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판타지 / 붉빛미르 / 선비와 여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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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여인 (1)

Penulis: 이온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3-15 18:53:54
3경이었다. 이 시각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어리친 개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기찰을 도는 순관들의 횃불이 한양 거리 이곳저곳서 번뜩이고 있었다.

한양 동쪽 어딘가에 다른 관문보다 훨씬 경계가 덜한 성문이 하나 있었다. 성문이라기보다는 거의 다 허물어져가는 폐허 같은 곳으로, 산시(山勢)가 험해 도성 안팎을 몰래 오갈 수 있는 뒷길로 이용되고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기찰을 피해 관문에 다다른 누군가가 무너진 성벽 잔해를 원숭이처럼 기어올랐다.

능숙하게 성벽을 넘은 그림자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야산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을 탁탁- 딛는 발소리가 처량하게 울렸다.

통금 시각을 넘어 남몰래 움직이는 그림자. 절대로 떳떳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뒷골목 왈패, 곰보였다.

곰보는 몇 식경이 흐르는 동안 고개를 타 넘고, 시냇물도 여럿 건넜다.

언제 어디서 표범이나 호랑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산길을 오르내리는데, 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꼭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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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빛미르   더듬어가는 도화선 (2)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한양 저자는 사람들과 물건들로 일찍이 북적이고 있었다.토목 공사 떠나는 인부들 먹이려는 가마솥 국밥이 펄펄 끓는가 하면, 또 어느 한쪽에서는 공중에 매달아놓은 아낙네들 장신구 따위가 쨍쨍- 소리를 내고 있었다.행인이 제법 있어 부득불 어깨를 접어야했다.이포교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천우를 한양 안쪽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다 왔네. 우리 일터.”길이 넓게 퍼져있고, 주변 가옥들이 모두 지붕이 낮아 탁 트인 곳이었다.한성부 앞에 서 있었다.처음 여기 들어올 때는 끌려오다시피 한터라 제대로 보지도 못하였지만, 다시 보니 널찍하고도 우뚝 솟은 벽이 단단한 요새를 방불케 하는 외관이었다.높게 위치한 누각 위며, 정문에도 장병기로 무장한 군사들이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이곳에서 한양의 많은 행정업무가 처리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나랏일하는 곳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들어가세.”이포교가 앞장서며 말했다.정문을 지나 관청 안으로 들어간 그들을 곧장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안쪽으로 향했다.일찍 등청한 관원들을 여럿 지나쳤고, 그중에 이포교를 알아본 몇몇과 짧게 인사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관옥이 하나 나왔다.금화도감이었다.다른 관옥에 비해 초라하다 할 만큼 작고 초라했으나, 현판에 쓰인 ‘禁火都監’이라는 네 글자 글귀만큼은 힘이 넘쳐보였다.&l

  • 붉빛미르   더듬어가는 도화선 (1)

    ‘전해드릴 말이라도 있나? 오늘 돌아오신다면 내가 대신 말씀드리고.‘아닙니다, 딱히 그런 것은…….’‘그럼 조심히들 가시게.’그렇게 김초시와 수작을 마친 두 포교가 집을 나섰다.옆에 함께 걷던 이포교가 어찌나 풀이 죽어 있던지 천우가 되레 눈치를 보며 보폭을 맞출 정도였다.“저기, 음…….”천우가 어렵사리 말을 붙였다.“이포교. 자네 괜찮나?”“나 말일세.”이포교가 대뜸 대답했다.“어어, 얘기하게.”“나도 자네와 함께 저 집에서 식객으로 있을까보네.”“어?”“좋지 않은가? 포교끼리 한집에서 먹고 자고 하다보면 사이도 돈독해지고, 이래저래 부족한 부분도 채워줄 수 있을 터이고…….”“자네 진짜…….”천우가 기가 막혀 뒷말을 흐렸다.“어리 그 여인에게 홀딱 빠졌군.”“티 났나?”이포교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혹여 어리가 품속에 안아주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졸도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당연하지, 이 친구야.&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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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게, 이 친구야!”꿈결 속에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였다.천우는 비몽사몽한 와중에 조금씩 눈을 떴다.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찾아들고 있었다.밤새 타오른 군불 때문인지 누워있던 방안 공기가 제법 후끈했다.“언제까지 누워 있을건가? 일어나라니까.”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이포교였다.이포교가 옆자리를 치우며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구수한 밥 냄새가 방안에 그득하다 싶었는데, 언제 내왔는지 두 사람 몫의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쌀과 콩을 섞은 밥과 간장으로 간을 한 나물 반찬이 정갈하게 놓여있고, 김이 모락모락 솟는 된장국에는 두부까지 들어 있었다.“웬 밥상인가?”천우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이포교는 방금 전에 김초시가 들고 온 것이라며, 식기 전에 한술 뜰 것을 권했다.“대감마님께서 특별히 잘 챙겨주라 하셨다는군.”“대감마님이?”“그래. 오랜만에 온 손님인데 절대 배곯게 할 수 없다고 그러셨다네. 지금은 집에 있는 게 없어서 이 정도이지, 밤에는 갈비짝이라도 내온다 하셨다더군. 내가 예전에 여기 머물 때 보다 훨씬 씀씀이가 커지셨어. 자넨 정말 내 덕에 복 받은 줄 알게.”“이 빚은 꼭 갚겠네.”“웃자고 한 얘기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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