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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or: 서담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10 17:32:54

사라는 순간적으로 주변을 훑었다.

비서실 직원들의 시선이 자신과 강수에게 동시에 꽂혀 있었다. 여기서 며칠 전 술 취한 서희를 집까지 데려다줬다가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귀가했다는 사실까지 줄줄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친구의 남편이기 전에 이 회사의 회장이었다.

사라는 곧바로 생긋 웃었다.

“회사에서는 처음 뵙습니다, 회장님.”

능청스러운 대답이었다.

강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작은 머리로 상황 판단은 제법 빠른 모양이었다.

“그렇군.”

짧은 한마디를 남긴 강수가 그대로 회장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사라는 그제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한정민이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회장님하고 아는 사이입니까?”

“제 친구 남편이에요.”

“……회장님이요?”

“네.”

사라에게는 너무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한정민에게는 아닌 듯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인 친분은 회사에서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다행이군요.”

“근데 실장님.”

“네.”

“원래 말투가 그렇게 딱딱해요?”

한정민이 처음으로 말을 잃었다.

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날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사라가 맡은 일은 회장 일정 보조와 회의 자료 정리, 방문객 응대, 비서실 공통 업무였다.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다 대기업 비서실에 앉아 있는 모습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일머리는 빨랐다.

한 번 설명한 업무는 곧잘 기억했고 모르는 것은 바로 물었다.

눈치까지 빨랐다.

문제라면 입이었다.

“실장님, 회장님 오늘 회의 몇 개예요?”

“다섯 개입니다.”

“와, 저렇게 살면 안 답답한가.”

“민사라 씨.”

“네. 일할게요.”

입은 쉬지 않으면서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회장실 유리 너머에서 강수가 몇 번이나 바라봤다는 사실을 사라는 몰랐다.

오전 회의 자료를 들고 처음 회장실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장님, 열한 시 회의 자료입니다.”

어젯밤의 장난스러운 말투는 흔적도 없었다.

서류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사라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강수가 서류보다 사라를 먼저 봤다.

며칠 전 짧은 치마를 입고 제 차 안에서 자신을 아저씨라 놀리던 여자와 동일인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제법 멀쩡한 비서였다.

“회사에서는 얌전하군.”

사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월급 주시잖아요.”

강수의 손이 멈췄다.

사라는 해맑게 웃었다.

“돈 받으면 말 잘 들어요, 저.”

그리고 다시 공손하게 인사한 뒤 회장실을 나갔다.

닫힌 문을 바라보던 강수의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이상한 여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눈에 밟혔다.

금요일 저녁.

비서실 사람들은 회사 근처 고깃집 한쪽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사라의 입사를 축하하는 환영 회식이었다.

“민사라 씨, 입사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라는 소주잔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며칠 만에 이미 비서실 사람들과 제법 가까워져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붙이는 성격 덕분이었다.

반면 한정민은 맞은편에서 고기를 뒤집으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마시세요.”

“실장님, 회식에서도 잔소리해요?”

“내일 숙취로 죽겠다는 연락 받고 싶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저 술 세요.”

“그 말 하는 사람이 제일 먼저 취합니다.”

“내기할래요?”

옆자리에서 웃음이 터졌다.

딱딱하던 비서실 분위기도 사라가 들어온 뒤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때 고깃집 문이 열렸다.

시끄럽던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잦아들었다.

사라가 소주잔을 든 채 고개를 돌렸다.

검은 셔츠 위에 재킷을 걸친 강수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비서실 직원들이 익숙하게 인사했다.

“회장님!”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회장님도 회식 와요?”

한정민이 낮게 말했다.

“가끔 들르십니다.”

강수는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비어 있는 자리를 한 번 훑었다.

남은 자리는 단 하나.

사라의 바로 옆이었다.

강수가 아무 말 없이 의자를 빼 앉았다.

사라가 슬쩍 옆을 바라봤다.

회사에서 보던 회장 차강수와는 조금 달랐다. 넥타이가 없는 셔츠 차림에 소매까지 살짝 걷혀 있어 훨씬 거칠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사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회장님.”

“왜.”

“설마 저 감시하러 왔어요?”

강수가 그녀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왜. 찔리는 거 있나?”

“아뇨.”

사라가 소주병을 집어 들며 눈을 휘어 웃었다.

“그럼 회장님도 한잔하시죠.”

강수가 말없이 잔을 내밀었다.

쪼르륵―

술이 채워졌다.

사라는 자신의 잔도 채운 뒤 그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

“제 취업을 축하하며.”

강수가 피식 웃었다.

“네 회사냐?”

“오늘부터는 제 회사죠. 월급만 안 밀리면 오래 다닐 수도 있어요.”

오래.

강수의 시선이 잠시 사라에게 머물렀다.

어디에도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고 들었던 여자였다.

그날 밤.

강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민사라가 처음으로 오래 머물게 될 곳이 CH건설도, 이 도시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회식이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우우웅―

강수의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액정 화면에 떠오른 이름.

[김서희]

강수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 여보, 우리 남편도 거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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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14화

    새벽 두 시가 넘어가자 넓은 집 안은 완전히 고요해졌다.거실에 남아 있던 술병과 접시는 이미 치워진 뒤였고, 서희가 내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사라는 손님방 침대에 엎어진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낮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 저녁 내내 술까지 마신 탓인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든 참이었다.그렇게 모두가 잠든 줄 알았던 시간.끼익―고요한 안방에서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하흣…….”서희가 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 위로 흩어지고 가쁜 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바로 곁에 있는 강수의 넓은 어깨를 붙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끼익, 끼익―침대가 다시 낮게 울었다.“오빠…….” “왜.”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강수의 낮은 목소리와 달리 서희의 목소리는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서희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살살해줘…… 집에 사라 있어.”강수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자잖아.”“그래도…… 하, 들으면 어떡해.”“방 멀어.” “오빠는 진짜…….”서희가 민망한 듯 그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그러나 강수는 그런 서희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겼고, 금세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다시 사라졌다.결혼한 뒤에도 강수와 서희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오히려 좋은 편이었다.강수에게 서희는 자신이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여자였다. 피와 폭력이 당연했던 사뇌파의 보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웃어주고, 얼굴의 흉터를 보고도 무서워하기보다 아프지 않았느냐고 먼저 물었던 여자. 처음에는 그 부드러움이 낯설었고, 나중에는 그 따뜻함을 놓치고 싶지 않아 결혼했다.서희 역시 그런 강수를 사랑했다.

  • 불온한 정착   13화

    시간이 꽤 늦었는데도 사라는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소파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 서희가 깎아준 과일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술도 제법 마셨다.평소라면 취기가 오를수록 더 시끄러워졌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얌전했다.물론 사라 기준에서였다.“아저씨.”“왜.”“저거 재미없죠?”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수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네가 보자며.”“제가 재미있다고는 안 했잖아요.”“그럼 왜 틀었어.”“혹시 재미있을까 봐.”강수가 어이없다는 듯 사라를 바라봤다.서희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사라 원래 저래. 영화도 예고편 보고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해놓고 끝까지 봐.”“중간에 재미있어질 수도 있잖아.”“그래서 재미있어진 적 있어?”“없어.”너무 당당한 대답에 서희가 다시 웃었다.사라도 따라 웃었다.잘 먹고, 잘 떠들고, 잘 웃었다.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은 전부 잊은 사람처럼.하지만 강수는 이제 그 웃음을 전부 같은 것으로 보지 않았다.술잔이 비었는데도 한참 동안 다시 채우지 않는 손.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 확인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모습.그리고 가끔 대화가 끊어질 때면 멍하니 허공에 머무는 시선.그럴 때마다 사라는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다시 웃었다.밤 열한 시가 가까워졌다.서희가 시간을 확인했다.“사라야, 늦었는데 내가 택시 불러줄까?”“응?”사라가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평소 같으면 벌써 일어나 가방부터 챙겼을 시간이었다.어디서든 잘 놀았고, 떠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일어나는 게 민사라였다.그런 사라가 오늘은 이상하게 꾸물거렸다.쿠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던 사라가 서희를 올려다봤다.“서희야.”“응.”잠깐 망설였다.아주 잠깐.“나 오늘 자고 가도 돼?”서희의 얼굴에서 웃음이 멈췄다.강수의 시선도 사라에게 향했다.사라는 두 사람의 반응을 보더니 금세 능청스럽게 웃었다.“왜 그렇게 봐? 싫으면 간다?”“아니.”

  • 불온한 정착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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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11화

    사라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입술이 몇 번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결국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죄송해요.”재희는 눈물을 닦지도 않았다.사라는 고개를 숙인 뒤 상철을 바라봤다.혹시 한 번쯤은 자신을 봐주지 않을까.그런 기대가 아직 남아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하지만 상철의 시선은 끝까지 아들의 사진에만 머물러 있었다.사라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갈게, 오빠.”서후에게 작은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붙잡는 사람은 없었다.추모공원을 빠져나올 때까지 사라는 울지 않았다.그날 오후.“오빠, 오늘 저녁에 사라 부르자.”외출 준비를 하던 강수가 서희를 돌아봤다.“민사라?”“응. 셋이 같이 밥 먹자.”“갑자기?”“친구랑 밥 먹는데 이유가 있어야 돼?”서희가 웃으며 강수의 팔을 잡았다.“같이 장 보러 가자. 사라 좋아하는 거 해주게.”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집 근처 대형마트였다.카트를 미는 건 강수였고, 그 안을 채우는 건 대부분 서희였다.“고기는 이거.”고기 한 팩.“새우도 좋아하고.”새우 한 팩.“버섯도.”강수가 어느새 절반 가까이 찬 카트를 내려다봤다.“다 민사라 먹일 거냐?”“응.”“너보다 많이 먹겠는데.”“사라 진짜 잘 먹어. 몸만 작지.”서희가 웃으며 다시 채소를 골랐다.오늘이 무슨 날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민서후의 기일.오랜 친구인 만큼 사라의 과거도 알고 있었다.어린 시절 여러 번 입양과 파양을 반복했다는 것.일곱 살에 서후의 집으로 입양되어 그곳을 진짜 가족이라고 믿었다는 것.그리고 서후가 죽은 뒤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것도.그래서 오늘만큼은 사라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그 이야기를 강수에게 할 생각은 없었다.사라의 상처였다.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대신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술도 사자.”서희가 주류 코너로 방향을 틀자 강수가 카트를 세웠다.“또 마시려고?”“사라 오는데 술이 빠지면 섭섭하지.”“둘 다 적당히 마

  • 불온한 정착   10화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사라는 창밖을 바라보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아까 스팸이라고 둘러댄 전화. 받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잠시 후 짧은 진동과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장재희]― 오늘은 오지 마. 서후도 네가 오는 거 원하지 않을 테니까.화면을 바라보던 사라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아주 잠깐이었다.곧 휴대전화를 뒤집어 무릎 위에 내려놓자 옆에 앉은 강수가 낮게 물었다.“왜.”“뭐가요?”“표정.”사라는 금세 입꼬리를 올렸다.“배고파서 그래요.”앞에 앉은 정민이 돌아봤다.“민사라 씨, 조금 전에 밥 두 공기 먹었습니다.”“실장님은 눈치가 없어.”“거짓말을 좀 그럴듯하게 하십시오.”“한창 클 때잖아요.”“스물넷입니다.”사라가 정민의 뒤통수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평소의 민사라였다.강수도 더는 묻지 않았다. 다만 휴대전화를 쥔 작은 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만 눈에 담았다.다음 날 아침.휴일인데도 사라는 일찍 눈을 떴다.화려한 옷들로 가득한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단정한 검은색 원피스를 꺼냈다. 옅게 화장을 마친 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잘 웃는 민사라.아무렇지 않은 민사라.“됐어.”집을 나선 사라는 꽃집에서 흰 국화를 사고 작은 케이크 하나를 샀다.매년 똑같았다.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는 것도.그래도 가는 것도.추모공원에 도착한 사라는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그리고 한 자리 앞에 멈춰 섰다.민서후.사진 속 젊은 남자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사라는 흰 국화와 케이크를 내려놓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오빠.”손끝으로 사진을 살며시 쓸었다.“나 왔어.”대답이 돌아올 리 없는데도 사라는 익숙하게 말을 이어갔다.“엄마는 또 오지 말래. 나 진짜 미움 많이 받지?”피식 웃은 사라가 무릎을 끌어안았다.“그래도 나 약속 지키고 있어.”스무 살이 되면 함께 떠나기로 했었다.둘이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살자고.서후는 떠나지 못했지만 사라는 떠났다.

  • 불온한 정착   9화

    사라의 얼굴에서 아주 잠깐 웃음이 사라졌다.언제나 장난기부터 떠오르던 눈동자가 아래로 떨어지고, 입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스쳤다.고작 몇 초.정민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하지만 강수는 봤다.그리고 사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여행 갈 돈 떨어져서요.”밝은 목소리였다.“3년이나 돌아다녔더니 통장이 텅텅 비었어요. 다시 벌어야 또 떠나죠.”옆에 있던 정민이 헛웃음을 흘렸다.“그래서 취업을 했다고요?”“돈 없으면 벌어야죠. 실장님은 돈 많아요?”“적어도 민사라 씨처럼 여행으로 탕진하진 않습니다.”“그게 얼마나 재밌는데.”사라는 태연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가슴에 끌어안았다.“아무튼 CH건설 월급 괜찮더라고요. 열심히 모아서 또 떠날 거예요.”“언제.”강수의 질문에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뭐가요?”“언제 다시 떠날 거냐고.”“글쎄요.”사라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했다.“돈 모이면?”가벼운 대답이었다.그런데 강수는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왜 그런지는 자신도 몰랐다.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원이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더구나 사라는 서희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던 여자였다.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사람.마음이 가는 곳이 생기면 떠났고, 싫증이 나면 또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정착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여자.그게 민사라였다.“회장님.”“왜.”“표정 왜 그래요?”사라가 고개를 기울였다.“제가 벌써 퇴사한다고 할까 봐 걱정돼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맞네.”“민사라.”“네, 회장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사라는 능청스럽게 허리를 숙였다.정민이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두 분 회사에서도 이러시면 제가 먼저 퇴사하겠습니다.”“실장님 돈 많다면서요. 퇴사해요.”“제가 언제 돈 많다고 했습니까?”“그럼 같이 다녀요. 제가 여행 코스 짜드릴게.”“싫습니다.”“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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