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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1 03:49:56

사라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자리에 앉아 다시 일을 시작했다.

불과 조금 전까지 법무법인 대표비서와 복도가 울리도록 싸웠다.

자기 실수라는 걸 확인하고도 끝까지 뻔뻔하게 나오는 남자에게 몇 마디를 더 쏟아내던 사라는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말이 안 통하는 인간에게 더 감정을 쓰는 게 아깝다는 듯.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적어도 정민을 제외한 사람들은.

탁탁탁.

한동안 키보드를 두드리던 사라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시 외출이요.”

정민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어디 갑니까?”

“잠깐요.”

“업무입니까?”

“아니요.”

사라는 가방을 챙겼다.

“금방 올게요.”

“사라 씨.”

대답도 없이 손만 흔들며 나가버렸다.

정민은 닫힌 문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저렇게 조용히 나가는 게 더 불안했다.

그리고 삼십 분쯤 뒤.

사라가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

“간식이요.”

빵이며 쿠키, 샌드위치에 음료까지 바리바리 사 왔다.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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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외전 12

    강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침대에 엎드려 있던 사라가 몸을 일으켰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서희랑 연락해?” 강수의 시선이 바로 사라에게 향했다. “아니.” 대답은 즉시 나왔다. “근데 전화가 와?” “지금 처음.” 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질투라기보다는 의아함이 먼저였다. 백화점에서 헤어진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다. 그때까지 서희와 강수가 따로 연락하는 사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강수가 휴대전화로 시선을 돌렸다. “왜 전화했어.”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했다. ― 그냥. 강수의 표정이 더 무심해졌다. “끊는다.” ― 잠깐만. “왜.” ― 목소리 듣고 싶었어. 사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조용한 침실이라 상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강수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김서희.”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 불온한 정착   외전 11

    밤이 깊어진 르베르는 조용했다. 건이는 제 방에서 잠들었고, 진이도 몇 번을 칭얼거리다 겨우 깊은 잠에 빠졌다. 거실까지 불이 모두 꺼진 집에서 안방 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사라는 흐트러진 이불 위에서 강수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맞닿은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거친 숨이 섞였다. 몇 년을 함께 살았고 아이가 둘이나 생겼는데도 이런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익숙해지지 않았다. 강수의 체온도. 자신을 내려다보는 검은 눈도. 가까워질수록 달라지는 숨소리도. 사라는 숨을 몰아쉬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하…….” 목소리가 새어 나오려는 순간 제 손으로 입을 막았다. 강수의 움직임이 멈췄다. 눈이 마주쳤다. “왜.” 사라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만 가늘게 떴다. “진이 깨.”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조금 전에도 겨우 재웠다. 요즘 진이는 한 번 잠들면 제법 오래 잤지만, 가끔 작은 소리에도 눈을 뜨고 울었다. 강수가 사라의 손목을 잡았다.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오빠.” “왜.”

  • 불온한 정착   외전 10

    “네가 신경 쓸 사람 아니야.” 강수의 대답은 짧았다.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건이는 아빠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뒤로 돌렸다가 다시 앞으로 향했다. “왜?” “어른 일이야.” “어른 일은 애가 신경 쓰면 안 돼?” “어.” “왜?” 강수가 아들을 내려다봤다. 역시 민사라 아들이었다. 하나를 대답하면 질문이 두 개가 되어 돌아왔다. “몰라도 돼.” “나 다섯 살이라서?” “그래.” 건이가 잠시 생각했다. “여섯 살 되면?” “안 돼.” “일곱 살은?” “차건.” “응.” “그만.” 건이는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 몇 걸음이었다. “아빠.” 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옆에서 걷던 사라가 결국 피식 웃었다. “왜.” “아빠는 저 이모 안 좋아해?” 이번에는 사라의 웃음도 멎었다. 강수는 잠깐 건이를 내려다봤다. 아이의 얼굴에는 다른 뜻이 없었다. 그저 궁금한 것이었다. 강수는 굳이 거짓말하지 않았다. “어.” “왜?”

  • 불온한 정착   외전 9

    서희의 시선이 건이에게 내려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까만 눈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수를 그대로 닮은 얼굴이었다. 서희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를 못 잊는 사람.” 사라의 표정이 굳었다. 강수의 눈빛도 낮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서희는 멈추지 않았다. “아빠를 사랑하는 사람.” 건이가 눈을 깜빡였다. 다섯 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대답이었다. “우리 아빠를?” “응.” “왜?” 서희의 입술이 열리기 전 강수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만.” 짧고 낮았다. 서희가 강수를 바라봤다. 강수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애한테 할 얘기 아니야.” 사라 역시 말없이 건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건이는 여전히 궁금한 얼굴이었다. “근데 아빠는 엄마랑 결혼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서희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 사라는 피하지 않았다. 5년 만에 다시 마주한 친구의 눈 안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았다. 미움도. 상처도. 그리고 강수를 향한 감정도. 사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불온한 정착   외전 8

    한국에 돌아온 지 나흘째였다. 김서희는 아직 누구에게도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청담동 펜트하우스에서 잠들고, 늦게 일어나 혼자 밥을 먹고, 필요한 물건을 사러 밖에 나오는 게 전부였다. 오래 비웠던 집에는 생각보다 필요한 게 많았다. 그래서 찾은 백화점이었다. 평일 오후라 주말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서희는 생활용품 몇 가지를 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때였다. 익숙한 옆얼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서희의 걸음이 멎었다. 차강수. 잘못 봤다고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큰 체격. 구릿빛 피부. 오른쪽 얼굴을 길게 가르는 흉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강수는 강수였다. 조금 더 짙어진 얼굴선을 제외하면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서희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검은 셔츠 위로 아기띠가 둘러져 있었다. 강수의 넓은 가슴에 아주 작은 아기가 붙어 잠들어 있었다. 서희는 순간 숨 쉬는 것도 잊었다. 차강수가.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

  • 불온한 정착   외전 7

    아침부터 르베르는 시끄러웠다. 정확히는 차건 혼자 시끄러웠다. “엄마!” “왜.” “아빠가 내 공룡 숨겼어!” 주방에서 계란을 뒤집던 사라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빠가 왜 네 공룡을 숨겨.” “내가 안 치웠다고.” 거실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던 강수가 눈도 들지 않고 말했다. “안 숨겼어.” 건이가 아빠 앞에 섰다. “없잖아.” “장난감 통.” “없어.” “밑에.” 건이가 장난감 통으로 달려갔다. 잠시 뒤. “있다!” 사라가 어이없는 얼굴로 강수를 봤다. “오빠.” “왜.” “저걸 왜 숨겼다고 생각한 거야?” 강수가 그제야 아들을 한번 봤다. “어제 치우라고 했으니까.” 건이가 공룡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아빠가 숨긴 줄 알았어.” “아니야.” “미안.” 사과는 빨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말이 이어졌다. “아빠, 티라노 해.” “싫어.” “해.” “안 해.” 건이는 잠깐 생각했다. “그럼 엄마 해.” 사라가 뒤집개를 든 채 눈을 크게 떴다. “왜 또 나야?” “엄마는 해주잖아.” 맞는 말이었다. 사라가 뒤집개를 내려놓고 두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었다. “크아아앙!” 건이가 비명을 지르며 식탁 주변을 뛰었다. 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차건. 뛰지 마.” “티라노 온다!” “넘어져.” “아빠도 도망가!” “안 가.” 사라가 방향을 틀어 강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럼 아빠부터 잡아먹는다!” 강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라가 그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크아앙.” “…….” “무서워해야지.” “안 무서워.” 건이가 달려와 강수의 다리를 붙잡았다. “아빠 잡혔어!” 강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양팔을 움직였다. 한쪽에는 사라. 다른 쪽에는 건. 둘이 동시에 들렸다. “아!” “우와!” 건이는 신났고 사라는 강수의 어깨를 잡았다. “차강수! 나 내려!” “잡아먹는다며.” “그거랑 이건 다르지!” 강수는 두 사람을 그대로 소파까지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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