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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作者: 정대천
주서화는 곧장 화살을 신수빈 쪽으로 돌렸다. 이때 신수빈은 윤서원의 뒤편,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서서 한 손에 부채를 가만히 흔들며 주서화의 말을 듣고 크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줄곧 후부의 장부에 은전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후부의 수입이 누구 손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 내가 살림을 맡았을 때는 모두 내가 지참한 혼수로 메꿔야 했거든. 게다가, 후부의 살림을 맡겠다고 한 것도 네가 아니었느냐? 당시 어머님께 문안을 드릴 때, 태후 마마 곁에서 사무를 익혔다 했고 그분께서도 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했지. 그래서 나는 태후 마마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니 틀림없이 잘할 거라 여겨 살림권을 내준 것이다. 만약 네가 태후 마마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살림권을 너에게 넘기겠느냐? 한 번 둘러보거라. 경성은 물론 천하를 통틀어도 어느 집안에서 첩실이 살림을 맡는 법이 있더냐? 심지어 우리 신씨 집안처럼 상가 집안조차도 첩에게 살림을 맡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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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70화

    지금 이도현과 신수빈이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고도 어찌 측비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단 말인가!이도현의 곧게 다물린 입술과 말없이 신병호를 노려보는 시선만으로도, 마차 안의 공기가 금세 얼어붙는 듯했다.“본왕의 후실을… 언제부터 신 후작이 정해 주게 되었습니까?”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이 울렸다. 조금 전까지의 사람과는 전혀 다른 기색이었다.신병호는 숨이 턱 막힌 듯 굳어버렸고, 얼굴에는 난처한 빛이 스쳤다.신수빈은 입가를 살짝 올렸다. 비웃음이 어린 눈으로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그녀는 이도현의 분노를 달랠 생각도, 신병호의 말을 수습해 줄 마음도 없었다.자신은 아직 윤서원과의 문제도 끝내지 못했는데, 이 사람은 관아를 나오자마자 여기서 진하빈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결국 부녀의 정이라는 것도 가까운 쪽과 먼 쪽이 있는 법이었다.신 가로 향하는 길 내내, 마차 안에는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았다.신수빈은 차양 사이로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 중 하나는 불안하게 굳어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마차가 신 가에 도착하자마자, 신병호는 거의 도망치듯 먼저 내려 버렸다.신수빈도 치마를 들어 마차에 내리려는 순간, 이도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빈아, 할 말이 있다.”신수빈이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안에 들어가서 하면 안 됩니까?”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안에 들어가면 네 어머니를 마주치게 되겠지. 만약 그분까지 본왕에게 측비 이야기를 꺼낸다면, 본왕은 뭐라 답해야 하겠느냐?”그의 눈빛은 진지했다.“네 어머니는 네 아버지와는 다르다. 본왕은 너를 존중하고, 신 가 역시 존중한다. 너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오늘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 나와 다른 곳에서 잠시 이야기하겠느냐?”신수빈은 고개를 숙였다.내일이면 호국사로 떠난다. 그곳은 성 밖이라, 바쁜 그가 오가기에는 번거로운 거리였다.게다가 아이가 그의 손에 있는 이상, 자신은 언제나 불리한 입장이었다.결국 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9화

    신수빈은 못마땅한 눈길로 그를 한 번 흘겨보았다.“제가 싫다고 해도 이미 타셨잖아요. 설마 제가 여기서 왕야를 밀어내기라도 하겠습니까?”이도현은 살짝 흘겨보는 그녀의 눈매에 괜히 가슴이 달아올랐다.요즘은 서로 얼굴을 보는 날도 드물었다. 그는 매일 밤늦게까지 바빠서 따로 그녀를 찾을 틈조차 없었다.그래서 순간 마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다.그러자 옆에서 신병호의 꾸짖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빈아, 어찌 왕야께 그리 무례하게 말하느냐!”이도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그는 곧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신수빈을 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본왕과 부인은 원래 이렇습니다. 신 후작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신병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딸과 섭정왕 사이의 관계는 알고 있었지만, 사석에서까지 이 정도로 그녀를 봐줄 줄은 생각도 못했다.예전에 이도현이 남하했을 때, 그는 부친을 따라 그의 군영을 찾은 적이 있었다.그때의 이도현은 아직 젊었지만, 이미 온몸에 왕후장상의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신 가가 그를 도운 바 있었음에도, 발아래 무릎 꿇은 신 가 사람들을 향한 그의 얼굴은 끝까지 담담하기만 했다.그런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온화한 얼굴로 딸을 대하고 있다니.신병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그는 문득 또 다른 딸을 떠올렸다.진하빈은 지금 궁 안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분명 신분은 얻었지만, 깊숙한 궁궐 안에 갇혀 지내는 처지라 결국 세월만 허비하는 것은 아닐까.시간은 이미 꽤 흘렀고, 이제 신 가에서도 그 일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신병호는 집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진씨를 장안의 한 골목에 따로 머물게 하고, 늙은 유모 하나를 붙여 돌보게 했다.비록 탐욕스러운 성격을 가진 여인이었지만 그래도 한때 정을 나누었고, 두 아이까지 낳아 주었으니, 노년을 쓸쓸히 보내게 할 수는 없었다.며칠 전 찾아갔을 때,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8화

    한 사람이 말을 꺼내자, 다른 윤 가 어른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그 모습을 본 윤서원은 더는 모를 수가 없었기에, 붙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소리쳤다.“당신들, 도대체 신 가에서 얼마를 받았기에 이런 양심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신씨가 화이를 하겠다면, 그럴 만한 이유를 내놓으라 하세요! 못 내놓으면 그건 곧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뜻입니다!”그는 대청 안을 둘러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저는 화이하지 않을 겁니다! 신씨는 제 부인입니다! 이 생이 다할 때까지, 제 부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와 화이하겠다고요? 꿈도 꾸지 마세요!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윤서원은 아예 막무가내로 나섰다.신수빈이 그 일을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동시에 이도현이 어디까지 끼어들 수 있는지도 지켜보려 했다.만약 이도현이 나선다면, 훗날 신수빈과 다시 혼인하더라도 결코 떳떳할 수 없게 된다.세상이 그 일을 어떻게 떠들어댈지, 윤서원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평소 온화한 사람이었던 신병문도, 지금 윤서원의 말을 듣자마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남자가 첩을 들이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의 여동생을 다른 이의 침상으로 밀어 넣으려 했던 그 짓만큼은,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일이었다.신수빈 역시 윤서원의 뻔뻔함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그는 가문 사람들과 등을 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화이만은 하지 않으려 했다.할 말을 모두 쏟아낸 윤서원은 대청 안을 훑어보며 냉소를 흘렸다.대주 왕조의 법이 아무리 엄격하다 해도, 그가 끝까지 화이를 거부하는 이상 관아에서도 억지로 화이를 성립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신수빈은 여전히 윤 가의 며느리로 남게 된다.그는 대청 위에서 이 모든 일을 구경하듯 지켜보던 부윤에게 예를 올렸다.“일은 이미 밝혀졌으니, 더는 대인을 번거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신씨와의 화이 문제는 저희 집안일이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는 마지못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7화

    윤서원은 그 말을 듣고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빈아, 혼수를 기부하는 일은 우리 둘 사이의 오해였을 뿐이다. 이제 다 풀렸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어째서 어른들까지 부른 것이냐?”그는 일부러 다정한 기색을 담아 말했다.신수빈은 속에서 치미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신병문은 옆에 선 이도현을 힐끗 보았다.검고 깊은 그 눈 속에서 금방이라도 칼날 같은 기세가 튀어나올 듯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언가 드러날까 염려된 그는 재빨리 한 발 앞으로 나서 윤서원과 누이 사이를 가로막았다.신수빈은 그에게서 풍겨오는 역한 기운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두 걸음 물러선 뒤에야 겨우 숨이 트여, 차갑게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어른들을 모신 건, 당연히 우리 둘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죠.”윤서원은 이미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하고 있었다.그는 ‘그 사람’에게서 어떤 일이 있어도 신수빈을 윤 가에 붙잡아 두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더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더 있겠느냐? 내가 예전에는 어리석어서 첩을 들이고, 너에게 상처를 주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 깨달았고, 앞으로는 제대로 살아가려 한다. 너는 지난해 조산으로 우리 아이를 잃었으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빈아, 두려워할 것 없다. 앞으로 내가 반드시 아이를 다시 갖게 해, 그 상처를 메워주겠다.”신수빈은 이도현 발밑의 청석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그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비웃음을 흘렸다.가문의 체면과 자신의 명성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윤 가 안에서 벌어진 더러운 일들을 모조리 까발리고 싶었다.윤서원이 어떻게 그녀를 몇 번이나 다른 사람의 침상으로 밀어 넣으려 했는지, 그의 아버지라는 늙은 짐승이 어떻게 부귀영화를 위해 그녀를 넘보려 했는지.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세상은 남의 불행을 제멋대로 부풀리기 좋아하는 곳이었다.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6화

    신수빈의 말에 구경하던 백성들의 경멸과 수군거림은 더욱 거세졌다.“겉만 번지르르한 빈 껍데기였구먼. 그런 주제에 무슨 낯으로 호국부인과 함께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겐가? 내 보기엔 호국부인의 의로운 행동에 숟가락 얹어서 자기 명성이나 올리려는 수작 같네.”“그러게 말이야. 애초에 부인 친정이 예전만 못할 때, 경성 명문가 규수들은 제쳐 두고 항주까지 내려가 혼인을 청했다지 않나. 데려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무슨 군주와 얽혔다며? 처음부터 돈 보고 혼인한 게 뻔하지.”“그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소름 돋네… 부인이 조심하지 않았으면, 윤 가한테 진작 뼛속까지 뜯어먹혔을지도 모르지.”말이 이어질수록 대청 위에 선 윤서원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갔다.그는 부윤을 향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소리쳤다.“대인, 저들이 이 자리에서 함부로 떠들며 우리 윤 가를 모욕하는데도 그대로 두실 겁니까?”부윤이 막 경목을 내려쳐 백성들을 조용히 시키려던 순간, 이도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몸이 바르면 그림자도 곧은 법이거늘. 윤 대인,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이냐?”윤서원은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두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신씨와 이도현이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둘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따져 봐야 소용없기에, 그는 결국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오해였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그러고는 신수빈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다.그 순간, 이도현의 턱선이 미세하게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신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급할 것 없습니다. 오해는 풀렸으니, 이참에 다른 이야기도 하나 하고 가죠.”그녀가 손을 들어 보이자 군중 뒤편에서 장년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왔다.자세히 보니 신 가 부자였다.그들을 본 순간, 윤서원은 물론 이도현조차 눈에 띄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이도현은 평소처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신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와 오라비에게 예를 올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5화

    당시 신씨의 혼수는 십 리에 걸친 혼례 행렬로도 다 보여주지 못할 만큼 엄청났다.신씨는 집안의 유일한 적녀였다.혼사는 사실상 신씨 쪽에서 가져온 혼수와 다름없었기에, 경성 일대의 재산 대부분이 그대로 그녀의 것이 된 것이었다.그런 혼수를 망설임도 없이 내놓겠다고?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저 구경거리로 여겼는데, 신수빈의 말을 차츰 곱씹을수록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뜨거워짐을 느꼈다.장안을 위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군사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쓰겠다는 그 뜻.사람들은 문득 그녀가 성벽 위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자신이 죽으면 무고한 여인들을 풀어 주라 했고, 성 안의 모든 백성과 군사가 한마음으로 외적을 막아내야 한다고 외쳤던 그 목소리.호국부인은 언제나 천하를 품은 사람이었다. 그 기개와 도량은 평범한 사람이 감히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런데 자신들은 그녀를 다른 여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윤 가와 돈을 두고 다투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부끄럽군… 나는 호국부인께서 윤 가가 기울었다며, 일부러 혼수를 빼돌리려는 줄 알았네.”“이분이야말로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분이시지. 마음이 얼마나 깊으신지…”“윤 가 집안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썩어 있군. 자기 돈을 기부하겠다는데도 막아서고 말일세. 심지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조차 저렇게 대하다니… 뒤에서는 얼마나 더했겠는가?”“방금 말 못 들었나. 이미 따로 지낸 지 오래라더군. 병이 들어도 찾아오지 않았다면, 평소에는 얼마나 모질게 굴었겠나.”“저런 집안에 저런 분이 시집가다니… 정말 꽃이 거름더미에 꽂힌 격이네.”이 말들이 쏟아지는 동안, 대청 위에 선 윤서원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신수빈이 이토록 큰 결단을 내릴 줄은.혼수 전부를 아무 미련 없이 조정에 바친다니.게다가 처음부터 기부할 것이라 말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막아설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3화

    신수빈이 후부로 돌아왔을 때, 비는 이미 그쳐 있었고 하늘은 새벽빛을 띠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밖에 나갔던 사실을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시녀의 옷을 벗어 두고 인피면구를 거두어 들이려는 순간, 문밖에서 은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를 뵙습니다.”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안에 있는 신수빈이 듣기에는 충분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번졌다. 만약 그가 자신이 그를 속이고 움직였다는 사실을 안다면…?지금 침상으로 돌아가 눕기에는 이미 늦었다. 신수빈은 숨을 고르고 차라리 정면으로 나서기로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5화

    신수빈은 이도현을 배웅한 뒤,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등을 보이며 멀어질 때, 이도현은 무심한 듯 다시 한 번 그녀를 돌아보았다.그 순간, 발끝 아래에 묻은 진흙이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빈아.”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신수빈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왕야, 무슨 일이신가요?”이도현은 그녀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오늘 밤, 밖에 나간 적 있느냐?”“없습니다.”신수빈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이도현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52화

    윤수혁은 아무래도 평양후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붙잡아 두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미 취기가 오른 상태라 말을 탈 형편도 아니었다.“큰 오라버니, 제가 아주버님을 모셔다 드릴게요. 오라버지는 셋째 오라버니를 잘 보살펴 주세요.”신병문은 윤수혁을 한 번 바라본 뒤 말했다.“너는 먼저 돌아가거라. 잠시 후에 사람을 보내 수혁을 데려다주마.”신수빈은 윤수혁에게 물어볼 일이 있었다. 윤 가에 있을 때는 둘이 따로 만날 수 없었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큰 오라버니께서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4화

    신수빈은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거두었지만, 눈물은 차마 삼킬 수 없어서 그대로 떨어져 가슴을 적셨다.이도현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드러난 턱선과 굳게 다문 입가에서 불쾌감이 숨김없이 읽혔다.“네 마음속에서 본왕은 그렇게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더냐?”신수빈은 강제로 그의 눈을 마주 보게 되었다. 아까부터 이어진 불안한 기색 그대로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이도현은 더는 태후와 얽힌 그 모든 일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남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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