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내 남편은 키가 크고 잘생겼지만 빚을 갚을 돈이 없었다. 결혼한 지 5년 차에 나는 그를 위해 집도 팔고 차도 팔았다. 우리는 어둡고 습한 10평짜리 지하실에 비집고 살았다. 내가 임신했을 때 진찰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는 아기를 낳았다. 수술비를 충당하기 위해 나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씩 했는데 그러던 중 남편이 인플루언서에게 80억짜리 단독주택을 사준 것을 알게 되었고, 남편이 고아가 아니라 갑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View More육지운이 귀찮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징그러운 줄 몰랐다.그는 우선 우리 회사와 협력을 진행하며 나더러 이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지명했다.내가 프로젝트를 책임진 후 그는 또 갖은 트집을 잡으며 날 힘들게 했고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회의에서 그의 뺨을 때렸다. 그 결과 이튿날 나는 해고당했다.그 후 나는 다른 회사에 면접 보러 갔지만 다 거절당했다. 육지운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강이연, 내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면 넌 일할 필요도 없어. 네가 원하는 걸 난 다 줄 수 있거든.”그제야 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곁으로 돌아가도록 갖은 수단을 썼다는 것을 알았다.그 후로 나는 일하지 않고 집에서 휴식했다. 어차피 2억이 있으니 당분간 놀아도 생활하기엔 충분했다.어떤 수단도 먹히지 않자 육지운은 민준이를 찾았다.그는 마치 이제야 정신이 든 것처럼 좋은 아빠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민준이에게 비싼 장난감을 가득 사줬을뿐더러 매일 맛있는 식사를 하러 가며 아이가 평소에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을 사줬다.또 민준이가 있는 유치원에 마중하러 갔고 여러 활동에도 참가했다.많은 사람이 나를 설득했다.“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어요. 용서하고 개과천선할 기회를 한번 주세요.”그러나 나의 부모님은 육지운이 저지른 잘못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육지운이 민준이를 데리고 놀고 있어 나는 마침 시간이 많아졌다. 남자아이의 동년에는 아빠가 필요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날 밤 민준이가 나에게 물었다.“엄마, 아빠랑 재혼할 거예요?”나는 손에 든 책을 닫으며 물었다.“민준이는 엄마, 아빠가 재결합하길 원해?”뜻밖에도 민준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왜?”“항상 엄마를 화나게 해서 나도 이런 아빠가 싫어요.”민준이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나는 의아해졌고 그의 집착이 민준이에게 상처가 될 줄 몰랐다.그래서 나는 선을 보러 갔는데 맞선 상대는 마침 엄마의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으로서 내가 이혼한
“싫어.”나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거절할 줄 생각인지도 몰랐던 육지운은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화가 나서 다시 손을 번쩍 들었지만 이때 민준이가 달려와 그의 다리를 잡고 말했다.“나쁜 아빠, 나쁜 아빠, 엄마 때리지 마세요.”육지운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민준을 쳐다봤다.이 모습이 너무 무서웠던 나는 아예 민준을 품으로 끌어안았다.“민준아, 착하지. 괜찮아.”민준이는 아직도 눈물을 흘렸다.“난 이젠 아빠가 싫어요.”이 말에 자극을 받은 육지운은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강이연, 아들 교육 제대로 했네.”나는 머리를 쳐들어 그의 눈빛을 맞받아보며 말했다.“당신의 애인이 민준이를 괴롭혔어.”육지운은 나를 이기지 못하고 도윤지를 데리고 떠났다.이틀 후 변호사라는 사람이 나에게 연락했는데 육지운이 이혼에 동의했고 20억을 위자료로 줄 수 있지만 그 전제는 나중에 민준이 그의 재산 상속권이 없다는 협의서에 사인해야 한다고 했다.난 그저 2억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와 민준이는 그의 재산에 대해 갖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지나간 5년에 해당한 돈은 갚기 쉽지만 감정은 도저히 갚을 수 없었다.나도 다른 조건을 제기했다. 육지운이 관계를 끊는다는 합의서를 쓰며 나중에 죽든 병들든 민준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혀야 한다고 했다.돈을 원하지 않을뿐더러 부잣집과 관계를 두절하는 여자를 처음 만났는지 변호사는 내 부탁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나는 사람이라면 기개가 있어야 하고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탐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이혼 신청을 마무리한 후 나는 민준이의 이름을 바꾸면서 가족관계를 다시 정리했다.앞으로 육지운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나는 부모님 댁으로 다시 이사하며 일자리도 하나 구했다. 엄마가 민준이를 봐주니 나도 드디어 숨을 돌릴 기회가 생겼다.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던 나는 어느 날 동료로부터 인풀루언서 도윤지가 경찰에 잡혔다는 것을 들었다.그제야 나는 도윤지가 계약한 인플루언
민준이는 검사받으러 갔기 때문에 병실에 없었다.육지운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민준이는?”나는 그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여기서 나가. 민준이는 당신 같은 아빠가 필요 없어.”엘리베이터 문 앞에 오자 육지운은 나의 손을 뿌리쳤다.“강이연, 언제까지 소란피울 거야?”난 쌀쌀하게 그를 바라봤다.“이혼할 때까지.”최근에 민준이 수술할 때 나는 그에게 전화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구청에 가서 이혼절차를 밟자고 해도 그는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심지어 나는 이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육지운은 우스개를 들은 것처럼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강이연,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내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난 소설에서 나오는 바보스럽고 도도한 대표님이 아니니 이혼한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아. 예전에 내가 돈 많아진 모습을 환상했었잖아? 이젠 내가 돈이 많아졌는데 떠날 수 있겠어?”나는 피식 웃었다. 일반 부부라면 누가 돈 많은 생활을 꿈꿔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는 돈이 많이 부족했다.그러나 그는 내가 이런 생활을 꿈꾸는 게 돈이 많은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돈이 많은 사람을 보면 개가 뼈다귀를 본 것처럼 환장한다고 생각했다.나는 쌀쌀하게 웃었다.“육지운, 쓸모없는 생각은 하지 마. 난 당신 돈을 원한 적이 없어. 당장 나와 이혼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당신이 거지 행세를 한 일을 인터넷에 퍼뜨릴 거야.”부잣집의 이야기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십이다.기어코 이혼을 고집하는 나를 보고 육지운은 그제야 내가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미쳤어? 얼마나 많은 여자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고 자고 싶어 하는지 알아?”난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난 그저 이 사람이 내 사랑을 가질 자격도,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자격도 없다는 것만 안다.나는 마지막으로 독살스럽게 말했다.“아무리 많은 여자가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해도 난 아니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육지운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치다가 곧 다시 진정되었다.나는 그의 얼굴에서 내가 거짓말이 들킨 후 느끼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찾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없었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젯밤 너 갔었구나. 네가 가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그가 이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나는 따귀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나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한마디를 뱉었다.“우리 이혼하자.”육지운은 멍해졌다.“확실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내일 당장 구청에 가. 하지만 그 전에 너 나에게 2억을 줘야 해.”이 숫자를 들은 육지운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었다.“왜? 내 신분을 알고 나니 나한테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거야? 하지만 내 재력을 우습게 봤어. 2억은 나한테 너무 적은 돈이야.”내 마음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데 그는 뜻밖에도 내가 돈을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나는 숨을 들이쉬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내가 왜 너에게 2억을 요구했는지 알아? 그건 내가 집을 팔고 차를 판 돈이기 때문이야.”육지운이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함께한 후 그는 늘 돈이 없다고 울상을 지었고, 그래서 난 내가 모든 돈을 꺼내서 그에게 빚을 메워 줬는데 그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그때 그는 마음 편히 그 돈을 받았으니 지금 나도 이 돈을 마음 편히 달라고 했다.침묵하고 있는 동안 나와 그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육지운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윤지야, 왜 그래?”그는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다음 내용을 듣는 게 싫은듯했다.나는 눈물을 깨끗이 닦고 전화를 받았다.엄마가 걸어온 것인데 민준이가 심장병이 도져서 응급처치 중이라고 했다.내 얼굴의 핏기가 순식간에 깨끗이 사라졌다.육지운이 전화를 끊은 후 나는 황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육지운, 민준이가 응급실에 있어. 우리 지금 병원에 가야 해.”하지만 육지운이 내 손을 뿌리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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