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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Author: 초향
생각에 잠겼던 하지율이 정기석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

정기석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평소에 일이 많아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별로 없어요. 실례지만...”

그는 멈칫했다가 다시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하지율입니다.”

“하지율 씨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시온이가 지율 씨네 집에 있을 땐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또 밥을 해주고 쉴 때 함께 놀아주면 돼요.”

정기석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시온이랑 놀이공원이나 캠핑 또는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도 되고요. 그 비용도 전부 따로 드리겠습니다.”

유소린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월급도 받으면서 여행도 간다고? 이런 좋은 일이 있다니.’

하지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온이가... 저랑 같이 살아야 하나요?”

정기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니면요? 설마 우리 집에서 지낼 생각이었나요? 전 괜찮지만 지율 씨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오해할까 봐 그러죠.”

정기석이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데 하지율이 무턱대고 정기석의 집에 들어간다면 남들이 뭐라 수군거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정기석의 아내도 남편이 그녀와 함께 지내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율은 잠시 생각한 다음 한마디 더 물었다.

“시온이의 엄마도 동의하셨나요?”

정기석은 몇 초간 침묵했다.

“시온이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요.”

하지율이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정기석은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정시온을 내려다보는 하지율의 눈빛에 연민이 더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제가 시온이를 데려간 후에 학대라도 할까 봐 걱정되지 않으세요?”

정기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엄청난 오만함과 횡포가 느껴졌다.

“저 정기석의 아들을 누가 감히 학대하겠어요?”

‘하긴.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아이를 학대했다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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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런 의사에게 당연히 좋은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단종건은 고지후를 바라보았다.“채아의 병은 내가 고칠 수 있다고 말했었잖아. 이런 무능한 의사의 말을 믿겠으면 날 찾아오지 마. 난 당신들 같은 거물들을 모실 수 없어.”단종건의 확신에 찬 태도에 원래 의심을 품고 있던 고지후도 어느 정도 믿음이 생겼다.이 기간에 그는 단종건의 배경을 조사해왔다. 그의 출신은 미스터리지만 의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불치병 환자들을 실제로 치료한 전력도 있었다.성격이 괴팍해 환자들에게 별의별 요구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하지율과 단종건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다른 환자들에게 한 요구에 비하면 임채아에게 한 것은 오히려 관대한 편이었다.고지후가 입을 열었다.“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이면 채아를 꼭 한의원에 데려가겠습니다.”단종건이 냉랭하게 말했다.“오늘 또 하루를 낭비했으니 하루 더 미뤄야 해. 그동안 밀린 분류 작업도 보충해야 해.”그는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임채아를 바라봤다.“내 앞에서 꾀병 부려봤자 소용없어.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계속 미뤄봐. 어차피 죽을 병 걸린 건 내가 아니고 조급해할 사람도 내가 아니야.”정신을 차린 임채아는 이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을 뻔했다.‘이 망할 늙다리가 날 일부러 괴롭히는 게 맞네.’단종건은 곧 병실을 떠났다. 하지율도 정시온의 손을 잡고 그와 함께 떠났다.병원을 나서자 단종건이 물었다.“임채아의 병을 조사하지 않았어?”“조사했어요.”하지율은 단종건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며 계속해서 말했다.“조사했지만 가짜 병력 보고서만 발견되었을 뿐이에요. 심 대표님도 임채아 씨의 실제 상황을 조사해내지 못했어요.”단종건이 고개를 끄덕였다.“배후에 고수가 있는 모양이군. 지율아, 임채아를 폭로하고 싶어?”하지율은 안전벨트를 매며 말했다“물론이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왜?”하지율은 시동을 걸었다.“너무 일찍 들통나면 고지후가 갑자기 이혼을 취소할까 봐요. 일단 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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