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판타지 / 붉빛미르 / 가장 높은 곳, 그리고 천한 곳 (2)

Share

가장 높은 곳, 그리고 천한 곳 (2)

Author: 이온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3-14 08:30:21

“무언가 좀 달랐습니다.”

노야가 이도에게 꽃잎을 우려낸 차 한 잔을 올리며 말했다.

찻잔을 받아 든 이도는 입으로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노야를 응시했다.

“무엇이 말씀입니까?”

“오늘 있었던 기우는 저희 기우사들이 불러일으키는 권능과는 결이 좀 달랐습니다.”

“자세히 얘기해보시지요.”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기우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천체의 이치를 따져야 하며, 날짜와 계절도 맞아떨어져야 하지요. 또…….”

“심신을 경건하게 다스린 기우사들이 모여 주문을 외우고, 부적을 태우며 몇날며칠을 기원해야 한다는 것쯤은 압니다. 본론만 말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Pinakabagong kabanata

  • 붉빛미르   집결 (3)

    “돌겠구나.”향원정 내부를 가득 채운 뭉근한 습기보다도 더 무거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붉빛미르가…… 형님 곁에 있다고……?”방금 들은 말이 못내 충격적인지, 조금 전까지도 농을 건네던 유쾌한 모습을 몽땅 잃어버린 채로 나지막이 되묻는 이도였다.거기 있던 모두가 국왕의 탄식에 할 말을 잃었다.붉빛미르가 여인의 몸으로 양녕대군 옆에 있음을 말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운은 뒷짐을 진 채로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며 천장만 올려다보았다.아무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유일하게 이포교만이 울상이 된 채로 이쪽저쪽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침묵이 흘렀다.“그 여인이.”이윽고, 이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붉빛미르라는 것은 틀림이 없으렷다?”“그러하옵니다. 전하.”“그리고 붉빛미르 또한 천우 자네가 물빛미르의 환생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었고?”“……”“두 미르가 조선 땅에 동시에 나타났다…… 그리고 붉빛미르는 천기를 누설하지 말라 경고했으며, 이를 어기는 자들을 처단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다……?”“조선 땅에 언제 비가 내리고, 언제 날이 갤 것이며 언제 땅이 마르고 질어지는지 알아내는 것을 천기누설이라 했습니다.”천우가 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본인 말로는, 그것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며 여기 관련된 인물들을 없애버리겠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이 땅의 역법을 연구하던 관리에게 손을 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반촌에서 누가 실종되었다는데 그 이름은 아직……”“이여립.”이도가 냉랭한 목소리로 이름 하나를 말했다.“작년에 집현전 학사로 들어온 재사(才士)로, 강원도의 산맥을 돌며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별과 달의 움직임을 관측하라 파견된 관리였다. 그렇잖아도 실종되었다는 장계를 받아 심란하던 차였는데……”“실종된 관리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계셨사옵니까?”“그렇다. 이여립 말고도 조선8도 군데군데 천문을 살피러 파견된 이들이 더 있다. 어명으로 파견된 것이기에 신변에 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곧장 내게로 연통

  • 붉빛미르   집결 (2)

    지운이 어깨를 으쓱거렸다.“물이 수상하게 흐르는 기운을 감지했다네. 알다시피, 나도 나름 경륜이 있는 기우사다보니 어디서 갑자기 격하게 물이 흐른다거나 하는 이상 현상 정도는 느낄 수 있어. 자네처럼 정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지.”“그럼 혹시…… 불도 마찬가지이십니까?”“붉빛미르의 그것은 우리와는 궤가 다르지. 알아낼 수 없다네. 기우사들이 2년 전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몰살당한 것도 그때문이지. 불이 어디서 덮쳐오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붉빛미르…… 이 악독한……”천우가 가만히 읊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그 중간에서, 미르를 처음 접하는 이포교는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어색한 눈만 끔벅이며 천우와 지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저, 외람되지만…… 붉빛미르가 무엇입니까?”“자세한 내용은 궐에 가서 함께 듣지.”지운이 도포 자락을 휙- 젖히며 말했다.축지법의 순간이었다. * * *궁궐까지

  • 붉빛미르   집결 (1)

    푸하-차가운 물이 얼굴을 뒤덮었다.반촌 밖 한적한 개울가에 다다르자마자 거기 엎어지듯 뛰쳐나간 천우는 냅다 개울물에 머리를 박고 찬물을 한 사발은 들이켰다.이렇게 물이 주린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심한 갈증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개울물이 천우보고 괜찮냐고 묻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후우…… 후우……”“이제 속 시원하게 얘기 좀 해보게.”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이포교가 물어왔다.이쪽 역시 천우처럼 개울물을 떠다가 세수를 하고 목 뒤에 묻은 검댕을 씻어내느라 제법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있었다.“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건가?”“……”“그리고 어리 낭자는? 낭자는 또 어디 가셨고? 왜 천우 자네 혼자만 여기 있는 건가?”어리가, 붉빛미르가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천우 본인도 정말로 알고 싶었다.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역법 연구하는 관리들을 살해하러 갔을까, 아니면 양녕대군 옆으로 날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인을 연기하고 있을까.‘이런……’양녕대군의 정인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더욱 섬뜩했다.일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폐세자의, 주상전하의 형님되시는 분 옆에 붉빛미르가 붙어있다. 그것도 군신이나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연모하는 형태로. 한쪽이 목숨을 걸면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4)

    어리의 말이 이어졌다."사람은 무릇 하늘의 명을 받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권위 앞에서 복종하고, 겸손하고, 섬김으로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미르는 그런 천명의 대리자. 방해되는 자는 모두 없앨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이 나라의 주상이라고 하더라도.”“나를 여기서 죽이지 않는 이상.”천우가 불끈 힘을 주며 경고했다.푸른 기운이몰아치며,양팔을 완갑(脘甲)처럼 둘러쌌다.“주상전하께는 손댈 수 없을 거요.내 목숨을 다해 당신을 막을 테니까.”“목숨을 걸어도 제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겪어보지 않으셨습니까?”어리가 피식 비웃으며 놀리듯 말했다.사실은 사실인지라,천우로서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패배하셨어요.물빛께서는 제게.비루한 허섭스레기처럼.”“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생을 걸어볼 가치는 있소.”“원래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는 것이 아니랍니다.어리석은 짓이지요.합리적이지 않은 짓이고.그리고 아무리 그러한들,물빛의 숨통을 제 손으로 끊어버릴 생각은 없습니다.물빛의 목숨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귀중한 것이니까요.저한테도 말이지요.”어리가 후훗-웃는 기색으로 천우를 노려보았다.장난기가 어려있는 가운데,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따위는 죽여버리고도 남는다……는 여유와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3)

    “뭐라 하셨소?”천우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반촌에 있던 관리를 없앴다? 내가 맞게 들은거요?”“네. 조선 땅의 역법을 연구하던 관리였습니다. 강원도 산속에 들어가 일몰, 일출 시각을 적어서 정리하고 있더군요. 그러다 한양에 자료를 제출하러 돌아왔고.”어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모골이 송연해진 천우가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없앴다는 말은… 설마 살해했다는 뜻입니까?”“……”“대답해보시오.”천우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재촉했다.눈앞에 서 있는 여인이 무자비한 살인귀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 순간만큼은.“그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치운 것뿐입니다.”어리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그 관리가……”천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반촌에서 실종되었다는 그 사람입니까? 오늘 오며가며 얘기 들었던 그 사람?”“네. 포청에서 이미 살피고 갔다는 그 사람입니다.”“포교 앞에서 자기가 관리를 죽여 없앴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구려. 낭자께서는.”“그 자의 역법 연구가 미르의 생존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요.”“역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미르가 소멸한다는 것을 어찌 증명할 수 있단 말이오?”“증거는 필요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천지신명의 뜻에 따라…”“설령 천지신명께서 그리 정해놓았다고 해도, 당신이나 나나 그것을 거스르려 사람 명줄을 해할 권리는 없소. 오늘 불타버렸던 반촌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죄 없는 그 관리도.”천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어리는 그 앞에서 한쪽 눈살을 찌푸린 채로 듣고 있었다.“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소.”천우는 믿고 있는 바를 그대로 쏟아냈다.“그리고 나는 낭자가 이번 일의 범인이라 자백한 이상,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는 않을거요. 포교로서, 그리고 또 자식으로서 낭자는 내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소. 내가 사랑하는 분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갈라놓았소. 난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물빛미르이니 숙적인 붉빛미르를 막아내겠다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2)

    어리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땅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르가 필요 없음을 천지신명께 증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점진적으로, 순차적으로, 그리고 파괴적으로 그 작업은 행해지고 있지요. 착실하게.”“그게 무슨……”“사람들도 애초부터 우리를 노리고 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벌이는 일이 우연찮게도 미르를 몰아내는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지요.”“무슨 일입니까, 그게? 정확히 말 좀 해주시오!”천우가 답답한 심정에 목소리를 크게 냈다.엄청난 고함소리였다.미르의 그것과도 같았다.산 전체가 우르릉- 울리는 듯했다. 나뭇잎 우수수 흩날리던 소리가 끓어올랐다가 다시 잠잠해졌다.“제 짐작에는.”어리가 진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다 말했다.천우의, 미르의 면모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얼굴에 은근한 미소와 어려 있었다.“사람들 더 이상 미르의 권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붉빛미르에게는 더 이상 무찌를 적이 없고. 물빛미르에게는……”“돌보아야 할 것이 없다?”“물빛미르는 올바른 곳에 물과 비를 내려 농사지을 땅을 융성케 하고, 풍성한 소출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용. 즉, 이 땅의 천문(天文)으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이로울 수 있게 보조해주는 것이지요. 비와 물에 젖은 땅에서 자라난 곡식으로 모두가 먹고 사니까.”&l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