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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Autor: 일설연우
그날 밤은 유난히 길었다.

조담은 후작부를 떠난 뒤 초왕부로 돌아가지 않고 어느 주막으로 향했다.

그는 술을 잔뜩 마셨다. 그러나 시름을 덜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신이 흐릿해질수록 애써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진영, 하늘을 뒤덮은 거센 불길, 산채로 타죽은 병사들…… 무력한 여인이 울부짖으며 어린아이를 그에게 넘겨주던 모습까지.

그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공자? 공자?”

날이 밝았고, 조담은 주모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이 탁자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그는 술값에 두 푼을 더 얹어두고는 검을 집어 들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풍경은 마치 오래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맞이했던 그날의 새벽 같았다.

……

후작부.

유소영이 잠에서 깼을 때, 방 안에는 고준형이 있었다.

그는 병풍 뒤에 서서 옷을 갈아입는 듯했다.

유소영이 몸을 일으키자 칠흑 같은 머리칼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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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군의 형님   제766화

    충용 후작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 선 사람은 뜻밖에도 고장훈이었다!저 망나니가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인가!지난번에는 조원욱과 한패가 되어 준형이를 모함하더니, 오늘은 또 선나라 사신 편을 들고 나섰다.제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모양이었다.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고장훈에게 물었다.“네가 아는 것이 무엇이냐. 말해 보아라.”고장훈은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는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리며 아뢰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신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형님…… 아니, 고준형은 제 친형님이 아닙니다. 그는 선나라 사씨 가문, 사영진의 후손입니다!”전각 안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듯 온갖 의심과 수군거림이 뒤섞였다. 태자 조원서가 단호히 반박했다.“폐하, 이는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고준형이 어찌 사씨 가문의 핏줄이겠습니까?” 사신이 초상화를 꺼내 들었다.“폐하와 여러 대신들께서는 한번 보십시오. 닮지 않았습니까?”고준형과 제법 닮은 그 초상화를 본 순간, 많은 이들이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설마…… 설마 고장훈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너무 닮았소! 이게 부자가 아니라고 하면 소인은 믿지 못하겠소!”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충용 후작이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왔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초상화를 보고, 다시 고준형을 보았다.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는데……”제 손으로 키운 아들이 제 자식이 아니라니. 황제의 표정은 엄숙해졌다.“고준형, 이 일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반드시 조사에 협조하라!”고준형이 공손히 대답했다. “예.”태자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부황! 천하에 용모가 비슷한 사람이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씨 일족은 이미 멸족당했는데, 어찌 우리 양나라에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분명 선나라의 계략으로, 고 재상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그의 출신까지 조작한 것입

  • 부군의 형님   제765화

    “부왕…….”장영 군주가 안방으로 걸어 들어와 공손히 예를 올렸다.쿵!그 순간, 거친 손길에 밀쳐진 그녀는 바닥으로 힘없이 내동댕이쳐졌다.찰나의 충격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했고,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장영 군주는 고개를 들어 의자에 앉아 있는 부왕을 바라보았다. 그 음산하고 매서운 얼굴에는 서슬 퍼런 한기가 서려 있었다.“본왕이 네 어머니 곁을 잘 지키라 일렀거늘,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다닌 게냐!”장영 군주는 밀려드는 통증을 간신히 참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감히 한 마디도 반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날, 저...... 저는…… 성 밖으로 나가 재해 상황을 살피려…….”“백성을 구제하는 일이 네 어머니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냐!”딸의 변명을 들은 신왕의 분노는 더욱 거칠게 타올랐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장영 군주의 목을 움켜쥐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 원망이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이토록 무능하고 쓸모없는 줄 알았더라면, 애당초 너를 거두지 않았을 것이다!”숨이 막혀오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장영 군주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버둥거리며 신왕의 팔을 내리쳤다.“부, 부왕…… 저도 어머니께 이런 일이 생길 줄은……”목이 죄어와 숨이 완전히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제야 신왕이 그녀를 거칠게 내팽개쳤다. 그녀는 마치 날개가 꺾인 나비처럼 바닥으로 힘없이 추락했다. 장영 군주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크게 확장된 그녀의 눈동자에는 지울 수 없는 공포가 가득 번져 있었다.신왕이 처소 밖에 대기하던 호위들에게 매섭게 명령했다.“유설요를 찾아내라! 필시 누군가 그년의 도망을 도왔을 터이니 그게 누구인지, 그리고 부인의 죽음이 그자들과 연관이 있는지 샅샅이 조사해라!!”“예!”신왕은 이 모든 일이 그저 우연일 리 없다고 믿었다. 하필 유설요가 구출되자마자 연정이 스스로 불을 질러 목숨을 끊다니. 분명 두 사람이 미리 손을 잡고 꾸민 것이 틀림없었다! 신왕의 눈에 서린

  • 부군의 형님   제764화

    선실 밖.석심은 아민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다가가 물었다.“부인께서는 좀 어떠셔? 깨어나셨나?”아민은 얼굴 가득 근심을 담아 말했다. “의원께서 아씨는 큰 탈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계세요.”곧바로 그녀는 석심에게 물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봤어요? 아씨께서 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석심은 고개를 떨구었다. 온몸에서 보이지 않는 암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부인의 어머니께서는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어 돌아가셨다.”“뭐라고요!” 아민은 뒷걸음질치다 그만 선실 문에 등을 부딪치고 말았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아씨를 놀라게 할까 두려워, 밀려오는 충격과 슬픔을 간신히 억누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석심에게 물었다.“어쩌다 이런 일이… 구출하시는 중에 무슨 잘못이라도 있었던 건가요?”석심은 마음이 무거웠다.그는 본래 부인께 세자에 관한 일을 말씀드리려 했었다.하지만 지금 부인께서는 가장 가까운 분을 잃은 슬픔에 잠겨 계시니, 더 이상의 타격은 감당하지 못하실 터였다.그러니 며칠 더 지나, 부인의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석심은 더 말하지 않고 아민에게 당부했다. “부인을 잘 보살펴 드려라.”아민의 표정이 슬픔으로 물들었다.“말하지 않아도 나도 알고 있어요.”……양주.신왕부.조로원의 불길은 마당을 집어삼켰고 유연정의 흔적을 지워버렸으며, 신왕의 넋마저 빼앗아 가 버렸다.“왕비 마마, 나으리께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셨습니까?” 몇몇 부인들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신왕비는 상석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나으리께서는 그간 수많은 풍파를 겪어오셨으니, 곧 이겨내실 것이다.”조로원의 다섯째 부인이 죽은 뒤로 나으리께서는 지금까지 정신을 잃고 계셨다.몇몇 부인들이 시중을 들고자 했으나, 신왕비는 나으리의 안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모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 밖에서 가로막았다.신왕부의 의원이 안방에서 나으리를 보살피

  • 부군의 형님   제763화

    유소영은 유설요가 억누르고 있는 고통과 삼키려다 만 망설임을 영리하게도 읽어냈다.유설요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뒤로 몸을 기대어 마차 벽에 등을 기댔다.“아버지께서 살아 계신 건 알고 있어. 그럼 오라버니는…… 돌아가신 거니?”유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설요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는 처연하고도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렇구나. 역시 내 예상대로였어.”“하지만 죽은 것도 어찌보면 잘된 일이야.”“이제 벗어났으니까.”“다 끝났어. 오라버니도, 고모님도,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지경이었잖아. 죽음이 오히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었던 거야. 우린 두 사람을 위해서 기뻐해 줘야 해.”마차 안에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과 함께 바다처럼 거친 슬픔만이 밀려들었다.마차는 달렸다. 저물어 가는 석양을 향해 쫓아가듯 내달렸다.양주를 지나, 며칠 후 일행은 진주에 도착했다.진주성에는 연강이 흘러, 수로를 통해 곧바로 배를 타고 황성까지 갈 수 있었다.진주 선착장.유소영은 깜짝 놀랐다. 석심과 아민 일행이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아민은 유소영을 보자마자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쏟았다.“아씨!”이내 시선이 유설요에게로 옮겨 가자, 아민은 더없이 놀라워하며 기뻐했다.“큰아씨? 진짜 큰아씨세요? 살아 계셨군요!!”유설요는 아민에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 뒤에 선 석심을 비롯한 무리들을 바라보았다.“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신왕의 눈에 띄지 않을 거라 생각하느냐.”아민이 대답했다. “석심이 살펴봤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그동안 계속 숨어 있었고, 두 분께서 거의 다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선착장에 배를 수배한 거예요. 일단 두 분, 배에 먼저 오르시지요!”아민은 굳이 묻지 않았다. 부인은 어디 있냐고, 부인을 구하러 간 게 아니었냐고.유소영 역시 넋이 나간 상태라 석심과 아민이 어째서 여기 와 있는 건지, 세자의 안배인지에 대해

  • 부군의 형님   제762화

    유설요가 창가의 휘장을 걷어 올리자, 바깥의 햇살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그녀는 바깥을 바라보다 눈부신 빛에 두 눈을 가늘게 떴다.“우리는 모두 같아. 너무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었지.”“그런 사람을 갑자기 햇빛 아래로 끌어내면 죽고 말아.”유소영은 울며 말했다.“그런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가 믿을 것 같아요? 어머니는 분명 신왕에게 협박을 당한 거예요. 억지로 죽음에 몰린 거라고요!”유설요는 창가의 휘장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유소영을 바라보았다.“십몇 년 동안 신왕부에 갇혀 살았어. 원수 같은 사내에게 더럽혀졌고, 그 사내가 자신의 남편을 죽이고 딸과 갈라놓았어. 그런 처지에서 고모님께 살아갈 용기가 남아 있었겠느냐?” 유소영의 손바닥이 차갑게 식었다.유설요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유소영의 턱을 들어 올렸다.“너도 짐작했어야지. 그런 처지에 놓인 여인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뿐이었다는 걸.”유소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목이 메어 말했다.“하지만 어머니는 살아 계셨잖아요. 계속 살아 계셨는데...... 누군가 구해 주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거잖아요. 이제 내가 왔는데, 왜…… 왜 나와 함께 가 주지 않으신 거예요…….”“살아 계셨지!”유설요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녀 역시 순간 목이 메었다.“고모님께서 살아 계셨던 건…… 나 때문이었어!”유소영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설요는 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괴로워하며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고모님께서는 줄곧 자결하려 하셨어.”“그해에는 거의 성공할 뻔했지. 고모님께서는 이미 기력이 다해 약도 마시려 하지 않으셨고, 곧 돌아가실 참이었어.”“그런데 신왕이 나를 붙잡았지.”“내가 오라버니의 사건을 조사하다가 고모님의 귀걸이를 찾아냈을 때, 신왕이 나를 주목한 거야. 그리고 나를 양주로 끌고 와 내 목숨으로 고모님을 협박했지. 고모님이 죽으면 나도 함께 묻어버리겠다고.”“그래서 지난 세월 동안 고모님께서는 다시는 감히 자결하지 못하셨어.”유

  • 부군의 형님   제761화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유소영은 갑자기 엄청난 힘을 내어 현청을 뿌리쳤다,그러나 다음 순간, 현청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쳐서 기절시켰다…….현청은 왕부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었기에, 혼란을 틈타 유소영을 데리고 왕부를 빠져나왔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유소영이 깨어났다.현청은 침상 곁에 서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둘째 소저…….”그는 둘째 소저가 깨어나면 반드시 울고불고 난리를 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상황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둘째 소저는 몹시 침착했다.유소영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밥 있느냐. 배가 고프다.”현청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있습니다! 있습니다!”밥상이 차려지자, 유소영은 한 숟갈씩 밥을 먹기 시작했다.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아도 멈추지 않았다.현청은 곧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울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지도 않는 것이, 크게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것보다 더 심각했다.현청이 즉시 그녀를 말렸다.“둘째 소저! 그만 드십시오! 제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십시오!”유소영은 현청을 힘껏 밀쳐 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밥을 입에 쑤셔 넣으며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억지로 삼켰다.그녀의 눈빛은 멍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같았다.쾅!다급해진 현청이 끝내 상을 뒤엎었다.유소영은 여전히 멍하니 앉아 있었다.“밥은? 배가 고프다.”현청은 거의 그녀 앞에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둘째 소저, 정신 차리십시오! 이미 정해진 일이었습니다. 부인께서도 그 길을 택하실 수밖에 없었습니다…….”유소영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현청이 무겁게 숨을 들이켰다.“둘째 소저, 소저께는 아직 나으리도 계시고 세자도 계십니다. 무사히 황성으로 돌아가셔야지요. 저희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유소영은 고개를 저었다.“내 어머니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는데, 시신조차 남지 않게 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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