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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3화. 문밖의 목소리

ผู้เขียน: 6jay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8-25 23:37:45

서윤은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도진이 아이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크림색 카디건을 입은 여자가 문을 닫았다.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까지 들린 뒤에야 서윤은 방화문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계단을 어떻게 내려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발을 헛디딜 때마다 난간을 붙잡았다. 울음이 올라오기도 전에 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자꾸 헛구역질이 났다.

아빠.

아이의 목소리가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계속 따라왔다.

도진과 결혼한 지 7년이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라면 계산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이 첫 유산을 겪었을 무렵, 도진에게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병원 복도에서 서윤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

“괜찮아. 우리 둘이 살면 돼.”

그 말을 하던 남자에게 다른 아이가 있었다.

첫 번째 유산 뒤 도진은 한 달 동안 아침마다 죽을 끓였다. 서윤이 자신을 탓할 때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했다. 두 번째 유산 때는 담당 의사의 설명을 대신 메모하고, 아이 이야기는 앞으로 먼저 꺼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윤은 그 배려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다섯 살쯤이라면 첫 번째 병원 진료와 시기가 겹쳤다. 도진은 서윤과 초음파 사진을 보러 다니면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만들었을 수 있었다. 어쩌면 병원 주차장에서 누군가의 전화를 급히 끊던 날도, 지방 출장이 늘었던 해도 전부 이어져 있었을지 몰랐다.

병원 주차장에서 도진이 급히 끊었던 전화, 지방 출장이 늘었던 해, 새벽에 혼자 들어오던 날이 뒤죽박죽 떠올랐다. 어느 기억부터 사실과 맞춰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서윤은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지금 과거까지 한꺼번에 확인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서윤은 화단 옆 벤치에 몸을 굽히고 앉았다. 휴대전화 화면에 도진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경비 아저씨랑 얘기 중. 조금 늦어.]

거짓말은 놀랄 만큼 평범했다.

서윤은 메시지를 캡처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다만 지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1시 49분이었다. 서윤은 운동화를 신발장 깊숙이 넣고 원래 신고 있던 실내화를 현관 앞에 놓았다. 찬물로 얼굴을 씻은 뒤 작업실 의자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쓰다 만 문장이 떠 있었다.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서윤은 문장을 지웠다. 지금은 소설을 쓸 수 없었다.

0시 8분, 현관문이 열렸다.

“안 잤어?”

도진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들어왔다. 빈손이었다.

“응.”

“아직도 일해?”

“좀 남았어.”

“표정이 왜 그래?”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익숙한 손이 서윤의 이마에 닿으려 했다. 서윤은 물을 마시는 척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아파.”

“또 약 안 먹었지?”

“먹었어.”

“근데 왜 아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도진은 서윤의 의자 뒤에 서서 목덜미를 주무르려 했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서윤은 마우스를 쥔 채 말했다.

“손 씻었어?”

“아.”

그가 웃었다.

“그러네. 분리수거하고 바로 왔더니.”

서윤은 화면만 보았다.

“오래 걸렸네.”

“경비 아저씨 만났다고 했잖아. 깨진 병을 아무렇게나 버린 집이 있었대. 치우는 거 좀 도와줬어.”

설명이 전보다 길었다.

“어느 경비 아저씨?”

“왜?”

“그냥. 맨날 보는 분인가 해서.”

“103동 쪽 담당. 이름은 모르지.”

도진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미리 준비한 사람처럼.

그가 욕실로 들어간 뒤 서윤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욕실 문 너머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같은 샴푸 향이 곧 집 안에 퍼질 것이다. 도진은 침대에 누워 서윤의 자리를 데워 놓고 먼저 잠들 것이다.

그 모든 평범함이 갑자기 연기처럼 보였다.

도진은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먼저 들어갔다. 서윤은 새벽 두 시까지 작업실에 남았다. 원고는 한 줄도 나아가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을 때 도진은 이미 잠든 척 등을 돌리고 있었다. 휴대전화는 베개 밑에 들어가 있었다. 전에는 충전기에 꽂아 두고 욕실에 갈 때도 그대로 두던 사람이었다.

서윤은 손을 뻗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도 없었고, 잠든 사람의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휴대전화 하나에서 진실이 나오지 않더라도 오늘 본 장면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진의 등이 움직였다.

“아직 안 자?”

“응.”

“내일 유리 씨 오잖아. 오전엔 좀 쉬어.”

어둠 속에서 나온 이름에 서윤은 눈을 떴다.

“알았어.”

도진은 금세 다시 고른 숨을 쉬었다. 서윤은 천장을 보며 날이 밝을 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도진이 벗어 둔 후드 집업이 소파 팔걸이에 걸려 있었다. 서윤은 주머니를 뒤지지 않았다. 대신 소매에 붙은 작은 스티커를 바라보았다.

초록색 티라노사우루스였다.

다음 날 오전 열 시, 초인종이 울렸다.

“작가님, 저 왔어요.”

문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서윤의 손이 멈췄다.

어젯밤 1704호에서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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