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8년 전 순결을 빼앗기고 사냥개로 다시 태어난 강력계 형사 김유라. 1년 전 상하이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대륙의 연쇄 강간살인마 주동치를 잡기 위해 제주로 부임한다. 때마침 한반도를 집어삼킬 태풍 하이탕이 몰아치는 가운데, 주동치는 만삭의 김인아가 탄 낚싯배에 올라타 유라를 향한 기괴한 광기를 번뜩인다. 부패한 권력과 포식자들의 덫 속에서, 유라는 마침내 잔혹한 트라우마를 끊어내기 위한 마지막 사냥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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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까지 칙칙한 상하이의 눅눅한 밤공기는 욕망과 비릿한 피 냄새를 품고 있었다. 황푸강의 오색 조명마저 무채색으로 만들 광기. 대륙 전역에서 서른 명이 넘는 여성을 난도질한 도살자, 주동치는 군중 속에 숨어 숨을 죽였다. 155cm의 왜소한 체구였지만, 타고난 예리한 감각으로 인파 속에서 유독 하얗고 매끄러운 목덜미를 드러낸 채 길을 걷는 여자를 포착했다. 순간 세로로 쭉 찢어진 주동치의 가늘고 긴 눈이 짐승처럼 번득였다.
‘…!’
여자는 여행객 특유의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늘씬하게 뻗은 신체는 주변의 평범함을 압도했다. 특히 단아한 얼굴과 달리 옷감 너머로 터질 듯한 존재감을 뽐내는 풍만한 볼륨은 주동치의 아랫도리를 즉각적으로 달궜다. 한국인 특유의 윤기 흐르는 풍성한 머리칼, 그 아래의 투명한 피부. 여자가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관능적인 몸을 짓밟고 싶다는 욕망에 동치의 얼굴에는 개기름이 번들거리고 입가에는 추잡한 침이 흘러내렸다.
어두컴컴한 막다른 골목. 유라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동치의 굳은살 박인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유라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이 시멘트벽에 힘껏 눌렸다. 한 손으로 유라의 양 손목을 제압한 그는 다른 손으로 얇은 블라우스를 가차 없이 찢어버렸다. 주인을 잘못 만난 괴물처럼 왜소한 체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흉측하게 핏줄이 선 거대한 흉물이 헐떡이는 바지춤 사이로 흉포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안돼!”
유라의 비명은 짐승의 손에 가로막혔다. 찢겨나간 옷가지 사이로 억눌려 있던 하얀 유방이 탄력 있게 솟구쳐 올랐다. 거세게 요동치던 가슴이 자리를 잡는 순간, 차가운 밤공기에 노출된 돌기가 잘 익은 앵두처럼 꼿꼿해졌다. 공포에 질려 거친 숨을 내뱉을 때마다 가슴의 굴곡이 물결치듯 흔들렸다. 탐욕스럽게 침을 삼킨 동치는 정복감에 취해 주먹만 한 흉물을 그녀의 아랫도리에 밀어 넣으려 상체를 바짝 밀착시켰다. 짐승의 뜨거운 열기가 유라의 하복부에 닿으며 삽입을 시도하려는 바로 그 찰나였다.
치이익—!
서늘하게 가라앉은 유라의 눈이 부릅떠짐과 동시에, 주머니에 숨겨둔 최루 스프레이 분사액이 동치의 안구와 콧속 점막을 태워버릴 듯 파고들었다. 찰나의 순간 괴성을 지르며 동치가 나자빠지자, 유라는 하이힐 굽으로 바닥을 뒹구는 동치의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사타구니를 가차 없이 밟아버렸다.
“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치를 뒤로한 채, 찢어진 옷자락을 움켜쥐고 미친 듯이 골목을 빠져나오는 유라의 가슴은 여전히 거세게 출렁였다. 그녀는 즉시 상하이 공안에 놈을 신고했다. 그녀가 제공한 제보는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 살인마의 실체를 특정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유라는 찢어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비행기에 올랐지만, 도망치던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 정보가 담긴 수첩을 현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짐승 같은 놈, 이제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
그러나 주동치는 공안의 포위망이 좁혀오기 직전, 현장에 떨어진 유라의 수첩을 챙겨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성폭행 미수 혐의로 신원이 특정된 이상, 체포되는 순간 연쇄 강간살인 행각까지 밝혀져 사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력범죄를 일삼던 그의 교활함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해안선이 복잡한 한국의 제주도로 향하게 했다.
위조 여권 속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국제공항에 내려선 주동치는 충혈된 눈으로 주머니 속 유라의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놈의 뇌리에는 상하이의 그 골목, 찢어진 옷감 사이로 튕겨 나왔던 유라의 유백색 가슴과 공포에 질려 파들거리던 탄력 넘치는 육체의 감촉이 지워지지 않는 잔상으로 박혀 있었다.
“공기가 좋구먼. 김유라, 네년이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지?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이번엔 네년의 그 잘난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서 내 밑에 깔아뭉개주마.”
주동치는 제주의 허술한 치안을 비웃으며 강간살인마의 본능을 깨웠다. 단순한 복수를 넘어, 손아귀에서 놓쳤던 그 압도적인 관능을 기어이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추잡한 갈증이 놈의 아랫도리를 묵직하게 달궜다.
유라 역시 놈이 제주에 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상하이에서의 치욕을 씻기 위해 스스로 사냥개가 되어 추격을 시작했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놈의 거침없는 욕망과 사냥개의 서늘한 칼날이 서로를 향해 맞물리기 시작했다.
프롤로그2
스물여덟 김인아에게 결혼 생활은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교수형 밧줄이었다. 여고 신임 교사로서 늘 단정하게 잘 어울리는 반 묶음 머리와 흐트러짐 없는 옷매무새를 유지하며 교사로서 품위를 지켰으나, 정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그녀의 육체는 압도적인 굴곡을 드러냈다. 하지만 임신 8개월, 남산만 하게 부풀어 오른 배, 그녀의 존재는 장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인아 너는 애를 가진 애가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둡니? 아들 기 빨아먹지 말고 좀 웃어라.”
독사 같은 시어머니의 일침과 그 옆에서 거들며 비아냥대는 시누이의 시선은 인아를 산전 우울증의 깊은 늪으로 밀어 넣었다. 단정한 블라우스 위로 차오른 가슴이 답답함에 거칠게 들썩였으나, 그녀는 교사 특유의 절제된 표정 뒤로 수치심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 지옥 같은 일상에서 도망치듯 오른 제주 여행. 하지만 남편 장성봉은 여전히 '마마보이' 그 자체였다. 여행지에서마저 시어머니와 시시콜콜 잡담을 나누며 전화를 붙잡고 있는 남편을 보며, 인아는 차라리 검푸른 제주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기분 전환 좀 하자고. 배 타고 한 바퀴 돌면 속이 뻥 뚫릴 거야.”
남편의 무신경한 권유로 올라탄 작은 낚싯배. 그때 태풍에 대비해 정비만 하려고 했던 선장 김도진, 그는 남편의 뒤를 따르는 여자를 발견한 순간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낚싯배에는 대륙에서 건너온 연쇄 강간살인마가 호시탐탐한 기회를 노린다. 마침내 출항한 청풍3호가 서귀포 포구를 벗어나자마자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임신복 원피스 위로 드러난 인아의 풍만한 실루엣이 소금기 실린 바닷바람에 젖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쪽빛이던 바다는 어느새 그녀의 무거운 영혼을 집어삼킬 듯 검은 아가리를 벌리며 출렁이고 있었다.
‘무서워….’
거세게 일렁이는 파도에 배가 요동칠 때마다 인아는 한 손으로 만삭의 배를 감싸 쥐고 난간을 사력을 다해 붙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뺨을 때렸지만, 정작 그녀를 떨게 한 것은 자연의 위협이 아니었다.
갑판 구석,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웅크리고 있던 왜소한 남자. 주동치였다.
의도적으로 낚싯배에 숨어든 짐승. 살의와 독기로 가득 찬 그의 눈에, 난간을 위태롭게 붙잡고 있는 만삭의 여자가 들어왔다. 비바람에 젖은 원피스가 몸에 착 달라붙자 드러난 목덜미와 허리선이 낯익었다.
‘그… 계집 대신인가?’
상하이의 골목에서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김유라. 주동치의 머릿속에서 인아의 실루엣과 유라의 잔상이 겹쳐졌다. 늘씬한 키에 풍만함이 넘치는 몸매는 판박이였다. 그러나 남산만 한 부푼 배를 움켜쥔 인아는 공포에 질린 채 배를 감싸 쥐고 웅크린 인아의 모습은 주동치의 뒤틀린 정복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저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 생명을 품은 채 떨고 있는 그 연약함이 주동치의 아랫도리를 지독하게 달구었다.
‘좋군. 아주 좋아. 그 계집 대신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주고 밟아주마.’
주동치의 시선은 집요했다. 인아의 뽀얗고 탄력 넘치는 살결을 훑고, 배 속 생명의 고동까지 탐하는 광기의 눈빛이었다. 인아는 본능적으로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소름을 느꼈다.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남자는 비릿하게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고 있었다.
“자기야, 왜 그래? 멀미해?”
남편 장성봉은 아무것도 몰랐다. 바로 옆에서 짐승이 아내를 사냥감으로 점찍고 침을 흘리고 있는데도, 그는 그저 자신이 계획한 여행 서프라이즈가 성사되었다는 기분에 취해 불안에 떠는 아내를 무신경으로 대할 뿐이었다.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 솟구쳤다. 뱃머리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터졌고, 그 혼란을 틈타 주동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름 끼칠 정도로 낮은 단신의 그림자가 인아의 발치까지 길게 드리워졌다.
고립된 바다 위, 만삭의 아내를 버려둔 남편, 그리고 미쳐버린 짐승. 김인아는 이곳이 휴가지가 아니라 자신과 아기를 위해 준비된 잔혹한 처형대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주동복은 짙은 뿔테 안경을 코끝까지 거칠게 추켜올리고, 땀과 먼지로 때가 절은 작업 모자를 이마에 깊숙이 눌러쓴 채 제주경찰서 로비의 구석진 그늘을 짐승처럼 서성였다. 정연우라는 여대생을 쥐어짜 내어 뜯어낸 정보에 따라 현직 경찰이라는 김유라의 동선을 대조하던 놈의 음흉한 시선이, 로비 한구석 벽면에 걸린 대형 텔레비전 화면으로 불쑥 꽂혔다.시뻘건 속보 자막이 화면을 흉포하게 가로지르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속보] 서귀포 남단 해상 조난 ‘청풍 3호’ 승선자 명단 발표승선자 : 선장 김도진, 장성봉, 김인아,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 괘도한타이틀 아래 ‘괘도한’이라는 가짜 이름과 함께, 낯익은 흑백 여권 사진이 툭 튀어나왔다. 그 순간 주동복의 시뻘건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정없이 일렁였다.‘…형?’이름은 비록 괘도한이라는 생소한 가명이 적혀 있었지만, 화면 속 사진은 의심의 여지조차 없이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과 완전히 판박이인 그 서늘하고도 잔인한 눈매, 그리고 코 옆의 미세한 검은 점까지 자신의 형인 주동치의 얼굴이었다.주동복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곤두박질칠 것 같은 벼락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짐승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망상과 의심으로 뒤엉키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형이 왜 하필 저 배에 타고 있는 거야? 그것도 왜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설마 신분을 세탁하고 숨어든 건가? 왜? 아니, 그보다 저 조난된 배가 지금 연락이 끊겨 실종됐다고?’주동복의 뇌리에 시커먼 불안감이 치밀어 올라 심장을 조여왔다.주동복은 8년 만에 지옥 같은 교도소 감방에서 기어 나온 자신처럼, 형 주동치 역시 그 지독하고 악랄한 한국 계집 ‘꽃뱀’ 김유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민원실의 묵직한 문이 덜컥 열리며 지치고 늙은 중년의 부부가 들어섰다. 얼굴 가득 먹구름이 낀 가냘픈 체구의 인아 어머니와 그 뒤를 무거운 발걸음으로 뒤따르는 인아의 아버지가 그들이었다. 실종된 만삭의 딸과 사위의 소식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내며 찾아온 참이었다.“…안사돈.”실종된 만삭의 딸 생각에 간밤에 눈물로 밤을 지새워 애간장이 타들어 가던 인아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강미숙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슬픔을 서로 나누며 의지하고 싶었던 간절한 부름이었다.그러나 강미숙은 그 부름이 무색하게 고개를 홱 돌려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입꼬리가 흉측하게 떨리고 있었다.“사돈?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 아, 그 꽃뱀 딸년 찾으러 왔겠지! 그래, 내가 미쳤지. 애초에 그딴 계집을 며느리라고 들여놨으니 내 아들 팔자가 이 모양이지!”“안사돈, 지금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내뱉는 미숙의 폭언에, 그동안 속으로만 삭이던 인아의 아버지가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의 생사가 오가는 참담한 현장에서 사돈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강미숙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섬뜩한 눈을 번뜩였다. 그녀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듯 더 크게 소리쳤다.“뭐가 지나쳐? 우리 성봉이는 장씨 집안 귀하디귀한 3대 독자야! 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들이라고! 그런데 태풍 예보까지 뜬 바다에 누가 나가자고 꼬드겼겠어? 다 네년 딸년이 우리 성봉이 홀려서 이 사달을 낸 거 아니야! 애나 낳고 집구석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어디 만삭의 몸으로 남편을 꾀어내서 바깥으로 싸돌아다니냐고!”강미숙의 서슬 퍼런 패악과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단정 짓고 인아를
19호 태풍 ‘잠자리’의 거센 비바람이 서귀포해경을 집어삼킬 듯 몰아친 뒤였다.현장 출동이 가로막힌 채 내근근무 처분을 받았던 김유라는 그 시간 동안 서장실 한구석에 틀어박혀 서귀포 관할에서 발생했던 양서연 피살사건의 기록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유라는 정밀 부검 감정서와 현장 사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국과수의 베테랑 감식 전문가이자 평소 친분이 있던 양민호 박사와 긴급하게 전화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박사님, 양서연 사건의 흉기 흔적과 사후 은폐 수법 말입니다. 이거 단순한 성범죄자의 소행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경동맥을 절단한 방식이나 체액 반응을 지우기 위해 약품을 사용한 흔적까지… 혹시 대륙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미제 사건들과 대조해 보셨습니까?”전화기 너머에서 양민호 박사의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김 경사 말이 맞네. 나도 뭔가 찜찜해서 대륙 쪽 범죄 데이터베이스와 비공식적으로 대조해봤지. 놀라지 말게. 절개 방식이나 시신 유기 패턴이 거의 판박이야. 이건 제주 토박이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어.”양 박사의 그 한마디가 유라의 등골을 번개처럼 관통했다.‘잠깐… 토박이 짓이 아니라면?’유라의 머릿속에서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주동치가 대륙의 공안 수사망을 피해 제주에 발을 디딘 시점. 그리고 5개월 전, ‘괘도한’이라는 위조여권으로 제주에 입국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정확히 맞물렸다.서늘한 깨달음이 온몸의 피를 차갑게 식혔다.‘주동치, 이 짐승이 제주에 건너온 지 벌써 5개월이 넘었어…! 드러난 것만 해도 대륙에서 30건이 넘는 강간 살인을 저지른 놈이야. 그런 놈이 그 짐승 같은 본성을 억누른 채 이 제주 땅에서 5개월
오재도의 결단에 최철규를 비롯한 상황실 대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들이 언론 브리핑을 실제로 강행하기 직전이었다.쾅—!상황실의 무거운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서귀포 해양경찰서장 고재필 경정이 매서운 기세로 들이닥쳤다. 고재필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얼어붙은 상황실 내부를 한 바퀴 훑었다.그는 최근 잔인하게 유린당한 채 관할 해안가에서 떠오른 여대생 양서연의 변사사건을 상부와 육지 경찰에 공조할 생각은 애초부터 품지도 않은 채 철저하게 묻어버렸던 인물이었다. 자칭 강력 사건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 고재필의 뇌 구조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란, 젊은 놈들이 짐승처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벌인 일탈이자 사내들의 흉측한 본능에 의해 단발적으로 발생한 해프닝 정도의 뒤틀린 고정 관념에 불과했다.‘아니, 이 미친 녀석들이 정신을 어디에다 두고 자빠졌어? 지금 강력한 하이탕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데다, 곧바로 후속 태풍까지 몰려와서 해경 전력이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쪼개져 나가는 판국인데….’고재필의 머릿속은 온통 서귀포해경의 관할 치안 지표와 자신의 안위 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서연 사건 때처럼 이번 조난 사고 역시 굳이 육지 경찰과 공조하거나 상부에 시끄럽게 보고조차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금, 이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차피 태풍이 물러가는 대로 내부적으로 조용히 덮고 처리해도 조직 안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잡음일 뿐이라는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그런데 여기에 대륙 전체를 피로 물들인 희대의 연쇄 살인마 ‘주동치’의 진짜 실체가 세상에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버리는 것이었다. 서귀포해경의 치안 부실과 은폐 의혹이 고스란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며, 이는 곧 자신의 권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안위까지 한 방에 날려버릴 치명적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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