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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uthor: 서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0 18:03:35

강수가 액정 화면을 내려다보는 사이, 옆에 앉아 있던 사라의 휴대전화도 곧이어 울렸다.

[김서희]

― 사라야, 우리 남편도 거기 있지?

사라는 피식 웃으며 옆을 돌아봤다.

강수 역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왜.”

“서희가 회장님 거기 있냐는데요?”

“있다고 해.”

“말 안 해도 그럴 건데요.”

사라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 응ㅋㅋ 내 옆에 앉아 있어. 걱정 마. 내가 술 적당히 먹여서 보내줄게.

답장은 거의 즉시 돌아왔다.

― 우리 남편 술 세거든? 네 걱정이나 해ㅋㅋ 재밌게 놀아

사라가 화면을 강수에게 보여줬다.

“아내분께서 회장님 말고 제 걱정이나 하라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군.”

“저 진짜 술 세다니까.”

“아까부터 그 말을 제일 많이 하고 있어.”

“못 믿겠으면 끝까지 있어보시든가.”

사라는 보란 듯 소주잔을 비웠다.

강수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 뒤로 회식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

그 중심에는 단연 사라가 있었다.

입사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회장이 합석했다는 사실에 눈치를 보던 직원들도 사라가 끊임없이 말을 붙이고 술잔을 부딪치자 하나둘 긴장을 풀었다.

“자, 실장님도 한잔!”

“저 마시고 있습니다.”

“그건 술이 아니라 입술만 적시는 거잖아요.”

“민사라 씨.”

“왜 자꾸 이름만 불러요. 좋아해요?”

푸흡―

누군가 마시던 술을 뿜을 뻔했다.

한정민이 미간을 짚었고 사라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강수는 말없이 잔을 기울였다.

시끄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필요 이상의 말과 행동으로 제 시선을 끄는 사람을 귀찮아했다.

그런데 사라는 이상했다.

쉴 새 없이 웃고 떠드는데도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라가 웃으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눈이 갔다.

3년 동안 세계를 떠돌았다는 여자는 여행지에서 겪은 이야기도 많았다. 유럽에서 기차를 잘못 타 전혀 다른 도시까지 갔던 이야기부터 현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날이 밝았던 이야기까지.

“그럼 영어 잘하시겠네요?”

직원 하나가 묻자 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영어요? 그건 기본이고.”

“다른 것도 해요?”

“몇 개는요. 여행 다니다 보면 살아남으려고 늘어요.”

사라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 말을 듣던 강수의 시선이 잠시 깊어졌다.

그저 놀기 좋아하고 철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알수록 예상 밖의 구석이 계속 튀어나왔다.

그렇게 1차가 끝났을 무렵.

“2차 갑시다!”

누군가 외쳤고 사라가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찬성!”

한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분명 후회할 겁니다.”

“내일의 민사라가 알아서 하겠죠.”

결국 남은 사람들은 근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프라이빗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이 닫히자마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조명이 번쩍였다.

사라는 기다렸다는 듯 재킷부터 벗어 의자에 던졌다.

“이제 진짜 회식이지!”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자 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리듬을 탔다. 후렴이 나오면 마이크도 없이 따라 부르고, 직원들 사이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민사라 씨 진짜 잘 노네!”

“제가 놀려고 돈 버는 사람이에요!”

웃음이 터졌다.

강수는 소파 깊숙이 앉아 술잔을 든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사라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췄고, 웃고 싶으면 소리 내 웃었다.

자신과는 정반대였다.

평생 수많은 사람의 눈치를 읽으며 살아온 강수에게 저렇게 제 감정에 솔직한 인간은 낯설었다.

몇 곡이 지나고 사라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자 직원 하나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사라 씨도 한 곡 해요!”

“저요?”

“아까부터 남의 노래만 따라 불렀잖아요. 한 곡 제대로!”

“그래! 신입사원 신고식!”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다.

사라는 빼지도 않았다.

“콜.”

곧장 마이크를 받아 들었다.

“뭐 부르지?”

리모컨으로 화면을 넘기던 손이 어느 순간 멈췄다.

사라가 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곡명이 떠올랐다.

장윤정 - 초혼

직원 하나가 의외라는 듯 웃었다.

“오, 트로트?”

“왜요. 저 이런 것도 좋아해요.”

사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 앞에 섰다.

조금 전까지 춤을 추며 정신없이 웃던 얼굴 그대로였다.

그러나 전주가 시작되는 순간.

사라의 표정이 달라졌다.

강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했다.

첫 소절이 시작됐다.

그리고—

룸 안을 채우고 있던 웃음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가늘고 맑을 거라고 예상했던 목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억지로 감정을 짜내지도 않았고, 기교를 과하게 부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담담하게 이어지는 음 하나하나에 묘하게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정신없이 웃고 떠들던 여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라는 화면만 바라보며 노래했다.

높은 음으로 올라갈수록 작은 체구에서 뻗어 나오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한정민도 술잔을 내려놓았다.

직원들 역시 장난을 멈추고 사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강수는—

처음으로 민사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웃지도 않고, 장난치지도 않는 얼굴.

노래 하나에 완전히 빠져든 사라의 옆모습이 낯설었다.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노래가 끝났다.

몇 초 동안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룸 안이 떠나갈 듯 박수가 터졌다.

“와! 미쳤다!”

“사라 씨, 가수 아니야?”

“뭐야, 왜 이렇게 잘해!”

사라는 그제야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 활짝 웃었다.

“저 좀 하죠?”

그리고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직원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강수만 웃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방금 들은 그 노래가—

이상하리만큼 오래 귀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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