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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2 22:26:30

정착이라는 건 사라에게 어려운 말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도, 누군가의 곁에 계속 있는 것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으면 갔고, 떠나고 싶으면 떠났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은 잡지 않았다.

사람도, 장소도,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라는 정착이라는 말을 오래도록 자신과 가장 먼 곳에 두고 살았다.

반대로 강수에게 정착은 단순했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같은 집에서 사는 것.

그게 정착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번은 결혼했고.

그 결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잡아서는 안 되는 손을 잡았고, 돌아서야 할 순간에도 돌아서지 못했다.

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강수의 문제였고, 자신이 떠나지 않는 건 그저 재미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떠나도 자꾸 돌아왔다.

여행을 가도.

혼자 있고 싶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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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302

    정착이라는 건 사라에게 어려운 말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것도, 누군가의 곁에 계속 있는 것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으면 갔고, 떠나고 싶으면 떠났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은 잡지 않았다. 사람도, 장소도,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사라는 정착이라는 말을 오래도록 자신과 가장 먼 곳에 두고 살았다. 반대로 강수에게 정착은 단순했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같은 집에서 사는 것. 그게 정착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번은 결혼했고. 그 결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잡아서는 안 되는 손을 잡았고, 돌아서야 할 순간에도 돌아서지 못했다. 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강수의 문제였고, 자신이 떠나지 않는 건 그저 재미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떠나도 자꾸 돌아왔다. 여행을 가도. 혼자 있고 싶어도. 싸우고 화가 나서 등을 돌려도. 결국 다시 강수에게 돌아왔다. 둘은 그걸 깨닫기까지 많은 것을 지나왔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한번은 세상에 오기도 전에 떠나버린 작은 아이를 붙잡지 못했다. 그 상처들은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없어지지 않았다. 결혼했다고 지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둘은 잊지 않았다. 없었던 일로 만들지도 않았다. 그 모든 시간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병원 창밖으로 아침빛이 조금씩 들어왔다. 사라는 침대에 기대 앉아 제 품에 안긴 건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참 울었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오빠.” 옆에 앉아 있던 강수가 고개를 들었다. “왜.” “얘 진짜 작다.” “어.” “근데 무거워.” 강수가 바로 팔을 내밀었다. “줘.” 사라는 피식 웃었다. “말하자마자 가져가네.” “팔 아프다며.” “아프다는 말은 안 했거든?” 강수는 대답하지 않고 건이를 받

  • 불온한 정착   301

    아기 울음이 분만실 안을 가득 채웠다. 사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온몸의 힘이 빠져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고개만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건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의료진이 빠르게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사라의 눈은 그쪽만 쫓았다. “아기 건강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울음이 터졌다. 강수는 사라의 손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처럼 굳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이 붉었다. 사라가 강수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오빠.” “어.” “들었어?” “어.” “건이 건강하대.” 강수의 손가락이 사라의 손을 단단히 감쌌다. “들었어.” 잠시 뒤 아기가 사라에게 왔다. 작았다. 그런데 사라가 기억하고 있던 초음파 속 작은 형체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컸다. 붉어진 얼굴. 꽉 감은 눈. 작은 입을 벌려 힘껏 우는 모습. 사라는 아기를 보는 순간 다시 울었다. “아…….” 떨리는 손이 올라갔다. 혹시라도 아플까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머리를 만졌다. 따뜻했다. 진짜였다. 사진이 아니었다. 화면 속 작은 점도 아니었다. 자기 앞에서 숨 쉬고 울고 있었다. “건아.” 아기가 울었다. 사라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웃었다. “엄마야.” 강수가 고개를 숙였다. 사라는 아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 뜬금이를 확인했던 날이 떠올랐다. 심장소리를 들었던 날. 초음파 사진을 들고 둘이 자기들 거라고 했던 날. 그러다 너무 빨리 보내야 했던 날. 피가 흐르던 다리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했던 자신까지. 사라의 입술이 떨렸다. “건아.” 눈물이 아기의 얼굴에 떨어질까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렸다. 한참 울고서야 다시 바라봤다. “잘 돌아왔어.” 강수의 눈이 감겼다. 사라는 울면서도 계속 말했다. “오는 길 멀었지?” 작은 손이 움직였다. “엄마가 오래 기다렸

  • 불온한 정착   300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집에서 출발할 때보다 진통 간격이 눈에 띄게 짧아져 있었다.차가 응급 출입구 앞에 멈추자 강수가 먼저 내렸다. 미화가 출산 가방을 챙기는 사이 강수는 조수석 문을 열고 사라에게 팔을 내밀었다.“천천히.”“응.”사라가 한 발을 내딛다가 그대로 멈췄다.아랫배가 다시 단단하게 조여왔다.“아…… 잠깐.”강수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사라야.”“기다려. 지금…… 아파.”강수는 재촉하지 않았다.허리를 받친 채 사라가 숨을 고를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미화가 등을 천천히 쓸었다.“숨 쉬어. 급하게 하지 말고.”“엄마, 이거…… 생각보다 많이 아픈데?”“이제 시작이야.”사라가 눈을 크게 떴다.“이게 시작이라고?”미화가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났다.강수의 표정은 더 굳었다.진통이 조금 가라앉자 의료진이 준비한 휠체어에 사라가 앉았다. 곧바로 산부인과로 이동했고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강수는 사라의 손을 놓지 않았다.검사를 마친 의료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분만 진행이 빠릅니다.”강수의 눈이 의사에게 향했다.“얼마나 걸립니까.”“정확한 시간은 단정할 수 없지만 출산이 임박한 상태라 바로 분만실로 이동하겠습니다.”사라가 눈을 깜빡였다.“바로요?”“네. 아기 상태 확인하면서 진행할게요.”사라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집에서 양수가 터졌을 때까지도 실감이 덜 났다.병원에 오면 기다리고, 진통하고, 한참 뒤에야 낳는 줄 알았다.그런데 바로 분만실이라니.사라가 강수를 올려다봤다.“오빠.”“어.”“진짜 낳는대.”강수의 손이 사라의 머리를 한번 쓸었다.“알아.”“나 갑자기 무서운데.”그 말에 강수의 얼굴이 멈췄다.사라는 웬만한 일에는 겁먹지 않았다.아파도 웃었고, 무서운 일이 생겨도 먼저 부딪치는 여자였다.그런 사라가 무섭다고 했다.강수가 몸을 숙였다.“나 들어가.”“같이?”“어.”사라의 손이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끝까지 있어.”“있어.”“나 손 부러뜨려도 뭐

  • 불온한 정착   298

    9개월을 지나 이제 막 10개월째에 들어선 저녁이었다.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강수는 회사에 나가는 날을 줄이더니 결국 아예 르베르에서 일을 보기 시작했다.회장실에서 처리하던 보고는 정민이 직접 가져왔고, 사뇌파 쪽 급한 일은 덕배가 정리해 연락했다. 정말 강수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일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집에서 처리했다.사라는 처음 며칠은 어이가 없었다.“오빠, 나 내일 당장 애 낳는 거 아니야.”“몰라.”“뭘 몰라?”“언제 나올지.”그 말이면 끝이었다.미화까지 강수 편을 들었다.“막달에는 진짜 몰라. 갑자기 신호 오는 거야.”“엄마까지 왜 그래.”“그러니까 멀리 돌아다니지 마.”결국 사라는 보호자가 둘인 생활에 익숙해졌다.그날 저녁도 세 사람은 함께 식탁에 앉았다.미화가 끓인 된장찌개와 생선구이, 나물 몇 가지가 올라왔고 사라는 밥을 반쯤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배불러.”강수가 바로 봤다.“별로 안 먹었잖아.”“건이가 자리를 다 차지했어.”사라는 커다랗게 솟은 배를 손바닥으로 쓸었다.“엄마, 얘 진짜 많이 내려온 것 같지?”미화가 사라의 배를 살폈다.“조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즘 밑으로 묵직해.”강수의 젓가락이 멈췄다.“언제부터.”“며칠 됐어.”“왜 말 안 했어.”사라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봤다.“말했어.”“언제.”“어제도 말했고 그저께도 말했거든?”미화가 웃었다.“강수야, 사라가 매일 말했어.”강수는 입을 다물었다.사라가 피식 웃었다.“내 말 안 듣지?”“들었어.”“근데 왜 또 물어.”“확인한 거야.”“그래. 그렇게 하자.”저녁을 다 먹은 뒤 미화가 그릇을 모았다.사라가 바로 손을 뻗었다.“엄마, 내가 할게.”“놔둬.”“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어.”“애 키웠잖아.”사라가 멈칫했다.“뱃속에서?”“그게 제일 큰일이지.”사라는 웃으며 의자를 뒤로 밀었다.“그래도 그릇 정도는—”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사라의 표정이 이상하게 멈췄다.강수가 바

  • 불온한 정착   297

    미화가 르베르에 머물기 시작한 뒤 집의 아침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강수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 주방에는 이미 미화가 있었다. 사라는 그 옆에서 과일을 집어먹거나 식탁에 앉아 건이에게 아침부터 말을 걸었다.“오빠, 밥 먹고 가.”“먹었어.”“뭘 먹었는데?”“토스트.”미화가 바로 끼어들었다.“그게 밥이야?”강수가 현관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사라가 웃었다.“엄마, 잡아. 또 도망간다.”결국 강수는 식탁으로 돌아왔다.그렇게 셋이 아침을 먹었다.출근할 때도 사라와 미화가 함께 현관까지 나왔다.“다녀와.”“강수야, 점심 챙겨 먹어.”“네.”강수는 신발을 신다가 사라의 배를 한번 보고, 미화가 옆에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문을 나섰다.사라는 문이 닫히자 미화를 봤다.“엄마.”“왜?”“오빠 요즘 안심하고 출근하는 것 같지?”“내가 있어서?”“응.”미화는 대답 대신 웃었다.낮에는 둘이 밥을 먹고 장을 보기도 했다. 사라가 출산용품을 펼쳐놓으면 미화는 필요 없는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골라줬고, 건이가 움직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둘이 배에 손을 올렸다.그러던 어느 날 사라가 말했다.“엄마, 회사 가볼래?”“회사?”“응. 오빠 회사.”“내가 거길 왜 가.”“아들 회사 궁금하지 않아?”미화가 잠시 망설였다.사라는 이미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가자. 내가 구경시켜줄게.”“너 몸 무거운데.”“차 타고 가서 엘리베이터 타는데 뭐가 무거워.”결국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CH건설에 도착했다.회장실 문을 열자 강수가 먼저 사라의 배부터 봤다.그다음 미화를 봤다.“어떻게 왔어요?”“내가 데리고 왔어.”사라가 대답했다.“엄마한테 오빠 회사 보여주려고.”미화는 넓은 회장실을 천천히 둘러봤다.“여기서 일하는구나.”“네.”“생각보다 크네.”사라가 옆에서 웃었다.“엄마, 회장이잖아.”“회장인 건 알지.”미화의 시선이 책상 위 가족사진에서 멈췄다.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었다.사라와 강수.그리고 사라가 손

  • 불온한 정착   296

    사라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래. 우리 집인데.”미화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사라는 너무 당연하다는 얼굴이었고, 강수는 이미 트렁크에서 다음 짐을 꺼내고 있었다.“엄마 이제 여기서 손님 아니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냉장고 열어 먹고, 필요한 거 있으면 그냥 쓰고. 방도 엄마 마음대로 써.”“그래도 너희 신혼집인데.”“신혼여행도 갔다 왔는데 뭐.”사라가 배를 한번 받치며 웃었다.“그리고 우리 이제 둘이 아니잖아.”“그건 그렇지.”“엄마까지 왔으니까 넷이지.”미화의 눈이 사라의 배로 내려갔다.“건이까지?”“응. 나, 오빠, 엄마, 건이.”사라가 손가락까지 하나씩 접어가며 세자 미화가 웃었다.강수가 짐을 모두 꺼내고 트렁크를 닫았다.“올라가요.”“오빠, 나 하나 들게.”“됐어.”“가벼운 거.”“가.”“저 봉투 가볍잖아.”사라가 작은 보자기 가방을 집으려는 순간 강수가 먼저 들어 올렸다.사라의 손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나 임산부지 귀족 아니거든?”“알아.”“근데 왜 아무것도 못 들게 해?”미화가 사라의 팔짱을 꼈다.“그냥 둬. 들고 싶다잖아.”사라가 강수를 봤다.양손에 가방과 상자를 잔뜩 든 채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걷고 있었다.“엄마.”“응?”“저거 은근히 고집 세.”앞에서 강수의 목소리가 들렸다.“다 들려.”“들으라고 했어.”르베르 23층에 도착하자 사라는 미화를 데리고 먼저 2301호로 들어갔다.현관문이 열리자 미화가 천천히 안을 둘러봤다.몇 번 와본 집이었다.그런데 여행가방까지 가지고 들어오니 느낌이 달랐다.사라는 신발을 벗자마자 말했다.“엄마 방부터 보자.”“너 좀 앉아.”“나 안 힘들어.”“오는 내내 화장실 두 번 갔잖아.”“그건 건이가 방광을 눌러서 그래.”뒤따라 들어온 강수가 짐을 내려놓았다.“앉아.”사라가 돌아봤다.“둘이 똑같은 말 하지 마.”“앉으라고.”“싫은데?”강수는 말없이 사라를 봤다.사라도 마주 봤다.몇 초 지나지 않아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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