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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화. 갚을 사람

Autor: moominkiller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0 23:19:05

복례는 십이등루 뒷문 앞에서 짐을 내려놓았다.

문지기가 천 보따리를 보더니 손을 뻗었다.

“수선 맡긴 거요?”

“받을 돈이 있소.”

“누구한테?”

“초앵.”

문지기가 안으로 들어갔다. 복례는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좁은 골목에 술지게미 냄새가 고여 있었다. 위층에서 현을 고르는 소리가 뚱, 뚱, 떨어졌다.

잠시 뒤 초앵이 나왔다. 한쪽 귀에만 귀고리가 걸려 있었다.

“아직 준비도 못 했는데.”

“잠깐이면 돼요.”

복례가 종이를 내밀었다. 만복에게 밀린 수레삯이었다. 초앵은 읽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제게 받으실 게 아니에요. 계산하는 데 가셔야지.”

“그럼 데려다줘요. 혼자 가면 주인이 없다더군.”

초앵은 열린 옷깃을 여몄다. 복례의 눈이 그 손을 따라갔다가 내려왔다.

둘은 계산칸으로 갔다. 초앵이 상을 두드리자 안쪽의 사내가 마지못해 나왔다.

“그 수레가 언제 적인데.”

“그때 돈 주셨으면 지금 안 왔겠죠.”

초앵이 말했다.

사내가 셈판을 가져왔다. 복례는 그 손이 멎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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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244화. 묻지 못한 사람

    문 안에서 걸상을 끄는 소리가 났다. 소의는 한 발 물러나 기다렸다. 왕부에 청원을 전했던 사람이 알려준 거처였다. 갈충의 딸이 잠시 머무는 곳이라 했지만, 낮에도 창이 닫혀 있어 사람이 없는 집처럼 보였다.문이 손바닥만큼 열렸다.“관가에서 왔소?”소의는 대리시에 제출된 청원을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뒤에 선 경연은 소개하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면담 기록을 맡은 서리는 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인은 경연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소의를 보며 열렸던 문이 조금 좁아졌다.“잡아가려는 게 아니면 왜 여러 사람이 왔소.”“오늘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서 누구와 이야기하실지 먼저 여쭈러 왔어요.”갈씨는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자기 아버지 이름을 올리면 오래된 혼서만 확인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리시까지 일이 넘어갔다. 자식들은 왜 굳이 묻힌 일을 꺼냈느냐고 했고, 그녀도 밤이 되면 그 말이 옳았나 생각했다.경연이 말했다.“고월낭을 직접 아십니까?”소의가 그를 돌아봤다. 갈씨는 곧바로 문을 당겼다.“나는 지금 그 이름을 말한 적 없소.”“서류에—”문이 닫혔다. 빗장이 들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났다.경연은 문 앞에 선 채 입을 다물었다. 어렵게 찾아낸 사람이 또 말을 거두려 한다는 생각에 손이 먼저 문으로 향했다. 소의가 그 손목을 잡았다. 세게 잡지 않았는데도 그는 멈췄다.안에서 갈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버지는 사람을 숨겨 돈 번 사람이 아니오. 우리 애들은 아무것도 몰라요.”경연은 그 말을 듣고 손을 내렸다. 자신은 한 사람의 행방을 물었지만 상대에게는 가족의 죄를 캐러 온 관원으로 보였다. 알고 있던 일을 막상 문 앞에 서니 잊었다.그는 한 걸음 물러났다.“서둘러 물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소의는 문 가까이 가되 두드리지 않았다.“청원 때문에 곧바로 가족을 잡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무엇을 확인할지는 숨기지 않고 말씀드릴게요. 원하시면 오늘은 돌아가

  • 붉은 혼서   243화. 배씨 집의 약속

    경연의 이복누이 명주는 왼쪽 귀고리를 빼놓고 오른쪽 것만 단 채 앉아 있었다. 춘초가 두 번이나 알려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혼처에서 보냈다는 비단이 놓여 있었다. 빛깔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 성가셨다.소의가 들어오자 명주는 남은 귀고리마저 뺐다.“이거 가져가고 혼인은 안 해도 될까요?”“돌려달라고 하지 않을까요?”“그러겠죠.”명주는 비단을 밀어놓았다. 웃어넘기려고 꺼낸 말인데 소의가 진지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 오늘 소의를 부른 것은 대신 거절해달라고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혼담을 듣고도 자신이 또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확인받고 싶었다.방여운은 조금 늦게 들어왔다. 소의에게 자리를 권한 뒤 딸 앞으로 종이를 놓았다.“저쪽에서 북방 일로 집안이 소란해질까 염려한단다.”명주는 종이를 펼치지 않았다.“그럼 혼담을 거두면 되잖아요.”“네 오라비 일을 들춰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면 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보기도 전에 다 막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명주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도 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한 번 만나보라는 말이 붙었다. 좋은 집의 혼처를 놓치면 딸이 나중에 원망할까 걱정해서일 것이다. 그 걱정 속에 자신이 싫어하는 까닭은 좀처럼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나중에 관청에서 물어도 모른다고 하라는 건가요?”“그런 데까지 적힌 것은 아니다.”“저는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약속 못 해요.”여운은 딸의 손을 보았다. 명주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꼬고 있었다. 평소에는 남의 말꼬리를 그렇게 잘 잡으면서 자기 혼사 앞에서는 긴장해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소의는 차를 마시지 않은 채 기다렸다. 여기서 딸 대신 어머니를 설득하면 명주는 잠깐 편할지 몰랐다. 하지만 다음에도 같은 종이가 오면 소의가 있어야 했다.명주는 마침내 종이를 열었다. 한 줄씩 읽은 뒤 마지막 장을 덮었다.“어머니, 이건 제가 답할게요. 비단도 돌려보내 주세요.”여운은 한동안 말이 없었

  • 붉은 혼서   242화. 가져갈 겨울옷

    곡우는 받아둔 의뢰를 세다가 세 번째 묶음을 다시 풀었다. 남편에게 보낼 서찰과 관아에 낼 소장이 같은 끈에 묶여 있었다. 소의가 밤마다 원고를 가져가 마무리하다 보니 돌려놓는 자리가 달라진 것이었다.“아씨, 이것까지 제가 대신 쓰는 건 아니죠?”소의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그건 오늘 끝낼 거야. 부탁한 날이 다르니까 따로 묶어줘.”곡우는 콧등을 찡그리며 끈을 풀었다. 북방에 같이 가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잠깐 생각했었다. 경연과 소의 둘만 먼 길을 간다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쌓인 책상을 보니 자기가 비우고 돌아왔을 때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먼저 보였다.“저는 여기 있을게요. 급한 소장은 새로 안 받고, 다 된 것만 찾아가게 할게요.”소의가 고개를 들었다.“가고 싶었던 거 아니야?”“가고 싶죠. 말만 들으면요. 그런데 장사도 제가 한번 맡아보고 싶어요.”곡우는 말하고 나서 괜히 종이를 두드려 맞췄다. 소의가 돌아와 엉망이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언제까지 옆에서 물건만 건네고 싶지도 않았다.소의는 미리 받은 돈과 남은 품삯을 구별해 적었다. 곡우에게 맡길 열쇠도 하나씩 확인했다. 서묵소원에는 사흘에 한 번 창을 열어주고, 비가 많이 오면 뒤뜰 물길만 봐달라고 부탁했다.곡우는 그제야 웃었다.“빈집 걱정은 마세요. 아씨는 제 몫까지 구경하고 오세요.”*소의가 집으로 돌아오니 고운 모직 겉옷이 앞방에 펼쳐져 있었다. 경연은 안감이 두툼한 것을 골랐다고 했다. 손을 대보니 가볍고 따뜻했다. 소의는 소매를 한번 끼워보다가 다시 벗었다.경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마음에 들지 않소?”“예뻐요. 그런데 수레 바퀴에라도 걸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그녀는 가져가려고 꺼내둔 옷을 보여주었다. 팔꿈치가 닳았고 옷고름 한쪽이 짧았다. 안에 솜을 조금 더 넣고 덧대면 입을 수 있었다.경연은 그 옷을 받았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마저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 잠깐 서운했다. 곧 그런 생각이 그녀

  • 붉은 혼서   241화. 떠나기 전에

    “갈게요.”소의가 대답하자 경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함께 가겠다고 하면 그가 안심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굳게 붙잡고 있었다. 소의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 제 손을 깊이 넣었다.“언제 떠날 수 있어요?”“말을 준비시키면 모레쯤…….”경연이 말을 멈췄다. 소의는 그 얼굴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출장은 허락받으셨어요?”그는 고개를 저었다. 심조문 앞에서는 절차를 따르겠다고 했으면서 집에 돌아오는 동안 벌써 길을 계산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또 사람이 떠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말 두 필을 구하는 일쯤은 지금 당장 할 수 있었다.소의가 지도 옆의 찻잔을 치웠다.“저도 맡은 일을 넘겨야 해요. 돌아와서 품삯 물어줄 수는 없으니까요.”경연은 함께 가달라는 말 뒤에 자신이 그녀의 시간을 얼마나 쉽게 셈했는지 깨달았다. 청묵재를 비우는 일이, 새로 얻은 집을 잠그고 떠나는 일이 소의에게도 작지는 않을 터였다.“내가 너무 서둘렀소.”소의는 괜찮다고 하려다 그만두었다.“서두르시는 건 알아요. 그래도 먼저 떠나고 저더러 뒤따라오라고 하지는 마세요.”그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하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별도 수레로 오게 하면 그녀가 덜 피곤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그렇게 하지 않겠소.”소의는 그의 손을 놓고 빈 종이를 가져왔다. 경연은 그녀가 노자를 셈하려는 줄 알았으나, 첫 줄에 적힌 것은 진문재의 이름이었다.“저도 물어볼 게 있어요. 아버지가 그분을 직접 만났는지, 어디까지 알고 혼서를 썼는지요.”그녀는 잠깐 붓을 멈췄다. 경연이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자신이 묻게 될 수도 있었다. 위조에 관여한 아버지를 두둔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처럼, 그가 찾는 사람도 믿고 싶은 모습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경연은 종이를 읽다가 그녀를 보았다.“그대가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적어두시오. 내 것에 맞출 필요 없소.”소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가겠다는 대답을 이제야

  • 붉은 혼서   240화. 정주에서 온 대답

    찻잔은 아침까지 선반에 남아 있었다.소의는 잠에서 깨어 앞방에 나왔다가 그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경연은 먼저 관청에 나갔고 집은 조용했다. 어젯밤에는 가까이 앉은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 잘 보지 못했는데, 잔 안쪽에 오래 쓴 흔적이 있었다. 그녀는 물을 갈아놓고 책상을 닦았다.청묵재로 나가려던 참에 경연이 돌아왔다.옷차림은 아침과 같았다. 그러나 대문 안에 들어선 뒤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소의는 손에 든 문고리를 놓았다.“무슨 일 있어요?”그가 봉한 서신을 내밀었다.“정주에서 답이 왔소.”그녀는 고월낭의 행방을 묻고도 빈손으로 돌아왔던 산해를 생각했다. 성북의원에서 북쪽 산촌으로 떠났다는 것까지는 알았다. 그 뒤로 이어 보낸 조회에 오래 답이 없었다.소의가 그를 안으로 들였다. 경연은 앉지 않고 서신을 펼쳤다. 정주에서 보낸 공문과 성북의원 측의 확인이 함께 들어 있었다. 최근 약재를 전하고 돌아온 사람이 고월낭을 직접 만났다고 했다. 목적지는 성 북쪽 백석촌이었다. 산 아래 물레방앗간을 지나 동쪽 비탈의 낮은 돌담집을 찾으라는 설명이 이어졌다.“이번에도 떠났을 수 있겠죠?”소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럴 수 있소. 답이 오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그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줄을 다시 읽었다. 사람이 없다는 말보다 늦게라도 닿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먼저 달려갔다. 자신이 어머니라고 믿고 싶은 사람과, 실제 그곳에 있는 여인이 같은 사람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소의는 그에게 앉으라고 했다. 경연은 그제야 의자를 당겼다.*안왕이 정식으로 전달 경위를 밝힌 것은 그날 오후 대리시에서였다. 경연은 그 자리에 관계자로 불려갔고, 기록은 별도의 서리가 맡았다. 왕부에서 제출한 다섯째 혼서의 사본이 놓이자 심조문이 원본의 소재와 받은 경로부터 확인했다.안왕은 갈충의 후손이 올린 청원에 혼서 사본이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궁중에서 말을 몰던 갈충의 죽은 아내로 적힌 여인, 그리고 그 이름과 다른 여인이 북방으로 떠났다는 집안의

  • 붉은 혼서   239화. 비워둔 찻잔 자리

    책상은 대문에서 한 번 걸렸다.곡우가 뒤쪽을 밀다가 멈추고, 소의는 앞에서 숨을 골랐다. 반월정에서 수레를 세우고 골목 안으로 나를 때는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런데 서묵소원의 문짝을 활짝 열어도 귀퉁이가 빠지지 않았다.“비껴 세워야겠어요.”“그러면 서랍이 쏟아져요.”곡우가 말하자 소의는 손을 놓고 서랍부터 뺐다. 안에는 빈 종이 몇 장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봤다가 웃었다. 무거울 줄 알고 안을 확인하지도 않았던 것이다.책상은 남쪽 대문을 지나 앞방 창 아래에 놓였다. 손님용 걸상 둘을 붙이고 나니 뒤뜰로 통하는 문이 보였다. 뜰 건너 북쪽에는 물항아리를 둔 부엌과 침방이 각각 문을 내고 있었다. 소의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드는지 잠깐 서서 느꼈다.독립 호적이 나오고 임대 약조에 이름을 적은 것은 사흘 전이었다. 종이를 받을 때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빈 방에 자기 책상을 놓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누구에게 방 한 칸을 내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었다. 그만큼 물이 새고 땔감이 모자라면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곡우가 청묵재에 남길 열쇠를 허리춤에 넣었다.“저는 거기서 잘래요. 아침에 문 열기도 편하고.”소의는 이미 들었던 말인데도 다시 물었다.“혼자 있어도 괜찮겠어?”“아씨도 혼자 계실 거면서.”곡우는 말하고 소의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놀릴 생각은 없었는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다른 뜻으로 들린 모양이었다.“제 이불도 거기가 편해요. 일은 전처럼 하러 오실 거죠?”소의는 그렇다고 했다. 청묵재를 옮기는 것은 아니었다. 이 앞방에는 밤에 마칠 필사와 개인 문서를 두기로 했다. 곡우는 그제야 빈 광주리를 들었다. 돌아가 손님을 받아야 할 시각이었다.*옥선은 해가 기운 뒤 찬거리를 가져왔다. 부엌에 놓인 작은 솥을 보고 너무 작다고 하다가, 소의 혼자 쓴다는 말에 손을 멈췄다.“그렇지. 내가 늘 많이 해서.”그녀는 물항아리 뚜껑을 열어보고 쥐가 들 만한 틈이 없는지 둘러봤다. 소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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