며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다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왕지아는 안백작부의 도련님 소민과 정이 들었다. 비록 평서백 작위는 없어졌지만, 형수가 선제의 찬사를 받아 고명을 얻었고 가업 경영에도 능숙했으며, 셋째 동생이 시씨 가문의 딸 시만자와 결혼해 왕씨 가문은 여전히 병부에서 중용되고 있었다. 두 가문의 위상은 비슷했다.그러나 소민이 어머니에게 왕지아와의 혼인을 청하자, 소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고, 심지어 만나는 것조차 금지했다. 비록 소민은 세상에 없는 효자이지만 왕지아에 대한 애정이 깊어 그녀 외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하겠다고까지 하며 반항했다. 이에 소 부인은 그를 감금해버린 것이다.왕청여는 아마 소 부인이 방문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 부인은 하인들을 대동하고 왕씨 저택에 난입해 최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아들을 넘보다니!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니 아랫사람도 바르지 못한 건가? 당신 시누이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게 굴더니, 이제는 딸까지 그 꼴이로군! 어린 나이에 남자를 유혹하고, 우리 아들에게 부모를 협박하는 법까지 가르치다니! 이 가문에는 악랄한 자들밖에 없는 것이냐?!”말을 마치자 하인들에게 저택을 부수게 했고, 왕지아를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며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왕청여와 최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