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안희주 씨, 개인 신상정보를 전부 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하면 안희주 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아무도 찾지 못할 겁니다.” 잠깐 침묵하던 안희주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무도 절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이내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보름 정도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Lihat lebih banyak“희주야.”성서진이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면서도 안희주의 이름을 불렀다.성주환이 어두운 표정으로 옆을 지키고 있었다.“성서진, 오늘부터 열심히 일하면서 몸조리하는 데 집중해. 안희주 찾기만 해봐.”“쿨럭쿨럭.”성서진이 연신 기침하더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요?”“희주 내 와이프예요. 이혼 서류에 사인하지 않았으니 아직 부부예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나 용서해줄 거예요.”“사실 희주 마음 약한 사람이에요. 잘 달래기만 하면 용서해 줄 거예요.”“닥쳐.”성주환이 성서진의 말을 칼같이 잘라버리더니 안희주와 나눈 통화를 들려줬다.또렷한 말소리가 병실을 가득 메웠고 이내 성서진의 모든 자신감이 부서졌다. 녹음 파일은 끝났지만 방안은 여전히 조용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성서진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이건 가짜에요. 희주 찾으러 가야겠어요. 지금 당장 만나야겠다고요.”“가서 알려줄 거예요. 내게 여자는 희주밖에 없다고, 평생 사랑한 여자는 희주 밖에 없다고요.”성서진은 막무가내로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링거 바늘을 뽑아 던지며 허약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성주환은 말리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성서진은 몇 걸음 걸지 못하고 바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등에 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다시 터지면서 피가 새어 나왔다.성서진이 이를 악물고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걸어가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몇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성주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희들, 서진이 침대로 옮기고 몸조리 잘하게 지켜. 절대 나가지 못하게 해.”성주환이 이렇게 말하더니 입에 약을 털어넣었다. 성주환은 몸이 좋지 않았다. 산에서 노후 생활을 보낸 것도 사실 몸조리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나이에 다시 소환되어 뒤처리를 맡을 줄은 몰랐다.성주환은 성서진을 챙기고 바로 옆 병실에 누워 의사와 간호사의 검사를 받았다. 3일 후 성서진은 차도를 보이자마자 바로
“미안해요. 프러포즈는 못 받아주겠네요. 서진 씨 더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헤어져요.”꿈속에서 안희주는 성서진의 손을 뿌리치더니 점점 더 멀어져 갔다.“희주야, 아니야. 그러면 안 돼.”“내가 잘해줄게. 네가 좋아하는 연남동 찹쌀 도넛도 매일 매일 사줄게. 쥬얼리, 장신구, 부동산, 주식, 네가 원하는 건 다 줄게. 내 곁에 남아주면 안 돼?”성서진이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안희주는 고개를 돌리지도, 눈빛을 주지도 않았다. 미친 듯이 쫓아가 봐도 소용이 없었고 손에 들었던 결혼반지도 사라졌다.‘희주가 날 버리다니. 내 사랑을 버리다니.’“희주야. 희주야.”성서진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고 눈을 질끈 감은 채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잠에서 깨지 못하고 안희주의 이름만 연신 불러대는 성서진을 보고 성주환은 걱정이 앞서 한숨을 푹 내쉬더니 비서를 시켜 어렵게 안희주의 최신 연락처를 알아냈다.“여보세요? 희주야. 나다. 성서진 할아버지. 우리 결혼식 때 한번 봤지?”금방 손님을 들여보낸 안희주는 갑작스러운 전화에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 무슨 일 있어요? 만약 서진 씨와 재결합하라고 하실 생각이면 더 토론할 생각 없습니다.”한동안 성서진의 괴롭힘을 받지 않은 안희주는 성서진이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방법을 바꿔 성주환까지 소환하자 안희주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성주환은 다소 난감해 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했다.“희주야. 서진이가 잘못한 거 안다. 하지만 서진이 지금 많이 아파. 용서하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한번만 보러 와주면 안 되겠니? 이번 기회에 깔끔히 끝내는 것도 좋지 않겠어?”“걱정하지 마. 앞으로 더는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거야. 내가 이렇게 부탁하마.”수화기 너머에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죄송해요. 지금 잘 지내고 있고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돌아가면 다시 나올 수는 있나요? 성씨 가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큰 가문이지만 저는 일개 서민일뿐이에요.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성서진은 안희주를 함부로 말한 ‘친구’에게 복수하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구’들의 가문을 탄압했다. 그들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임유리는 복수만 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이용당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힘든 만큼 성서진도 똑같이 힘들게 해주고 싶었다.제보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계정 하나를 따로 판 임유리는 라이브를 켜고 찌라시를 전파하는가 하면 성서진과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들려줬다.겨우 이미지가 좋아졌던 주성 그룹은 다시 화두에 올랐고 성서진의 이미지에도 데미지가 갔다. 귀국해서 조사받아야 했던 성서진은 안희주를 찾는 걸 일단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회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내부에 배신자가 나오는 바람에 주성 그룹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많은 회사들이 성서진의 손에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주성 그룹이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진다 해도 큰 회사였으니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도 회사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성서진은 내외로 몰아치는 문제에 연속 3개월이나 제대로 쉬지 못했다.임유리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성서진이 구치소에 넣어버렸다. 위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확실히 주성그룹에 재무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140억 원의 벌금으로 끝냈다.하지만 주성 그룹도 많은 인원이 빠져나갔고 조사를 받는 동안 프로젝트를 많이 잃으면서 원기를 크게 다치고 말았다.성주환은 진작 회사 일에 손을 놓고 산에서 노후 생활을 보내다가 이번 일로 소환되고 말았다.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진 성서진을 보며 성주환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회사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성주환이 성서진을 따로 불렀다.쿵.지팡이를 힘껏 바닥으로 내리꽂은 성주환이 엄숙하게 말했다.“꿇어.”성서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꿇어앉았다. 어찌나 말랐는지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서진아,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내가 여러 번 말했지? 초심을 지켜야 한다고, 와이프 말 잘
한참 고민하던 성서진이 서툴게 사과했다.“희주야, 내가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다른 여자와 엮이면 안 되는 건데. 임유리 아이는 이미 지우라고 했고 내 옆에 얼씬도 못 하게 했어. 제발 부탁이야. 나 좀 용서해 줘.”“네가 하라는 건 뭐든 다할게. 그러니까 제발 나 버리지 마.”성서진이 간절하게 애원하는 동안 안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성서진의 말이 끝나자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용서해 줄게요.”예상 밖의 대답에 성서진은 순간 흥분했다.“정말?”성서진은 안희주의 말에 담긴 깊은 뜻을 캐치하지 못한 채 얼른 되물었다.“허.”안희주가 차갑게 웃었다.“원하던 대답 해줬잖아요? 무슨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용서해 줄게요.”“이제 만족해요? 만족했으면 그만해요.”용서했다는 말이 필요하다면 듣고 싶은 만큼 들려줄 수 있지만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산산이 부서진 거울은 아무리 이어 붙이려 해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할 말을 마친 안희주는 성서진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과감하게 전화를 끊었다. 안희주는 전에 사랑하지 않는다면 성서진이 눈앞에서 죽어버린다 해도 소용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성서진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희주야, 네가 좋아하는 찹쌀 도넛 사줄 테니까 나 용서해주면 안 돼?]성서진이 포기하지 않고 안희주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희주가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이제 찹쌀 도넛 안 좋아해요.]‘왜 안 좋아하는 거지?’성서진은 손이 떨려 핸드폰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왜 갑자기 사랑하지 않는 거지?’문자를 더 보내고 싶었지만 다시 차단된 상태였다. 용서했다는 안희주의 말을 듣고도 성서진의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안희주는 성서진이 원하는 게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이미 사랑하지 않기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받았기에 그랬던 것이다.성서진은 처음으로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안희주가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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