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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Autor: 서담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21 03:52:18

신나는 전주가 흘러나오자 사라는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들었다.

“야, 다 일어나!”

“벌써?”

“뒤풀이 와서 앉아 있을 거야?”

빠른 비트가 룸 안을 가득 채웠다.

사라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노래를 시작했다. 작은 체구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한 소절이 지나기도 전에 친구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부도 운동화를 신은 발로 뛰어나왔다.

“나 오늘 결혼했어!”

“그러니까 놀아!”

사라가 신부의 손을 잡아당겼다.

둘이 마주 보고 춤을 추자 환호가 터졌다. 신랑까지 끌려 나왔고, 넓은 룸은 순식간에 작은 클럽처럼 변했다.

강수는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봤다.

긴 머리를 흔들며 노래하는 사라는 놀라울 만큼 노래를 잘했다. 높은 음에서도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유로웠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웃고, 춤추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던 사라가 강수를 발견했다.

“오빠!”

마이크를 든 채 손짓했다.

“왜 혼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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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162화

    병원에 오는 내내 사라는 말이 없었다.조수석에 앉아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캘린더를 열었다 닫았다.다시 날짜를 세었다가 화면을 껐다.신호에 걸린 차가 멈출 때마다 강수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평소 같으면 운전하는 강수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었을 사라였다.오늘은 조용했다.병원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접수를 하고 대기실에 앉자 사라의 다리가 작게 흔들렸다.강수가 그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움직임이 멎었다.사라가 옆을 봤다.“오빠.”“왜.”“아니면 어떡해?”강수는 가만히 바라봤다.“그럼 나오면 되지.”“그렇긴 한데.”잠시 후.“민사라 님.”이름이 불렸다.사라가 일어났다.두 걸음쯤 가다가 돌아왔다.강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같이 가.”“어.”진료실에 들어가 의사와 마주 앉았다.마지막 생리일.평소 주기.최근 증상.하나씩 대답할수록 사라의 손가락이 자꾸 꼬였다.강수는 옆에 앉아 거의 말하지 않았다.검사가 이어졌다.그리고 다시 의사 앞에 앉았을 때였다.모니터를 확인하던 의사가 웃었다.“축하드려요.”사라가 눈을 깜빡였다.“네?”“임신 맞으세요.”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사라가 멍하니 의사를 바라봤다.강수도 움직이지 않았다.“지금 크기로 보면…….”의사가 화면을 조금 더 살폈다.“8주 정도 됐네요.”사라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8주요?”“네.”“두 달?”“대략 그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사라가 강수를 돌아봤다.강수의 시선은 모니터에 박혀 있었다.미동도 없었다.“오빠.”그제야 강수가 사라를 봤다.사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임신했대.”“들었어.”“8주래.”“어.”대답은 평소처럼 짧았다.그런데 사라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라가 아래를 내려다봤다.자기 손을 완전히 감싸고 있는 커다란 손.그걸 한참 보다가 다시 제 배를 내려다봤다.아무것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그 안에 아이가 있다는 말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 불온한 정착   161화

    “나 이제 사무실 들어가 봐야 돼.”건물 앞에 도착한 사라가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말했다.서희가 아쉬운 얼굴을 했다.“조금만 더 놀다 가지.”“안 돼. 오전에 빠져나왔잖아.”“회장님이 뭐라고 해?”“회장님보다 정민 오빠가 뭐라고 하지.”서희가 웃었다.“그래. 가봐.”“너는?”“나도 집에 가려고.”사라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서희의 팔을 잡았다.“근데 너.”“응?”“아까 그 점쟁이 말 너무 신경 쓰지 마.”서희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사라는 그걸 못 본 척했다.“그냥 점이잖아.”“알아.”“차강수가 성질 더러운 건 맞고.”“야.”서희가 결국 웃었다.사라도 따라 웃었다.“가. 전화해.”“응.”서희가 차에 올라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사라는 몸을 돌렸다.회사까지는 걸어서 십 분 남짓이었다.몇 걸음 걷는데 문득 배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아픈 건 아니었다.그냥 조금 불편했다.사라가 무심코 배를 한번 문질렀다.그러다 걸음이 느려졌다.며칠째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음식.좋아하던 것조차 생각만 하면 당기지 않았다.아침에는 속도 묘하게 울렁거렸다.그리고 점집에서 자꾸 자기 배만 바라보던 여자.잘 지켜.“…….”사라가 걸음을 멈췄다.아니.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생리.마지막으로 언제 했지?사라가 눈을 깜빡였다.휴대전화를 열었다.캘린더를 넘겼다.이번 달.지난달.손가락이 멈췄다.“어?”다시 봤다.날짜를 하나씩 세었다.하나.둘.셋.입술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잠깐만.”잘못 센 것 같았다.처음부터 다시 셌다.이번에는 휴대전화 계산기까지 켰다.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예정일이 꽤 지나 있었다.사라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미쳤나 봐.”자기가 어떻게 이걸 잊고 있었지.원래 날짜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여행 다닐 때는 생활이 불규칙해서 며칠씩 밀린 적도 있었다.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입맛이 없어진 시기까지

  • 불온한 정착   160화

    사라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처음에는 재미있었다.성질이 독하다느니, 심성이 여리다느니.강수의 성격을 몇 마디로 제법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도 신기했다.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묘했다.마음 떠난 놈.인연이 아니다.착한 애가 상처받는다.셋이 얽혔다.넷이 된다.말은 전부 반 토막이었다.설명은 하지 않으면서 사람 속만 뒤집어놓았다.무엇보다 옆에 앉은 서희의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사라가 물었다.“그래서요?”여자가 눈을 들었다.“뭐가.”“아까부터 계속 안 좋은 말만 하잖아요.”“보이는 걸 말하는 거야.”“서희가 남편이랑 인연 아니라면서요.”“그래.”“왜 아닌데요?”“인연이라는 게 생년월일 몇 자 보고 설명되는 줄 알아?”사라의 미간이 구겨졌다.“그럼 왜 말했어요?”“사라야.”서희가 조용히 팔을 잡았다.“됐어.”사라가 서희를 돌아봤다.“뭐가 돼.”“그냥 점이잖아.”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이 아까와 달랐다.사라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기분이 더 나빠졌다.자기가 무슨 말을 듣는 건 상관없었다.팔자가 세다 해도 웃었을 거고, 평생 떠돈다고 해도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을 것이다.그런데 서희는 달랐다.혼자 오기 무섭다고 자기까지 끌고 온 애가 점점 말이 없어지고 있었다.사라가 다시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아까부터 왜 자꾸 내 배 봐요?”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뭐가 보이면 말을 해요.”“…….”“말하기 싫으면 쳐다보지도 말고.”서희가 이번에는 사라의 손등을 눌렀다.“야, 진짜 됐어.”“안 궁금해?”“궁금하지.”서희가 작게 웃었다.“근데 괜히 왔나 봐.”그 한마디면 충분했다.사라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어?”“가자고.”“사라야, 아직…….”“됐어. 나 기분 나빠.”여자가 사라를 올려다봤다.“성질 나온다.”“네. 저 성질 독하다면서요.”사라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그러니까 그냥 갈게요.”서희가 당황하다가 결국 따라 일어났다

  • 불온한 정착   159화

    “그래도 이것 좀 봐주세요.”서희는 결국 가방을 열었다.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작은 수첩을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펜으로 두 사람의 생년월일을 적었다.자기 것.그리고 강수의 것.사라는 옆에서 턱을 괸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너 진짜 제대로 보러 왔구나?”“왔으니까 봐야지.”“아까 다 들었잖아.”“그래도.”서희가 종이를 여자 앞으로 밀었다.“남편이랑 제 거예요.”여자는 내키지 않는 얼굴로 종이를 끌어왔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었다.서희의 것부터.그리고 강수의 생년월일에서 손이 멎었다.“남편이 몇 살이라고?”“서른일곱이요.”여자가 코웃음을 쳤다.“성질 더러운 놈 만났네.”사라가 저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서희가 팔꿈치로 사라의 옆구리를 찔렀다.“왜 웃어.”“아니야.”“너 웃었잖아.”“안 웃었어.”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었다.여자가 다시 종이를 내려다봤다.“이놈은 원래 말로 풀어내는 놈이 아니야.”사라의 웃음이 조금씩 사라졌다.“자기 속을 남한테 내놓지도 않고. 한번 결정하면 누가 옆에서 뭐라든 밀고 가.”서희가 조용히 들었다.“고집도 세고.”“맞아요.”“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끌어안고.”이번에는 사라가 눈을 내렸다.강수의 얼굴이 너무 쉽게 떠올랐다.말은 지독하게 없으면서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한 건 기억하는 남자.떠나겠다고 하면 붙잡으면서도, 결국 선택은 자기에게 남겨두던 남자.“근데 이놈이 한번 돌아서면 무섭겠네.”서희의 손가락이 멎었다.“무섭다고요?”“미련 때문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팔자가 아니야. 마음 가는 데 정하면 거기로 가.”여자가 두 사람의 생년월일을 나란히 놓았다.눈썹이 서서히 찌푸려졌다.한참 뒤 혀를 찼다.“쯧.”“왜요?”“인연이 이리 꼬이나.”서희의 표정이 굳었다.사라도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뭐가 꼬여요?”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종이만 한참 바라봤다.그러다 서희에게 눈을 돌렸다.“너

  • 불온한 정착   158화

    “왜요?”서희가 먼저 물었다.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얼굴에는 어느새 긴장이 어려 있었다.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기만 했다.서희.사라.다시 서희.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던 여자가 혀를 찼다.“한쪽은 마음에도 없는 놈 잡겠다고 애 언제 생기나 보러 왔고.”서희의 얼굴이 굳었다.“……네?”여자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사라에게 닿았다.“한 년은…….”말이 뚝 끊겼다.사라가 눈을 깜빡였다.“저는요?”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사라의 얼굴에서 목으로.그리고 더 아래로.배.시선이 그곳에 오래 머물렀다.사라도 덩달아 자기 배를 내려다봤다.“왜요?”아무것도 보일 리 없었다.평소와 똑같았다.사라가 손바닥으로 배를 한번 쓸어봤다.“제 배에 뭐 있어요?”여자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입술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됐어.”“뭐가 됐어요?”“말 안 해.”“아니,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사라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뭐가 보이는데요?”여자는 고개를 저었다.“때 되면 네가 알겠지.”“그게 언제인데요?”“민사라.”이번에는 서희가 사라의 팔을 잡았다.“가만히 좀 있어.”“궁금하잖아.”“나도 궁금해.”둘이 속닥거리자 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더니 이번에는 서희를 똑바로 바라봤다.“너.”서희가 자세를 바로 했다.“네.”“니들은 인연 아니야.”방 안이 조용해졌다.서희의 눈동자가 그대로 멎었다.“……저랑 남편이요?”“그래.”단호했다.서희가 당황한 듯 웃었다.“저희 결혼한 지 벌써…….”“결혼하면 다 인연이야?”서희의 입이 다물렸다.“붙어 산다고 다 제짝 되는 거 아니야.”조금 전 회장실에서 도시락을 받아 들던 강수의 얼굴이 떠올랐다.자신이 만든 음식을 받아주던 남편.머리를 쓰다듬고, 밥을 같이 먹고, 여전히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그런데.마음 떠난 놈.처음 들었던 말이 다시 귀를 때렸다.서희가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그럼…….

  • 불온한 정착   157화

    “여기가 어디야?”사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부터 올려다봤다.낡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수상하지도 않은 상가 건물이었다.서희는 대답 대신 사라의 팔짱을 끼었다.“일단 가자.”“그러니까 어딜 가는데.”“점집.”사라의 걸음이 뚝 멈췄다.“뭐?”“유명하대.”“갑자기?”“응.”서희가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나 이런 데 한 번도 안 와봤잖아. 혼자 가기는 좀 무섭고.”“그래서 날 빌린 거야?”“응.”“차강수한테?”“응.”사라가 기가 막힌 얼굴로 서희를 봤다가 결국 웃었다.“너 진짜 웃긴다.”그래도 돌아가지는 않았다.오히려 먼저 계단을 올랐다.“어디야?”“삼 층.”“근데 뭐 물어보려고?”그 질문에 서희의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그냥.”사라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며칠째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이 조금 처지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를 것도 없었다.삼 층 끝에 작은 문이 있었다.서희가 먼저 문을 열었다.향 냄새가 훅 끼쳤다.사라가 코끝을 찡그렸다.“냄새 세다.”“쉿.”“왜. 아직 아무것도 안 했잖아.”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방 안에 앉아 있던 중년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예약할 때 이름만 말했을 뿐이었다.서희가 조심스럽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들어와.”서희가 방석 앞으로 다가갔다.사라도 그 뒤를 따라갔다.그런데 둘이 채 앉기도 전이었다.여자의 시선이 서희에게 꽂혔다.미간이 깊게 좁혀졌다.“맘 떠난 놈 뭐 하려고?”서희의 움직임이 그대로 멎었다.사라도 눈을 깜빡였다.“네?”서희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서희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다.“잡으려고 왔어?”“아니…… 저 아직 아무 말도…….”“붙잡아 봐야 몸만 옆에 있지.”서희의 손끝이 천천히 굳었다.사라의 표정에서도 장난기가 사라졌다.“선생님.”서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 결혼했는데요.”“알아.”여자가 툭 잘랐다.“그러니까 하는 말이지.”잠시 정적이 내려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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