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해 볼까 해

너를 사랑해 볼까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By:  운몽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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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남자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여자. 기구한 운명마저 닮아버린 두 사람의 운명은 잔인하기만 하다. “나는 널 죽이러 온 권도윤이야.” 그런데 죽여야 하는 너를, 사랑해 볼까 해. 널 죽여야 하는 내 운명이 너무나 밉지만 나는 힘이 닿는 데까지 널 지킬 거야. 과연 내가 널 구할 수 있을까? 그전에, 널 사랑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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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안녕, 나의 수원아
안녕, 수원아오늘은 날씨가 꽤 춥다. 잘 지내고 있어? 아 참, 나야 도윤이. 권도윤.벌써 나 잊은 건 아니지? 우리 그래도 꽤 친했는데.편지로 적으려니까 나 너무 글씨를 못 써서 부끄러워.그건 그렇고...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수원아, 지금 보러 가려고.널 보자마자 이 편지를 전해 줄 예정이야.너는 언제나 그랬듯이 날 보고 환히 웃어 주겠지?보고싶다. 얼른 보러 갈게사랑해, 수원아 곧 보자.삐뚤빼뚤한 서툰 글씨체로 편지를 적어내려가던 남자가 "탁" 소리가 나게 펜을 책상 위에 내려두었다.역시나, 서툴게 편지를 접어버리곤 품 속에 소중히 간직했다.서둘러 집을 나선 그의 얼굴엔 어딘가 모르게 행복이 서려있었다.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행복은 어딘가 어색해보였다.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속절없이 맑은 하늘에 그는 환하게 웃어보였다."날씨 좋다!"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꽤나 가볍다.맑았다. 그날처럼.남자의 이름은 권도윤."쾅!" "와장창!" "쨍그랑!"파열음만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도윤의 삶은 까만 색종이 같았다.그 어떠한 빛도, 그 어떠한 색도 없는.구겨지고 찢겨도, 그에게는 버릴 사람조차 없었다."으흥흥, 들어와, 오늘 이 집에 우리 단 둘이야 자기."추하게 교태를 부리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어린 도윤은 도어락 조차 없는 낡은 집에서 오매불망 누군가를 기다렸다.하지만, 기다림의 끝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못했다.한글도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어린 도윤은 눈치보는 법 먼저 배워야 했으니까.도윤은 낮은 식탁 밑으로 부랴부랴 몸을 숨겨야 했다."정말이야? 그 전에 당신, 이런데서 사는 거였어?"여자의 목소리 뒤로 낮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 또한 들려왔다."꽤 고풍스럽게 굴기에, 얼마나 콧대높은 여잔지 했는데 말야"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자신에게 엉겨붙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왜, 그래서 실망이야? 내가 좋아서 여기까지 따라 들어온 것 아니었어?"남자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탐욕에 젖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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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행복이 깨질 때,
누군가에겐 야속했던 밤이 지나갔고, 속절없이 아침은 찾아왔다.모두에게 아침은 반가운 존재는 아님은 확실했다."철민 엄마! 철민 엄마! 일어났어? 안에 있지? 있는 것 다 알아! 문 좀 열어봐! 어휴, 못 살아 진짜!"오늘의 아침은 요란했다.문을 두드리는 손짓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철민 엄마! 나야, 옆집 형원 엄마! 얘기 좀 해요!"곧이어 재촉하는 목소리에 이윽고 문이 열렸다."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미처 말이 다 뱉어지기도 전에 끝나고 말았다."철민이 어딨어요 지금!!"다급했던 목소리는 곧 분노로 변하고 말았다."...네?""...뭐야, 반응이 왜 그래, 진짜 몰랐어?"누군가의 세상이 또 무너져 내렸다."형원 엄마, 정말 나 어쩜 좋아...형원 엄마한테 미안해서 어떡해. 미안해서 어떡하지 내가 진짜..."물기가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그 누군가의 행복이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당장 돌려 달란 건 아니고...천천히 갚아요...돈 빌려준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진짜 사람 나쁘게 만드는데 뭐 있어 철민 엄마는"간밤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 듯 하다."형원 엄마한테는 늘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해 어제 철민이가 형원이한테 빌려간 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아유! 그만 좀 울어! 철민이가 우리 형원이한테 빌려간 돈을 왜 당신이 미안해 해!""자식을 잘못 키운 내 잘못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형원 엄마""...아무튼, 철민이 찾게 되면 형원이 지갑도 좀 같이 돌려줘요. 우리 아들 첫 취업했을 때 내가 사 준 지갑이니까."대답도 미처 하지 못하고 눈물만 하염없이 닦아내는 몸뚱이 위로 떨어진 말은 꽤 가혹했다."철민이 그놈도 진짜 웃긴 놈이야, 친구도 없는 놈 착한 우리 형원이가 좀 놀아줬더니 주제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았네. 아까는 철민 엄마가 너무 울어서 내가 맘 좀 약해졌지만, 기간은 오래 못 줘. 알지?"아침부터 요란스러웠던 문은 이제서야 조용해졌다.칠이 다 벗겨진 대문부식된 외벽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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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행복 냄새
도윤이 눈을 떴을 때, 그의 세상에는 낯선 얼굴과 흐린 빛만이 가득했다.도윤은 놀란 것도 잠시, 이윽고 자신의 뺨에 처음 느껴지는 따스한 손길에 잠자코 있었다.이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오구 내새끼, 이제 일어난겨? 누굴 닮아 이리 예쁠꼬? '미연은 행여 깨질까, 조심스러운 손길로 도윤의 뺨을 소중하게 쓰다듬고 있었다.얼마나 쓰다듬었는지 차가웠던 도윤의 뺨은 어느새 사람의 온도를 만끽하고 있었다."할미~ 해 봐 응? 할미~ 내새끼 이름 좀 들어보자 할미가"도윤의 뺨에 사람의 손길보다 더 따뜻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아이구, 내새끼 왜 울어. 그 동안 많이 힘들었지? 응?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어."이제서야 겨우 3살의 아이로 살 수 있게 된 도윤은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할...할미, 도윤...나는 권도윤..."도윤은 광원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 때와 똑같은 감정, 몽글몽글한 햇살 같았다."아이구, 내새끼는 이름도 예쁘네! 내가 너 할머니야! 예쁜 내새끼!"겨우 정신을 차린 도윤에 미연은 크게 한시름 놨다.처음 만난 도윤의 몸상태는 너무 심각했다.아무리 아이라지만 지나치게 가벼웠고, 지나치게 망가졌다."미안해 내새끼, 도윤이, 할미가 미안해. 할미가 나빴어, 응? 용서해주라..."미연의 말은 어린 도윤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웠다.그렇게 둘은 서로 부둥켜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도윤은 안도의 눈물을, 미연은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속죄의 눈물을."내새끼, 배고프지? 얼른 밥 부터 먹자."정신을 잃은 도윤을 처음 봤을 때, 미연은 한참동안이나 그 어린 몸을 껴안고 넋이 나가 있었다.모두 다 본인의 잘못 같이 느껴졌다.어느덧, 아침에 나온 미연이 해가 져 뉘엿뉘엿 해 질때까지, 가만히 있던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어머, 또 내 정신 좀 봐. 이럴 시간이 어딨어 내가"언제 흘렀는지 모를 눈물이 미연의 웃옷을 푹 적신 채였다.마른 세수를 연거푸 하던 미연은 소중히 도윤을 다시 바르게 눕혀두곤 옷장으로 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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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겨울이 오고 있다.
"도윤아, 할미 왔다!"여느 때처럼 도윤이 뽀르르 달려나와 자신을 반겨주리라 믿던 미연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당황했다."할미!"늘 버선발로 달려나와 제 품에 쏙 안기는 도윤은 그대로였지만 바뀐 것이 있다.수명을 잃어 깜빡이던 형광등, 사용한지 오래되어 이 나간 식기류, 계절을 신경쓰지 않고 늘 같았던 얇팍했던 이불까지.전부 다 사라졌다.낡았던 것들이 치워지고, 모든 게 새롭고 예쁜 것들로 채워졌다."도윤아...이 할미가 꿈을 꾸고 있는거냐?""이거, 오늘 어떤 예쁜 누나가 와서 도윤이랑 같이 했어 할미!"민지임이 틀림 없었다."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또 울려...진짜..."민지에게 계속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미연은 마음 한 켠이 자꾸 아려왔다.아무래도 미연의 인생에는 귀인이 두 명이나 생긴 것 같다.하늘이 두 쪽이 나도 미연은 살아갈 수 있다.이 얼마나 감개무량한지 미연은 그렇게 또 도윤을 한참이나 끌어안고 있었다."자, 밥 먹자 내새끼"어느순간부터 미연과 도윤의 밥상은 제법 그럴 듯 했다.어느 날은 계란말이, 어느 날은 돈까스.벌이가 넉넉하진 않아도 최선을 다해 도윤을 먹이고 싶었다.사실 미연은 민지의 건물 청소 뿐만이 아니라 밤에는 산책겸 폐지까지 모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둘이 생활하기에 모자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았다.사랑하는 도윤을 위하고 싶어 돈을 벌다보니, 도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지만, 때로는 이 사실이 무척 미안했다.그래서인지, 시장에 다녀오게 되면 도윤에게 줄 간식은 하나씩 품에 안고 돌아왔다."할미 이건 뭐야? 처음 먹어 봐!""으응, 그건 핫도그라는 거야, 먹어 봐 내새끼. 할미가 사왔어.""할미, 이거 봐라?"핫도그를 미연에게 먼저 건네는 다정함을 배운 도윤은 갑자기 미연이 사준 스케치북을 당당히 펴 보였다.'임미연'너무나도 삐뚤빼뚤하게 적혀있어 어딘가 눈물 까지 나는 세 글자"할미 이름 맞지? 도윤이가 썼어!"제 이름도 쓸 줄 모르는 도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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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내가 세상에 남기고 만 것
도윤을 만난것이 미연에게 있어서 큰 행운임은 틀림없었지만, 미연은 이 행운만을 즐길 순 없었다.철민에 의해 민지의 건물로부터 나온 미연은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해서 찾아야 했고 이젠 아픈 몸을 꼭두새벽부터 이끌고 나가야만 했다.도윤을 입히고 먹여야 했다.어느새 미연의 옷장에는 미연의 옷보다 도윤의 옷이 더 많이 걸려 있었다.하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콜록, 콜록. 내가 감기를 조심하라 해놓곤 내가 감기에 걸린 모양이군."도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 한 미연은 새벽 아침식사 밥집으로 출근하기 위해 대문을 나섰다.대문은 아침부터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잠겼다.도윤을 위해 도어락을 설치한 미연이었다."할미 다녀올게."도윤에겐 닿지 않을 인사를 남긴 채 미연은 홀연히 떠났다.사실 미연은 도윤의 육아와 일의 병행,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로부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탓일까, 최근 들어 그녀는 잔병치례가 잦아졌다.원래도 좋지 않았던 허리는 악화되었고, 감기같은 질병은 달고 살았다.어느 날은 일어날 수 조차 없어 가만히 누워 자고 일어나니 옆에서 도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놨다.옆에 잠든 도윤의 얼굴은 누가 보아도 한참 운 사람의 것이었다."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 할미가..."그 날밤은 미연은 한참동안이나 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한다.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아침부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도윤은 일찍 눈을 떴다."도윤아, 안에 있어? 민지 누나야!"문 밖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도윤은 의심할 겨를도 없이 문부터 열었다."우리 도윤이! 잘 지내고 있었어?"제 품으로 와락 안기는 도윤에 민지 또한 함박 웃음을 지으며, 도윤의 눈곱을 다정스레 떼어주었다."할머니는?"열린 문틈으로 집 안을 빼꼼 살펴보던 민지는 미연을 찾았다."우리 할미 요즘 아파 누나"아까의 모습은 어디가고 풀이 잔뜩 죽은 도윤이 답했다."집에 약은 있어?"절레절레고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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